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난 회사, 배당은 위법일까?(1) - 재무상태표의 구조 -

얼마 전 ‘회사가 적자가 났는데도 경영진이 꽤 많은 배당을 받았다’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또한 해당 기사에서 ‘만약 배당을 적게 받았다면 영업손실이 아니라 영업이익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경영진의 결정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림] 적자가 났는데도 배당을 받았다고?
해당 기사를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적자가 났음에도 배당 지급을 결정한 경영진의 의사결정은 적절했는지’ 그리고 ‘배당 때문에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궁금함을 해소하기 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활동과 재무제표의 연관관계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활동을 먼저 확인해보자.
회계적인 관점에서 기업 활동은 일반적으로 영업활동, 투자활동 및 재무활동으로 분류1)된다. 그중에 재무활동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유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운영할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자금조달 방법으로는 크게 외부차입과 유상증자가 있다. 1) 영업, 투자 및 재무활동이라는 기업활동의 3가지 분류는 현금흐름표 구조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2027년도에 적용될 IFRS 18의 손익계산서 구조에도 적용될 예정이니 잘 알아두면 좋을 듯하다. [그림] 기업의 활동
외부 차입이란 외부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활동을 의미하는데, 외부 차입의 특징은 기업의 성과와 상관없이 언젠가는 – 회계적인 용어로는 ‘만기’에 – 빌린 자금, 즉 원금과 일정기간 마다 사전에 합의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차입은 재무상태표에서 ‘부채’2)로 분류된다. 반면에 유상증자란 회사가 자금마련을 위해 주식을 발행하여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아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이다. 차입과 달리 유상증자는 회사에서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에 한하여 주식 수에 비례하여 이익을 배분3)하면 된다. 그리고 차입과는 달리 이자 또는 만기에 원금을 상환할 의무 또한 없다. 따라서 유상증자는 미래 지급해야 할 의무가 존재하는 ‘부채’라기보다는 재무상태표상 미래 지급의무가 없는 ‘자본’4)으로 분류된다. 회사를 운영할 자금이 마련되었다면, 물건을 팔기 위한 제품을 구입하거나 제품을 생산할 기계장치, 건물, 그리고 토지 등을 구매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을 투자활동이라고 하며, 수익활동을 위해 투자한 가치는 재고자산, 유형자산 등 재무상태표상에서 자산5)으로 표시된다. 2) 부채란 기업의 과거거래 및 사건의 결과로 미래에 자산을 이전 또는 용역을 제공해야 하는 기업에 부과된 현재의 의무와 책임을 의미한다. 3)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이를 ‘배당’이라고 한다. 다만, ‘배당’의 전제조건인 이익은 당해연도 이익이 아닌 이익의 누적인 ‘이익잉여금’을 의미하며, 배당 또한 주주총회에서 결정되는 사항일 뿐 이익이 발생했다고 배당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4) 는 부채를 ‘타인자본’, 자본을 ‘자기자본’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5) 회계기준에서는 자산이란 과거의 거래나 사건에 의해 기업이 통제하고 있는 자원으로, 미래에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는 항목으로 정의하고 있다. 자금을 조달하여 회사를 운영할 자산을 확보했다면 본격적으로 영업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영업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수익 창출을 위한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회사는 이익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익이 발생하게 되면 손익계산서상 ‘이익’은 재무상태표상 ‘이익잉여금’이라는 항목으로 기록되는데, 이익잉여금을 통해 그동안 회사에서 발생한 이익이 누적되게 된다. 다만, 이익잉여금 중에 일부는 투자자인 주주들에게 ‘배당’을 통해 빠져 나가게 되므로, 이익잉여금은 회사에서 발생한 이익의 누적액 중에 주주들에게 배당하지 않고 남은 잔여분을 의미한다. 그리고 배당하지 않고 남은 이익잉여금은 회사 운영 과정에서 현금으로 쌓이는 것이 아니라 재고자산, 유형자산 등으로 재투자된다. 즉, 이익이 발생하게 되면 회사는 외부차입 또는 유상증자를 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자금을 내부에서 조달하는 재무활동이 가능해진다는 의미이다.

기업활동의 성적표, 재무상태표의 구조
재무상태표의 사전적인 의미는 일정 시점에 회사의 재정상태를 나타내는 표로 자산, 부채 및 자본으로 구분하여 표시된다. 재무상태표를 통해 일정시점에 회사의 총 재산은 얼마이고 갚아야 할 채무는 얼마이며 그래서 온전히 회사에게 돌아올 수 있는 순재산이 얼마인지를 알 수 있는데, 회계적인 용어로는 회사의 총재산을 ‘자산’이라고 하고, 회사가 갚아야 할 채무는 ‘부채’라고 표현하며, 회사에 온전히 돌아올 수 있는 순재산을 ‘자본’이라고 표현한다. 또한, 회계거래를 장부에 기입할 때는 왼쪽을 ‘차변’이라고 하고 오른쪽은 ‘대변’이라고 하는데, ‘재무상태표’에서는 일반적으로 ‘자산’을 차변(借邊)에 표시하고, ‘부채’와 ‘자본’을 대변(貸邊)에 표시한다. 따라서 재무상태표를 ‘차변’과 ‘대변’으로 구분하여 표시하기도 하는데, 해당 구조를 통해서 회사의 재무, 투자 및 영업활동의 결과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즉,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대변’인 부채와 자본을 통해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를 알 수 있고, ‘차변’인 자산을 통해 조달한 자본으로 어디에 투자를 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림] 재무상태표의 구조
그리고 자본의 구성 항목인 ‘이익잉여금’의 규모를 통해 (주주 배당을 제외한) 그동안의 이익이 얼마나 누적되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익잉여금을 통해 매년 회사에서 발생한 이익의 누적액이라는 점에서 손익계산서와도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으며, 이익잉여금 역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재무상태표를 읽어보자
현재까지 배운 개념을 통해 재무상태표를 읽어보자. [그림] 삼성전자의 재무상태표
삼성전자의 과거 재무상태표를 살펴보면, 자산대비 부채 비율이 25 ~ 29%로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회사 운영을 위한 자금 조달의 외부 차입인 부채보다는 자기자본, 특히 이익잉여금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매년 발생하는 이익을 자산에 재투자하여 상당부분의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림] 아시아나 항공의 재무상태표
반면에 아시아나 항공의 과거 재무상태표를 살펴보면, 자산대비 부채 비율이 86 ~ 93%로 회사 운영을 위한 자금 조달의 대부분이 자기자본보다는 부채 등 외부 차입에서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삼성전자에 비해 외부 차입인 부채에 상당부분 의존하여 회사 운영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제 재무상태표의 구조를 이해했다면 다음 호에서는 본격적으로 배당이 재무상태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