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나갔는데 왜 비용이 아니라는 걸까?(3) - 회계의 질적 특성 : 비교가능성

지난 칼럼들을 통해 현금이 지출되면 바로 비용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산화 과정을 거쳐 일정 기간 동안에 걸쳐 비용화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였다. 또한, 비용화되는 방법도 어떤 방식으로 자산의 가치가 감소되느냐에 따라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이야기하였다. 이를 통해 ‘네이버’에서 설명한 유형자산의 내용연수 변경만을 통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는 주장 또한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호에서는 해당 뉴스 기사를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지, 그리고 변경된 회계정책에 따른 네이버의 재무정보를 해석할 때 주의할 점은 없는지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News 기사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네이버’에서 설명한 유형자산의 내용연수 변경은 두 가지 관점에서 발생했을 것이라고 상상해볼 수 있다. 우선 ‘비용 절감’이라는 관점이다. 평균 내용연수가 4년인 장비를 회사에서 해당 장비에 대한 유지관리 활동을 개선해서 (혹은 구입한 장비의 성능이 개선되어서) 내용연수의 기한을 4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는 관점인데, 매 4년 주기로 구입하던 장비를 5년으로 그 주기를 늘렸으므로 비용 또한 절감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영업이익이 개선되었기 때문에 내용연수 변경에 따른 이익 개선은 회사의 노력에 따른 정당한 결과라는 관점이다. 두 번째로는 ‘회계적 오류’라고 보는 관점이다. 회사에서 구입한 장비의 평균 내용연수가 애초에 5년 이상이었는데 회사에서 자산의 비용화 방법, 즉 감가상각 방법 중 내용연수를 처음부터 잘못 추정했다는 관점이다. 다만, ‘회계적 오류’라고 보게 된다면 회사는 그 금액이 중요한 경우 과거 재무제표까지 수정 공시1)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네이버’에서 영업이익 개선 발표 이후 어떠한 회계 이슈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 해당 내용은 ‘회계적 오류’가 아닌 ‘비용 절감’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조금 더 상세히 설명하면, 그동안 구입한 장비에 대한 내용연수를 4년으로 인정하여 과거 재무정보는 그대로 놔두고, 신규 장비들에 한하여 그 내용연수를 5년으로 변경하여 재무정보에 반영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1) 회계정책의 변경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크게 보면 두 가지가 있다. 먼저 회계 추정의 변경인데, 이 경우에는 ‘전진법’, 즉 향후에 발생하는 거래에 대한 회계처리만 변경하면 된다. 다른 관점은 오류 수정인데, 이 경우에는 ‘소급법’, 즉 미래뿐만 아니라 과거에 발생하는 모든 거래에 대한 회계처리를 변경해야 한다. [그림] 네이버에서 회계정책 변경에 따른 이익 개선 효과

이걸로 끝인 걸까? – 회계의 질적 특성 : 비교가능성
네이버의 회계정책 현실화에 따른 효과가 재무정보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더 알아둘 개념이 있다. 바로 재무정보의 질적 특성2) 중 하나인 ‘비교가능성’이다. 비교가능성을 FASB3)에서는 ‘두 가지 다른 경제적 사건에서 회계정보이용자가 유사성과 차이점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하였는데, 비교가능성이 회사의 재무성과를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비교가능성 또한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보고)기간 내 비교가능성’ 및 ‘(보고)기간 간 비교가능성’이다. ‘기간 내 비교가능성’이란 한 기간 내에 회사 간 재무정보를 비교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재무정보이용자는 회사 간 재무정보 비교, 즉 삼성전자와 LG전자 또는 삼성전자와 Apple의 재무정보를 비교하면서 관심이 있는 회사의 재무성과가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할 수 있다. ‘기간 간 비교가능성’이란 한 회사의 기간을 오고 가며 재무정보를 비교하는 것을 의미하며, 재무정보이용자는 한 회사의 여러 기간 재무정보를 비교하면서 관심이 있는 회사의 해당 기간에 대한 재무성과의 현황을 가늠할 수 있다. 2) 재무정보의 질적 특성으로는 ‘목적적합성’, ‘중요성’, ‘표현충실성’, ‘비교가능성’, ‘검증가능성’, ‘적시성’ 및 ‘이해가능성’ 등이 있다. 3) FASB는 Financial Accounting Standards Board(미국 재무회계기준 위원회)로 미국기업들이 준수해야 할 회계원칙을 결정하는 기관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사한 기관으로 한국회계기준원(KASB)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네이버’에서 단행한 회계정책 현실화는 비교가능성 측면에서 네이버의 재무정보를 해석하는 데에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먼저 ‘기간 내 비교가능성’ 측면에서는 네이버와 타 기업과의 비교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만약 네이버와 비교되는 구글, 메타 등과 같은 기업들이 IT 장비의 내용연수를 5년으로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에서만 내용연수로 4년을 그대로 고집했다면 어땠을까? 이 경우 매출 등 다른 재무성과가 동일하다고 할지라도 IT 장비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과도하게 높게 기록한 네이버의 영업이익은 더 적게 표시되는 불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기간 내 비교가능성’ 측면에서는 네이버의 회계정책 현실화는 회사의 재무성과를 타 기업과의 비교가능성을 높였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될 수 있다. 하지만 ‘기간 간 비교가능성’ 측면에서는 재무정보이용자들이 네이버의 재무성과를 잘못 해석할 여지가 발생한다. 재무정보이용자는 네이버에서 회계정책을 변경하기 전인 2023년과 변경한 후인 2024년의 재무성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2023년 및 2024년의 영업이익이 동일하다고 해서 2023년 및 2024년 네이버의 재무성과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2024년에는 감가상각이 덜 기록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다른 손익지표가 동일한 경우에는 2023년의 재무성과가 더 우월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처럼 네이버의 회계정책 변경은 ‘기간 간 비교가능성’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리하자면, 네이버의 회계정책 변경은 재무정보이용자들에게 타 유사기업과의 비교가능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회사 내 기간별 비교가능성 측면에서는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러한 효과를 인지하고 네이버의 재무성과를 판단4)해야 한다. 3회에 걸친 칼럼을 통해 ‘네이버의 회계정책 변경, 그중에 유형자산의 내용연수 변경’ 기사와 관련하여 발생주의, 감가상각(= 자산의 비용화 과정) 및 회계의 질적 특성 중 하나인 비교가능성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였다. 신문 기사에 소개되는 회계 이슈들이 회계의 기본적인 개념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더 의미 있는 정보로 다가가기를 기대해본다. 4) 이러한 이유 때문에 회계기준에서는 회계정책의 변경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