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회계에서 무엇보다도 성과측정이 중요하다. 성과측정을 통해 사업운영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목표 설정 또한 관리회계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그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표 설정은 기업 실무에서 사업계획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사업계획 중 하나인 예산을 매년 수립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예산 수립 때문에 기업 실무자들은 매년 수많은 고충을 겪기도 한다.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이 무척 어렵기 때문인데, 문제는 기업 실무자들이 왜 예산이 중요한지 그 이유를 명확히 살펴볼 겨를도 없이 예산 수립 그 자체에 쪼임(?)을 당하고 있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사업계획, 특히 예산이 왜 중요한지 그 이유를 짚어보고자 한다.
누구나 계획을 세운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계획을 세운다. 일을 할 때만이 아니라 공부를 할 때도 계획을 세우고, 여행을 할 때조차도 계획을 세운다. 계획을 세워야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고 미처 대비하지 못한 상황에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제주도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면 어디에서 머물지, 어느 곳을 방문할지, 그리고 비용은 얼마나 들지 등등을 고민하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이다. 계획을 세우면 불확실한 미래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계획대비 실제 결과를 비교하여 개선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제주도 여행을 예로 들자면, 여행을 다녀온 후에 여행 전에 세웠던 계획 대비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한다면 추후에는 더 좋은 여행 계획을 세워 효율적인 여행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계획을 세우는 또 다른 장점은 계획대로 실행하고 있는지를 중간 점검, 즉 모니터링을 한다면 애초에 세웠던 목표에 다다를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사업계획도 ‘회계’적으로...
사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장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장단기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원하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특히나 사업계획을 작성할 때는 예산 수립이 필수적인 과정에 속하는데, 예산이란 사업계획을 화폐 단위로 계량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계획을 수치화하는 예산수립 과정을 통해서 목표를 구체화하고 세분화할 수 있으며,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예산 수립 과정은 사업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예산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예산은 미래 경영활동에 대한 자원배분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의 불확실한 추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은 – 제한적이긴 하지만 –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을 내부자원을 기반으로 합리적인 가정을 세워 미래를 예측하도록 강요한다. 가령, 미래에 환율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예산을 수립하려면 현재 상황에서 다양한 대내외 정보를 활용해 미래 환율을 예측할 수밖에 없다. 수립된 예산은 시간이 지난 뒤에 실제 발생한 결과와 비교하기 마련이다. 여기에서 예산의 두번째 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실제 성과와 비교평가를 통해 - 예산수립 절차와 가정을 보완함으로써 - 향후 회사의 사업계획이 더욱 정교해질 수 있다. 예산이란 미래에 달성하고자하는 목표를 중심으로 수립하기 때문에 예산과 실제 성과의 차이를 통해 목표의 달성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또한, 목표와 실제 성과에서 발생한 차이의 원인을 분석해 장점을 수용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특히나 사업계획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예산과 실제를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 미래에 좀 더 정교한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세 번째로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부문 간 또는 부문과 사업 전체 간의 목표를 조화시킬 수 있다. 혼자 사업을 한다면 이러한 문제는 없을 수도 있겠지만, 사업은 다수의 사람이 모여 진행하기 마련이다. 이때 사업 전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부문의 세부 목표는 다를 수도 있다. 실제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판매부서와 생산부서 간 이해충돌이 자주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판매부서는 가능한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재고를 많이 가져가려고 한다. 반면 생산부서 입장에서 많은 재고를 가져가는 것은 부담이 되기 때문에 적정 재고 또는 최소한의 재고를 가져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사업계획을 통해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사업 전체적으로 가능한 판매 수량을 설정한다면 사업 전체의 목표 아래 판매부서와 생산부서간 목표를 조화시킬 수 있다. 그 외에도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을 통해 조직구성원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다. 예산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목표 및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예산 수립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요소1)는 고려하지 않거나 가능한 적게 고려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업 운영을 위한 원가절감을 유도할 수 있는 장점도 존재한다. 1) 판매계획이 독립적으로 수립되는 경우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판매를 위한 재고를 과다하게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다. 즉, 흔히 말하는 여유(Buffer)재고를 설정하기도 하는데 ‘종합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는 이러한 여유재고는 부서 간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
‘예산게임’을 조심하라
효율적인 예산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목표가 사전에 수립되어야 한다. 공식적인 목표없이 각 부서에서 자율적으로 예산을 수립하다 보면 회사 전체적으로는 목표치가 불일치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회사의 목표 매출액이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다면 생산부서가 수립한 생산계획에 따른 재고흐름과 판매부서가 수립한 판매계획에 따른 재고흐름이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각 부서에서 취합된 예산은 다시 한 번 상호 간에 목표를 수정하여 재작성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공식적인 목표는 ‘예산게임’이 발생되지 않도록 다소 높게 설정하되 실현 가능하도록 조율할 필요가 있다. 목표는 성과와 연계되기 때문에 조직원들은 보너스 등 성과를 높이기 위해 정보와 목표를 조작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즉, 예산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각 구성원들이 필요 이상의 과잉 자원을 요구하거나 성과에 대한 기대를 낮추기 위해 정보를 왜곡하려고도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예산게임’이라고도 한다.
