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 차
어느 날인가 “재무제표를 잘 아시니까 주식투자도 잘 하시겠네요!”라는 질문에 마음속으로 ‘뜨끔’했던 기억이 난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주식을 투자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한번도 투자한 회사의 재무제표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칼럼을 기고하고 책을 쓰면서 그리고 때로는 강의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회계가 얼마나 유용한지를 강조하던 나이기에, 정작 나 자신은 주식을 투자할 때 투자할 회사의 재무제표를 전혀 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이 앞섰다. 그래서 투자한 회사의 재무제표를 살펴보았더니, 해당 종목에 대한 투자 성적1)이 왜 안 좋은지 그제서야 나름 이해가 갔다. 그리고 투자를 하기 전에 재무제표를 한번 살펴볼 걸 하는 후회도 생겼다. 반면에 ‘감사보고서가 얼마나 두꺼운데, 그냥 작은 금액을 투자하면서 그걸 언제 다 읽어?’하는 변명이 머릿속에 맴도는 것도 사실이었다. 1) 내 주식 투자 방식은 ‘~카더라’ 통신에 따라 하는 경향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이런 방식이 얼마나 무모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실제 ‘감사보고서’의 양은 적지가 않다.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의 감사보고서는 책 한 권의 분량이 공시되기도 한다. 따라서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서 회사의 정보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감사보고서 상 재무정보의 구조를 잘 살펴보면 모든 정보를 다 이해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감사보고서 상 재무정보에 익숙해지면 생각보다 빠르고 쉽게 회사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앞으로의 회계관련 칼럼은 독자들이 재무제표에 친숙해지고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에 대해 차근차근 이야기하고자 한다. 물론 필자의 부끄러운 투자회사의 투자 성적도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다만, 재무제표 분석에 대한 칼럼의 기획의도는 주식 투자가를 위한 재무제표 분석이라기보다는 재무제표를 포함하여 감사보고서 상 재무정보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는 점을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따라서 투자성적이 초라한 필자로부터 주식투자에 대한 비법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 점에 독자들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정(감사)의견’을 받으면 좋은 회사일까?
주식을 투자했다가 소위 ‘상폐’라고 불리는, 투자한 회사가 ‘상장폐지’되는 경우를 겪어본 사람들은 감사의견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상장폐지’가 되면 투자한 주식이 거래가 되지 않아‘휴지조각’이 되는데,아래에서 보는 것과 같이 ‘감사인 의견미달’ 여부가 ‘상장폐지’와 관련된 중요한 조건 중에 하나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림] 상장폐지 기준 중 ‘감사인 의견2)미달’ 조건 발췌
2) 감사의견의 종류는 뒤에서 자세히 기술할 예정이다. 하지만 상장폐지의 필요 요건으로 감사의견이 중요해지다 보니 감사인 의견미달이 아닌 경우, 즉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이 ‘적정의견’인 경우에는 해당 회사가 좋은 회사인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과연‘적정의견’을 받은 회사를 좋은 회사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아래 신문기사를 한번 읽어보자. [그림] 적정의견을 받았지만 추후에 ‘상장폐지’되는 회사가 종종 발생한다
상기 신문기사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감사보고서 상에 감사의견을 ‘적정의견’으로 받은 기업도근시일 내에 ‘상장폐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적정의견’을 받더라도안심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왜 이런 결과가 발생하는 걸까?이런 결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적정의견’을 표명하는 회계사의 감사업무에 대한 오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적정’이라는 말 자체에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대체 ‘적정의견’은 어떤 의미일까?
