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회계의 영역은 무척 넓다. ‘재무회계’와는 달리 회사에서 추구하는 전략을 회계라는 개념에 녹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 내 그리고 회사마다 추구하는 전략 또한 다양하기 때문에 관리회계에서는 ‘재무회계’와는 달리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내대체거래’이다.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사업부 간 거래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때 사업부 간 거래에 대한 가격결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운영 방향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때 회계적인 개념을 통해 사업부 간 거래의 가격결정이 적정한지를 검토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한 회사 내에서 사업부 간 발생하는 거래의 가격결정 시에 어떤 점을 고려할지에 대해서 ‘관리회계’ 관점에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회사만 잘 되면 되는 거 아닐까?
카페 사업으로 A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태윤 사장은 사업이 잘 되자 B매장을 추가로 오픈하였다. 영업 초기라 B매장이 안정화될 때까지는 A매장에서 빵을 생산하여 공급하기로 하였는데, 공급가격은 A매장의 제조원가로 하기로 하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A매장에서도 빵에 대한 수요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자, A매장에서 B매장에게 빵을 공급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B매장은 베이커리 전문가를 고용하기에 아직 빵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아 부담스러운 상태였다. 태윤 사장은 경쟁적인 동기부여를 위해 A매장과 B매장을 각각의 성과에 따라 별도 보상을 지급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A매장에서 B매장에게 더 이상 빵을 ‘제조원가’로 공급할 수 없다는 통보를 해왔다. 이에 B매장의 총괄매니저는 태윤 사장에게 사업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A매장의 총괄매니저를 설득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태윤 사장의 생각으로도 매장별 손익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A매장이 이해되지만, 매장 간 지원이 원활하지 않으면 사업 전체적으로는 좋은 방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태윤 사장은 A매장과 B매장 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사례처럼 여러 매장이나 여러 사업부를 운영하다 보면, 매장이나 사업부 간 거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가령 여러 카페매장을 운영한다고 할 경우에, 원두나 빵이 부족해서 매장 간 물품을 주고받거나 주말에 종업원의 교차지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한 회사 내에서 매장이나 사업부 간에 물건을 주고받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를 ‘내부거래’ 또는 ‘사내대체거래’라고 하며, 사내대체거래 시 주고받는 가격을 ‘이전1)가격’ 또는 ‘사내대체가격’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는 사업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내부거래의 이전가격, 즉 사내대체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부서 또는 매출부서에서는 수익이지만, 구매부서 또는 매입부서에서는 비용이므로 사업 전체적으로는 사내대체거래만으로는 손익이 발생하지 않기2) 때문이다. 1) 회사 외부거래처와 발생하는 거래가 아니므로 ‘이동’이라는 의미로 회계에서는 ‘이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 만일 내부거래로 인해 재고자산 등을 인식하는 경우에는 내부이익 또는 내부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해당 논의는 조금 복잡한 주제이므로 여기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하지만 매장이나 사업부문별 성과에 따라 보상이 주어진다면 사내대체가격은 충분히 민감해질 수 있는 문제이다. 각 매장이나 사업부가 사내대체가격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매장이나 사업부문별 손익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매장이나 사업부가 외부거래처하고만 거래를 한다면 별다른 고민이 필요하지 않다. 공급가격은 자연스럽게 시장가격에 따라 결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내대체가격은 시장가격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업의 전체적인 방향, 중장기계획 및 내부이해관계 등에 따라 전략적으로 결정되거나 힘의 관계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일부 매장이나 사업부에서는 상대적으로 기회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각 매장이나3) 각 사업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업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사업 전체의 이익은 최적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3) 각 사업부가 자신의 이익이 최적화되도록 힘쓰지만, 사업 전체적으로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를 ‘부문최적화’라고도 한다.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부문최적화’는 자주 발생하며 이는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기도 한다.
