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헌이익, IPO에도 공헌할까?(2) - 공헌이익의 의미 -

목 차
지난 호에서 마켓컬리에서 3년 연속 공헌이익에서 흑자가 발생했으니 향후 영업이익 또한 흑자가 발생할 것을 기대한다는 신문기사를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마켓컬리가 이야기하는 향후 영업이익을 예상한다는 주장이 어떤 근거에 기반하는지 그리고 마켓컬리에서 강조하고 있는 공헌이익에 대한 개념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상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름도 아리송한 ‘공헌이익’으로의 초대
공헌이익’에 대한 구체적이 설명에 앞서 질문부터 시작해보자. 독자들 생각에 제품을 두 개 판매하면 제품원가가 두 배가 든다고 생각하시는지… 회계를 공부해 본 분들이라면 혹은 센스가 있는 분들이라면 그렇지는 않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매출과 비례하여 발생하는 원가가 있는 반면에 매출과 비례하지 않게 발생하는 원가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조금 더 유식하게 표현하면 원가에는 매출1)에 비례하여 발생하는 ‘변동원가’와 매출에 비례하지 않고 일정하게 발생하는 ‘고정원가’가 있다. 가령 카페를 운영한다고 했을 때, 커피 판매량에 따라 원두라는 재료원가는 판매량에 비례하여 증가하지만, 커피를 제조하기 위해 필요한 에스프레소 머신의 구입에 따른 감가상각비나 매월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종업원급여는 커피 판매량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또한, 커피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제품원가뿐만 아니라 판매원가2) 또한 발생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카페 손익은 매출에서 제품원가와 판매원가를 차감하여 기록하게 된다. 다만, 제품원가와 판매원가를 각각 변동원가와 고정원가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에, 카페 손익을 산출하는 방식을 매출에서 총변동원가와 총고정원가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 1) ‘변동원가’와 ‘고정원가’의 분류기준을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매출이 아닌 원가동인에 따른 변화이지만 여기서는 원가동인을 ‘매출’이라고 간주한다. 2) ‘원가’와 ‘비용’에 대한 구분은 회계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에 정확한 분류가 중요하다. 여기서는 논의가 길어질 것 같아 ‘비용’이라는 용어를 최대한 자제하고 ‘원가’라는 용어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만 언급하고 넘어가자. [그림] 카페 손익 산출을 위한 계산식
이익 산출 방식을 전통적인 매출에서 매출원가 및 판매원가를 차감하는 방식에서 매출에서 변동원가 및 고정원가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 현재 기준으로 이익 발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당분간은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단위당 판매가격이 단위당 총변동원가보다 크다면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총고정원가의 성격에 기인한다. 총고정원가의 대표적인 예가 감가상각비, 고정인건비 등인데, 이러한 비용들은 매출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단위당 판매가격이 단위당 총변동원가보다 크다면 매출이 증가할수록 고정원가를 일부 회수할 수 있으며, 고정원가가 전부 회수된 이후에는 제품을 판매할수록 단위당 판매가격에서 단위당 총변동원가를 차감한 금액만큼 판매량에 비례하여 이익이 발생한다. 따라서 단위당 판매가격에서 단위당 총변동원가가 크고 사업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당장에 손실이 나더라도 사업 지속의 필요조건을 충족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림] 지난 사례에서 살펴본 Cafe´ 손익 : 재무회계 vs. 관리회계
즉, 지난 사례에서 살펴본 Cafe´ 관리 손익에서 1.5백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더라도 2,000원의 단위당 판매가격에서 1,500원의 단위당 변동원가를 뺀 500원의 단위당 판매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사업을 지속할 이유가 존재한다. 커피 한 잔을 더 판매할수록 500원의 이익이 늘어나고 영업손실(= 관리회계 손실②) 또한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월 4,0003)잔 이상을 판매하게 되면 4,000잔 이후에는 잔당 500원의 이익은 전부 영업이익으로 귀속되게 된다. 3) 월 4,000잔은 다른 의미로 BEP(Break Even Point) 판매량, 다른 말로 손익분기점 판매량을 의미하며, 고정원가를 단위당 판매가격에서 단위당 총변동원가를 차감하여 산출할 수 있다. 이익 산출 방식을 변동원가 및 고정원가로 재분류하면 쉽게 도출되는 Insight의 두 번째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림] 커피 판매 변화에 따른 영업손익의 변화
여기서 판매가격에서 총변동원가를 차감한 내역을 ‘공헌이익’이라고 하며, 단위당 판매가격에서 단위당 총변동원가를 차감한 내역을 ‘단위당 공헌이익’이라고 한다. 그리고 ‘공헌이익’이라는 개념은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수조건이며, 당장에는 영업이익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향후 사업이 확장하여 매출이 증대된다면 고정원가를 충분히 보상하고 영업이익 발생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앞선 뉴스기사에서 마켓컬리를 비롯한 많은 플랫폼 기반 E-commerce 기업들이 공헌이익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초기에 대규모의 고정원가를 투입했지만, 공헌이익이 발생하고 공헌이익률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매출이 증가하기만 한다면 영업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재무제표에서 공헌이익을 어떻게 산출할 수 있나?
