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산’과 ‘부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쉽게 대화가 된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자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만 하면 대화 상대방이 ‘역시 회계는 어려워~’라고 하면서 고개를 흔드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물론 자본을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 등의 세부항목으로 들어가다 보면 그 용어조차 생소해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자본을 해당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산에서 갚아야 할 채무인 부채를 제외한 잔액, 즉 ‘순자산’이라고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면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겠다. 우선, 회계에서 정의하고 있는 자본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회계기준에서 정의하고 있는 자본의 의미
일반기업회계기준1)상 ‘재무회계개념체계’에 따르면 ‘자본은 기업 실체의 자산 총액에서 부채 총액을 차감한 잔여액 또는 순자산으로서 기업 실체의 자산에 대한 소유주의 청구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주식회사의 경우 소유주는 주주이므로, 본 개념체계에서 주주지분은 자본과 동의어로 사용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상 ‘재무보고를 위한 개념체계’에서는 ‘자본은 기업의 자산에서 모든 부채를 차감한 후의 잔여지분’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자본청구권은 기업의 자산에서 모든 부채를 차감한 후의 잔여지분에 대한 청구권, 즉 부채의 정의에 부합되지 않은 기업에 대한 청구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고 있는 두 가지 회계기준을 살펴보면, 자본에 대한 별도의 정의가 있다기보다는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잔액인 ‘순자산’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자본은 ‘소유주의 청구권’ 또는 ‘잔여청구권’이라고 하는데, 지분율에 따라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하거나 청산할 때 잔여 재산을 주주에게 배부할 의무가 있다고 보면 된다. 1)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회계기준은 크게 K-IFRS라고 부르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과 K-GAAP이라고 부르는 일반기업회계기준이 있다. 국제회계기준은 유럽에서 사용하는 회계기준으로 각국의 회계자료에 대한 비교를 가능하게 하며, 전 세계적인 회계기준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은 이러한 국제회계기준의 골자는 두고 한국에 맞게 기준서를 번역한 것으로, 상장회사, 금융업 및 K-IFRS를 원하는 일반회사에서 사용한다.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은 K-IFRS를 적용할 의무가 없는 일반적인 기업들이 이용한다. 주로 중견 및 중소기업이 이 기준을 사용하는데, K-GAAP이 K-IFRS보다 사용관점에서 보다 수월하기 때문이다.
자본의 주요 계정과목들
자본의 기본적인 개념은 간단하지만, 실제 재무제표상에서 마주하는 자본과 관련된 계정과목은 다양하다. 이 다양한 자본의 계정과목을 유형화하면 크게 납입자본, 이익잉여금, 그리고 기타로 구분될 수 있다. 납입자본이란 주주가 회사에 투자한 자금을 의미한다. 회사는 자금을 유치하는 방법 중에 하나로 주식을 발행하기도 하는데, 이때 주주가 주식을 취득하기 위해 납입한 자금을 납입자본이라고 한다. 이 납입자본은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으로 나뉘어 재무제표에 표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회사가 주식을 발행하고 주주가 납입한 자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을 합쳐서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주식 1주를 추가로 발행했는데, 2만원에 거래되었다고 하자. 해당 주식 거래로 20,000원의 투자자금이 유입되지만 주식 1주당 액면가액은 100원2)이기 때문에, 자본금 100원 그리고 자본잉여금3) 19,900원으로 회계처리하게 된다. 회사에 유입된 투자자금을 이렇게 표기하는 이유는 상법에서 자본금을 표기하는 방식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인데, 자본금은 상법에서 정한 법정자본금인 발행주식 수당 액면가액을 기록하고 자본잉여금은 주주와의 거래에 따라 자본을 증가시키는 잉여금이라고 볼 수 있다. 이익잉여금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의 누적액으로 주주에게 귀속될 금액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익잉여금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를 보면 회사가 그동안 얼마만큼의 이익이 누적되어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다만, 이익잉여금은 이익이 계속 쌓이기는 하지만 실제 ‘배당’이라는 행위를 통해 주주에게 배부되기도 하는데, 배당이 결행되면 이익잉여금에서 그 금액이 차감되기 때문에 이익잉여금의 정확한 의미는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의 누적액에서 주주에게 배당으로 배부하지 않고 남은 금액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자본의 기타항목으로는 자본조정4)과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있는데, 거래의 성격을 기준으로 보면 자본거래에 해당하나 최종 납입된 자본으로 보기 어렵거나, 자본의 가감 성격으로 자본금이나 자본잉여금, 그리고 이익잉여금으로 분류될 수 없는 항목들이다. 해당 항목은 실제 생활에서 자주 발생하는 항목은 아니므로 회계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차차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2) 삼성전자가 2018년 1월에 시행한 ‘액면분할’ 이후를 가정하였다. 3)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주식발행초과금’이라고 한다. 4)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 사용되는 ‘자본조정’이라는 용어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서는 ‘기타자본’이라고 부른다. [그림] 충당채무 및 우발채무
