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전에 PER을 언급하면서 ‘매년 발생하는 회사의 이익으로 주식에 투자한 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한’이라고 이해해도 좋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주식들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주식이 바로 ‘테슬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21년 6월 기준으로 ‘테슬라’의 PER은 402배였고, 2020년 12월 기준으로는 1,216배1)에 달했다. PER의 개념을 대입해서 ‘테슬라’ 주식을 사게 되면 400년이 넘는 기간, 즉 내 ‘자손의 자손의 자손의’ 시대에 이르러도 투자금액을 회수할 수 없는 가격이라는 이야기된다. 따라서 상식적으로는 아무도 주식거래를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실제 회수불가능할 것만 같은 PER로 계산되는 회사의 주식들이 상당히 많다는 걸 볼 수 있다. 이러한 투자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치주’와 ‘성장주’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이번 칼럼에서는 ‘성장주’의 주식가치를 평가하는 대안으로 PER을 변형한 PEG에 대해서 살펴보고, 그 외에 주식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인 PSR 및 PCR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1) Naver 증권에 제공하는 재무수치를 참고하였으며, 뒤에서 이야기할 Findbox.com에서 제공하는 수치와 일부 차이가 존재한다.
가치주 vs. 성장주
주식가치가 적정한지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PER이 활용되는 이유는 기업의 가치는 순이익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아무리 매출이 많거나 자산 규모가 크더라도 결국 매년 기업이 벌어들이는 순이익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인데, 따라서 주식가격을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PER은 주식가격이 고평가 또는 저평가되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투자지표로 자주 활용되고 있다. 다만, PER을 활용할 때 유의할 점은 한 해의 PER이 아니라 다년간 PER의 추세를 가지고 주식가치의 적정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순이익이 발생하는 이유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외부변수인 산업현황 및 경제현황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해 동안 지속적인 순이익이 유지되어야 그 회사의 순이익이 외부변수가 아니라 내재가치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투자했거나 투자할 주식이 성장 중인 회사라면, 이런 회사의 가치를 PER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성장 중인 회사의 순이익은 높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데도 주식가격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PER이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되어 있다. 성장 중인 회사의 주식가격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치의 비중이 많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인데, 따라서 현재의 순이익은 낮지만 미래에 순이익은 계속 성장할 거라는 기대감에 주식가격이 다른 주식들보다 높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령, 현재 주식가격이 10,000원인 회사의 주당순이익인 EPS가 1,000원이라고 해보자. 그리고 일반적으로 적정 PER이 4배라고 한다면, 현재 PER은 10배이기 때문에 상당히 ‘고평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성장성이 높아 매년 EPS가 50%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주식가격이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매년 PER은 x1년에 10배에서, x2년에는 6배, x3년에는 4배로 줄어들게 된다. 즉, 현재의 주식가격은 2년 후에 증가할 성장률을 감안하여 형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 성장성에 따른 PER의 향후 변화
이처럼 PER은 회사 순이익의 변동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가치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성장주’를 평가하는 데에는 일정부분 한계가 존재한다. 즉, PER이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주식가치가 고평가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이에 저명한 투자전문가인 ‘피터린치’는 ‘성장주’에 대해서는 PER이 아니라, 성장성을 반영하여 수정된 PER 즉, Price-Earning to Growth Rate라는 PEG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PEG에 성장성을 포함한다고?!
PEG는 PER을 주당순이익인 EPS의 증가율로 나누어 계산한다. 즉, PER이 10배이고 EPS 증가율이 매년 50% 성장한다고 하면 PEG는 0.2가 된다. PEG가 낮다2)는 의미는 기업의 순이익 성장률이 높은데도 저평가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PER이 높더라도 PEG가 낮은 기업은 향후 성장성이 기대되기 때문에 현재 주식가격이 저평가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낮은 PEG를 통해서 PER이 상당히 높은 기업도 주식거래가 성사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2) 피터 린치는 통상적으로 PEG가 0.5배 미만이면 주식이 저평가되어 있고, 1.5배를 넘어서면 주식이 고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림] PEG의 계산 공식 및 Tesla와 Apple사의 PER & PEG 비교3)
3) Findbox.com에서 제공하는 PEG를 참고하였다. 또한, Apple의 회계기간 종료일은 매년 9월 마지막 째 주이다. 2020년 기준 Tesla의 PER은 1,255배로 Apple의 PER의 34배와는 큰 차이가 있다. Apple의 34배인 PER도 낮은 수치가 아니지만, Tesla의 1,255배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EPS Growth Rate를 추가하여 계산한 PEG Ratio는 Tesla와 Apple이 각각 8.1배와 2.9배로 차이는 여전히 크지만 PER에 비해서는 비교가능한 수치4)라고 여겨진다. 4) 다만, PEG 또한 높기 때문에 Tesla 주식에 대한 적정성 여부는 다양한 고민이 여전히 필요하다.

