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계를 처음 공부하다 보면 궁금하거나 헷갈리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 하나가‘현금주의’와 ‘발생주의’이다.‘현금주의’란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으로 현금이 입금되고 출금되는 기준으로 재무정보를 기록하는 것으로 소위 말하는 ‘가계부’를 작성하는 수입 및 지출 내역이 그러한 방식이다. 하지만, 회계를 처음 배울 때면 ‘현금주의’가 아니라 ‘발생주의’라는 개념에 따라 거래의 발생 여부를 기준으로 재무정보를 기록하라고 강조한다. 만일 5월에 물건을 팔고 대금을 6월에 지급받기로 했다면 매출인식은 대금 회수 여부와는 상관없이 거래가 발생한 5월의 매출로 인식하라고 하는데 이러한 회계처리를 ‘발생주의’라고 한다. 막상 회계공부를 하면서 ‘발생주의’에 익숙해질 만하면 ‘현금흐름표’라는 개념이 떡 하니 앞에 나타나게 되는데, 회계에서는 ‘현금주의’에 기반하여 작성된 ‘현금흐름표’가 아주 중요한 재무정보 중에 하나라고 강조한다. 회계의 기본 사상은 ‘발생주의’라고 이야기하면서 왜 다시 ‘현금주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일까? 그리고 ‘현금주의’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애초에 ‘발생주의’가 아니라 ‘현금주의’에 따라 재무정보를 작성하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칼럼과 다음 칼럼을 통해서회계에서 ‘현금흐름’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이유와 ‘현금흐름표’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 지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현금흐름표’ vs. ‘손익계산서’
수입과 지출의 흐름을 통해 일정기간 동안의 성과를 기록한다는 점에서 ‘현금흐름표’와 ‘손익계산서’는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다. 다만, ‘현금주의’와 ‘발생주의’수입과 지출을 기록 즉, 인식하는 시점에 대한 차이가 존재한다. 둘 간의 차이를 상세하게 이야기하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제일 먼저 생각할 부분은 수익 즉, 매출인식의 차이이다. 서두에 간략하게 언급하였지만, 6월에 대금을 회수할 조건으로 5월에 매출이 발생한 경우에는 현금주의에 따르면 현금이 입금되는 시점인 6월에 수익으로 잡으면 되지만, 매출이 발생한 시점에 이미 받을 금액이 확정되었으며 매출 발생을 위한 노력도 제공되었으므로 ‘발생주의’ 관점에서는 5월의 수익으로 인식한다. 두 번째로 여러 기간에 사용할 목적으로 미리 지출한 내역을 언제 비용으로 인식할 것인 지에 대한 차이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3개월 동안 건강을 목적으로 휘트니스 센터에 15만 원을 지불하고 등록한 경우에 ‘현금주의’에 따르면 등록, 즉 현금을 지불한 월에 일시에 15만 원을 비용으로 인식하면 된다. 하지만, ‘발생주의’에 따르면 3개월 동안 휘트니스 센터를 다니는 것이 전제가 되므로 해당 비용은 3개월 동안 3월1)부터 5월까지 각각 5만 원을 비용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와 유사한 비용으로 유ㆍ무형자산을 들 수 있다. 유ㆍ무형자산의 경우 초기 큰 금액이 투자비용으로 지출되지만, 여러 기간 동안 사용할 목적으로 취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발생주의에 따르면 유ㆍ무형자산의 취득가액을 대금을 지급한 즉시 비용으로 잡지 않고 유ㆍ무형자산의 사용기간2) 동안 일정기준에 따라 안분하여 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러한 비용을 감가상각비라고 한다. 세 번째로 재고자산 또한 ‘현금주의’에 따르면 재고자산을 만들기 위해 투입한 모든 지출은 즉시 비용으로 인식된다. 다만, ‘발생주의’에 따르면 재고자산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자산으로 인식되었다가 재고자산이 팔린 경우에 한하여 비용으로 인식된다. 즉, 재고자산을 생산하여 팔린 경우에는 재고자산 생산에 들어간 비용이 매출원가라는 비용으로 인식되지만 기말에 팔지 않고 남아 있는 재고자산은 비용이 아닌 기말재고자산으로 인식된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현금주의’에 따라 대금이 지급되지 않아 아직 비용으로 인식되지 않은 경우에도,‘발생주의’에 따르면 미래에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 경우에는 대금지급 여부와 상관없이 비용으로 인식된다. 원재료 등을 외상으로 구입한 경우에 아직 현금이 지출되지 않은 경우에도 구입한 시점에 비용으로 인식3)할 수 있는 이유 또한 ‘발생주의’에 따른 것이다. 퇴직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근로자가 퇴직했을 경우를 예상하여 계산한 퇴직급여충당금을 부채로 잡고 비용으로 인식하는 이유 또한 유사하다. 