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을 하다 보면 매출채권이 쌓이기 마련인데, 현대 사회는 신용거래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출채권이 증가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매출이 늘어나면서 당연히 매출채권도 증가하고, 결국에는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출채권이 항상 현금으로 회수되는 것은 아니다.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거래처가 부도가 나면, 해당 매출채권은 부실채권이 되어 회수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회계에서는 이러한 리스크를 반영하기 위해 매출채권의 회수 가능성을 추정하여 ‘대손충당금’이라는 항목을 설정하여 매출채권에서 차감하도록 표시를 강제하고 있다. 즉, 매출채권 중 일부분은 회수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재무제표에 미리 반영하여 재무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문제는 대손충당금이 ‘추정’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아직 부도가 확정되지 않은 매출채권에 대해 받지 못할 돈이라고 가정하고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종종 대손충당금이라는 회계추정을 받아들이지 못해 난감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번 호에서는 회계에서 왜 ‘추정’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지, 그리고 대손충당금의 설정이 기업실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하나하나 살펴보고자 한다.
역대급 실적, 충당금 착시효과 때문이다!?
[그림] 금융사의 역대급 실적과 충당금 착시효과
코로나19 문제가 여전히 계속되는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기사가 하나 게재되었다. 당시는 코로나 여파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여러 가지 지원 정책이 한창이어서 금융사의 손익이 좋아진 줄 알았는데, 역대급 실적이 충당금 효과 때문이라니 조금은 낯선 결론이었다. 일반적으로 금융사에서는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수익을 받는 것이 주업이기 때문에, 기사에서 이야기하는 충당금이라 함은 대여금1)과 관련이 있다. 즉, 금융사의 자산인 대여금 중에 못 받을 것으로 예상하여 설정한 (대손)충당금의 규모가 줄어들었는데 이 때문에 금융사의 실적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도대체 대손충당금이 회계적으로 어떻게 관리되기에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는지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손’과 ‘대손충당금’의 의미부터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금융사에서는 대여활동이 주업이기 때문에 자산의 주된 채권은 대여금이다. 하지만 일반회사에서는 매출활동이 주된 활동이기 때문 에 주된 채권 또한 대여금이 아닌 매출채권이다.

‘대손’과 ‘대손충당금’의 의미
오늘날의 대부분 거래는 ‘신용거래’가 주를 이룬다. 즉, 물건을 사고 팔 때도 즉시 현금이 오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대금이 지급되는 방식이다. 매출이 발생하면 매출채권이라는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기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현금이 회수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모든 거래처가 약속된 기한에 돈을 지급하는 것은 아니다. 매출채권 중 일부는 회수되지 않을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즉, ‘대손’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대손’의 사전적인 정의는 ‘받을 돈을 돌려받지 못해 손해를 보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회계에서는 못 받을 것으로 확정되지 않은 매출채권에 대해서도 대손가능성, 즉 못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을 추정하여 대손충당금을 쌓고 이를 매출채권에서 차감하도록 하고 있다. 가령 회사에서 백만원의 매출채권이 있다고 하고 못 받을 가능성이 10%가 있다고 한다면 백만원의 매출채권에서 10%에 해당하는 10만원을 차감한 90만원의 순매출채권만 자산으로 재무상태표에 표시하라는 의미이다. [그림] 재무상태표상 매출채권과 대손충당금의 표시 방법
일반적으로 대손충당금의 설정은 연말에 회계감사 과정에서 확정되는데, 이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고 논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회계사들의 매출채권2)에 대한 대손충당금3) 설정은 마치 못 받을 돈이라고 결론짓는다고 오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손충당금’은 현재 시점에서 미래에 받지 못할 대금을 추정하는 것이지, 못 받을 것이라고 확정된 ‘대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예상이므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회계에서는 굳이 매출채권4)에 대해서 대손을 예상하여 그 결과를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하라고 강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대손’ 및 ‘대손충당금’이 회사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 회사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어느 누가 돈을 받지 못할 것을 전제로 거래 상대방과 거래를 하겠는가?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는 과정이 꽤 회사 입장에서는 꽤 불편할 수도 있다. 3) 대손충당금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는 그 명칭에도 있다. 대손충당금이 아니라 ‘대손예상액’ 또는 ‘대손예상금’이라고 바꿔 부른다면 오해의 소지가 조금은 덜하지 않을까? 4) 정확히 이야기하면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는 대상은 매출채권에 한정하지 않고, 미래에 현금 유입이 예상되는 대여금, 미수금 등 모든 자산을 포함한다.

