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회계를 충분히 숙지한 사람이라도 관리회계를 공부하다 보면 그 개념이 생소한 경우가 많다. 그 중에 특히 ‘원가’라는 개념에 대한 혼선이 많은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원가’라 그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원가’라는 개념을 상세히 이야기하겠지만, 결국 ‘원가’는 기업활동을 위해 투입된 모든 가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자산이나 비용 등 현금 지출이 수반되는 모든 가치는 ‘원가’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밑지고 판다’는 거짓말!?
소위 ‘장사하는 사람이 밑지고 판다’라는 말은 ‘노처녀가 시집 안 간다’는 말, 그리고 ‘어르신이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말과 더불어 3대 거짓말이라고 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손해’가 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밑지고 판다’라는 말은 회계적으로 해석하면 ‘원가 이하’로 판다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밑진다’, 즉 ‘원가이하’라는 말이 사람이 처한 입장에 따라 다 다르다는 사실이다. 한때 한 대형마트에서 ‘통큰치킨’이라는 이름으로 치킨을 5천원에 판매한 적이 있었다. 당시 프랜차이즈 업체의 프라이드 치킨가격이 1만 6천원 정도 하던 시기였으니 그 인기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편 일부 소비자들은 그동안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폭리를 취한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제기하였고,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는 대형마트에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며 판매한다고 주장하며 치킨원가를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제시한 치킨의 원가 내역은 일반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내역과는 차이가 많았다. 치킨의 원가라고 하면 닭고기, 기름, 빵가루 등으로만 이루어졌을 거라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프랜차이즈 업체는 임차료, 감가상각비 등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비용들도 모두 포함시켜 원가 내역이라고 공개한 것이다. [그림] 2010년 기준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의 원가 내역1)
1) ‘[10년 전 오늘] 롯데마트 통큰치킨이 쏘아 올린 치킨원가논쟁’, 프라임경제, 2020.10.16.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면 당시 닭고기의 시세는 약 2천원이었는데,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납품받는 닭고기의 가격은 시세보다 높았다. 그 이유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마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소비자가 생각하는 원가의 범위와 판매자가 생각하는 원가의 범위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먼저 원가의 정의부터 확인해보자.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원가’란 수익을 발생시키기 위해 투입된 가치라고 정의된다. 즉, 영업을 위해 지출한 내역은 전부 원가로 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제시한 내역 등이 전부 ‘원가’에 포함된다는 사실에 반론을 제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사전적 정의에 따른 원가의 의미는 너무 포괄적이기 때문에 회계에서는 원가를 다양하게 세분화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제품을 생산하여야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원가를 ‘제조원가’라고 부른다. 프라이드치킨을 만들기 위해 구입한 닭고기, 기름, 빵가루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원가라고 하면 ‘제조원가’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제조원가’가 원가의 전부라는 소비자의 생각이 틀렸다고 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물건을 만들기만 한다고 장사가 되지는 않는다.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가게를 빌려야 하고 예쁘게 꾸밀 필요도 있으며, 판매와 관리를 위해 종업원2)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제품 생산과는 관련이 없지만 장사를 하기 위해, 즉 판매관리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지출한 원가는 ‘판매관리원가3)’라고 부른다. 그리고 ‘제조원가’와 ‘판매관리원가’를 합쳐서 ‘총원가’라고 한다. 2) 물건을 만들기 위해 고용한 종업원의 급여는 ‘제조원가’에 포함되며, 판매와 관리를 하기 위해 고용한 종업원의 급여는 ‘판매원가’에 포함된다. 3) ‘판매관리원가’는 실무에서는 ‘판매비와관리비’ 또는 ‘판매관리비’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그림] 원가의 분류