근무자의 퇴직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라도 퇴직의사를 밝히면 회사는 퇴직급여를 지급해야 할 회사의 의무가 발생하였기 때문에 매년 퇴직예상금액을 추정하여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이외에도 ‘현금주의’와 ‘발생주의’에 따른 수익과 비용의 인식시기 차이는 많지만 대략적인 차이 유형은 위에서 설명한 부분만 이해한다면 큰 불편은 없을 것이다. 1) 복식부기에 따르면 3월 말 현재를 기준으로 보면 총 15만 원 중 5만 원은 비용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10만 원은 아직 사용되지 않았으므로 ‘자산’ 즉, ‘선급비용’으로 처리한다. 2) 회계에서는 이를 ‘내용연수’라고 한다. 3) 원재료 등은 재고자산에 속하므로, 정확히 이야기하면 기말에 팔리지 않고 남은 부분은 재고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실제 현금흐름표로 알아 보자
만약 ‘발생주의’로 인식한 회사의 회계처리와 ‘현금주의’로 인식한 회사의 회계처리의 차이를 알고 싶다면 회사의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를 비교해보면 된다.실제 삼성전자의 현금흐름표를 통해 간략하게 살펴보자.
[그림] 삼성전자의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 단순히 생각해보면 손익계산서 상 ‘영업이익’과 현금흐름표 상 ‘영업활동 현금흐름4)’, 그리고 손익계산서 상 ‘당기순이익’과 현금흐름표 상 ‘현금및현금성자산의 감소5)’가 일치할 수 있을 것 같다.하지만,삼성전자의 손익계산서 상 ‘영업이익’과 현금흐름표 상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일치(①)하지 않으며, ‘당기순이익’은 이익이 발생했지만 ‘순현금흐름’은 심지어 감소(②)하기까지 하였다.이렇게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앞에서 계속 이야기한 ‘발생주의’와 ‘현금주의’라는 차이 때문인데, ‘현금흐름표’를산출하는 과정을 따라가면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 ‘현금흐름표’ 작성은 손익계산서 상 당기순이익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매번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발생주의’에 따른 장부를 작성하고 ‘현금주의’에 따른 장부를 별도로 작성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평소에는 ‘발생주의’에 따라 장부를 작성하고 그 결과를 기준으로 ‘발생주의’와 ‘현금주의’의 차이를 산출하여 ‘현금주의’에 따른 결과 즉 현금흐름표를 작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기순이익에서 출발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할 부분은 현금이 지출되지 않은 비용은 당기순이익에서 가산하고 현금이 들어오지 않은 이익은 차감해야 한다. 유ㆍ무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는 ‘현금이 지출되지 않은 비용’의 대표적인 예이다. 4)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은 정확히는 다른 개념이며,나중에 현금흐름표의 세부내역을 설명할 때 이야기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고 넘어가자. 5) ‘현금및현금성자산의 증감’이 일반적인 표현으로는 맞지만, 2년 연속 현금및현금성자산이 감소했으므로 ‘현금및현금성자산의 감소’로 표기하였다. 유ㆍ무형자산은 자산을 취득할 때 한꺼번에 현금이 지출되지만 매년 인식하는 감가상각비는 초기 지출금액을 매년 장부에 비용으로 안분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감가상각비가 발생하여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고 해서 현금이 감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자산 및 부채의 증가 또는 감소는 현금의 증가 및 감소와 반대 효과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매년 매출이 1,000원 발생하는 회사에서 20x1년초 및 20x1년말 매출채권이 100원이고 20x2년말 매출채권이 200원으로 늘어났다면 어떨까? 20x1년에 매출이 1,000원 발생했고 매출채권에 변동이 없으므로 1,000원이 그대로 현금으로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하지만, 20x2년 말에 매출채권이 200원으로 늘어났다면 실제 현금은 1,000원이 아니라 900원이 들어왔다는 의미이다.따라서 매출채권의 증가는 현금이 그만큼 감소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매입채무 및 재고자산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현금 증감이 계산되게 된다.
