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새해가 밝았다. 많은 분들이 신년 계획도 세워보고 새로운 마음가짐도 가져보겠지만, 재무부서 직원들은 한 해 농사를 수확해야 하는 시간이라 손은 바쁘고 마음이 무거울 수도 있겠다. 바로 감사시즌이 다가왔기 때문이며,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연결결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결결산에 대한 막막함 때문에 많은 분들이 연결회계와 관련된 책들을 살펴볼 텐데, 다행히 연결회계에 대한 이론을 잘 설명한 책은 여기저기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연결결산을 진행할 때 실무적으로 부딪히는 다양한 고민들과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내용들을 언급하는 책들은 생각보다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관점에서 연결결산 진행 시에 - 지엽적일 수도 있지만 - 실무적으로 문제가 되는 다양한 고민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것 또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2022년을 맞이하여 연결회계에 대한 실무적인 고민을 함께 나누어보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시간을 몇 차례의 칼럼을 통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연결결산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보자.
연결결산시스템을 도입하면 연결결산이 잘 될까?
회계와 관련된 강의나 컨설팅을 하다 보면 – 특히 연결회계에 대한 강의를 하다 보면 - 자주 듣는 질문 중에 하나가 연결결산 시스템을 언제 도입하면 좋은지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경영진들과도 다양한 논의를 하다 보면 연결재무정보1)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컨설팅을 진행하던 회사에서 CFO가 새로 부임하게 되었는데, 부임하자마자 재무부서 인원들에게 ‘연결결산시스템’ 도입을 가장 먼저 하자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하였다. 실무에서 컨설팅을 하면서 느끼는 이러한 사례들은 K-IFRS가 도입된 이후 연결재무정보에 대한 임직원의 관심이 부쩍 커지고 연결재무정보가 회사 내에서 주요 재무정보로 정착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많은 기업들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기 위해 예산이 허락한다면 연결결산시스템을 도입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연결결산시스템을 도입만 한다면 연결결산에 대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일까? 연결결산시스템에 따라 결산을 하면 연결결산이 될 테니 말이다. 그 대답을 알기 위해서는 연결결산시스템을 도입한 회사의 도입 후 현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연결결산시스템을 도입한 많은 회사들이 2 ~ 3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연결결산 고도화’라는 명목으로 연결결산시스템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연결결산 고도화’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그 실질을 살펴보면 ‘연결결산 정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연결결산시스템을 도입한 회사들이 소위 ‘정상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아무런 준비 없이 구축한 연결결산시스템은 결국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1) 실제 영업 출신 대표이사와 식사 자리였는데, 회사의 매출을 이야기하면서 ‘연결 매출’이 얼마라고 언급을 하기에 넌지시 ‘연결 매출’의 의미를 물어봤더니 정확한 개념을 이야기해서 놀랐던 경험이 있다.
연결결산시스템이 잘 작동되지 않는 이유
연결결산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 또한 쉽지는 않았을 텐데, 힘들게 도입한 연결결산시스템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연결결산시스템만 따라 하면 연결결산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라는 오해에 있다. 언젠가 연결결산시스템 구축을 위한 제안 현장에 따라간 적이 있다. 이때 회사 재무임원 중 한 분이 자신들은 아무것도 모르니 알아서 연결재무정보가 산출되는 시스템을 구축해달라는 요구를 들은 적이 있다. (당연히 무리한 요구다!) 당시 업무를 제안하던 컨설턴트는 시스템에는 무언가를 넣어야 무언가가 나온다며 연결결산시스템 도입에 대한 회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대답을 했었다. 연결결산시스템 또한 다른 결산시스템과 유사한데, 연결결산을 잘 모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연결결산을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여타의 결산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 참여한 분들이면 알겠지만, 결산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소위 ‘커스터마이징’이라고 하는 회사만의 특징을 반영하는 절차가 있다. 이는 회사가 원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따라 결산시스템이 구축된다는 의미이다. 연결결산시스템 또한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정해야 하는 ‘커스터마이징’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정확한 회사의 방향이 설정되지 않는다면 구축된 연결결산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리는 만무하다.연결결산시스템 그 자체로는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두 번째 이유로 들 수 있다. 연결결산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연결회계가 어렵다는 데에 그 이유가 있는데, 연결회계가 속한 영역이 재무회계에서도 ‘고급회계’로 분류된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나 연결회계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투자자본 상계’인데, 투자-자본의 유형이 다양하고 자주 접할 수 없는 거래이기 때문에 연결회계를 강의하는 필자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 외에도 평소에는 겪어보지 못한 연결회계에 필요한 거래는 다양하며, 이러한 거래는 수시로 발생하고 소멸한다. 