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연결결산이 어려운 이유를 듣다 보면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우선, 연결회계 자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연결결산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유형과 실제 연결회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연결결산 절차상 챙겨야 할 부분이 많아 어렵다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그리고 연결결산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 - 특히 어려운 부분은 아무래도 연결결산은 지배회사인 본사에서 혼자 진행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종속회사들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 정작 연결결산이 잘 되려면 종속회사 담당자들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이러한 경험하에 프로젝트를 통해서 연결결산체계를 도입하거나 고도화하려는 회사 임원진이나 담당자에게 ‘연결결산의 핵심은 종속회사의 개별결산에 달려있다’라고 이야기를 할라치면 연결결산을 처음 접해본 분들이나 연결결산 초보자들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며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공적인 연결결산 운영을 위해서는 개별결산의 완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 이유를 차근차근 살펴보자.
연결결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듣게 되는 요구사항들
연결결산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의뢰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처음으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 회사도 있지만, 엑셀로만 진행하던 연결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연결결산시스템 도입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기존에 구축했던 연결결산시스템을 정상화하고자 하거나 개선하려는 이유도 포함된다. 그런데 막상 연결결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면 하나같이 공통적인 요구 사항을 듣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처음 미팅에서 연결결산을 포함한 마감일정을 줄이는 게 목표1) 라고 이야기한다. 실제 본사의 개별결산 일정조차도 현시점에서 목표로 하는 연결결산을 포함한 마감일정을 지키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그림] A사의 개별 및 연결결산 현황1)
1) 우리나라에서 ‘결산일정 단축’이라는 요구는 회계 관련 컨설팅에서는 빠질 수 없는 주제 중의 하나이다. 소위 MNC(Multi-National Company)라고 불리는 다국적기업과의 회계 컨설팅에서도 관련 주제가 언급되기는 하지만, 필자의 경험상 우리나라만큼 해당 주제를 중요하게 하는 회사들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 10여년 전에 A회사에서 Excel을 통해 진행하던 연결결산을 시스템화하자는 요구사항이 있어 컨설팅을 한 적이 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임원진의 요구사항을 들어봤더니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부분이 연결결산 일정을 ‘D + 5일’까지 맞춰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본사 및 자회사의 개별결산 일정이 ‘D + 7일’이었으며, 연결결산은 ‘D + 5일’부터 시작하여 ‘D + 11일’까지 연결결산결과를 보고하는 것이었다. 이것 또한 회사의 목표였으며, 실제 일정은 더 늦어지는 게 일상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연결결산 일정을 ‘D + 5일’이 되어야 한다고 힘 있게 주장하는 임원진 옆에 재무담당자들의 얼굴이 굳어져가는 걸 지켜봤던 기억이 난다. 연결결산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연결결산 자체를 빠르게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회사의 개별결산 일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단축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개별결산 일정이 확정되어야 연결결산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며, 연결결산 수행 그 자체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연결결산 절차를 잘 생각해보면 지배회사 및 종속회사의 재무정보를 취합하고 내부거래 대사가 완료된다면 주어진 자료를 가지고 본연의 연결결산을 수행하면 되는데 - 해당 절차는 연결결산 자체의 이슈보다는 개별재무정보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그 차이를 확인하는 데 -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림] A사의 개별 및 연결결산 To-be2)
2) 어떻게 보면 연결결산 일정 단축을 개별결산 이슈로 이전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제 연결결산 일정 단축은 경험상 연결결산의 문제보다는 개별결산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회사의 연결결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경영진들과 최종적으로 연결결산 일정을 ‘D + 7일’로 단축하는 것을 실현 가능한 목표로 삼자고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그 전제로는 연결결산시스템 구축을 통해 3일 내 연결결산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개별결산 자체가 ‘D + 4일’까지 완성되어야 하며 이는 중장기 과제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었다.비슷한 시기에 연결결산 프로젝트를 의뢰했던 B회사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A회사와는 다르게 기존에 연결결산시스템을 구축하여 잘 활용하고 있었는데, 회사의 사업구조가 변경되면서 연결결산 절차를 재정립하는 게 주요 목적이었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 만났던 경영진의 요구사항은 A회사와 마찬가지로 연결결산 일정 단축이었다. 