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호에서는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기업의 성과를 정확하게 관리하기 위함이며, 이를 위해 ‘수익비용대응의 원칙’을 적용한 결과라고 하였다. 다만, 아직 받지 못할 돈으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매출채권에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려면 일정한 가정에 따른 ‘추정’이 필요하다고도 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회계에서 말하는 추정의 의미와 추정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회계추정과 유사하지만 그 의미가 다른 회계오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회계추정’의 의미와 사례
먼저 ‘회계추정’의 개념이 회계 기준에서 어떻게 정의되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우선 K-IFRS,1) 즉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에서는 ‘회계추정이란 측정 시점에서 특정 회계적 요소(자산, 부채, 수익, 비용)의 금액을 신뢰성 있게 결정할 수 없을 때, 이용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선의 추정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K-GAAP, 즉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는 ‘회계추정은 불확실성이 내재된 상황에서 과거 및 현재의 정보를 고려하여 특정 항목의 금액을 합리적으로 산정하는 과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K-IFRS 및 K-GAAP상 회계추정에 대한 세부적인 개념 정의에는 차이가 있지만, 확정되지 않은 미래효과를 현 시점에서 최대한 합리적인 방법으로 그 효과를 계산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회계추정은 회계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데, 대손충당금, 감가상각비, 퇴직급여충당부채 및 충당부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유형자산을 구입할 경우에는 일시에 큰 금액의 현금이 지출되지만, 다년간 사용할 목적으로 취득한다. 따라서 수익비용대응의 원칙에 따라 유형자산 구입을 위해 지출되는 금액을 사용기간에 걸쳐 안분하여 비용(= 감가상각비)으로 인식하는데, 이때 일정한 금액으로 비용을 인식(= 정액법)할지 또는 처음에 비용을 많이 인식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천천히 인식(= 정률법)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비용 인식을 위해서는 예상 사용기한(= 내용연수)과 잔존가치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바로 회계추정에 해당된다. 직원들이 퇴사를 하게 되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퇴직금 또한 직원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으로 급여와 그 성격이 유사하며, 근속기간에 비례하여 회사가 지급해야 할 퇴직금 또한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회사는 직원의 퇴사 시점에 지급하는 퇴직금을 급여처럼 매년 비용으로 인식하고 지급할 부채로 관리한다. 그리고 이러한 부채를 퇴직급여충당부채2)라고 하는데, 직원이 언제 퇴사할지 모르기 때문에 미래에 퇴사할 것을 가정하고 퇴직급여충당부채를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회계추정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회사에서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 프로모션 등 다양한 부수적인 활동을 하기도 한다. 현대차에서 10년 무상수리를 지원한다는 활동이 그 좋은 예이다. 다만, 이러한 활동은 회계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매출에 따라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비용이므로, 실제 무상수리가 발생하는 시점에 비용을 인식하는 것은 수익비용대응의 원칙에 맞지 않다. 오히려 판매를 한 시점에 미래에 발생가능한 무상수리와 관련된 비용도 함께 인식해야 하는데, 이때 회계추정이 적용된다. 그 외 판매보증충당부채, 하자보수충당부채 등 다양한 부수적인 활동으로 발생가능한 비용을 추정해야 하는데, 이를 ‘충당부채’라고 하며, 회계추정이 활용되는 대표적인 예이다. 이 외에도 회계에서는 기업의 정확한 성과관리를 위해 다양한 항목에서 회계추정이 활용된다. 1) 우리나라에서 기업이 재무제표를 작성할 경우에는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또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중에 선택하여 적용하도록 되어 있다. K-IFRS는 국가 간 회계기준의 일관성에 중점을 둔 반면에, K-GAAP은 회사의 회계처리 편의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상장사의 경우에는 K-IFRS 적용을 강제화하고 있으며, 회계기준 또한 K-GAAP 대비 K-IFRS가 상당히 복잡하다. 2) 기업 실무에서 퇴직급여를 관리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매년 직원의 퇴사를 가정하여 퇴직급여충당금을 미리미리 쌓아두는 경우(이를 ‘DB형’이라고 한다)가 있을 수 있으며, 이때에는 아직 현금이 나갔지만 향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 퇴직급여라는 비용과 퇴직급여충당부채를 쌓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매년 직원의 퇴직금을 정산하여 현금으로 지급하는 경우(이를 ‘DC형’이라고 한다)가 있는데, 이때에는 퇴직급여라는 비용을 기록하지만 이미 현금을 지급했기에 퇴직급여충당부채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회계추정이 잘못되었다면…
하지만, 회계추정은 확정되지 않은 미래를 예측해야 하므로 정확하지 않다는 근원적인 한계 또한 존재한다. 지난 호에서 언급했던 뉴스 사례로 돌아가보자. [그림] 혹시 추정이 잘못된 건 아닐까?
