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휴가 계절이 끝나면 기업 내 많은 부서들이 머리를 쥐어짜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차년도 예산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부서 자체만의 예산을 수립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전체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부서 내, 그리고 부서 간 목표를 조율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기업 내 예산수립은 전사적으로 진행되는 절차이기에 해당 절차를 ‘종합예산’이라고 부른다. 이번 호에서는 종합예산의 전체적인 진행 절차와 판매계획을 세울 때 주의해야 할 사항 위주로 설명하고자 한다.
종합예산의 시작은 ‘판매’계획부터
‘종합예산’이란 미래 정해진 기간 – 통상 1년 – 동안에 각 부서에서 계획한 예산을 통합하여 사업 전체 관점에서 조율한 재무추정치를 요약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장부터 사원까지, 그리고 영업부서에서 재무부서까지 개별적으로 미래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이러한 계획들은 구체화를 위해 수치화되어야 하며, 또한 유관부서와 조율되어야 목표를 원활하게 달성할 수 있다. 가령, 판매부서에서 차년도의 판매수량을 천만 개로 계획했다고 해보자. 하지만 생산부서나 구매부서에서 이를 생산하거나 원재료를 조달할 계획이 없다면 판매부서의 계획은 실현될 수 없다. 이처럼 개별적으로 세운 예산은 유관부서와의 조율을 통해 실현가능성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종합예산 편성’1)이라고 부른다. 종합예산은 판매계획부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판매계획은 최소한 향후 3 ~ 5년을 목표로 수립한 중장기계획 등을 기반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또한 판매계획을 수립할 때는 판매수량뿐만 아니라 판매가격정책에 대한 계획도 필요한데, 요즘처럼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가격을 할인하는 경우에는 판매가격정책에 따라 예상되는 가격할인 및 판매수수료도 고려하여 예산을 수립하여야 한다. 판매계획을 수립했다면 두 번째로 고민할 부분이 바로 생산계획이다. 생산계획은 앞서 구체화된 판매계획뿐만 아니라 올해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말재고 수준도 고려해야 하는데, 종합예산을 작성하는 시점에는 아직 한 해가 마감되지 않았기 때문2)이다. 따라서 당해 연도의 기말재고 수준 또한 실제 수치가 아닌 예상 수치에 근거하여 수립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당해 기말재고계획을 포함하여 생산계획이 수립되면 그 다음으로는 제조원가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제조원가계획에는 기말원재료 수준을 포함한 원재료 구매계획, 제조인력 운영계획 및 제조간접원가에 대한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제조간접원가에는 변동원가 성격도 존재하지만, 다년간 사용할 시설투자 계획 등 고정원가도 포함된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제조원가계획이 수립되면 판매계획과 연계하여 비로소 매출원가계획이 작성될 수 있는데, 매출원가는 기초재고자산 가액에서 당기 제조원가를 합산한 후에 기말 재고자산 가액을 차감하여 산출된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조금 더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1) ‘종합예산’ 수립을 대기업에서만 해야 한다고 오해할 필요는 없다. 1인 기업이나 자영업자일지라도 제품을 몇 개 팔지, 그리고 얼마나 생산할지 등 또한 유기적인 관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이 또한 ‘종합예산’의 영역이다. 2) 가령, 2023년의 판매계획은 2022년 하반기에 수립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2022년 하반기에는 2022년 말에 재고자산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2022년 기말재고자산에 대한 추정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림] 매출원가의 계산식
그 다음으로는 판매비와관리비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판매비와관리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제조원가와 마찬가지로 판매관리원가를 움직이게 하는 원가동인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가령 인건비는 인력수급계획에 따라 변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감가상각비는 해당 유형자산의 상각방법에 따라 변동된다. 또한, 물류비는 운송수단 및 운송방법에 따라 변동되기 때문에 판매관리원가에 대한 항목별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림] 종합예산 수립 절차
판매비와관리비계획이 완료되면 종합예산 중 ‘예산손익계산서’3)를 작성할 수 있다. 다만, 종합예산에는 ‘손익계산서’뿐만 아니라 ‘예산재무상태표’와 ‘예산현금흐름표’가 포함4)되어야 하는데, 회계는 그 특성상 정확한 성과측정을 위해 ‘현금주의’가 아닌 ‘발생주의’에 따라 그 성과를 관리한다. 따라서 회사의 유동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현금흐름 또한 별도로 예측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90일 결제조건으로 제품을 판매한다면 판매시점에 매출이라는 수익을 인식할 수 있지만 현금은 향후 90일 후에 입금된다. 따라서 현재 발생한 매출기록시점과 매출로 인한 현금의 입금시점이 다르다. 현금흐름을 중요하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는 아무리 미래에 받을 돈이 많이 예정되어 있다고 해도 지금 현재 만기가 도래한 채무를 갚을 여력이 없다면 ‘부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합예산을 계획할 때는 예산손익계산서뿐만 아니라 예산재무상태표 및 예산현금흐름표 또한 작성하는 것이 사업의 계획을 면밀히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자, 이제 판매계획부터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자. 3) 물론 손익계산서의 영역에는 영업외수익과 영업외비용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자비용이나 이자수익처럼 쉽게 추정할 수 있는 영업외손익 등에 한하여 ‘예산 손익계산서’에 반영할 수 있지만, 손해배상 등 예상하기 어려운 모든 경우의 수를 반영할 필요는 없다. 4) 사업이 단순한데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예산을 수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예산수립은 사업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절차이며, 단순화를 통해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들을 단순화게 적용할 수 있으니 미리 겁낼 필요는 없겠다.


