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부임한 경영진은 손상차손을 좋아할까?(1) - 원가/비용/자산의 의미 -

감사 시즌이 되면 회계사와 회사 사이에는 다양한 논쟁이 오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회사에서 예상했던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 치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중에 ‘손상차손’이라는 놈이 있는데, 그 해 성과가 좋지 않은 대부분의 회사에서 ‘손상차손’과 관련된 주제는 자주 등장하는 단골메뉴 중 하나이다. 또한, ‘손상차손’에는 추정이라는 요소들이 생각보다 많이 개입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회계사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기에 ‘손상차손’을 방어할 수 있는 다양한 논리를 개발해야 하는 실무자들의 어려움 또한 가중된다. 그리고 K-IFRS1)가 도입된 이후에는 ‘손상차손’에 대한 개념 또한 더 정교하게 정립되어 ‘손상차손’을 방어해야 하는 실무자들을 무척이나 괴롭히기에 대부분의 회사에서 ‘손상차손’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신문기사를 읽다 보면 가끔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손상차손’을 고려한다는 의아한 이야기를 접하기도 한다. 특히 경영진이 새로 부임하거나 신규 사업을 인수할 때 이러한 신문기사를 볼 수 있는데, 이번 호에서는 회사의 손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손상차손’을 회계감사인이 지적하기도 전에 회사에서 미리 인식하는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더불어 ‘손상차손’의 의미, 그리고 ‘손상차손’이 기업의 손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자세히 살펴보자. 1) K-IFRS 도입으로 ‘손상차손’이라는 개념 또한 새로 도입되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꽤 존재한다. 하지만, K-IFRS 도입 이전에도 ‘감액’이라는 이름으로 ‘손상차손’은 이미 실무에서 적용되고 있었다
새로 부임한 경영진은 ‘손상차손’을 좋아한다!?
부임한 첫 해의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새로 부임한 경영진이 ‘손상차손’ 인식을 통해 기존 사업의 부실을 과감히 도려낸다는 신문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고용이 안정되지 않은 전문 경영인은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손상차손’의 인식에 대한 의사결정은 전문 경영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손상차손’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리고 ‘손상차손’을 통한 손익의 변화방향을 회계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면, ‘손상차손’을 인식하는 것이 향후 전문 경영인에게 나름 장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납득될 수 있다. [그림] 새로 부임한 경영진은 ‘손상차손’을 좋아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부임 첫 해에 인식한 ‘손상차손’은 직전 경영진 또는 회사의 정책으로부터 비롯된 문제라고 책임을 전가할 수 있기에 부정적인 성과에 대한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두 번째로는 ‘손상차손’을 인식한 첫 해의 다음 해부터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자연스럽게 개선된다는 장점2)이 존재한다. 또한, 현재 회계기준3)으로는 첫 해에 발생하는 ‘손상차손’ 또한 영업이익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새로 부임한 경영진들은 종종 미래 이익 개선을 목표로 ‘손상차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하는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가, 비용, 그리고 자산의 의미를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2) 이번 호의 핵심 주제로 뒤에서 차근차근 설명하고자 한다. 3) 2027년에 새롭게 도입되는 IFRS18의 주요 내용은 현 손익계산서의 구조를 변경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변경되는 손익계산서의 구조에 따르면 ‘손상차손’ 또한 영업외 비용이 아닌 영업이익에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상차손’은 향후 영업이익 개선에 도움이 되는데, 이는 뒤에서 상세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원가 vs. 비용 vs. 자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혼용하여 쓰고 있지만, 회계적인 관점에서 확실히 구별해야 할 용어 중 하나4)가 바로 ‘원가’와 ‘비용’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원가’란 수익을 발생시키기 위해 투입된 가치라고 정의된다. 즉, 수익활동을 창출하기 위해 지출한 내역은 전부 ‘원가’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비용’이란 수익이 발생하면서 소멸되는 가치라고 정의되는데, 수익을 발생시키기 위해 투입되면 ‘원가’, 그리고 투입된 후에 소멸되어야 비로소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소멸되지 않은 ‘원가’는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기록된다. 가령,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해 제품을 구입했다고 해보자.