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나갔는데 왜 비용이 아니라는 걸까?(1) - 발생주의 vs. 현금주의

목 차
일상생활에서 회계와 친해지기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가계부를 써보는 것이다. 가계부를 쓰다 보면 자연스레 숫자에 친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회계공부를 하다 보면 회계가 가계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비용을 인식하는 방법의 차이이다. 이번 호에서는 회계에서 비용을 인식하는 방법과 비용인식 방법이 왜 그렇게 복잡할 수밖에 없는지, 최근에 국내 외의 빅테크 기업이 적용하고 있는 회계정책 변경과 관련된 뉴스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회계정책의 변경, 기업의 성과일까?
2023년 5월, 한 기사에서 ‘네이버’라는 기업이 실적발표에서 주요 장비의 내용연수 변경만으로 1분기 영업이익의 6.8%에 해당하는 225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이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을 비롯하여 아마존, 메타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및 오라클 등 해외 빅테크 기업에서 시작된 변화로 회사의 회계정책을 현실화하는 과정이라는 기업 관계자의 설명을 인용하기도 하였다. [그림] ‘네이버’가 회계기준 변경만으로 이익을 늘렸다고!?
회계를 모르는 독자들도 해당 기사를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겠다. 장비의 내용연수를 어떻게 변경하게 되었는지를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내용연수 변경이라는 ‘회계정책’을 변경한 것만으로도 ‘회계상 이익’을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현금이 들어오면 수익, 현금이 나가면 비용, 그리고 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하면 이익이 발생하는 것일 텐데, 현금이 들어오거나 나가는 과정 없이 회계정책의 변경 즉, 장비의 내용연수를 변경1)한 것만으로도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다니 말이다. 하지만 해당 기사가 나간 후에 네이버의 발표 – 즉, 회계정책의 변경을 통한 이익 증가가 잘 못 되었다는 후속 기사를 찾을 수 없는 것으로 보아, 네이버의 선택이 회계기준을 위반했다고는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회사가 임의로 회계정책을 변경하는 것만으로도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회계에서는 현금이 나갔다는 사실 그 자체가 비용이 되지는 않는다는 건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회계의 기본사상 중 하나인 ‘발생주의’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가령 장비의 내용연수, 즉 사용기간을 4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고 해서 장비 구매 시 발생한 현금 지출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현금의 흐름과 손익의 흐름은 다르다!? – 1. 유형자산의 구입
기본적으로 회계에서는 특히, 신뢰성 있는 재무제표 작성에 그 목적이 있는 재무회계에서는 ‘발생주의’라는 원칙에 기반하여 재무정보를 작성한다. ‘발생주의’란 사전적인 의미로 ‘거래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거래를 기록하는 것’으로, 해당 기간의 경영성과를 합리적으로 작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현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시점을 기준으로 거래를 기록하는 ‘현금주의’ 회계도 존재한다. 즉, 현금을 수취하였을 때 수익으로 인식하고 현금을 지출하였을 때 비용으로 인식하는 회계처리 방식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작성하는 가계부의 대부분은 이러한 방식으로 기록된다. 그런데 현금주의에 의해 산출되는 이익2)은 발생주의에서 발생하는 이익과는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령, 카페 사장인 태윤이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큰맘 먹고 최신 커피머신을 구입했다고 가정하자. 최신 커피머신을 통해 3년 동안 매년 2천만원까지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커피머신 구입에는 3천만원의 현금 지출이 발생했다고 해보자. 그리고 그 외에 다른 현금은 지출하지 않는다고 할 때, 3년 동안의 손익계산서를 어떻게 작성하면 좋을까? 2) ‘현금주의’에 따라 산출되는 이익은 현금 잔액과 동일하다. 들어온 현금에서 나간 현금을 뺀 이익이 현금 잔액이기 때문이다. [그림] 재무성과의 기록 : 현금주의 vs. 발생주의
현금의 입ㆍ출금을 기준으로 손익계산서를 작성해보면, 커피머신을 구입한 첫 해에는 천만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두 번째 연도와 세 번째 연도에는 어떠한 비용도 기록되지 않아 각각 2천만원의 매출이 그대로 이익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현금주의’로 작성된 손익계산서는 20x1연도에 발생한 천만원의 손실, 그리고 20x2년 및 20x3년에 발생한 2천만원의 이익이 카페 운영의 성과라고 이야기하기에는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커피머신을 구입한 목적이 20x1년도 한 해 동안 사용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3년 동안 사용할 목적으로 구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커피머신 구입에 투자한 3천만원은 최소한 사용하기로 한 3년 동안 비용으로 배부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커피머신이 있어야 카페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며, 이렇게 수익과 비용을 대응하는 방식을 회계용어로 ‘수익비용대응의 원칙’이라고 한다. 따라서 구입한 커피머신의 가격인 3천만원을 3년의 사용기간 동안 천만원씩 비용으로 기록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손익계산서를 작성하게 되면 20x1년부터 20x3년까지 카페에서는 매년 천만원의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작성된 손익계산서가 매년의 카페 성과를 평가하기에 조금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이처럼 회계에서는 유형자산 등을 구입하면서 지출된 현금은 즉시 ‘비용’으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3) 실제 (수익 발생을 위해) 발생하는 시점에 비용으로 기록한다. 이를 회계적인 용어로 ‘발생주의’라고 하며, 발생주의에 따라 작성된 손익계산서를 통해 일정기간의 성과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유형자산의 구입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3) 조금 더 상세하게 이야기하면, 유형자산을 구입한 시점에는 수익과 비용에 즉시 영향을 주지 않는 ‘자산’으로 기록하였다가 추후 비용 발생 시점에 사용기간에 맞추어 비용으로 기록한다.

