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나갔는데 왜 비용이 아니라는 걸까?(2) - 자산의 비용화 방법

앞선 호에서 회계에서는 현금을 지출했다고 해서 바로 ‘비용’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으로 인식하였다가 수익과 대응되는 기간 동안에 비용으로 기록1)한다고 하였다. 만약 서비스 기간이 3년인 보험료를 일시에 납부했다면 납부 총액은 ‘선급보험료’라는 자산으로 기록했다가, 3년 동안 균등하게 나누어 매년 ‘보험료’라는 비용으로 인식하는 방식이 여기에 해당된다. 사례처럼 지출된 현금을 수익에 대응되는 기간 동안 비용화하는 방법이 간단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고민할 부분이 많다. 자산을 비용화하는 방법은 균등하게 나누는, 소위 말하는 ‘정액법’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자산을 비용화하는 다양한 방법을 ‘식당에서 잃어버린 신발에 대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1) 회계적인 용어로는 ‘수익비용대응의 원칙’이라고 한다.
식당에서 신발을 잃어버렸다!?
태윤이는 오랜만에 부모님을 모시고 유명한 삼계탕 집으로 외식을 나갔다. 어느 때보다 무더운 날이라서 그런지 식당에는 손님으로 북적였다. 정신 없이 식사를 마치고 나와보니 한 달 전에 구매한 신발이 없어졌다. 처음에는 잘못 신고간 사람이 나타나리라 기대했지만 영업이 종료될 때까지 신발을 찾을 수 없었다. 가게 주인은 미안하다고 하면서 피해보상으로 선뜻 5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가게 주인이 제시한 5만원은 회계적인 관점에서 적절한 금액일까?
만약 독자들이 태윤이라면 가게 주인이 제시한 5만원을 선뜻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해당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태윤이가 잃어버렸던 신발이라는 자산의 가치가 얼마인가에 따라 다를 텐데, 문제는 신발은 그 특성상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감소한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회계적인 관점에서 가게주인이 피해보상2)으로 제시한 5만원이 합리적인지를 확인하려면 ① ‘취득원가’라고 불리는 신발의 구입가격뿐만 아니라 ② 내용연수 ③ 감가상각 방법 및 ④ 잔존가액을 각각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취득원가’는 자산의 최초 가치, 즉 태윤이가 구입한 신발의 구입가격을 의미한다. 그리고 신발의 구입가격에 대해서는 태윤이나 가게 주인 또한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객관적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사례를 구체화하기 위해 태윤이는 백화점에서 20만원을 주고 신발을 구입했다고 해보자. 하지만 태윤이는 신발을 구입한 가격 그대로 가게 주인에게 보상을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신발이라는 자산을 이미 사용했으니 그 가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치가 감소하는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신발이라는 자산을 얼마 동안 사용가능한지를 알아야 하는데, 신발의 사용기간을 회계적인 용어로는 ‘내용연수’라고 한다. 태윤이는 평소 신발을 구입하면 3년 동안 사용한다고 주장하니 내용연수를 ‘3년’이라고 해보자. 2) 여담이지만, 신발 분실에 대한 책임은 신발을 잘 간수하지 못한 손님의 책임이 전부일 거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상법 제152조. 공중접객업자의 책임’에 따르면 가게에서 손님이 물건을 잃어버린 경우에 일정부분 가게 주인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인지하고 사례에서 이야기하는 ‘보상금액’을 고민해보자.
자산 가치의 감소, 그 방법 또한 다양하다!!!