그렇다면 회계감사에서 이야기하는 ‘적정의견’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적정의견’이란 외부감사인인 회계사가 회사의 회계정책과 재무제표를 감사할 때 중요한 왜곡표시가 없음을 확인했다는 의미이다. 즉, 회사가 제시한 재무정보와 재무정보를 감사하기 위한 증빙을 확인해보니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재무정보가 충분히 믿을만하게 ‘적정하게’ 작성되었다는 의미이지, 향후 회사가 성장할지 망할지에 대한 확인을 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림] ‘적정의견’을 받았지만 상장폐지된 보르네오 가구의 사례
따라서, 상기 보르네오 가구의 예시처럼 회사의 재무구조가 나쁘다는 사실을 제대로 기재만 했다면 감사인이 재무제표가 제대로 작성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므로 회사가 향후 망할 가능성3)이 있다고 해도 ‘적정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 즉, ‘적정’이라는 의미는 회사의 재무상태가 안정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감사보고서 상 재무정보가 ‘적정’하게 기술되었다는 의미이다. 3) 뒤의 사례인 ‘아시아나 항공’에서 후술하겠지만,보르네오가구를 감사했던 감사인은 감사보고서 상 ‘강조사항’으로 보르네오가구에 대한 ‘계속기업 가정에 대한 중요한 불확실성’을 추가로 기재하였다. 이는 감사인이 주목할 만큼 중요한 사실이므로 정보이용자에게는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정보라는 의미이다. 또한, 이와 더불어 감사인이 수행하는 회계감사 업무 또한 회사 재무상태가 좋은지 나쁜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회계감사 또한 ‘적정의견’과 유사하게 회사의 재무정보가 신뢰성 있게 작성되었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활동일 뿐이다. 회계감사란 일반적으로 기업이 작성한 회계정보가 사전에 정의된 기준과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의미하는데,그 종류에 따라 재무제표감사,업무감사 및 이행감사로 구분된다.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회계감사는 재무제표감사를 의미한다. 즉, 회계감사란 회사가 사전에 합의된 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잘 작성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일 뿐이지 회사의 재무제표 수치를 보면서 회사가 성장할지 망할지를 판단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회사가 망했다고 해서 회계감사를 수행한 감사인이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망할 회사의 재무정보가 기준에 맞게 제대로 작성되어 망할만한 재무정보가 이해관계자에게 공유되지 않았다면 즉, 분식을 도왔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의견은 중요하다.감사의견에 따라 감사보고서 상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표시되지 않는다면 정보이용자가 회사의 재무정보를 그대로 믿고 회사의 재무현황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무정보이용자는 회사의 재무정보를 활용하기에 앞서 감사의견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감사의견’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감사의견은 크게 적정의견,부정적의견, 한정의견 및 의견거절 네 가지로 나뉜다.우선 적정의견이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감사인이 회사가 제시한 재무제표가 중요한 왜곡표시가 없이 적정하게 작성하였는지를 확인했다는 의미이다. 즉, 감사보고서 상 재무제표 정보는 기준에 따라 잘 작성되었으니 재무수치를 믿고 재무현황을 검토해도 된다는 의미이다. 부정적의견이란 재무제표에 포함된 왜곡표시가 중요하고 전반적인 경우에 표시하는 의견이다. 즉, 회사가 재무정보를 제시하였고 감사인이 제시한 재무정보를 확인하고 감사증거를 확보하였지만, 회사의 재무정보가 사전에 약속된 기준을 위배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익이 발생했다고 해서 다른 회사에서 발생한 이익과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재무제표 감사를 회계감사의 전부로 오해하지만, 그 외 업무감사 및 이행감사도 포함된다
[그림] 감사의견의 종류는 네 가지로 구분된다
이에 반하여 한정의견이란 특정 부분에서 재무제표가 왜곡표시 되어 있거나 재무제표가 적정하다는 감사증거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경우에 표시하는 의견이다. 즉,일부 한정된 영역에서 부정적의견처럼 기준을 위배하여 재무정보를 기록했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재고실사 결과 재고자산4)의 가액이 기준대로 표시되지 않았다면 재고자산과 관련된 재무제표가 적정하게 표시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한정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4) 재미있는 사실은 기말 재고자산 때문에 한정의견을 받는다면 해당 기업은 차년도에도 감사의견으로 한정의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말재고자산이 왜곡표시 되어 있다는 의미는 차년도의 기초재고자산이 왜곡표시 되어 있다는 의미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의견거절이란 말 그대로 감사인이 회사가 제시한 재무제표가 적정하게 표시되어 있는 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만한 감사활동을 수행할 수 없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을 표명할 수 없을 때 나오는 의견이다. 즉, 해당 재무정보가 어떻게 산출되었는지 감사인도 모른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감사의견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면,회사의 재무제표를 통해 회사의 재무현황을 평가하는 것은 오로지 정보이용자의 몫이며 감사인은 해당 재무제표가 신뢰할 만큼 적정하게 작성하였는지 여부에 대한 감사의견을 제시할 뿐이라는 사실을 오해해서는 안될 것 같다.