[그림] 매출채권의 증감과 현금의 증감의 관계 따라서 삼성전자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조정’ 사항에 비용을 현금의 증가로 가산하고 이익을 현금의 감소로 차감하는 이유 그리고 자산 및 부채의 증감과 현금의 증감이 반대로 계산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현금흐름이 중요한 이유 그리고 중요하지 않은 이유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나면 독자들이 더 헷갈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막상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 상 수치가 차이가 있고 흐름 또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막상 서로 다른 수치인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를 어떻게 활용할 지 난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회계는 ‘발생주의’라는 큰 전제 하에 재무정보를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재무정보를 이해하기 위해서 ‘손익계산서’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미이다. 다만, 재무회계에서는 재무정보를 작성하는 규칙을 위하기 위해 ‘계속기업의 가정6)’이라는 전제 조건 하에 회계기준을 정립하고 있는데,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현금흐름’을 살펴보지 않고 ‘발생주의’에 따른 재무정보만 믿다가는 회사의 재무상태를 잘못 판단할 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자금이 부족한 회사가 10년 후에 대금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매출 1억 원을 달성했다고 하자. 이를 위해 1천만 원의 원재료 구입 등을 외상으로 진행했고, 이번 달에 외상대금을 갚아야 한다고 해보자. 이런 경우에 회사가 자금을 빌릴 곳이 없으면 아무리 10년 후에 1억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당장 갚을 돈이 없어 이번 달에 도산될 위기에 처할 수 밖에 없다. ‘현금주의’에 의해 작성된 현금흐름은 ‘계속기업의 가정’에 따라 작성된 ‘발생주의’를 보완하는 재무정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IMF 나 금융위기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처하거나 실제 ‘도산’한 경우가 많았는데, 특히나 장부 상에서는 이익으로 기록되는데도 불구하고 당장 지급기일이 도래하는 부채를 갚을 여유 자금이 없어 망하는 사례7)가 수도 없이 발생했었다. 따라서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손익계산서 위주로 재무성과를 평가해도 되지만, 요즘처럼 언제 어디서나 ‘도산위기’가 도사리고 있는 환경에서는 ‘현금흐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형편이다. 6) ‘계속기업의 가정’이란, 기업이 경영활동을 청산 또는 중단할 의도가 있거나, 경영활동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업이 계속하여 존속하여야 한다는 가정을 의미한다. 7) 이러한 경우를 ‘흑자도산’이라고도 한다. 전통적으로 회계에서는 이익이 발생하면 검은 색으로 기록하고 손실이 발생하면 빨간색으로 기록하는데, ‘흑자도산’은 여기서 유래한 용어이다.
현금흐름은 분식을 막는다!?
현금흐름의 또 다른 장점은 재무정보의 분식8)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발생주의’는 그 자체로 탁월한 이론이지만 실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가정과 논리적인 설명9)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금흐름은 현금이 입금되고 출금되는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기록하므로 이러한 가정과 논리적인 설명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화려한 기술로 손익계산서나 재무상태표를 예쁘게 꾸몄을 지라도 장부상 재무정보와 실제 현금흐름과 맞지 않으면 해당 재무정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필자 또한 회계감사를 하면서 소위 말하는 ‘이중장부’를 발견한 적이 있는데, ‘이중장부’를 발견하게 된 계기는 실제 아주 단순했다. 재무상태표 상 은행예금의 잔액과 은행조회서에서 확인한 예금 잔액이 일치하지 않았었던 사실에서 출발했었다. 그래서 필자는 조금 과장해서 ‘이익은 의견, 현금은 사실’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8) 분식이란‘분식회계’라고도 하며, 회사의 실적을 좋게 보이게 하기 위해 회사의 장부를 조작하는 것으로, 가공의 매출을 기록하거나 비용을 적게 인식하거나 누락시키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9) 앞에서 이야기한 유형자산의 감가상각비를 계산하는 것 또한 다양한 가정이 필요하다. 가령 유형자산의 취득금액을 내용연수에 따라 비용으로 안분한다고 하였는데, 아직 사용이 완료되지 않은 유형자산의 내용연수를 정하는 것 또한 가정이 들어간다. 사용자의 관리에 따라 실제 유형자산의 내용연수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