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새집으로 이사를 가면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 깨끗한 실내, 깔끔한 인테리어 등 더욱이 신중에 신중을 기해 고른 나만의 집이라면 더욱더 맘에 들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새집의 구석구석이 보이면서 부족한 점이 점점 눈에 뜨기 마련이다. 인테리어 마무리에 대한 아쉬움, 벽지 색과 바닥 색의 부조화 등 그 당시에는 왜 못 봤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재무정보를 살펴보는 것도 이러한 과정을 겪는 것이 당연하다. 처음에는 재무제표를 쳐다보는 것 조차도 부담이 되겠지만 점차 재무제표에 익숙해지면 슬슬 세부내역들이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많은 독자들이 재무제표를 통해 회사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 이유 또한 한번에 모든 것을 다 이해하려는 성급함이 한 몫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재무제표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우선 당장에는 앞에서 이야기한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및 현금흐름표의 큰 틀만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재무제표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슬슬 세부내역에 대한 공부를 해 나가는 것이 좋다. 이번 칼럼부터는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및 현금흐름표의 세부내역을 하나하나 짚어가고자 한다. 만일 해당 내용들이 조금은 어렵게 느껴진다고 해서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이해해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재무상태표의 구조
재무상태표의 세부 항목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전에 우선 알아야 할 것이 ‘재무상태표의 구조’이다. ‘재무상태표’란 일정 시점에 회사의 재무상태를 나타내는 데, 재무상태표를 보면 마치 ‘건강검진표’ 처럼 회사의 건강상태가 어떤지를 알 수 있다. 즉, 현재 몸 상태가 어떻고 어떤 점이 부족하거나 과한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는데, 부채와 자본 현황을 통해서 회사가 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돈을 어떻게 모았는지 즉,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자산 현황을 통해서 돈을 어디에 투자했는지 즉, 회사가 사업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재무상태표를 살펴보면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자금을 자본, 그리고 자본 중에서 잉여금에서 조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대부분의 자금이 내부 자금에서 충당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하여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표를 살펴보면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서 대부분 외부 자금을 빌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림] 재무상태표의 구조
[그림] 삼성전자 및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표1)
1) 실제 삼성전자 및 아시아나항공의 자산 상 계정과목은 더 많지만 가독성을 위해서 일부 계정을 별도 표시하지 않았다. 즉, 그림에서 보여지는 계정과목 합이 자산의 합과 일치하지 않음에 유의를 바란다.



자산 및 부채를 표시하는 순서 ; 유동성배열법
재무상태표를 보면 자산총계 항목 밑에 ‘유동자산’이 기록되어 있으며 그 밑에는 바로 ‘현금및현금성등가물’이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회사들의 재무상태표를 살펴보면 대부분 이러한 표기법을 사용하는 데 이는 ‘유동성배열법’이라는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회계에서 ‘유동성’이란 현금화 정도나 현금화 속도를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현금화 속도가 1년 미만인 경우에는 ‘유동성이 높다’고 표현하고, 현금화 속도가 1년 이상인 경우에는 ‘유동성이 낮다’라고 표현한다. 따라서 ‘유동자산’이란 현금화할 가능성이 1년 이내인 자산을 의미하며 ‘유동부채’란 현금으로 갚아야 할 만기가 1년 이내인 부채를 의미한다. 또한, 재무상태표는 자산과 부채를 유동성 순위에 따라 배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이를 ‘유동성배열법’이라고 한다. 따라서 현금화 속도가 가장 빠른 ‘현금및현금성자산’이 맨 먼저 표기되고 그 다음으로 단기금융상품, 매출채권 및 재고자산 등이 표기된다. 그리고 장기간 사용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유형자산 등은 그 아래에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동성배열법’에 따라 현금화 속도가 높은 자산을 맨 위에 배열하는 이유는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재무정보이용자에게 쉽게 알려주려는 목적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림] 유동성배열법에 따른 재무상태표의 표기2)
2) 재무상태표 상 ‘자산’과 ‘부채’는 유동성배열법에 따라 표기할 수 있지만 자본항목은 현금화속도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유동성배열법’에 따른 표기는 어려우며 자본금, 자본잉여금 등의 순서로 표기하는 것이 관례이다. 자산 항목을 유동성배열법에 따라 분류하면 아래와 같다. [표] 재무제표 상 자산의 주요 계정
다만, 국제회계기준인 IFRS는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재무상태표 상 자산과 부채를 꼭 ‘유동성배열법’에 따라 작성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해외 또는 우리나라에서 발행하는 재무제표 상 일부 재무상태표는 비유동자산이 유동자산보다 앞에 표기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림] 비유동자산이 유동자산보다 먼저 표기되는 재무상태표 사례

