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 차
관리회계를 공부하면 원가에 대한 다양한 분류를 이야기한다. 원가에 대한 다양한 분류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재무회계와 달리 관리회계에서는 사업을 할 때 발생하는 다양한 활동을 다루기 때문이다. 직접재료비, 직접노무비 및 제조간접비에 대한 분류는 제품원가 계산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변동원가 및 고정원가에 대한 분류는 사업계획 수립, 재무성과 평가 등에 활용된다. 그리고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투자할지 말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이때 알아두어야 할 원가분류가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기회원가 및 매출원가인데, 기회원가는 ‘관련원가’에 포함되며 매물원가는 ‘비관련원가’에 포함된다. ‘관련원가’ 및 ‘비관련원가’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투자 의사결정을 위한 원가의 분류 : 관련원가 vs. 비관련원가
장사나 사업을 할 때 거금을 들여 투자를 해야 하는 때가 오기도 한다.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잘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기 마련인데, 회계정보 또한 주요한 것 중 하나이다. 다만, 회계정보를 활용할 때 주의할 점은 투자의사결정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재무회계라는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은 헷갈릴 수 있겠지만, ‘재무회계’는 일반적으로 과거에 발생한 거래를 기록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과거에 기록된 수치를 통해 경영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재무정보를 산출하게 된다. 하지만 투자의사결정은 미래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재무회계’에서 이야기하는 기록된 재무정보에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투자의사결정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원가를 ‘관련원가’와 ‘비관련원가’로 구분되어야 하는데, 이때 원가는 이미 발생한 원가뿐만 아니라 향후 발생될 수 있는 원가에 대한 원가도 고려1)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태윤 사장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인테리어를 보수할지 아니면 에스프레소머신을 최신기기로 교체할지 고민이라고 해보자. 이때 이미 설치한 인테리어에 들어간 지출이나 이미 구입한 에스프레소머신의 원가는 투자의사결정 관점에서 고려대상이 아니다. 태윤 사장이 고민 중인 인테리어 보수나 에스프레소머신 교체라는 의사결정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미 과거에 발생했기 때문에 장부에 기록되었지만, 투자의사결정 과정에서는 포함되어서는 안 되는 원가를 ‘비관련원가’라고 하며, 그 대표적인 예가 경제학에서 자주 이야기되는 ‘매몰원가(Sunk Cost)’이다. 매몰원가는 과거에 이미 발생했기 때문에 미래에 어떤 의사결정을 하든 되돌릴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비관련원가’의 정의에 비추어 보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원가가 바로 ‘관련원가’인데, 관련원가는 ① 미래에 발생될 원가를 의미하며, ② 다양한 의사결정 대안 간에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미래원가’라는 점에서 앞에서 언급한 매몰원가는 ‘관련원가’가 될 수 없다. 의사결정 대안이 하나뿐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관련원가’와 ‘비관련원가’의 구분은 무의미해진다. 또한, ‘관련원가’는 미래에 발생이 예상되는 모든 원가를 고려해야 하는데, 에스프레소머신을 교체하기로 결정한 경우에는 기존 에스프레소머신을 중고시장에 판매할 경우에 발생 가능한 예상 수입, 신규 에스프레소머신 사용에 따른 예상 전기료 절감비용 등 다양한 원가를 고려해야 경영진의 올바른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 1) ‘이미 발생한 원가’는 기록된 원가이기 때문에 재무회계 관점에서는 포함되지만, ‘향후 발생될 수 있는 원가’는 기록되지 않은 원가이기 때문에 재무회계 관점에서는 포함되지 않는다.