코로나 19 당시 미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무척 클 것으로 예상하고, 금융당국을 포함하여 사회전반적으로 보수적인 관점으로 대응하였다. 그 결과 대여금 회수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회계추정을 기반으로 충당금과 그에 따른 비용을 많이 인식하였다. 하지만 코로나 19 여파에 따른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각 정부들이 부양정책을 쏟아낸 결과, 부정적으로 예측했던 경제 현황은 예상보다 그 효과가 미미했다. 예를 들어, 100억원의 대여금을 운영하고 있는 금융사가 2020년 코로나 19 당시에는 대손율을 30%라고 추정하여 30억원을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는데, 일정 시간이 지난 2021년에는 실제 10%의 대손율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2021년에는 20억원의 대손충당금 환입으로 20억원의 이익3)이 추가로 발생하게 되었는데, 엄밀한 의미로 따져보면 미래에 대한 추정이 틀렸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틀렸다’는 이야기는 ‘고쳐야 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2020년에 비관적인 가정에 의해 설정한 금융사들의 대손충당금은 – 2021년에 그 결과를 확인해 보니 – 틀렸으므로 2020년의 대손충당금을 포함한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회계추정의 결과가 틀렸다고 해서 과거를 소급해서 고치지 않는다. 과거에 추정한 내용이 새로운 정보의 유입으로 미래 재무수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새로운 정보가 유입된 시점에서 미래를 수정하면 된다. 이를 ‘회계추정의 변경’이라고 하며, 과거는 고치지 않고 그대로 놔두면서 미래만 고치는 방법을 ‘전진법’이라고 한다. 가령, A라는 회사에서 2021년 초에 1,000만원에 해당하는 기계장치를 구입했다고 해보자. 처음에는 내용연수를 10년으로 추정해서 정액법에 따라 매년 100만원씩 감가상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2024년에 이 기계장치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상각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2025년에 내용연수가 다할 것으로 추정되기에 남은 내용연수를 2년으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런 경우에 재무제표는 어떻게 변경되어야 하는 걸까? 3) 가령 2020년에 30억원의 대손충당을 설정하면 대손충당금뿐만 아니라 대손상각비라는 비용을 기록한다. 하지만, 2021년에 실제 10억원의 대손이 발생했다면 과대 설정한 20억원의 대손충당금이 환입되는데, 이때 관련된 20억원의 대손상각비 또한 (-) 비용, 즉 이익으로 환입된다. [그림] 회계추정의 변경에 따른 회계처리 : 전진법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회계추정은 당시 정보를 기준으로 합리적인 회계처리를 했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따라서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게 된 이전까지 추정 방식을 인정하고 그 이후에 업데이트된 정보를 기준으로 바뀐 기준으로 회계처리를 하면 된다. 그리고 이를 회계추정의 변경이라고 하고 전진법을 적용한다고 한다. 즉, 2023년까지 인식한 감가상각은 그대로 인정하고 새로운 정보가 들어온 2024년부터 재계산하면 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2023년 말 시점까지 인식한 300만원의 감가상각은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 이 경우 2024년 초 기계장치의 순장부가액은 취득원가 1,000만원에서 3년 동안 인식한 300만원의 감가상각을 제외한 700만원이 된다. 또한, 2024년에 추가적인 정보에 따라 향후 2년 동안만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2024년 및 2025년의 감가상각비는 100만원이 아니라 각각 350만원을 인식하면 되고, 2025년 말에는 새로운 추정에 따라 기계장치의 순장부가액은 ‘0’이 된다. 