이제 자산의 최초 가격과 내용연수를 확인했으니 내용연수에 따라 가치의 감소분을 일정비율로 안분하여 계산하면 될까? 자산의 가치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소하는 것은 맞지만, 감소하는 방식 또한 다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신상품과 중고품에는 그 가치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따라서 구입한 신발을 한번이라도 신는다면 그 가치는 현격히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처럼 자산을 구입한 이후 사용기간 동안 즉, 내용연수 동안 초기에 그 가치가 많이 감소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을 ‘정률법’이라고 하며, 내용연수 초기에 자산 사용에 따른 비용을 많이 인식하고, 이후 서서히 인식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와는 다르게 신발은 신고 다니는 데에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한번 신었다고 해서 그 가치가 현격하게 감소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사용기간 동안 일정하게 자산의 가치가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러한 방법을 ‘정액법’이라고 한다. 혹은 굉장히 과학적인 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태윤이가 3년이라는 기간 동안 해당 신발을 신고 얼마나 걸어 다닐지 걸음 수를 예측한 후에 실제 1달 동안 걸어 다닌 걸음 수를 기준으로 신발의 가치 감소분을 계산하는 방식인데, 회계에서는 이를 ‘생산량비례법’이라고 한다. 일부 독자들은 너무 과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채굴량이 정해져 있는 광산 등에서는 해당 방식으로 광산의 가치감소분을 계산하기도 한다. [그림] 비용인식 방법에 따른 비용화 및 자산 가치의 감소 추세
사례에서 태윤이는 신발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없기 때문에 ‘정액법’에 따라 신발의 가치 감소분을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해보자. 자산의 가치를 산출할 때 마지막으로 고려할 부분이 바로 ‘잔존가액’이다. 자산의 사용기한이 다 했다면 그 가치가 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부 자산의 경우에는 사용기한이 종료되어도 그 가치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 가치를 바로 ‘잔존가액’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산의 비용화 과정에서는 그 대상은 취득가액 전부가 아니라 ‘취득가액’에서 ‘잔존가액’을 제외한 부분이 비용화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신발은 사용기한 즉, 내용연수가 종료되면 폐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잔존가액을 ‘0’이라고 해보자. 태윤이가 잃어버린 신발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위해 회계적인 관점에서 살펴보았는데, 그 결과 1달 동안 사용한 가치 감소분을 제외하면 19.5만원이라는 결과가 도출된다. 결국 가게 주인이 제시한 5만원은 태윤이가 받아들이기에는 적절한 보상 금액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림] 태윤이의 주장에 따른 신발의 가치


가게 주인이 태윤이의 주장을 무시하는 이유!?
그런데 과연, 가게 주인은 태윤이가 주장하는 19.5만원이 합리적인 보상 금액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최소한 두 가지 또는 세 가지 관점에서 가게 주인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먼저 태윤이가 주장하는 신발의 사용기한인 내용연수가 3년이라는 사실에 가게 주인은 신발을 신는 기간이 너무 짧지 않냐는 주장을 제기할 수도 있다. 사람마다 신발을 사용하는 기한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신발의 가치가 감소하는 방법이다. 태윤이는 신발의 가치가 3년 동안 일정하게 감소한다고 하였지만, 가게 주인은 신상품과 중고품간의 가격 차이는 무척 크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잔존가액이 없다는 사실에도 동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러한 이유로 가게 주인과 태윤이는 보상 금액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수3) 있다. 기업 실무에서도 유사한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특히, 원칙중심의 회계처리를 중시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기업에서 선택한 회계처리가 합리적임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기업이 선택한 회계처리가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주장하기 위해서 기업은 ① 동종업종이 선택한 규정을 준용하거나 ② 실제 과거 경험치 – 즉 신발의 내용연수가 3년이라든가 ‘정액법’으로 자산 가치가 감소한다는 – 를 산출하여 적용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이야기한 자산의 가치가 감소하는 과정의 대표적인 예는 유형자산의 감가상각 과정이다. 즉, 앞선 호에서 네이버가 유형자산의 감가상각에 대한 가정을 변경함에 따라 비용이 덜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내용연수를 4년에서 5년으로 늘렸기 때문에 예전보다 비용이 덜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 하지만 여전히 현금흐름에는 변화가 없다 -. 다음 호에서는 ‘네이버’에서 진행한 회계방법의 변경을 재무정보이용자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3) IFRS에 기반한 K-IFRS는 원칙중심의 회계처리를 지향한다. 예전에 K-GAAP에서는 규정 하나하나가 중요한 반면, 합리성만 있다면 기업에서 회계처리 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