문제는 A회사와 다르게 B회사는 이미 연결결산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프로젝트에 투입된 지 2주에 걸쳐 현황을 살펴보니 연결결산 절차 그 자체에는 더 이상 개선할 효율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에 프로젝트 팀원들과 지난 2년간 연결결산이 진행되던 과정과 결과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그동안 경영진이 우려하던 연결결산이 지연되었던 이유는 대부분이 연결대상 종속회사에서 재무정보를 늦게 제출하거나 제출된 재무정보에 오류가 있어 다시 제출하는 과정에서 연결결산 일정이 지연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개별재무정보를 늦게 제출하는 회사가 대부분 정해져 있었으며, 오류가 발생하는 개별재무정보를 제공하는 회사 또한 항상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정리한 뒤에 경영진과 논의 끝에 ‘연결결산 고도화 프로젝트’는 ‘개별결산 개선 프로젝트’로 그 명칭을 변경하였다. 그리고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60여 개가 넘는 종속회사의 현황을 일일이 분석하고 개별결산 일정이 지연되는 이유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로 전환되었다. 연결결산 일정 단축을 위해서는 개별결산 일정 단축 및 정확한 개별재무 정보가 그만큼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림] B사의 법인별 개별결산 현황 분석 보고서 예시



연결결산이 잘 진행되기 위한 전제조건
연결회계 자체가 어렵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연결결산이 잘 진행되기 위해서는 지배회사 및 종속회사의 개별결산이 잘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결결산의 어느 절차보다도 개별결산이 중요하다. 만약에 개별결산 정보가 부정확하다면 어떨까? 가령, 100개의 종속회사가 있는 그룹사에서 연결결산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99번째 종속회사가 개별결산 정보가 틀렸다며 손을 든다면 어떨까? 이런 경우에는 연결결산 담당자가 아무리 연결결산을 잘 진행했다고 할지라도 수정된 99번째 종속회사의 개별결산 정보를 반영하여 연결결산을 재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99번째 종속회사가 수정한 개별결산 정보가 지배회사 또는 종속회사 간의 내부거래3)에 해당된다면 99번째 종속회사뿐만 아니라 내부거래가 연관된 회사 또한 개별결산 정보가 수정되어야 한다. 어찌되었든 개별결산 정보가 수정된다면 그 효과는 연결결산 절차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따라서 연결결산이 잘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지배회사 및 종속회사의 개별결산 정보의 정확성이다. 이를 위해 연결결산 담당자는 연결결산을 수행하기 전에 개별결산 정보와 관련된 다양한 Check point를 지배회사 및 종속회사의 개별결산 담당자에게 공유할 필요도 있다. 3) 개별결산 중에 가장 중요한 정보 중에 하나가 ‘내부거래’인데,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추후에 별도 칼럼에서 자세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두 번째로 연결결산을 수행하기 위해서 제공받는 개별결산 정보의 형식은 통일되어야 한다. 연결회계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지배회사와 종속회사의 회계기준 또한 통일되어야 하지만, 그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기준정보 또한 통일되어야 한다. 결산을 위해 사용하는 계정과목의 종류와 구분 방식은 회사마다 다양하다. 만약 개별결산 정보를 통일해서 받지 않는다면 연결담당자는 종속회사로부터 받은 개별결산 정보를 연결결산에 맞도록 재조정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해석이 안 되는 정보나 연결결산을 위해 보완해야 할 정보가 발생한다면 그 만큼 연결결산 과정은 지연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연결결산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연결결산 담당자들이 종속회사의 개별결산 담당자에게 ‘연결 Package’라는 이름으로 연결결산 형식에 맞는 다양한 개별재무 정보를 통일해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연결 Package’4)를 얼마나 잘 구성하느냐에 따라 연결결산 과정의 어려움이 덜해지느냐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4) ‘연결 Package’라고 명명하니 뭔가 대단한 양식일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말 그대로 연결결산을 하기 위해 연결결산 담당자가 받아야 할 정보를 표준화한 양식일 뿐이다. 따라서 연결 Package 작성에 대해서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마지막으로 빠르고 정확한 연결결산을 위해서는 개별결산에 대한 일정관리가 중요하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아무리 연결결산을 빠르고 정확하게 한다고 해도 나중에 개별결산 정보가 틀어진다면 연결결산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B회사의 사례에서 이야기했듯이 개별결산 정보를 늦게 제공하는 회사는 대부분 정해져 있으며, 개별결산 정보에 오류가 있는 회사 또한 항상 동일한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연결결산을 잘 진행하기 위해서는 종속회사 하나하나가 제대로 연결결산에 맞는 개별결산 정보를 제시간에, 그리고 제대로 제출하고 있는지를 잘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B회사 또한 그러한 관점에서 접근하여 연결결산절차를 개선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연결결산이 어려운 이유는 말 그대로 ‘연결회계’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연결회계를 이론적으로 충분히 숙지한 사람이라도 실무적으로 연결결산을 수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데 그 이유는 바로 종속회사의 개별결산 정보가 잘 관리되지 않은 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별결산 정보가 제때에 정확하게 연결결산 담당자에게 전달이 된다면 그 다음의 몫은 오로지 연결결산 담당자의 것이다. 만약 중간에 연결결산에 실수가 있다면 그 부분만 고치면 된다. 개별결산 정보가 틀린 것과는 그 영향에 차이가 있다는 의미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연결결산이 전체적으로 잘 운영되기 위해 간과하기 쉬운 개별결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하였다. 다음 칼럼에서는 공시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것만으로도 벅찬 연결재무정보가 실제 회사의 의사결정에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논의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2021년 연결결산이 무사히 잘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