예산이라고 다 같은 예산이 아니다
예산 수립은 1년 단위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3 ~ 5년을 바라보는 중장기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에 맞추어 투자설비 등 대략적인 예산도 수립해야 한다. 또한, 3개월 단위 또는 초단기로 사업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에 맞추어 예산도 수립해야 정확한 손익 및 현금흐름 관리가 가능하다. [그림] 경영계획 체계도
그리고 매년 예산을 세운다고 하면,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전년도의 예산과 당년도의 결과를 기준으로 예산을 수립하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는 과거 기준으로 예산을 수립하게 되면 비효율적으로 수립될 가능성이 높다는데에 있다. 가령 마케팅부서에서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없더라도 마케팅과 관련된 예산이 줄어드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향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마케팅 업무 등에 대한 여유예산이 필요한데 한번 예산이 정해지면 이를 증액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에 발생한 실적을 근거로 예산을 최대화하려는 논쟁은 예산 수립 시에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때문에 과거에 발생한 실적에는 불필요한 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지출이 예산에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과거 실적을 기준으로 수립된 예산을 검토할 때에는 낭비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Zero-base 예산, 즉 영기준예산’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Zero-base 예산이란 모든 예산 금액을 원점으로부터 시작하여 타당성이 인정되는 금액만 승인하고 이를 예산에 포함시키는 절차로, Zero-base 예산을 사용하게 되면 예산에 편성되는 개별항목에 대하여 일일이 필요성을 검토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예산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Zero-base 예산이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예산을 수립하고 점검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모든 항목보다는 주요 항목에 대해서만 타당성을 검토하거나 검토 주기를 1년이 아닌 3 ~ 5년 기준으로 수행하기도 한다. 1년 기준으로 예산을 수립할 때의 또 다른 단점은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예산 집행이 단기적인 시각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연말이 다가오면 미처 사용하지 못한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 조직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혹시나 연말까지 책정된 예산을 다 사용하지 못하면 차년도 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1월에는 향후 12개월을 바라보며 예산을 사용하지만, 11월이나 12월이 되면 남아 있는 예산기간이 1 ~ 2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차년도 예산은 차년도 계획에 따라 다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당년도와 차년도의 계획 및 예산이 연계되어 운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예산 수정을 통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도 한다. 이를 실무적인 용어로 ‘Rolling Forecast, 즉 기간예산’이라고 하는데, 1월에는 12월까지의 1년 예산을 운영하지만, 3월이 되면 내년 2월까지의 1년 예산을 추가로 추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즉, 시간이 지나도 지속적으로 1년간의 예산을 계속 추정하기에 ‘Rolling Forecast’라고 불린다. 그리고 실무적으로는 Rolling Forecast는 1년 단위로 수립하는 예산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하는 관점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즉, 매년 1년 예산을 수립하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향후 1년간을 추가로 추정하는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그림] 1년 예산(Budget)과 Rolling Forecast의 운영 예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