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결결산 대상이 확정되면 지배회사와 종속회사의 재무제표를 합산하면서 실질적인 연결결산이 시작된다. 언뜻 보면 재무제표를 합치는 것이 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종속회사의 재무제표를 그대로 합치기만 하면 부족하다는 함정이 숨어 있다. 연결회계의 본질이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를 하나의 회사 – 연결 개념으로 이야기하면 ‘연결 실체’ – 로 보기 때문에 지배회사와 종속회사 간에 재무제표를 표기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면 그 차이를 표준화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표준화 절차의 대표적인 예는 ‘회계정책의 통일’인데, 이에 대해서는 필자를 포함하여 많은 연결회계 전문서적에서도 다루었기 때문에 별도로 이야기하는 것을 생략한다. 하지만, 실무적인 관점에서 계정과목의 통일 또한 생각보다 중요한 표준화 절차 중에 하나인데, 이에 대해서는 타 서적 등에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기에 이번 호에서는 해당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계정과목을 그대로 쓸 수 없다고?
지배회사와 종속회사의 재무제표를 합산하다 보면 생각보다 계정과목의 분류 체계가 많이 달라 그대로 합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나 다양한 비용을 열거해놓는 포괄손익계산서상 판매비와관리비를 합치려고 하면 그 차이가 극명하다. [그림] 회사마다 다른 계정과목 분류
회사마다 계정과목의 분류 체계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이유는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준이 되는 회계기준1)에서 대부분의 계정과목 – 특히 수익과 비용과 관련된 계정과목 – 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발생 가능한 모든 거래에 대해 계정과목을 일일이 규정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포함되어 있는데, 회계에서는 이와 더불어 중요성 기준에 따라 중요하지 않은 계정과목에 대해서는 통합하여 공시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회사는 회계기준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세부 계정과목에 대해서는 회사의 재무현황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계정과목을 선택하여 표기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을 연결회계 입장에서 바라보면, 지배회사 또는 종속회사에서 개별적으로는 중요하게 표시된 계정과목들이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를 하나의 연결실체 기준으로는 그 중요성이 재산정되어 연결재무제표상 계정과목 또한 재분류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1) K-IFRS뿐만 아니라 K-GAAP도 포함된다. [그림] 동일 연결그룹 내 연결 및 개별재무제표의 계정과목 표시 예시


업종이 다른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중요성 기준 이외에도 현실적으로 지배회사와 종속회사의 개별재무제표를 연결기준으로는 재분류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지배회사와 종속회사의 업종이 다른 경우이다. 지배회사가 종속회사를 지배하는 이유는 다양하기 때문에 동일업종의 종속회사에 대해서만 지배력을 취득하지는 않는다. 가령,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는 지배회사가 해외 판매채널을 넓히기 위해 지배회사가 생산한 제품을 해외 판매회사에 판매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지배회사는 제품을 직접 제조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매출의 상세 계정은 ‘제품 매출’로 표기된다. 하지만 종속회사의 경우에는 지배회사에서 생산된 완제품을 수입하여 판매하기 때문에 매출의 상세 계정은 ‘상품 매출’이 된다. 일반적으로 원재료 또는 반제품 등을 구입하여 생산 및 판매하는 경우에는 그 정의는 ‘제품 매출’이 되지만, 완성된 제품을 그대로 구입하여 판매하는 경우에는 ‘상품 매출’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림] 판매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매출의 상세 계정과목
그렇다면, 제품을 실제 제조하는 지배회사와 완성된 제품을 판매하는 종속회사를 하나의 실체로 생각하는 연결실체 입장에서는 어떻게 표현될까? 해당 사례의 경우 연결실체 입장에서는 ‘제품 매출’로 표기하는 것이 적정하다. 원재료를 구입하여 제품 생산 및 판매까지 연결실체라는 한 회사가 진행하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연결실체 내에서는 지배회사 및 종속회사에서 다양한 판매유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연결재무제표상에서는 ‘제품 매출’ 및 ‘상품 매출’을 구분하여 표시하지 않고 ‘매출액’으로 통합하여 표기되고 있다. 이외에도 매출 등의 거래를 ‘국내 매출’ 및 ‘해외 매출’로 구분하여 표기하는 경우도 재분류가 필요할지 검토가 필요하다. 각각의 회사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매출을 국내와 해외 또는 수출로 구분하여 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배회사와 종속회사 간에 소재지가 다른 경우에 국내 매출과 해외 매출의 구분 기준 또한 애매하기 때문이다. 즉, 연결실체를 기준으로는 국내와 해외의 구분 기준이 모호해진다. 예전에는 이러한 모호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지배회사의 소재지를 기준으로 국내와 해외를 구분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요즈음에는 단순히 ‘매출액’으로 통합 표시하고 주석에 표시하는 상세 매출 내역을 ‘한국’, ‘아시아’, ‘유럽’ 등의 고유한 지역이름으로 구분 표시하는 것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이렇게 유사 업종이라도 연결실체로 그 실질이 바뀌게 되면 계정과목을 재분류해야 하기도 하지만, 지배회사와 종속회사 간에 상이한 업종을 영위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에는 연결실체 입장에서 주요 영업활동이 어떤 활동인지를 판단하여 주요 업종 위주로 계정과목을 재분류해야 한다. [그림] 업종이 상이한 경우 연결재무제표 작성 예시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을 포함하여 다양한 업종을 포함하는 지배회사에 포함되는 지주회사이다. 우리금융지주의 종속회사 중 하나인 ‘우리에프아이에스’는 시스템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에프아이에스’는 개별재무제표를 작성할 때에는 손익계산서상 매출액 및 매출원가를 별도로 표시하는 것이 회사의 재무정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할 때에는 ‘우리에프아이에스’의 재무현황은 연결실체 입장에서는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금융업 기준으로 재무정보가 재분류되어 표시되어야 한다. 이처럼 연결결산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배회사와 종속회사의 재무정보를 합친다는 의미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지배회사와 종속회사를 하나의 실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어떤 부분이 변화되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어떻게 보면 단순해 보여 쉽게 간과할 수 있는 ‘개별재무제표 합산’ 과정에서 자주 놓치는 연결실체를 고려한 계정과목 재분류에 대한 내용을 상세하게 다루어 보았다. 모쪼록 이번 주제를 통해서 연결결산을 보다 더 잘 이해하고 운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