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칼럼들을 통해 PER, PBR 및 ROE의 활용법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각각의 지표들은 당대의 주식투자 전문가들에게 자주 활용되던 지표였는데, 그중에 PER은 거의 모든 주식투자 전문가들이 가장 애용하는 지표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다른 지표들보다 PER에 대한 연구가 훨씬 더 많았으며, PER과 관련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지표가 개발되었다. 그중의 하나가 ‘EV/EBITDA’인데, ‘EV/EBITDA’ 지표는 당기순이익보다는 현금흐름 관점에서 수익성을 평가하고자 탄생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EV/EBITDA’의 정확한 의미와 그 활용법, 그리고 활용 시 주의사항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EV/EBITDA의 의미
EV/EBITDA는 말 그대로 EV(기업가치)를 EBITDA(영업현금흐름)로 나누어 산출되는데, 그 쓰임새는 PER과 유사하다. 가령 ‘EV/EBITDA = 5’라고 한다면 해당 기업을 인수한 후에 5년간 운영해야 기업을 인수하는 데 들어간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해당 회사가 5년간 운영되어야 주식 매입 금액과 동일한 이익을 산출할 수 있다는 ‘PER = 5’라는 의미와 유사하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EV/EBITDA는 PER과 세부적인 사항에서는 차이가 존재한다. [그림] EV/EBITDA vs. PER 계산 산식
우선 EV/EBITDA 중에 EV는 Enterprise Value, 즉 기업가치를 의미하며, 해당 회사의 시가총액에서 순차입금을 합산하여 계산된다. 기업가치를 계산할 때 시가총액뿐만 아니라 순차입금을 합산하는 이유는 회사를 인수할 때에는 자기자본뿐만 아니라 차입금까지 인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산 중에 현금및현금등가물을 포함한 비영업자산1)은 차입금을 갚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차감한 순차입금이 EV 계산에 활용된다. 따라서 EV는 해당 회사를 시장에서 인수한다고 했을 때 투입되는 자금이라고 하기도 한다. EBITDA란 ‘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즉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및 무형자산상각비를 차감하기 전 이익’을 의미한다. 또한,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는 현금흐름이 동반되지 않는 대표적인 비용으로 알려져 있고, 이자비용과 세금, 즉 법인세비용은 영업이익 이후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비용들이다. 따라서 EBITDA의 의미는 현금흐름이 동반되지 않는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를 제외하고 영업외손익의 대표주자격인 이자비용과 법인세비용을 제외한, 즉 현금흐름 기준으로 정의된 영업이익으로 볼 수 있다. 많은 경제 및 경영 서적에서도 EBITDA에 대한 정의를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2)’라고 소개하고 있다. 결국 EV/EBITDA란 한 회사가 인수한 대금을 1년 동안의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나눈 값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 EV/EBITDA는 현금흐름 관점에서 투자한 주식가치를 몇 년 후에 현금으로 회수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PER은 주식가격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따라서 EV/EBITDA는 ① 주식가격이라는 자기자본보다는 타인자본인 차입금을 고려한 기업가치를 그 대상으로 하였고, ② 당기순이익이 아닌 영업이익에 초점을 맞췄으며 ③ 발생주의에 따른 손익이 아니라 현금흐름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PER과 비교할 때 세부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1) ‘비영업자산’이란 영업활동에 활용되지 않지만, 투자목적으로 구입한 회사 자산을 의미한다. 이러한 비영업자산은 시세차익 등을 목적으로 취득한 것이 대부분이며 처분한다고 해도 영업활동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빠른 매각을 통한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2) 해당 정의는 ‘매일경제용어사전’을 참고하였다.