PEG 활용 시 주의사항
PEG는 PER이 높은 기업일지라도 성장성이 여전히 높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즉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내는 데 유용하다. 다만, PEG를 활용할 때에도 주의사항이 존재하는데, 그 첫 번째는 PER과 마찬가지로 한 해의 순이익과 성장률이 아니라 다년간의 수익성과 성장률을 기준으로 저평가 주식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기업의 성장률을 경제 전반의 성장률과 비교하여 내재가치에 의한 성장인지 아닌지를 구별해야 하기 때문이다.두 번째로는 PEG가 낮은 이유가 PER이 낮기 때문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회사들은 성장률이 낮기 마련인데, 불확실성과 위험 때문에 주식가격 자체가 낮게 형성되어 PER뿐만 아니라 PEG가 전부 낮게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PEG의 활용은 대개 현재 PER이 높지만 순이익의 성장률이 더 높기 때문에, 즉 성장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PER 및 성장률이 낮은 회사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PSR 및 PCR은 또 뭘까?
주식가격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또 다른 지표로 PSR이 사용되기도 한다. PSR은 ‘Price Sales Ratio’로 주식가격을 주당 매출액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PSR 지표를 사용하는 이유는 PER에 비해서 비교적 변동성이 작기 때문이다. PER에 사용되는 당기순이익은 영업외수익과 영업외비용이 포함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영업외수익과 영업외비용이 크게 발생하여 순이익의 변동폭이 커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반면에 매출액은 그 당기순이익에 비해 변동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주식가격의 적정성을 평가함에 있어 안정성이 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PSR이 낮다면 매출액 대비 주식가격이 저평가되어 있다는 걸 의미한다. 다만, PSR을 사용하는 전제 조건은 바로 이익률이 정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하지만 동종업종일지라도 경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이익률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해당 가정을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PSR은 독립적으로 활용되기보다는 PER의 보조지표 위주로 활용된다. PCR도 PER의 보조지표로, 자주 활용되는 지표 중 하나이다. PCR은 ‘Price Cash-flow Ratio’로 주가대비현금흐름비율을 의미한다. 여기서 Cash-flow는 정확히 이야기하면 영업활동현금흐름인 Operating Cash Flow5)가 활용된다. PER이나 PSR 등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를 활용하는 투자지표는 발생주의에 기반을 두지만, PCR은 주식가격을 영업활동현금흐름이라는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5) 경우에 따라서는 OCF가 아닌 FCF를 현금흐름으로 활용하기도 하는데, FCF란 Free Cash-Flow로 ‘잉여현금흐름’이라고도 한다. 또한, FCF는 OCF에 유무형자산을 구입할 때 지출되는 자본적 지출을 제외하여 산출한다. [그림] LG전자의 PER vs. PCR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회사의 당기순이익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유사한 규모로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① 영업외손익이 급변하거나 ② 발생주의와 현금주의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다면 당기순이익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다른 규모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주요 재무지표’를 마무리하며
예상한 것보다 주요 재무지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한 것 같다. 애초에 주요 재무지표를 소개한 이유 중에 하나는 생각보다 재무제표를 활용하는 것이 멀리 않다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서였다. 복잡하고 불친절한 사업보고서나 감사보고서를 보지 않더라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손쉽게 재무제표를 활용하고 해석할 수 있음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다만, 필자의 칼럼을 주의 깊게 읽어보았다면, 주요 재무지표는 회사의 현황 또는 주식의 현황에 대해서 단편적인 지식만을 제공하고 있다는 단점 또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요 재무지표를 소개하면서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절대반지’는 없으며, 다양한 재무지표를 조합하여 회사의 현황과 미래를 읽을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속내였다. 또한, 재무지표에 관심이 더해질수록 보다 근본적이고 상세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보고서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는 독자들을 꽤 많이 보았다. 다음 칼럼에서는 생각보다 불친절하고 복잡하지만, ‘재무제표부터 읽고 봅시다’의 대단원인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읽는 방법에 하나하나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