판매계획을 세울 때는 ‘대표제품’을 고려하라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판매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판매수량과 판매가격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 언뜻 보면 판매계획을 세우는 것이 간단해 보일 수도 있지만, 막상 구체화하려고 보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생각보다 제품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만 팔고 있는 카페를 가정한다면, 해당 카페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종류는 몇 가지일까?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두 가지가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음료의 종류가 Hot이냐 Ice에 따라서도 나뉠 수 있고, 크기가 small인지 medium인지 아니면 large인지에 따라서도 그 종류가 나뉠 수 있다. 이러한 분류가 없더라고 필자가 알고 있는 카페만 해도 취급하고 있는 음료의 종류가 68가지이며, 베이커리 또한 그 종류가 32가지이다. 한 카페만해도 실제 취급하는 제품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데,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회사들에서는 제품의 종류가 얼마나 많을지는 생각만 해도 까마득하다. 그리고 문제는 이렇게 많은 제품들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판매량을 추정하여 판매계획을 수립하는 게 정말 가능하냐는 것이다. [그림] 카페에서 취급하는 제품의 종류 예시
다행히도 실제 실무에서는 이런 경우 즉, 제품 종류가 다양한 경우 모든 제품에 대해서 하나하나 예산을 수립하기보다는 ‘대표제품(군)’을 선정하여 판매수량을 추정하는 방법을 활용한다. 다만, ‘대표제품(군)’이 되기 위해서는 ①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가 예상되어야 하고, ② 제품 단위당 판매가격과 단위당 제조원가도 유사하여야 한다. 또한, ③ 물류비나 마케팅 비용 등을 집행하는 방식이 유사해야 동일 유형으로 묶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제품을 유형별로 그룹화하여 그 중에서 하나를 ‘대표제품(군)’으로 선정하면, 훨씬 수월하게 판매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림] 카페에서 취급하는 대표제품의 선정 예시


거래처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판매 예산을 수립할 때 제품 종류뿐만 아니라 거래처 유형에 대한 고려도 필요할 때가 있다. 도매거래, 소매거래 등 경우에 따라서는 거래처 유형에 따라 거래방식이 상당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BTB 거래5)로 불리는 도매거래는 중간거래상에게 제품 등을 판매한다. 또한, 중간거래상은 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전문 판매업체를 의미하는데, BTB 거래는 최종판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BTC 거래의 경우에는 BTB거래보다는 판매가격이 높게 결정된다. 다만, BTC 거래의 경우에는 BTB 거래에서 중간거래상이 부담해주는 매장임대료나 물류비 등 다양한 판매관리비가 추가로 발생한다. 또한, 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을 직접 판매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마케팅정책이 수반된다. 특히나 E-commerce 시장이 보편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정책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정책에는 비용이 수반되거나 가격할인 등이 필요한데, BTB 거래의 경우에는 노력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최종판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가격을 설정할 수 있다. 또한, BTB 거래의 경우 대부분 대량 주문이 많기 때문에 이 또한 가격할인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이다. 따라서 동일한 제품이라고 해도 거래처 유형에 따라 제품 판매가격이 다르게 결정되기 때문에 판매 예산도 구분하여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케팅정책은 ‘4+1’과 같은 Volume 할인, Season event 등을 통한 가격할인, 고객 충성도를 위한 마일리지 적립 등 다양한데, 이러한 마케팅정책은 실질적인 최종판매가격을 낮추기 때문에 판매가격을 결정할 때도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5) BTB 거래는 ‘Business to Business’의 약자를 의미한다. 반면에 BTC 거래는 ‘Business to Customer’의 약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