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 차
제품의 판매가격은 전략적인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에 회계 특히, 원가에 기반한 판매가격 설정은 좋은 전략적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 다만, 판매가격 결정을 위해서도 회계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며 결정하려는 판매가격에 따라 기업의 손익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에 회계는 가격 결정에 충분조건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필요조건에는 해당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 호에서는 제품 판매가격에 대한 결정을 위해 알아두어야 할 회계적인 부분을 상세히 짚고 넘어가 보고자 한다.
가격 결정은 기업의 전략이다
제품가격이 원재료 등 원가의 변동에 빠르게 연동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제품가격은 원재료의 변동이 바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뉴스만 주의 깊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제품가격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사회ㆍ경제적인 이슈도 살펴봐야 하며, 때로는 정부의 규제 등도 수반되기 때문에 한번 정해진 제품가격을 변경1)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1) 원재료 등의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가격이 하락했다는 뉴스를 접할 때도 제품가격은 쉽게 변동되지 않는다. [그림] 실제 원자재 값은 자주 변경되고, 그때마다 가격변경에 대한 유혹이 발생한다. 하지만…
따라서 제품의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장사나 사업을 하기 위한 중요한 의사결정 중 하나이다. 제품가격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판매량2)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한번 결정된 가격은 쉽게 변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잘못된 가격결정으로 큰 손해를 미치기 때문에 가격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2)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가격탄력성’을 의미하는데, ‘가격탄력성’이란 가격이 1% 변화하였을 때 수요량이 몇 % 변화하는가를 절대치로 나타낸 크기를 의미한다. 가격탄력성이 1보다 큰 상품의 수요는 탄력적이라 하고, 1보다 작은 상품의 수요는 비탄력적이라고 한다. 가격탄력성이 큰 제품은 가격을 올리면 수요량이 더 크게 감소하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 보다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판매가격 결정 시, 회계적인 고려사항 – 1. 총원가 기준으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실제 제품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을 ‘프라이싱 전략’이라고도 하며, 가격을 결정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가치기반 제품가격 결정 방법3)이 있는데, 고객이 체감하는 가치에 기반하여 제품가격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가장 이론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하지만 실제 제품의 가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그 외에도 제품가격 결정을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그중 회계정보에 기반하여 활용되는 방법이 원가가산 가격결정방법(Cost plus pricing method)이다. 원가가산 가격결정방법이란 제품의 원가4)를 기반으로 원가에 일정 마진을 추가하여 제품의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다른 방법보다 회계적인 숫자를 기반으로 제품가격을 쉽게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전통적으로 자주 사용된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이야기하는 ‘원가’를 제품원가로 오해하고 있는데, 제품원가가 아닌 총원가를 기준으로 원가에 마진을 가산하여 제품의 판매가격을 설정해야 한다.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제품원가뿐만 아니라 판매관리원가도 발생하며 요즘 판매기법이 다양해지면서 판매관리원가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3) ‘토마스 T. 네이글’ 및 ‘존 E. 호건’, 『프라이싱 전략』, 기획출판 거름, 2010. 4) 앞서 원재료 등의 원가는 지속적으로 변동이 심하다고 이야기하였는데, 원가가산 가격결정 시에는 일정 부분 마진이 포함되므로 이러한 변동을 가격 정책에서 흡수할 수 있다. 다만, 원재료 등의 원가 변동이 극심한 경우에는 앞서 밀가루 사례에서 본 것처럼 적극적으로 가격 정책 변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판매가격 결정 시, 회계적인 고려사항 - 2. 공헌이익계산서를 활용하자
제품가격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확한 원가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최소한 공헌이익, 즉 변동원가와 고정원가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의 수익을 유지해야 사업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때 원가는 제조원가가 아닌 총원가를 기준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사실에도 주의해야 한다. 또한, 판매가격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예상 판매량을 사전에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격을 낮춰 많이 파는 ‘다다익선 전략’도 중요할 수 있겠지만, 때로는 명품 브랜드에서 활용하는 ‘고가 전략’이 총이익에는 더 효과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발생한 COVID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다. 명품 브랜드 또한 이러한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는데, 초반의 위기를 극복하고 명품 수요가 증가하자마자 명품 브랜드 회사가 취한 전략은 가격인상이었다. 그리고 지속적인 가격인상을 예고하기도 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을 더욱더 자극한 결과,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기도 하였다. [그림] 2020년 명품 브랜드 업체의 손익계산서 현황
