
사업을 하다 보면 유동성 확보, 특히나 현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IMF나 금융위기를 겪어본 독자들은 소위 말하는 ‘흑자도산’과 같은 사례를 통해 현금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을 것 같다. 하지만 안정성을 추구하다가 너무 많은 현금을 보유하다 보면 현금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현금을 보유하기 위해 놓치기 아까운 투자기회 등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정한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이러한 분석을 도울 수 있는 재무지표 중 하나가 현금전환주기(Cash conversion Cycle)이다.
Cash Conversion Cycle의 의미
현금전환주기(Cash conversion Cycle)란 기업이 원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현금을 지급하고, 제품을 생산한 뒤에 판매하여 현금이 다시 기업으로 들어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며 “이익 주기 (Earnings Cycle)”이라고도 한다. 일반 제조업체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원재료 구입대금을 지급하여 생산한 제품을 거래처에게 판매하여 대금을 회수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의미하며 ‘재고자산 회전기간’과 ‘매출채권 회전기간’을 더하고 여기에 ‘매입채무 회전기간’을 차감하여 계산된다.
여기서 ‘재고자산 회전기간’이란 원재료가 투입되어 제품이 생산 및 판매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의미한다. 하지만, 제품이 판매되었다고 해서 바로 현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현금이 입금되는 기간을 추가로 고려하여야 하는데 이를 ‘매출채권 회전기간’이라고 한다. 즉, 제품이 판매된 이후에 대금이 회수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의미한다. 또한 매출채권과 마찬가지로 원재료를 구입했다고 해서 바로 현금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원재료 구입 이후에 현금이 지급되는 기간 동안에 회사 내에 현금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이 기간을 제외하여야 하는데, 이를 ‘매입채무 회전기간’이라고 한다. 따라서 현금 전환 주기를 계산할 때는 ‘매입채무 회전기간’을 차감한다. 우리나라의 전자사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연결재무제표 상 숫자를 기준으로 현금 전환 주기를 비교해보면 아래와 같다.
FY 2018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현금 전환 주기를 살펴보면 각각 96일과 30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삼성전자는 원재료 구입, 제품 생산 및 판매 그리고 대금 회수까지 96일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96일 동안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LG전자의 경우에는 30일 동안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유사한 업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현금 전환 주기라는 재무비율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매출채권 회전기간은 양 사간에 약 45일 정도로 큰 차이가 없지만, 재고자산 회전기간 및 매입채무 회전기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LG전자에 비해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제품1)을 생산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의미이며, 삼성전자의 거래처에 대한 거래처 지급조건이 조금 더 거래처에게 유리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1) 삼성전자와 LG전자라고 하면 ‘스마트 폰’을 떠올리겠지만, 실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이외에 반도체가 주력상품이며, LG전자는 주방가구가 주력상품이기 때문에 재고자산 회전기간이 높다고 해서 비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후술하겠지만, 재무비율 분석의 한계는 비교 대상이 유사할수록 효과적이라는 데에 있다.


재무지표를 활용하는 이유
실제 기업의 재무정보가 포함된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많은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감사보고서는 회계를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작성되었기 때문에 회계용어부터 접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한, 감사보고서의 양 또한 무시할 수 있는 수준2)이 아니라는 것도 문제이다. 2) 2018년도 기준으로 삼성선자가 공시한 연결감사보고서는 150 페이지가 넘는다. 따라서 중요한 정보만을 참고 목적으로 간략하게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면 정보이용자 입장에서는 무척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목적을 위해 회계에서는 정보이용자들에게 ‘재무비율 분석’ 또는 ‘재무지표 분석’에 따른 수치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재무비율(지표) 분석’이 자주 활용되는 이유는 기업 간의 비교분석이 용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연간 매출이 1,000억원이고 영업이익이 100억원이 발생하는 회사 A와 연간 매출이 400억원이 발생하고 영업이익이 50억원이 발생하는 회사의 성과를 비교해본다고 한다면, 과연 회사 A와 B 중에 어떤 회사가 더 성과가 높다고 볼 수 있을까? 두 회사의 성과를 쉽게 비교하기 위해 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누어 보면, 회사 A는 영업이익율이 10%이고 회사 B의 영업이익율이 12.5%인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수치 상으로 보면 효율성 측면에서는 회사 B의 성과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후술하겠지만 ‘재무비율 또는 지표’에 대한 분석은 동종업종 내에서 회사 간의 성과를 분석할 때 유용하다. 또한 비교분석 회사 간의 재무구조가 유사하다면 더욱 더 유의미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이야기하고자 한다.
다양한 재무지표 유형
기업에서 실제 활용하고 있는 재무비율 또는 지표는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일반적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지표로 수익성 지표, 성장성 지표, 안정성 지표 및 활동성 지표를 들 수 있다. 우선 회사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매출총이익율, 매출영업이익율 등이 있다. 해당 지표를 통해서 우리 회사가 동종 업종의 다른 회사보다 수익성아 좋은 지를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살펴볼 지표로는 성장성 지표이다. 회사는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관점도 중요하다. 따라서 회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로 매출액증가율, 총자산증가율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장기적인 전략도 중요하지만, 단기적인 운영 전략도 중요하다. 특히나, ‘흑자도산’처럼 유동성 이슈로 회사의 운영이 휘청거릴 수 도 있는데,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안정성 지표’가 있다. 안정성 지표의 대표적인 예로는 유동비율, 당좌비율, 부채비율 등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제학 공부를 하다 보면 가장 큰 전제 중 하나가 ‘자원은 유한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한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회사가 가진 큰 숙제 중 하나이다. 회사에서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는 이러한 지표가 바로 ‘활동성 지표’인데, 총자산 회전율, 매출채권 회전율 등이 이에 해당한다.

[회계감각 기르기 : 재무지표 분석의 한계를 이해하자] 다양한 ‘재무비율 또는 지표’를 활용한다면 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동종업종 중에 회사가 처해있는 현황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재무비율 또는 지표’를 과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재무비율 또는 지표’는 정보이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지표이기는 하지만 명확한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재무비율 또는 지표’는 이종 업종간에 바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예를 들어, 제약업계와 화장품업계의 재무비율 또는 지표3)를 아무런 여과 없이 바로 분석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각 업종 내에서 발생하는 Biz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재무비율 또는 지표’로 산출된 가치는 장부가치 (Book Value)인데, 장부가치는 기업의 과거 결과를 나타내는 수치이기 때문에 미래의 경제적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기업마다 회계처리가 다른 경우 재무비율의 단순한 비교는 부적절하다. 기업간 비교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 기관이 “(해당 국가의) 기업회계기준”을 기업이 도입하도록 권고하는 이유도, 국가간 기업의 비교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국제회계기준인 IFRS를 도입하는 것도 다 이러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3) 따라서, “재무비율”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비교대상 기업의 동종기업 또는 동종산업의 평균을 기준으로 비교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