현금의 흐름과 손익의 흐름은 다르다!? – 2. 선급비용 / 미지급비용
가령 20x1년 6월말에 1년 치의 보험료 1,200만원을 납부했다고 해보자. 이 경우 납부한 보험료는 언제 비용으로 기록하면 좋을까? [그림] 납부한 보험료에 대한 비용인식 : 현금주의 vs. 발생주의
현금주의에 따르면 납부한 시점인 20x1년도에 1,200만원 전부를 비용으로 기록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보험료의 사용기간은 20x1년 7월부터 20x2년 6월 말까지이므로 납부한 보험료가 미치는 영향은 20x1년도에 600만원, 그리고 20x2년도에도 600만원이 발생하게 된다. 이를 반영한 발생주의에 따르면 20x1년과 20x2년 각각 600만원의 보험료가 비용으로 기록되고 20x1년도 말에는 납부하였지만 비용으로 기록되지 않은 600만원의 보험료는 ‘선급비용 – 보험료’라는 자산으로 기록하게 된다. 만약 이와는 반대로 사용기간이 20x1년 7월부터 20x2년 6월 말까지인 보험료를 후불인 20x2년 6월 말에 납부하는 경우에는 또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 현금주의에 따르면 현금이 지출된 20x2년에 1,200만원 전부를 비용으로 기록하게 된다. 다만, 발생주의에 따르면 현금 지출 여부와 상관없이 20x1년 및 20x2년에 각각 600만원에 사용된 보험료를 비용으로 기록하고, 20x1년에 납부해야 할 600만원의 보험료가 아직 납부되지 않았으므로 이를 ‘미지급비용 – 보험료’인 부채4)로 기록하게 된다. 4) ‘자산’과 마찬가지로 ‘부채’ 또한 손익계산서에 직접적으로 기록되는 계정과목이 아니다.

현금의 흐름과 손익의 흐름은 다르다!? – 3. 재고자산 / 매출원가
현금의 흐름과 손익의 흐름이 다른 또 다른 사례는 제품 판매에서도 발생한다. 제품을 판매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매출원가’라고 하는데,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원재료를 구입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리고 생산된 제품은 ‘매출원가’인 비용이 아니라 ‘재고자산’이라는 자산으로 기록하게 되고, 해당 제품이 팔릴 때야 비로소 비용인 ‘매출원가’로 인식된다. 예를 들어, 가게에서 신발을 팔기 위해 10켤레를 한 켤레당 5만원에 구입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이 중에 7켤레는 판매하고 3켤레는 남아 있다고 해보자. 이 경우 회계에서는 언제 ‘매출원가’를 기록하게 될까? 앞선 사례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발생주의’에 따르면 현금 지급 여부와 상관없이 판매로 소진된 7켤레에 해당되는 35만원은 ‘매출원가’로 기록하고 아직 판매되지 않고 남은 3켤레에 해당되는 15만원은 ‘재고자산’으로 기록하게 된다. 세 가지 사례를 비추어보면, 회계에서는 현금의 지출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 사용 시점에 ‘지출된 현금’이 비용으로 기록된다. 따라서 뉴스에서 네이버가 이야기한 장비의 내용연수 변경 또한 지출된 현금에는 변화는 없지만, 사용기간이 변경되었기 때문에 사용기간 동안 손익계산서에 기록될 매년의 비용 또한 변경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출된 현금’을 사용기간에 따라 비용으로 치환하는 방법은 한 가지뿐일까? 다음 호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