이렇듯 제품가격의 결정은 예상 판매량을 고려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다. 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이익 극대화이기 때문이며, 이를 위해서는 공헌이익계산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는데 간단한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카페 운영을 시작하는 태윤 사장은 아메리카노 가격을 얼마로 해야 할지 고민이다. 주변 시세를 확인해보니 한잔당 부가세를 제외하고 2,500원부터 3,500원 사이에서 다르게 가격을 설정하고 있다. 이에 태윤 사장은 커피 수요를 많이 가져가기 위해 잔당 2,500원에 설정하면 그만큼 마진이 적게 남을 것 같고, 고급 커피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잔당 3,500원으로 책정하고 월 500,000원의 광고비 등은 더 지출하면 예상 판매량은 더 적을 것 같아 고민이다. 이에 태윤 사장은 카페의 원가구조를 조금 더 살펴보니, 변동원가로는 한 잔당 1,000원의 원두 재료비가 발생한다. 그리고 월 임차료는 1,000,000원이 발생하고 바리스타 인건비로는 750,000원 및 기타 고정원가로 150,000원이 발생한다. 이때 월 판매량을 예상해보니, 아메리카노 가격을 2,500원, 3,000원 및 3,500원으로 책정했을 경우에 예상 판매수량은 각각 3,000잔, 2,800잔 및 2,400잔으로 추정된다고 하자. 태윤 사장은 아메리카노 가격을 얼마로 하면 좋을까? [그림] 예상 판매량 및 판매가격에 따른 공헌이익 계산서
단위당 공헌이익만 따진다면 가장 비싼 한 잔당 3,500원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가격이 비쌀수록 판매량은 줄어들기 마련5)이므로 한 잔당 2,500원으로 책정한다면 판매량이 가장 많을 것 같다. 이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공헌이익 계산서를 살펴보면 한 잔당 2,500원, 3,000원 및 3,500원으로 책정했을 경우 영업이익은 각각 2,600,000원, 3,700,000원 및 3,600,000원이 발생한다. 즉, 3,000원으로 가격을 책정했을 경우에 태윤 사장이 예상하는 판매량 대비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단순히 예상 판매량이 많은 순이나 단위당 공헌이익이 높은 순으로 판매가격을 결정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판매가격을 결정하려면 회계정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5) 앞서 명품 브랜드 회사의 사례를 살펴보았듯이, 가격이 높다고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만은 아니다. 여기서는 커피에 대한 가격 탄력성이 높다는 가정하에 사례를 기술하였다.



판매가격 결정 시, 회계적인 고려사항 - 3. 총원가 이하로 팔 수 있을 때도 있다
하지만 제품가격을 총원가 이상으로만 결정할 필요는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총원가 이하로 제품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이익이 증가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간단한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카페를 운영 중인 태윤 사장은 커피와 함께 빵을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신선한 빵을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생각에 저녁에 남은 빵은 전량 폐기하고 있었는데, 직원 중 한 명이 저녁에 남아있는 빵을 직원 등 일부 소비자로 한정하여 싸게 판매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제안했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 태윤 사장은 빵을 얼마에 팔아야 좋을지 고민이 생겼다. [그림] 3,000원6)짜리 빵의 가격 구조
6)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판매가격이다. 가격 할인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우선 빵의 가격 구조를 알아야 하는데, 빵은 부가세를 제외하고 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제품원가 계산 결과, 빵 한 개당 변동제조원가 800원과 고정제조원가 500을 합친 1,300원의 제조원가가 발생한다. 그리고 변동 판매관리원가로 300원이 발생하고 고정 판매관리원가로 600이 발생하여 총 판매관리원가는 1,100원이 발생한다. 따라서 빵 한 개당 총 원가는 2,200원이 된다. 그리고 마진은 800원이 남게 되다. 이럴 경우 태윤 사장은 우선 마진 800원을 포기한 2,200원으로 빵의 할인판매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또 이와는 다른 방식으로 고정원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고정원가는 빵 판매 여부와 관련 없이 일정하게 발생하는 원가이다. 다만, 제품 한 단위당 빵 원가를 산출하기 위해 총고정원가를 빵 생산 또는 판매량7)으로 나눈 것뿐이다. 따라서 단위당 고정원가는 빵을 판매하거나 판매하지 않거나 발생하는 비용인 반면에 변동원가는 빵을 생산 및 판매할 때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원가이다. 따라서 태윤 사장은 800원의 변동제조원가와 300원의 변동판매관리원가의 합인 1,100원의 변동원가보다 높은 수준으로만 제품가격을 설정하여 직원에게 판매하면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 7) 원가계산 방법에서 이야기하는 ‘정상원가계산’이나 ‘표준원가계산’을 활용하면 실제 빵생산 또는 판매량을 집계하지 않아도 단위당 고정원가를 계산할 수 있다. 변동원가 이상으로 판매하면 최소한 빵을 생산 및 판매하기 위해 추가로 발생하는 원가를 보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공헌이익이 ‘0’ 이상인 경우와 동일한 의미이다. 따라서 공헌이익이 ‘0’ 이상인 경우에는 특별 주문 등이 발생한 경우에도 가격할인 등의 제안이 들어오면 수용하는 것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유사한 예로 백화점의 식품관에서 매일 발생하는 ‘타임세일’을 들 수 있다. 백화점 식품관에 가면 시간이 지날수록 제품의 가격할인 폭이 증가한다. 그 이유는 하루가 지나면 제품을 폐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판매를 시작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폐기손실에 대한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추가 할인을 통해 구매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장사를 하는 분들마다 다르겠지만 원가 구조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 할인을 하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림] 백화점 식품관의 할인율은 어떻게 결정될까?
공헌이익이 ‘0’ 이상인 경우를 가정하여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경우는 고정원가는 이미 발생한 매몰원가이므로 단기적으로 고려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고정원가 또한 지출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으로 회피가능할 수 있으므로 제품 폐기 등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고정원가 또한 제품 판매가격의 고려대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