EBITDA의 탄생 비화
재무적 관점에서 회계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에비따’라는 용어는 꽤 익숙할 것이다. 이처럼 EBITDA는 ‘EV/EBITDA 지표’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활용된다. 특히, M&A 시장에서 인수대가의 적정성을 평가할 때 EBITDA를 통해 몇 년 후에 회사가 투자금액을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치척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EBITDA가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나타낸다고 했는데, 과연 EBITDA가 영업활동과 관련된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최선의 대용치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영업활동과 관련된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로는 현금흐름표상 ‘Operating Cash Flow’, 즉 영업활동현금흐름 그 자체인 OCF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림] 어디에서나 쉽게 회사의 현금흐름 정보를 알 수 있다
EBITDA와 OCF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EBITDA의 탄생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공시되는 재무제표에 현금흐름표가 필수적으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현금흐름표는 재무제표에 해당되지 않았다. 대신에 일정기간 동안 운전자본이 얼마나 증가하고 감소했는지를 알 수 있는 ‘재무상태변동표’가 재무상태표3) 및 손익계산서와 함께 재무제표를 구성하였다. 하지만 경영환경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망하는 기업들이 생겼는데, 특히나 ‘흑자도산’4)하는 기업들도 눈에 띈다는 점에서 문제가 커졌다. ‘흑자도산’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계속기업이라는 가정하에 회계를 기록하는 ‘발생주의’ 때문인데, 기업의 정확한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발생주의’로는 단기간에 발생하는 유동성 이슈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3) 당시에는 재무상태표가 아니라 ‘대차대조표’로 표기하였다. 4) 일반적으로 기업에서는 이익이 발생하면 검은색으로 기록하고 손실이 발생하면 빨간색으로 표기하였다. ‘흑자도산’이란 이익이 발생했는데도, 즉 검은색으로 기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갚아야 할 단기자금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난 경우를 의미한다. 기업의 정확한 성과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망하지 않도록 유동성을 관리하는 것 또한 중요해짐에 따라 현금흐름 정보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탄생한 것이 오늘날의 ‘현금흐름표’이다. 그리고 현금흐름표가 공식적으로 재무제표에 포함되기 전에 영업현금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개발된 지표가 EBITDA라고 볼 수 있다. OCF는 당기순이익에서 현금유출이 없는 비용을 더하고 현금유입이 없는 수익을 차감한다. 그리고 영업자산의 증가는 현금 감소로 인식하고 영업부채의 증가는 현금증가로 인식하는데, EBITDA보다는 훨씬 복잡하지만, 중요한 흐름은 EBITDA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EBITDA vs. OCF 계산 산식 비교
따라서 회계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영업활동과 관련된 현금흐름을 파악하는 용도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면 EBITDA보다 오히려 OCF가 더 정확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EBITDA가 자주 활용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현금흐름표는 대부분 간접법을 기준으로 작성되는데, 간접법에 따른 현금흐름표를 작성5)하거나 그 내용을 제대로 해석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EBITDA는 손익계산서에서 간단한 계산 방식에 의해 산출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모든 회사가 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기 때문에 현금흐름표를 작성할 의무가 없으므로 복잡한 공식에 따라 계산되는 현금흐름표를, 공시의무가 없는 일반 회사에서는 간접법에 따른 현금흐름으로 잘 작성하지 않는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금흐름표가 재무제표에 필수사항이 된 오늘날에도 EBITDA가 더 잘 활용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기업의 수익성지표를 평가할 때 EV/EBITDA를 그대로 활용해도 좋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활용하는 관점에서는 EV/EBITDA 대신 EV/OCF를 활용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일반적인 경우에는 EV/EBITDA의 Trend와 EV/OCF로 산출한 Trend가 유사하게 나타난다. 다만, EBITDA에서 다루지 못하는 영업 관련 현금흐름에 특이한 거래가 발생하면 EV/EBITDA와 EV/OCF의 Trend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5) ‘간접법 현금흐름표’를 읽는 방법이 궁금한 독자는 본지에 필지가 게재한 월간조세 2021년 4월부터 6월까지의 칼럼 ‘현금흐름표 이렇게 읽어보자 1 ~ 3’을 참조해보길 바란다. [그림] EV/EBITDA vs. EV/OCF 비교6)
6) ‘EV/OCF’를 산출하는 곳은 거의 없어서, M 증권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EV/EBITDA 및 OCF 자료를 근간으로 ‘EV/OCF’를 재계산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