원가의 세분화된 정의에 비추어보면 소비자가 생각하는 원가는 ‘제조원가’, 판매자가 생각하는 원가는 ‘총원가’이다. 따라서 ‘밑지고 판다’라는 말에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는 온도 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밑지고 판다’라는 말에 소비자는 ‘제조원가’ 밑으로 판다고 생각할 테지만, 판매자는 ‘판매원가’를 포함한 ‘총원가’를 기준으로 밑지고 판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제조원가’도 중요하지만, ‘총원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품 생산과는 관련이 없어도 들어간 모든 지출은 관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원가가 비용이라는 오해
‘원가’와 관련하여 한 가지 더 알아둘 점은 ‘원가’와 ‘비용’은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실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원가’라는 개념은 ‘비용’에 훨씬 더 가까운데, 그 이유를 사전적인 정의에서부터 살펴보자. 사전적으로 ‘비용’은 수익이 발생되면서 소멸되는 가치라고 정의된다. 앞서 ‘원가’란 수익을 발생시키기 위해 투입된 가치라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 즉, 수익을 발생시키기 위해 투입되면 전부 원가에 해당되지만, 이 중에 소멸되는 원가에 한해서 ‘비용’으로 기록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소멸되지 않은 ‘원가’는 ‘자산’으로 기록된다. 앞서 프라이드치킨을 판매하기 위해 구입한 닭고기나 기름 등은 원가에 해당되나,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다. 프라이드치킨4)을 만들기 위해 소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닭고기나 기름 등은 주문이 들어와서 프라이드치킨을 만들어 판매된 때 비용으로 기록된다. 그리고 제품이 판매되어 소멸되는 비용을 회계에서는 ‘매출원가’5)로 기록한다. 따라서 앞서 이야기한 제조원가를 조금 더 상세하게 세분해보면 제품을 만들기 위해 투입된 원가는 ‘재고자산’이라는 자산으로 기록되었다가 판매를 통해 소비되었을 때 ‘매출원가’로 기록된다. 앞서 소비자가 생각하는 치킨 원가는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제조원가’라기보다는 ‘매출원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4) 프라이드치킨을 미리 만들어 둔 경우에도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기록된다. 아직 판매라는 행위를 통해 소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고객에게 프라이드치킨이 넘어 갈 때까지 들어간 모든 원가는 ‘자산’으로 기록될 수 있다. 5) 개념상 정의로 보면, 매출원가는 ‘매출비용’으로 표기하는 것이 보다 더 이해하기 쉬워 보인다. [그림] 원가의 흐름

관리회계 Tip. ‘제조원가’와 ‘판매관리원가’의 구분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제조원가’는 회계기간6) 내에서 소멸되는 경우에는 ‘매출원가’라는 비용으로 기록되고, 소멸되기 전까지는 ‘재고자산’이라는 자산으로 기록된다. 반면에 ‘판매관리원가’는 회계기간 내에서 소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기간비용’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실무상에서는 ‘제조원가’와 ‘판매관리원가’의 구분이 애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령, 종업원 급여의 경우에도 제조활동과 관련된 종업원의 급여는 ‘제조원가’에 포함되지만, 일반 사무직이나 영업직과 관련된 경우에는 ‘판매관리원가’로 분류된다. 건물에 대한 감가상각비 또한 해당 건물이 제조활동에 활용되는 공장인 경우에는 ‘제조원가’로 분류되지만, 관리직 등 사무용도로 활용되는 경우에는 ‘판매관리원가’에 해당된다. 그리고 사장님 급여나 공장과 사무실을 함께 쓰는 건물에 대한 감가상각비 등은 제조활동과 판매관리활동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배분기준을 통해 ‘제조원가’와 ‘판매관리원가’로 안분해야 하는 이슈도 존재7)한다.
6) 사업이나 장사에 대한 성과는 일정기간을 기준으로 평가하게 되는데, 이를 회계적인 용어로 ‘회계기간’이라고 한다. 그리고 회계기간은 보통 1년 단위로 관리한다. 7) 다행히 해당 이슈는 관리회계보다는 재무회계에서 자주 발생되는 논쟁이다. 관리회계에서는 총원가 기준으로 수익성을 분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서는 차차 공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