감사의견은 어디에 어떻게 쓰여있는지 구경 좀 해보자
그렇다면 실제 감사의견은 어떻게 기록되는지 직접 확인해보자. 감사의견은 감사보고서 상 ‘독립된 감사인의 감사보고서’라는 제목으로 감사보고서 첫 장에서 볼 수 있다. ‘독립된 감사인의 감사보고서’는 일반적으로 ① 감사의견, ② 감사의견근거, ③감사인의 강조사항 등, ④ 재무제표에 대한 경영진과 지배기구의 책임 및 ⑤ 재무제표감사에 대한 감사인의 책임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그중에 맨 앞에 있는 ‘감사의견’을 살펴보면 “… XXX 회계기준5)에 따라, 중요성의 관점에서 공정하게 표시하고 있습니다.”라는 표현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이 표현이 ‘적정의견’의 기본적인 문구이다. 5) 기업규모 등에 따라 회사는 회계기준을 선택하여 적용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중소기업 등을 위해 조금 더 실용적인 ‘일반기업회계기준’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이 있다. [그림] ‘독립된 감사인의 감사보고서’ 구조
그 외 ② 감사의견근거,④ 재무제표에 대한 경영진과 지배기구의 책임 및 ⑤ 재무제표감사에 대한 감사인의 책임은 일반적인 이야기이므로 처음 감사보고서를 접한 경우에 한번 정도 읽어봐도 충분하다. 다만, ‘③감사인의 강조사항 등’은 별도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감사인의 강조사항’이란 감사의견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감사인이 정보이용자에게 별도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은 사항을 기술6)한다. 2018년도 말에 공시된 ‘아시아나 항공’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감사인의 강조사항 등’으로 ‘계속기업 관련 중요한 불확실성’, ‘핵심감사사항’, ‘기타사항’ 및 ‘감사인의 강조사항’ 등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비록 감사인이 망할 회사의 재무제표가 망하는 모습이 제대로 작성되었으면 ‘적정의견’을 제시하면 감사인의 역할로 충분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이러한 ‘감사인의 강조사항 등’을 통해 정보이용자에게 보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 때문에 재무정보이용자는 감사의견과 더불어 ‘감사인의 강조사항 등’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6) 따라서 ‘감사인의 강조사항 등’은 별도의 형식은 없으며, 별다른 이슈가 없는 경우에는 ‘감사인의 강조사항 등’이 기술되지 않은 ‘독립된 감사인의 감사보고서’가 발행되기도 한다. [그림] 2018년 ‘아시아나항공’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적정의견’을 받았지만 다양한 강조사항이 기술되어 있다.


감사의견이 중요한 이유는…
앞에서의 논의를 요약하자면,감사보고서 상 감사의견이 ‘적정’이라고 해서 재무제표가 안정적이라고 오해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다만,감사의견이 ‘적정’이 아니라는 의미는 회사에서 제시하는 재무제표가 믿을 만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이다.따라서,주식투자7)를 포함하여 회사의 재무정보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감사보고서 상 맨 앞에 위치한 감사보고서의 ‘의견문단’에서 ‘적정의견’을 표시하고 있는지 확인한 후에 재무제표의 상세 내역을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7) 물론 ‘주식투자’에 한정해서 이야기하자면, ‘적정의견’이 아니면 관리종목에 편입되거나 상장폐지 되기 때문에 감사의견이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지만, 본 칼럼의 의도는 ‘주식투자’에 한정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