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원가, 기회원가
‘관련원가’ 중에 알아두어야 할 개념 중 하나가 바로 ‘기회원가’이다. ‘기회원가’란 여러 대안 중에 하나의 안을 선택하는 경우에, 포기하게 되는 차선의 대안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 또는 발생되는 원가를 의미한다. 만약 동일한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는 전제하에 인테리어 보수에 천오백만원이 예상되고, 에스프레소머신 구입에 천만원이 예상된다면, 태윤 사장이 에스프레소머신을 교체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이때 포기하게 되는 차선의 대안인 인테리어 보수에 들어가기로 예상되는 천오백만원이 ‘기회원가’에 해당된다. ‘기회원가’의 특징은 회계 관점에서 보면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가상의 원가라는 점에 있다. 사례처럼 에스프레소머신을 구입하기 위해 포기한 인테리어 보수로 예상되는 원가는 실제 발생하지 않을 지출이기 때문에 재무회계 관점2)에서는 놓치기 쉬운 개념이다. 하지만 의사결정과정에서는 여러 대안에 대한 기회비용을 알아야 최적의 안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다. 그리고 기회원가가 발생하는 이유는 유한한 자원의 활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만약 태윤 사장이 자금이 충분해서 인테리어 보수도 하고 에스프레소머신도 새로 구입할 수 있다면 둘 다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기회원가’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2) 거듭 강조해서 이야기하지만, 재무회계에서는 실제 발생한 지출만 거래로 기록한다.
잘못된 투자의사결정에 대한 사례는 자주 발생한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관련원가’와 ‘비관련원가’를 구분하는 게 어려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의사결정에는 이러한 오류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기업에서 진행하는 대규모의 프로젝트의 경우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접하기는 쉽지 않는데, 프로젝트 실패에 따른 책임소재로 부담감이 크기 때문에 누가 봐도 실패가 명백한 경우에도 해당 프로젝트를 지속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OO 프로젝트 고도화”나 “차세대 OO 프로젝트”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잘못된 투자의사결정으로 가장 유명한 사례로 ‘콩코드의 오류’와 ‘코닥의 몰락’을 들 수 있다. 1962년 프랑스와 영국이 합작하여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기로 했다. 개발 도중 많은 학자들이 콩코드 여객기의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1976년 마침내 콩코드 여객기를 완성했다. 하지만 이 콩코드 여객기는 많은 학자들이 경고했던 것처럼 경제성이 떨어져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했고 비행기 결함도 자주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와 영국은 2003년 콩코드 여객기의 폭발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사업을 계속 유지했는데, 천문학적으로 투입된 비용과 정부에서 실패를 인정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2000년대까지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잘못된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정당화하기 위해 밀고 나가는 행동을 ‘콩코드의 오류’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닥’이라는 회사 또한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확대되기 전까지 ‘필름 카메라’ 시장을 주름잡던 세계적인 회사였다. 역설적이게도 코닥은 향후에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가 될 것을 감지하고 누구보다 먼저 디지털 카메라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존 ‘필름 카메라’ 시장에 투자한 금액이 너무 컸고 당장에 주어지는 수익에 안주했기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활용하는 데 주저하였고 결국 몰락하게 되었다. 이렇듯 현실의 경영환경에서도 잘못된 의사결정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는 ‘관련원가’, ‘비관련원가’ 및 ‘기회원가’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 데 집중하고, 별도의 주제로 투자의사결정의 다양한 사례를 다루기로 하자.
왜 원가분류는 다양할까?
관리회계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원가의 정의와 다양한 원가분류 방식에 대해서 몇 차례의 칼럼을 통해 이야기하였다. 해당 칼럼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리회계 서적에서도 유사하게 원가의 정의와 분류 방식을 소개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회계 초보자들에게는 조금 난해한 전개 방식일 수도 있겠다. 경영학에 입문하여 관리회계를 처음 접했던 필자 또한 이러한 전개방식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러한 전개방식을 많은 서적들이 답습하는 이유는 관리회계는 시작부터 끝까지 원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도 다양한데, 이러한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원가를 여러 각도에서 바라봐야 올바른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회계에서는 “상이한 목적에는 상이한 원가(Different costs for different purpose)”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 장사나 사업을 할 때 원가 정보를 이용하는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그에 따라 원가를 정의하고 측정하는 방법도 다양하다는 의미이다. 즉, 원가를 활용하려는 목적에 따라 원가를 다르게 보고 분석하여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앞에서 소개한 원가분류 방식은 앞으로 관리회계 관점에서 풀어가야 할 숙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하나하나 다시 이야기할 예정이니, 여기서는 가볍게 원가의 분류 방식이 다양하다는 점만 이해하면 충분하다.다만, 복습을 하는 관점에서 앞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자.