재무제표의 계정과목 표시 수준은 회사마다 다양하다. 기업회계기준에서는 ‘중요성’ 기준에 따라 중요하지 않은 계정과목은 합쳐서 표현하는 것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➊ 연결재무제표가 주재무제표이기 때문에, 자본은 ‘지배기업소유주지분’과 ‘비지배지분’으로 구분하여 표시한다. 그리고 ‘지배기업소유주지분’이란 지배회사의 주주를 의미하며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 등으로 세부내역을 상세하게 표시하고 ‘비지배지분’이란 지배회사 주주 이외의 주주를 의미하며 세부내역을 별도로 표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➋ 삼성전자와 LG전자처럼 과거 손익계산서상 이익이 누적된 경우에는 ‘이익잉여금’으로 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을 보면 ‘이익잉여금’이 아니라 ‘결손금’이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해당 의미는 과거 손익계산서상 이익이 아니라 손실이 누적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다음 표는 실제 자주 사용되는 자본의 항목 및 항목별 간략한 설명이다.

자본항목 | 설명 | ||
---|---|---|---|
자본 | 자본금 | 주주의 지분 또는 청구권 | |
자본잉여금 | 증자나 감자활동과 관련된 거래에서 발생한 잉여금 | ||
자본조정 | 주식할인발행차금 | 주식발행가액이 액면가액에 미달한 경우의 그 차액 | |
자기주식 |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주주로부터 취득한 경우의 그 취득가액 | ||
기타포괄손익 누계액 | 매도가능증권평가이익 | 매도가능증권의 기말 평가액과 장부가액의 차액 | |
해외사업환산손익 등 | 해외사업환산손익, 현금흐름위험회피 파생상품 평가손익 등 | ||
이익잉여금 | 이익준비금 | 금전배당의 10%에 해당하는 금액 | |
재무구조개선적립금 |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적립하는 금액 |
이익잉여금에 대한 오해 ; 이익잉여금은 현금이 아니다
주식을 투자하거나 회사의 재무상태가 건전한지를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서 필자가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가 이익잉여금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자주 언급하였지만, 이익잉여금은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이익이 과거로부터 쌓인 ‘누적금액5)’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가 지속적으로 이익이 발생했는지, 아니면 손실이 발생했는지의 역사를 한눈에 보고자 한다면 ‘이익잉여금’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 혹은 ‘결손금6)’이 쌓여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익잉여금이 자산대비 얼마나 쌓여 있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종종 이익잉여금이 현금이라고 오해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돈을 벌었으니 그만큼은 현금으로 쌓여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당기순이익으로 쌓인 이익잉여금이 현금으로 그대로 적립되는 경우도 있지만, ‘재투자’ 등의 목적으로 현금 이외의 자산에 투자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금은 이익잉여금을 통해서만 쌓이는 것이 아니라 차입 등의 자본조달 방식으로도 쌓이기 때문에 이익잉여금이 많다고 현금7)이 많거나 적다고 볼 수 없다. 5) 만약 회사에서 과거에 주주에게 ‘배당’을 한 이력이 있다면 배당금만큼은 이익잉여금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이익잉여금은 회사의 누적 성과 중 주주에게 배당한 내역을 차감한 잔액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6) ‘당기순이익’이 누적되면 ‘이익잉여금’이 되듯이, ‘당기순손실’이 누적되면 ‘결손금’이라고 부른다. 7) 현금의 방향과 손익의 방향은 추후 ‘현금흐름표’에서 상세히 다룰 예정이다. [그림] 삼성전자의 이익잉여금 운영 현황

삼성전자의 2019년 재무상태표를 살펴보면,
① ‘이익잉여금’에 비해 ‘현금및현금성자산’이 너무 적게 잡혀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많은 이익잉여금은 다 어디로 간 걸까? ② ‘이익잉여금’은 그대로 두면 ‘현금및현금성자산’에 쌓인다는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회사는 지속적인 영업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유형 및 무형자산에 투자하기도 하고, ‘재투자’ 등의 목적으로 비영업자산에 투자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익잉여금’은 ‘현금및현금성자산’ 이외에 여러 자산에 투자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익잉여금도 해당 방식으로 바라본다면 왜 ‘이익잉여금’에 비하여 ‘현금및현금성자산’이 적게 쌓여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③ 그 외 한 가지 알아둘 점은 회사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이익을 통해서도 조달될 수도 있지만, 차입 등을 통한 외부조달로도 가능하다. 삼성전자에서 빌린 차입은 현금및현금성자산에 쌓였다가 ②에서 이야기한 여러 자산에 재투자되었다.