대분류 | 소분류 | 주요 계정과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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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자산 | 당좌자산 | 현금및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매출채권, 미수금, 선급비용 등 |
재고자산 | 상품, 제품, 재공품, 원재료 등 | |
비유동자산 | 투자자산 | 장기금융상품, 상각후원가금융자산,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 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 투자부동산 |
유형자산 | 토지, 건물, 기계장치, 공구기와기구, 차량운반구, 건설중인자산 | |
무형자산 | 개발비, 특허권, 회원권, 영업권 등 | |
기타비유동자산 | 보증금, 이연법인세자산 등 |

재무상태표 상 자산을 구분하는 또 다른 방법 : 영업자산 vs. 비영업자산
재무상태표 상 자산의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다양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기업의 본질인 영업활동을 위해 활용되는 자산도 있는가 하면 영업활동과 무관한 자산도 상당히 많다. 삼성전자의 재무상태표만 살펴봐도 전자산업의 영업과 관련이 없는 다양한 주식과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단기금융상품도 운용하고 있다. 그리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우에는 영업과 관련이 없는 투자부동산 등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림] 재무제표 상 비영업자산의 사례: 삼성전자 vs. 아시아나항공
영업활동에 몰입하기도 바쁜 회사들이지만, 일시적으로 여유자금의 운용이 필요하거나 시세차익 등을 얻기 위한 목적 등 다양한 이유로 업무와 무관한 자산을 보유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중요한 것은 재무상태표를 바라볼 때, 특히나 회사의 가치를 평가할 때 영업자산과 비영업자산에 대한 평가는 달라야 한다. 영업자산은 향후 기업의 성장여부에 따라 그 가치가 높게 또는 낮게 평가될 수 있다. 즉, 영업가치는 불확실하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에, 비영업자산은 영업용으로 활용되지 않기 때문에 당장에 현금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시장가치가 중요하다. 사업이 어려울 경우 비영업자산은 당장에라도 매각할 수 있지만 영업자산은 향후 미래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회사가 장부가액3) 기준으로 현재 약 100억 원의 생산설비를 가지고 있고 5년 동안 1,000억 원 이상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Capacity가 있다고 해보자. 이런 경우 현재 약 100억 원에 해당하는 생산설비는 100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시장 수요 등의 이유로 해당 생산설비로 생산하는 제품이 향후 100억 원이 되지 않는다면 그 가치를 100억 원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이렇듯 영업자산의 존재이유는 회사의 향후 영업에 대한 전망과 연관 지어서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비영업자산은 회사의 영업활동과 무관하게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의미이다. 시세차익을 노릴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투자부동산이나 주식, 채권 등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금융수익을 목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장단기금융상품도 포함된다. 현금및현금등가물의 경우에는 조금 애매할 수도 있지만 당장에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에 비영업자산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비영업자산은 회사의 영업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현재 시세가 비영업자산의 가치가 된다. 비영업자산은 영업자산과 다르게 즉시 현금화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으며, 회사의 영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매가 자유롭다. 실제 신문 지면에서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처분하는 자산이 비영업자산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이유 또한 이러하다. 또한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영업자산은 회사의 성장성과 맞물려 미래가치를 평가하지만 비영업자산은 현 시점의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이유 또한 이러하다.4)
가령 100억 원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의 자산구조가 영업자산 60억 원 및 비영업자산이 40억 원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비영업자산 40억 원은 기업가치5)로 바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리고 현재는 불확실하지만 미래의 성장가능성을 가지고 영업자산의 평가를 더하여 기업가치를 결정할 수 있다. 3) ‘장부가액’기준이란 취득원가에서 감가상각누계액을 차감한 잔액을 의미한다. 4) 기업의 순가치는 자산을 영업자산 및 비영업자산으로 구분했듯이 부채 또한 영업부채 및 비영업부채로 구분하여 자산총액에서 부채총액을 뺀 가치로 계산된다. 5) 부채는 “0”이라고 가정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