(지난 호에서도 언급했지만) 마켓컬리에서 강조하는 지표인 ‘공헌이익’은 재무제표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 공헌이익의 개념은 재무회계가 아닌 관리회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무회계를 기반으로 작성되는 재무제표에서는 공헌이익이 표기되지 않는다. 그리고 공헌이익을 재무제표에 표기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 또한 존재한다. 회계에서는 비용을 기능과 성격에 따라 각각의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도록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Cafe´를 운영하는 경우에 커피를 만드는 종업원과 매장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종업원이 있다고 해보자. 이때 종업원에게 지급하는 급여는 그 성격(Nature)을 기반으로 ‘급여’로 분류된다. 하지만 커피를 만드는 종업원의 급여는 제품 판매라는 기능(Function)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매출원가’로 분류하고, 손님을 응대하는 종업원의 급여는 판매관리라는 기능(Function)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판관비’로 분류4)된다. 그리고 재무제표상 포괄손익계산서에서는 기능적 분류에 따른 비용을 분류하여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5)이다. 또한, 기능적 분류에서는 주요 비용을 매출원가와 판관비로 분류하고 있는데, 매출원가와 판관비에는 변동원가와 고정원가가 섞여 있어 공헌이익을 산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K-IFRS에서는 포괄손익계산서를 기능적 분류에 따라 표기한 경우에는 비용의 성격적 분류를 주석에 별도 공시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공헌이익을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4) 비용의 기능적 분류에는 ‘배부’라는 정성적인 판단이 뒤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Cafe´에서 종업원이 커피도 만들고 종업원을 응대한다면 종업원의 급여는 그 기여도에 따라 매출원가와 판관비로 배부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종업원의 급여가 한 달에 500만원이라면 그 기여도에 따라 300만원은 매출원가로 200만원은 판관비로 분류될 수 있는데, 비용의 성격적 분류와는 달리 기능적 분류에서는 기여도를 추정하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 5) ‘일반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K-IFRS의 근간이 되는 IFRS상에서는 비용을 기능에 따라 분류하도록 강제화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회사의 성향에 따라 기능 또는 성격에 따른 분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림] 마켓컬리의 공헌이익 추정
실제 공시된 재무제표를 통해 마켓컬리의 공헌이익을 추정해보자.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손익계산서를 통해 공헌이익을 추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주석에 표시된 ‘비용의 성격별 분류’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비용별로 해당 비용이 ‘변동원가’ 또는 ‘고정원가’인지를 분류해보자. 그리고 매출에서 변동원가를 뺀 차액인 ‘공헌이익’을 연도별로 산출하고, 공헌이익에서 매출을 나눠 공헌이익률을 연도별로 계산해보자. 계산된 결과를 살펴보면, 연도별 영업이익은 (-)이지만 공헌이익은 7기 이후부터는 (+)임을 확인할 수 있다. 즉, 7기 이후부터는 판매가격이 변동원가를 초과하므로 지속적으로 사업운영이 가능한 조건으로 현재까지는 고정원가를 충분히 보전할 수 없지만 향후 매출이 증가하면 고정원가를 보전하고 영업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또한,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공헌이익과 공헌이익률이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마켓컬리의 이러한 주장 – 향후 영업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 - 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재무제표에서의 공헌이익 산출, 한계가 있다!?
다만, 신문기사를 잘 살펴보면 ‘공헌이익 흑자는 투자가 마무리되고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라고 쓰여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를 해석하자면 ‘매출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고정원가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공헌이익이 고정원가를 보전하고 난 후 영업이익이 발생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제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고정원가의 증가 없이 매출이 무한대로 증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앞선 Cafe´ 사례만 살펴봐도 매출이 일정수준 이상 증가하면 종업원의 추가 고용에 따른 종업원 급여가 증가하고, 매장 또한 넓힐 필요가 있는데, 이때 임대료 또한 증가하게 된다. 즉, 일정한도 내에서는 매출 증대에도 고정원가에는 변동이 없지만 그 한도를 넘어서게 된다면 고정원가도 변동6)된다는 의미이다. 즉, 마켓컬리에서 추가 투자 없이 매출이 증대되는 한계점 또한 존재하고 이 한계점까지 매출이 발생할 경우 영업손실이 영업이익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문기사의 정보는 마켓컬리의 영업이익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에는 충분한 정보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앞서 마켓컬리의 주석 정보를 통해 연도별 공헌이익을 추정했는데, 공헌이익 추정을 통한 변동원가 및 고정원가의 분류 또한 정확하지 않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원가의 변동은 변동, 그리고 고정으로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전기세 같은 경우 일정금액은 기본료를 고정원가로 지급하고 그 이후 사용량에 비례하여 증가7)하기도 하다. 그리고 일정 사용량을 초과하면 금액이 더욱 더 증가하는 누진세 구조를 띄고 있다. 그 외에도 비용의 움직임은 계약구조별로 다르게 발생하기도 한다. 이처럼 실제 기업활동에서는 관리회계에서 이야기하는 ‘공헌이익’을 산출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공시된 재무제표상에서는 관리회계상 개념인 공헌이익을 신뢰성 있는 수치로 산출하여 공시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일정부분 무리가 있다. 6) 이러한 관점에서 매출 증가 단계별로 변동하는 고정원가를 ‘준고정원가’로 분류하기도 한다. 7) 이러한 비용을 ‘준변동원가’로 분류하기도 한다.
마켓컬리에서 ‘공헌이익’ 카드를 들고 나온 이유
그렇다면 재무회계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은, 그리고 신뢰성 있는 수치를 산출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이는 ‘공헌이익’이라는 카드를 마켓컬리는 왜 들고 나온 걸까? 기업의 전통적인 목적은 영리 추구, 즉 이윤 추구에 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영업이익 달성, 즉 돈을 벌어야 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마켓컬리와 같이 투자가 많이 필요한 산업에서 영업이익을 달성하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당장에 영업이익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투자자들에게 근거에 기반한 희망적인 기사를 중간중간 공유할 필요가 있다. 마켓컬리가 ‘공헌이익’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으며 기업운영 또한 그 복잡함이 더해지고 있다. 그리고 회사의 장점을 찾아내고 투자자들에게 호소하는 데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회사 홍보 담당자들이 재무회계뿐만 아니라 관리회계 또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더해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