시중에 다양한 연결결산시스템이 있지만, 이러한 연결회계와 관련된 거래를 전부 포괄할 수 있는 연결결산시스템을 필자는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일부 거래는 수기로 연결결산을 수행해야 할 때도 있으며, 구축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연결거래를 반영하기 위해 연결결산시스템을 수정해야 할 때도 있다. 즉, 연결결산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는다면 정확한 연결재무정보를 산출하기는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연결회계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이 연결결산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생각보다 위험하다. 일반적으로 시스템에 의한 연결결산 절차는 연결결산시스템에서 설계된 과정에 따라 재무정보를 입력하고 시스템에서 산출된 연결결산정보를 기준으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다. 연결재무제표 작성으로 모든 업무가 끝난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작성된 연결재무정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작년 대비 연결매출이 왜 줄었는지, 연결기준 재고자산은 왜 증가했는지 및 개별당기순이익의 합과 연결당기순이익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 이러한 분석결과를 임원이나 외부 이해관계자가 궁금해 할 텐데 이때마다 연결결산시스템에서 계산된 결과이기 때문에 담당자는 모른다고 대답을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연결결산시스템이 완벽하지도 않다. 담당자라면 시스템에서 산출된 연결재무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해야 하는데, 연결회계 자체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이 또한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연결결산시스템에서 연결결산을 수행하는 각 단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며, 연결재무정보가 제대로 산출되었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연결결산시스템, 도입해도 좋을까?
연결회계가 어려워서 시스템의 도움을 받고자 연결결산시스템을 도입하는 건데, 연결회계를 잘 안다면 연결결산시스템을 도입할 이유가 있는 걸까? 이를 위해서는 연결결산시스템 도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감사보고서상 삼성전자의 연결대상 종속회사는 243개 사이며, ㈜두산은 133개 사이다. 연결대상 종속회사가 많은 경우에는 연결결산을 수행하기 위해 종속회사의 재무정보를 취합하는 것만도 쉽지 않다. 이처럼 연결결산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대량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취합 및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100여 개가 넘는 종속회사의 재무정보를 엑셀 등으로 하나하나 취합 및 관리한다면 그 어려움은 상상할 수도 없다. 또한, 종속회사의 재무정보가 한 번에 취합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수정에 수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종속회사의 재무정보에 대한 버전 관리도 필요하다. 연결결산시스템은 이러한 과정을 보다 쉽게 해결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로는 연결결산 과정과 결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된다는 장점이 있다. 엑셀 등으로 진행된 연결결산 자료를 보면 ‘xxx_최종.XLS’, ‘xxx_최최종.XLS’, ‘xxx_정말 최종.XLS’ 및 ‘xxx_이제 정말 마지막.XLS’ 등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연결결산은 연결담당자만 잘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연결결산이 완료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연결결산 결과가 수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오류 등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시스템을 도움을 받는다면 휴먼에러 등을 방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회사에서 도입한 연결결산시스템은 회사의 프로세스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되어 있기 때문에 연결결산을 잘 모르는 초보자가 접근하기에 용이하다. 시스템에 내재되어 있는 연결결산과정을 매뉴얼에 따라 진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결결산을 해야 하지만, 연결회계에 익숙하지 않은 담당자에게는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연결회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연결결산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처럼 연결결산시스템은 대량의 데이터와 복잡한 상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연결회계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하다면 연결결산시스템의 활용은 다양한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연결결산시스템에 의존만 한다면 정작 연결결산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필자의 경우, 회사에서 연결결산시스템 도입에 대한 조언을 요구한다면 우선 종속회사의 수를 물어본다. 만약 종속회사의 수가 10개 미만이라면, 먼저 엑셀 등을 통해 연결결산을 수행하기를 권고한다. 연결회계에 대한 이해 없이 엑셀 등으로 연결결산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연결결산에 대한 이해가 쌓이게 되면 그때 업무 효율성을 위해 연결결산시스템 도입을 권한다. 그리고 만약 종속회사가 너무 많거나 이미 회사에서 도입된 연결결산시스템을 운용해야 하는 담당자라면 연결결산시스템에만 너무 의존하지 말고 연결회계를 이해할 수 있게 이론적으로도 무장하도록 별도 학습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