자기주식
자기주식이란 회사가 발행하여 유통되고 있는 주식을 회사가 취득하여 보유하고 있는 경우의 주식을 의미한다. 해당 주식은 자산으로 기록하지 않고 자본 차감으로 표시하며, 취득한 자기주식은 의결권도 없고 배당도 지급받지 못한다. 언뜻 보면 자기주식의 구조는 이해가 될 듯하면서도 조금만 깊게 살펴보면 헷갈리기 쉽다. 주식회사의 경우 회사에서 발행한 주식은 전부 주주가 정해져 있으며, 회사 그 자체는 원칙적으로 회사가 발행한 주식8)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1,000주라는 주식을 발행했다고 해보자. 이런 경우 1,000주의 주식에 대한 소유자는 대주주 아무개 XXX주, 아무개 XXX주 등이 존재하지만 A회사 자체는 1,000주에 대한 주주가 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8) 회사에서 자체 발행한 주식을 그 회사에서 소유할 수 없다는 의미이지, 회사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여 주주가 될 수 있다. [그림] 주주 현황에 대한 표현 현황 - 재무제표 및 사업보고서 일반적으로 재무제표상 ‘주석’을 통해 주주현황을 살펴볼 수도 있지만, 사업보고서상 ‘주주에 관한 사항’에서는 더 자세한 항목을 볼 수 있다.
자산으로도 표시되지 않고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나 배당금을 받을 권리도 없는 자기주식을 회사는 왜 매입하려는 걸까? 회사에서는 회사의 주식가격을 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자기주식이 적정주가를 관리할 수 있는 주요 수단 중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의문이 드는 것은 회사가 주가를 관리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이미 발행되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식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회사에게 자금이 유입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에는 주식가격의 변동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사업을 운영하다 보면 자금조달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이 자금조달은 은행 차입을 통해서도 진행할 수 있지만,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을 추가로 발행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때 기업가치로 대변되는 주식가격이 너무 낮거나 변동폭이 크다면 회사에 자금을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망설여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회사는 기업가치로 대변되는 주가를 적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고, 주가 관리를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자기주식을 매입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회사의 순자산이 1,000억원이라고 해보자. 그리고 발행주식이 1,000주라고 한다면 1주당 순자산 가치는 1억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회사에서 큰맘 먹고 자기주식을 500주 매입했다고 한다면 실제 의결권이 있고 배당이 가능한 주식은 500주로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회사의 순자산이 여전히 1,000억원9)이라고 하면 1주당 순자산 가치는 2억원으로 증가하게 되므로, 자기주식 매입은 1주당 주식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따라서 자기주식을 매입한다는 소식은 시장에서는 회사의 주식가치가 늘어난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자기주식을 매입해서 주식의 가치를 올리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자기주식을 매입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 주식을 소각해야 한다. 매입한 자기주식을 다시 시장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9) 실제 자기주식 매입을 통해 현금이라는 자산이 감소하므로 회사의 순자산이 1,000억원으로 그대로 유지되지는 않지만 논의의 편의를 위해 같다고 가정해보자. [그림] 신문기사를 보면 종종 자기주식 매입과 관련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출처 : 아이뉴스24)
자기주식 매입 관련 내역은 재무제표상 주석에도 기재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상법에서는 자기주식 매입을 금지하고 있다. 주식을 매입하고 매도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왜곡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본시장법10)’에서는 주가 안정이나 경영권 방어 목적에 한하여 자기주식 매입을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증권거래법상 주가 안정 등을 위해 매입한 자기주식은 향후 6개월 동안 다시 매각할 수 없다. 그리고 자기주식 매입 및 처분에 대해서는 그 내용을 일일이 공시하도록 하고 있어 재무정보 이용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10) ‘자본시장법’의 정식 명칭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