의사결정 관점에 따라 원가분류 방식을 요약해보자
먼저 대부분의 회사에서 ‘제조원가’를 직접재료비, 직접노무비 및 제조간접비로 분류하는데, 이를 원가의 3요소라고 한다. 실제 총원가 중에 ‘제조원가’의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에 ‘제조원가’를 상세하게 분류하는데, ‘제조원가’의 상세 분류를 통해 정확한 제품원가를 계산할 수 있으며, 원가개선 포인트나 원가절감 포인트 등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회사에서 제시하는 ‘제조원가명세서’3)를 살펴보면 다양한 제조원가 항목 및 비중을 살펴볼 수 있다. 3) K-IFRS, 즉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되기 전에는 많은 기업들이 ‘제조원가명세서’를 감사보고서에 첨부하는 것이 의무사항이었다. 다만, K-IFRS 도입과 함께 ‘제조원가명세서’는 공시의무 대상에서 제외되어 재무정보이용자에게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림] 제조원가명세서
두 번째로 장사나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단위당 제품원가를 정확히 산출하는 것이 중요한데, 사업의 성격에 따라 제품군이 다양하거나 다양한 원가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제품에 직접적으로 귀속되는지, 아니면 다양한 제품에 함께 사용되는지에 대한 구분이 중요하다. 가령 빵과 커피를 함께 생산하여 판매하는 카페에서도 다양한 원가가 발생하는데, 우선 빵과 커피를 만들기 위한 원두나 밀가루 같은 재료가 발생하기도 하고 커피를 내리거나 빵을 만들기 위한 노동력이 포함되기도 한다. 또한, 임대 공간, 전기료 등등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때 원두나 밀가루 같은 재료비는 각각 커피와 빵에 직접 귀속되는 원가로 개별원가 또는 직접원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카페 규모가 작아 종업원이 혼자서 빵도 만들고 커피를 만든다면 종업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는 커피와 빵에 대한 공통원가 또는 간접원가가 된다. 그리고 임대료나 전기료 등도 빵과 커피를 만드는 데 발생하는 공통원가로 분류된다. 공통원가로 분류되는 경우 문제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배부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커피나 빵에 대한 제품원가를 산출할 때 어떤 방식으로 배부하느냐에 따라 단위당 커피원가와 단위당 빵의 원가는 다르게 계산되기 때문에 직접원가와 간접원가의 분류는 단위당 제품원가를 계산하는 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세 번째로 장사나 사업을 잘 하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사업계획을 세울 때는 얼마나 매출을 일으킬지도 중요하지만, 매출 발생에는 필연적으로 원가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원가는 그 유형에 따라 매출의 변동과 원가의 변동이 비례하여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이슈 때문에 원가를 변동원가 및 고정원가로 분류하여 관리하여야 한다. 카페 사례에서 빵이나 커피를 많이 팔고자 한다면 관련된 밀가루나 원두 등의 원가는 비례하여 증가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매장 임대료나 종업원 급여는 매출 변동과 무관하게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계획을 세운다. 공격적인 영업 정책을 위해 매출을 늘리기 위해 매장을 늘리거나 종업원을 추가 채용해야 한다면 해당 원가도 증가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처럼 어떻게 사업을 운영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발생이 예상되는 원가를 변동원가 및 고정원가로 분류하여야 사업계획에 따른 손익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발생이 예상되는 원가를 관련원가와 비관련원가로 분류하여 분석해야 한다. 일부 원가는 투자와 전혀 무관하기 때문에 의사결정 시에 고려하게 되면 경영진의 잘못된 선택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페 매출 확대를 위해 인테리어를 보수하거나 에스프레소머신을 교체하는 것을 고민하는 경우에 기존에 투자한 인테리어비용과 에스프레소머신의 구입비용은 비관련원가라고 볼 수 있다. 인테리어 보수 또는 에스프레소머신 교체라는 의사결정에 해당 원가들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외에 관련원가는 선택과 관련하여 예상되는 모든 원가를 고려해야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결정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