이처럼 회계추정의 경우에는 나중에 추가된 정보에 따라 기존 가정이 바뀌게 될지라도 과거 숫자는 손대지 않고, 바뀐 시점부터 앞으로만 새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회계추정은 ‘실수’가 아니라 당시에는 ‘최선의 판단’이었기 때문에, 과거에 인식한 기준을 인정하고 과거를 소급해서 수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앞선 뉴스기사에서 2020년에 금융사들이 추정한 대손충당금이 과다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2021년에 과거, 즉 2020년의 재무제표를 수정하지 않고 2021년에 재추정하여 과다 추정한 대손충당금을 환입한 이유 또한 ‘회계추정의 변경’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추정과 오류의 사이에서…
하지만 회사가 미래에 대한 추정을 제대로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다르게 기록했다면 어떨까? 즉, 앞선 사례에서 A라는 회사에서 애초에 1,000만원에 구입한 기계장치의 내용연수가 10년이 아니라 4년이라는 사실을 취득 당시부터 알고 있었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이익을 이연시키기 위해 기계장치에 대한 감가상각을 10년 기준으로 상각해 왔는데, 2024년에 외부감사를 통해 이 사실이 발각되었다고 해보자. 이 경우에는 취득 당시 인지하였던 합리적인 가정을 외면했기 때문에 ‘회계추정의 변경’이 아닌 ‘오류수정’이 적용되어야 한다. K-IFRS 규정에 따르면 ‘오류란 재무제표 작성 시 간과하거나 잘못된 해석 또는 사실의 누락이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과거 기간의 실수’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회계오류의 경우에는 애초에 그 사실이 잘못되었기에 잘못된 시점까지 돌아가는, 즉 과거 재무제표까지 수정하도록 K-IFRS 및 K-GAAP에서는 발생한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 소급법을 적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회계오류가 발생된 회사가 외부감사 대상인 경우에는 오류수정에 해당하는 금액을 당해 재무제표에 반영할 뿐만 아니라 과거 오류가 없었을 때를 가정한 당시의 재무제표와 비교하여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1,000만원의 기계장치를 구입한 사례로 돌아가서, 2024년에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했다고 한다면 2024년의 재무제표는 당연히 수정되어야 하며 그 이전 재무제표 또한 수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주석 사항에는 2024년 회계연도 중 기계장치의 내용연수를 10년으로 잘못 적용하고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올바른 내용연수 적용에 따른 2020년부터 2023년까지의 요약 재무제표를 소급해서 기록해야 한다. [그림] 회계오류의 수정에 따른 회계처리 : 소급법

회계가 단순하지 않은 이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기업 실무에서 추정과 오류는 한 끗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진법’과 ‘소급법’의 차이에서 볼 수 있듯이 그 결과가 미치는 영향은 크다. 2021년에 금융사들이 본질적인 영업이 아니라 – 결론적으로 보면 – 회계추정을 과다하게 비관적으로 처리한 결과 예상외의 이익이 증가했지만, 과거 재무정보를 수정하지 않고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회계가 단순히 숫자를 다루는 분야라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실제 재무회계 곳곳에서는 합리적인 가정을 통한 회계추정이 생각보다 자주 활용된다. 이번에 함께 논의한 뉴스 사례 또한 여기에 해당되며 기업의 재무성과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회계를 잘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