사내거래를 대하는 회계의 자세
회계에서는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사내대체가격을 결정하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우선 A매장에서 외부, 즉 시장에서 판매되는 가격 그대로 B매장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시장가격’이라고 하는데, 시장가격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공정한 가격이므로 매장이나 사업부 간 이슈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영업 초기나 신생 사업부의 지원 등 사업의 전체적인 전략 등이 반영될 수 없으며, 일부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우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 경우에는 시장가격을 적용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두 번째로 고려할 방법은 사례처럼 A매장이 빵을 생산하기 위해 발생한 ‘실제원가’를 기준으로 사내대체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실제원가는 비교적 이해하기도 쉽고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 또는 사업부에서는 자신의 비능률적인 부분까지 실제원가를 통해 상대방에게 이전시킬 수 있다. 즉, A매장은 자신이 어떻게 원가를 관리하든지간에 B매장이 빵을 구매할 것이기 때문에 원가를 절감할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실제원가가 아닌 표준원가로 대체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원가나 표준원가를 사내대체가격으로 설정하게 되면 A매장은 자신의 성과가 이익에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 특히나 A매장에서 B매장에 빵을 제공하는 대신에 실제원가 이상으로 외부에 판매할 기회가 있다면 A매장의 불만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세 번째로 고려할 방법은 A매장에서 발생한 원가를 기준으로 일정한 이익을 가산하는 ‘이익가산’기준이다. 실제원가나 표준원가를 기준으로 적정이윤을 가산하여 사내대체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인데, 다들 눈치 챈 것처럼 적정이윤을 어떻게 합의하느냐가 매장 또는 사업부 간 논쟁의 핵심이다. 즉, 빵에 대한 이윤을 얼마로 하느냐에 대해 A매장과 B매장 간에 첨예한 대립이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은 ‘협상가격’기준이다. A매장과 B매장, 두 당사자들이 협상테이블에 앉아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이다. 현실적으로 협상가격기준은 내ㆍ외부 공급자 및 고객이 존재하고 협상과정에서 상위 경영진이 간섭할 수 없을 때 협상을 통해 사내대체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매장 또는 사업부 간 입장 차이가 큰 경우에 협상을 통한 결론이 쉽게 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어쩌라는 겁니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회계에서도 ‘사내대체가격이 이거다’라고 정답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사업마다 당면해 있는 경영환경이나 사업의 전략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사내대체가격은 각 매장이나 사업부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사업 전체적으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를 회계적으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그림] 사내대체가격 가이드라인
우선,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최소한 단위당 변동원가를 보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품가격을 제공해야 한다. 고정원가의 경우에는 사내 또는 외부판매와는 무관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사내대체가격을 결정하는 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만일 사내대체에 따라 기회원가가 발생하면 이를 추가로 고려해야 하는데, 가령 A매장에서 B매장에게 100개의 빵을 매일 제공하는데 이 중에서 30개를 외부에 판매할 수 있다면 외부판매에 따라 상실되는 이익 또한 기회원가에 포함해야 한다. 반면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두 가지 관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사내대체가격이 외부에서 구매하는 가격보다 커서는 안 된다. 외부에서 구매하는 가격보다 비싼 가격으로 구매한다면 구매하는 조직에 대한 성과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매하는 입장에서 판매하는 최종판매가격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추가가공원가가 있다면 이를 차감한 금액 이하여야 한다. 만약 추가가공원가와 사내대체로 인한 구매가격이 판매가격을 초과한다면 구매 사업부에서는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사내대체가격이 당연히 외부구매가격보다 작아야 하며, 최종판매가격에서 추가가공원가를 차감한 금액 이하로 결정되어야 한다. 관리회계 Tip. 왜 사내거래는 사업 전체적으로는 “0”일까? 사내거래를 어떻게 설정하든 사업 전체적으로는 왜 손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걸까? 사례처럼 태윤 사장이 운영하는 A매장에서 매일 100개의 빵을 개당 2,000원에 B매장에게 판매한다고 해보자. 그리고 태윤 사장은 하나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A매장과 B매장은 이에 소속되어 있다. 이때 A매장은 매일 200,000원의 매출이 발생하고 B매장은 매일 200,000원의 매입비용4)이 발생한다. 즉, 200,000원의 수익과 200,000의 비용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사업 전체적으로는 이익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4) B매장이 A매장으로부터 구입한 빵을 다 팔지 못하면 재고자산으로 남겠지만, 쉬운 이해를 위해 매일 100개의 빵이 전부 소진되었다고 가정한다. [그림] 사내거래는 사업 전체적으로는 항상 “0”이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면 재무회계 입장에서는 사내거래는 별도의 회계처리로 기록해서는 안 된다. 한 회사 내에서 A매장에서 B매장으로의 사내거래는 단순히 제품의 사업장 간 이동이므로 관련 매출 및 매입 거래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만일 사내거래를 매출 및 매입 거래로 인정한다면 외부판매가 전혀 없더라도 매출과 매입의 규모를 회사 마음대로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리회계에서는 사업부 간 이동도 명확한 성과평가를 위해서는 매출 및 매입으로 각각의 사업부에 손익을 귀속시켜야 하므로 별도의 회계처리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재무회계 관점에서는 사내거래는 취소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재무회계와 관리회계의 재무정보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경관불일치5)’가 발생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5) 일반적으로 내부 목적으로 회계정보를 수치화하는 ‘관리회계’는 엄격한 외부 규정을 받는 ‘재무회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처리될 수 있는데, 이러한 차이를 모두 ‘경관불일치’라고 한다.
판매하는 입장에서의 최소이전가격 | = 단위당 변동원가 + 단위당 기회원가 |
구매하는 입장에서의 최대이전가격 | = Min[①, ②] ① 구매부서의 외부구입가격 ② 최종제품가격 판매가격 - 추가가공원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