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지출한 내역은 재고자산이라는 ‘자산’으로 기록된다. 그리고 제품 판매를 통해 재고자산이 소비자에게 이전, 즉 소멸될 때 비로소 재고자산이라는 ‘자산’은 매출원가5)라는 ‘비용’으로 기록된다. 또 다른 예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유형자산을 구입했다고 해보자. 유형자산을 구입하기 위해 지출, 즉 투입된 가치인 취득원가는 비용이 아니라 ‘유형자산’이라는 자산으로 기록된다. 그리고 유형자산의 사용기간에 걸쳐 자산은 감가상각을 통해 ‘비용화’된다. 만약 5년 사용 목적으로 1억원의 유형자산을 구입했다면, 구입한 시점에서는 1억원의 자산이 회계에 기록되고 5년 동안 매년 0.2억원6)이 감가상각이라는 비용으로 기록된다는 의미이다. 4) 자주 혼용되지만 회계적으로 구분해야 하는 용어 중 다른 하나는 ‘수익’과 ‘이익’이다. ‘수익’은 일반적으로 벌어드린 돈을 의미하고 ‘이익’은 벌어들인 돈에서 쓴 돈(= 비용)을 빼고 남은, ‘잔액’을 의미한다. 5) ‘매출원가’는 그 성격상 ‘원가’가 아니라 ‘비용’으로 분류된다. 다만, 용어상 ‘매출원가’라는 표현이 이를 헷갈리게 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매출원가’가 아닌 ‘매출비용’으로 기록하면 조금 더 혼선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6) 1억원의 유형자산을 5년 사용으로 구입했다면 (잔존가치가 없다는 가정하에) 1억원을 5년 동안 나눈 값이 매년의 비용이 된다. [그림] 원가의 (자산화 과정을 거친) 비용화 과정
손상차손’ 또한 투입된 원가의 자산화 과정을 거쳐 비용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내용만으로는 충분히 납득되지 않는다. 가령 유형자산의 경우, 이미 감가상각을 통해 비용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손상차손’이라는 추가적인 비용이 끼어들 여지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가령, 5년 사용 목적으로 1억원의 기계장치를 구입했다고 해보자. 이 경우에 회사는 – 기계장치의 잔존가치가 없다는 가정하에 – 매년 0.2억원의 감가상각을 비용으로 기록하고, 5년이 지나면 기계장치의 가치는 0원이 된다. 즉, 감가상각만으로도 1억원의 자산이 전부 비용화되기 때문에 감가상각 이외에 추가적인 비용을 기록할 여지가 없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기계장치를 구입한 이후에 수익성이 떨어진다면 기계장치에 대한 추가 비용을 ‘손상차손’이라는 항목으로 기록하는 것이 실무적인 방식인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산’이 자산일 수 있는 이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자산’이 자산일 수 있는 이유
회계 특히,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서 자산이란 ‘과거 사건의 결과로 기업이 통제하고 있는 자원으로, 이를 통해 미래 경제적 효익이 기업으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자산의 특징 중 하나가 ‘미래 경제적 효익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의미이다. 즉, 구입한 기계장치를 자산으로 기록하는 이유는 – 기계장치 사용을 통해 – 미래 수익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례에서 1억원에 구입한 기계장치를 5년 동안 매년 0.2억원의 비용을 인식하는 이유 또한 기계장치 사용으로 5년동안 수익 창출에 기여한다는 가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입한 기계장치가 더 이상 미래 수익 창출에 기여할 수 없다면 어떨까? 이는 회계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산의 조건 중 하나인 ‘미래 경제적 효익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될 수 없기에 자산의 자격 요건을 상실하고 바로 ‘손상차손’이라는 비용7)으로 기록된다. 사례에서 1억원에 구입한 기계장치를 2년 동안 사용하다가 x2년 말에 더 이상 수익 창출에 기여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x2년 말에 상각되지 않은 자산의 가치인 0.6억원을 ‘손상차손’으로 기록하고 더 이상 감가상각은 인식하지 않는다. 즉, 향후 x3년에서 x5년까지 미래 경제적 효익을 기대할 수 없기에, x3년 이후로 향후 3년간 매년 인식할 0.2억원의 감가상각비 대신8)에 기계장치의 효용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x2년 말에 0.6억 원의 비용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7) 조금 더 엄격한 의미로는 ‘비용’이라기보다는 ‘손실’ 처리된다고 보는 것이 명확하다. ‘비용’이란 정상적인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자원의 감소를 의미하지만, ‘손실’이란 비정상적이거나 비정기적인 사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자원의 감소를 의미한다. 여기서는 ‘비용’과 ‘손실’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도록 하자. 8) 이는 회계의 대원칙 중 하나인 ‘수익비용대응의 원칙’에도 부합된다. x3년 이후에 기계장치의 비용인 감가상각비를 기록할지라도 이에 대응되는 수익은 발생하지 않기에 적합한 회계처리는 아니다. [그림] 기계장치의 손상차손 인식 및 감가상각
정리해보면, 자산이 더 이상 자산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그 기능이 저하된 경우, 즉 자산의 가치보다 미래 효익의 크기가 높지 않은 경우에 ‘손상차손’을 인식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다음 호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손상차손’을 회계적으로 어떻게 인식해야 할지, 그리고 손상차손 인식을 통해 미래 재무성과가 어떻게 변경될지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