대손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대손을 추정하는 이유 : 대손충당금
가령, A라는 회사에서 20×1년부터 20×3년까지 각각 1,000원, 2,000원 및 1,000원의 매출이 발생한다고 해보자. 그리고 매출 관련 대금회수는 차년도에 발생하는데, 대금회수 시점에서 매출의 20%가 대손, 즉 못 받을 것으로 확정된다고 해보자. 먼저 대손이 확정되는 시점에 대손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손익을 계산해보자. 20×1년에는 1,000원의 매출이 발생하지만, 대손은 차년도인 20×2년도에 확정된다. 따라서 20×1년에는 대손상각비5)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20×2년도에는 2,000원의 매출이 발생하면서 200원의 대손상각비가 발생한다. 다만, 이 200원의 대손상각비는 20×1년도에 발생한 매출에 대응되는 대손상각비이다. 그리고 20×3년에는 1,000원의 매출이 발생하면서 400원의 대손상각비가 발생하는데, 400원의 대손상각비는 20×2년에 발생한 매출과 관련된 비용이다. 이를 매년 성과 측면에서 살펴보면, 매출에서 대손상각비를 차감한 ‘순매출이익’이 20×1년에는 1,000원 20×2년에는 1,800원 그리고 20×3년에는 600원으로 표시된다. 그리고 매출액 변동률은 각각 100%, 200% 및 100%인데 반해, 순매출이익 성장률은 각각 100%, 180% 및 60%로 표시된다. 5) 대손충당금이 발생하면 매출채권이라는 자산을 차감하여 표시한다. 즉, 대손충당금이 발생하면 그만큼 ‘대손상각비’라는 비용도 발생하게 되며, 대손이 확정될 때도 매출채권이 차감되면서 ‘대손상각비’라는 비용이 인식된다. [그림] 대손이 확정되는 시점의 회사 손익
자, 이번에는 매출이 발생한 시점에 대손예상액을 바로 인식하는 방식으로 변경해서 손익을 기록해보자. 매출은 사례 01과 동일하게 20×1년에서 20×3년 동안 각각 1,000원, 2,000원 및 1,000원이 발생한다. 다만, 매출이 발생한 시점에 예상되는 대손율이 20%라고 했기 때문에, 20×1년에는 1,000원의 매출과 함께 동시에 200원의 대손상각비를 기록한다. 20×2년 또한 2,000원의 매출과 동시에 400원의 대손상각비를 기록하고, 20×3년에는 1,000원의 매출과 200원의 대손상각비를 기록하게 된다. 이를 매년 성과 측면에서 살펴보면, 매출액 변동률이 매년 100%, 200% 및 100%가 되고 순매출이익 성장률 또한 100%, 200% 및 100%가 된다. 회사는 매출액 변동률과 순매출성장률 사이에 일관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림] 대손이 예상되는 시점의 회사 손익
한 단계 더 나아가서, 20×3년 초에 새로 경영진이 부임했다고 해보자. 그리고 사례 01 기준 즉, 실제 대손이 발생한 때 대손상각비를 인식하는 기준으로 해당 경영진이 성과를 평가받는다고 해보자. 이 경우 해당 경영진은 20×3년에 해당하는 1,000원의 매출과 20×2년에 발생한 2,000원의 대손이 확정되는 400원의 대손상각비를 제외한 600원의 순매출이익을 성과를 인정받게 된다. 한 눈에 봐도 새로 부임한 경영진 입장에서는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20×3년에 인식한 400원의 대손상각비는 새로 부임한 경영진과는 상관없는 전임 경영진의 매출과 관련된 성과6)이기 때문이다. 6) 어떤 거래처와 거래를 하느냐에 따라 대손율은 달리 예상될 수 있다. 즉, 대손충당금 또한 영업부서의 평가에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회계에서는 수익이 발생할 경우 관련된 비용 또한 동일 기간에 인식해야 한다는 ‘수익비용대응의 원칙’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매출이 발생하는 경우에 관련된 비용 또한 함께 측정해야 정확한 성과 평가가 가능하다는 의미인데, 회계에서는 기업의 정확한 성과 평가가 중요하기에 ‘수익비용대응의 원칙’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따라서 매출이 발생한 기간에 대손예상액 또한 인식7)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7)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회계기간 말의 매출채권 잔액을 기준으로 대손예상액을 추정하여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규정되어 있다.


대손충당, 추정의 한계
다만, 대손충당금은 현재 시점의 경험률 등을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에, 미래의 대손예상액을 정확하게 반영하기는 어렵다. 신문 기사에서 2020년에 추정한 금융사의 대손충당률이 2021년 상반기 입장에서는 과다하다고 판단되어 그 추정률을 낮게 조정한 결과 대손충당금이 적게 쌓였다고 해석될 수 있는데, 그렇다면 2020년에 너무 높게 추정한 대손예상액이 잘못된 게 아닐까? 그리고 잘못된 추정이라면 과거 재무제표를 수정하는 것이 더 올바른 방법이 아닐까? 다음 호에서는 회계에서 추정을 사용하는 이유, 그리고 추정이 바뀌는 경우 어떻게 회계처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지 조금 더 상세히 살펴보자.
[회계 실무 TIP] 대손충당금 설정 방법 기업에서 대손율을 설정하는 방법으로 네 가지 정도를 검토할 수 있다. 우선 매출액을 기준으로 향후 몇 %정도의 대손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하여 매출액 대비 대손상각비를 추정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는데, 해당 방법은 수익-비용 대응의 원칙에 조금 더 충실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고민할 수 있는 방법은 기말 현재의 매출채권 잔액에 대손율을 일괄적으로 적용하여 대손예상액을 구하는 방법이다. 세 번째 방법은 거래처별로 매출채권 잔액을 분석 및 회수가능성을 검토하여 개별적으로 대손율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개별법’이라고도 한다. 마지막으로 매출채권 잔액에 대하여 각각의 개별채권의 발생일 및 만기일을 검토하여 경과일수별로 회수가능성을 검토하여 대손을 추정하는 방법으로 ‘연령분석법’이라고도 한다. 다만, 첫 번째 방법은 이미 회수된 매출과 관련된 현금도 대손을 설정할 수 있다는, 즉 매출채권 기준으로 대손을 설정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사실에, 그리고 두번째 방법은 채권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분석이 가능함에도 너무 단순화하였다는 이유로 실무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