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 신문기사나 기업 실무에서 ‘재고자산은 낭비’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별 생각 없이 들을 때는 그만큼 재고자산이 사업 운영에 중요하다는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기업 실무에서는 재고관리 소홀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회계 초보자 입장이라면 재고자산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일 텐데 왜 낭비, 즉 비용이라고 하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재고자산의 의미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고 또한 재고자산이 어떻게 수익성과 연결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서 재고자산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즉 적정 재고자산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재고 관리를 통해 수익을 개선했다!?
얼마 전 새로 부임한 CEO가 실적 개선을 위해 재고관리 강화에 나섰다는 신문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매출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흑자’로 돌아섰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흑자 전환의 이유가 ‘재고관리’ 때문이라는 설명에 신문기사를 읽었던 사람들은 더 더욱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회계기준으로는 재고자산은 손익계산서상 ‘수익’이나 ‘비용’이 아닌 재무상태표상 ‘자산’으로 분류되는데, 재고관리가 어떻게 손익계산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 위의 내용은 2023년 7월 18일자 한국경제신문 기사에서 보도된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원문은 사실관계 참고를 위해 활용되었으며, 표현 방식 및 서술은 저작권을 고려해 새롭게 구성되었습니다. 회사의 재무정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재무상태표는 회사의 자산, 부채 및 자본을 기록하는 표로 회사의 누적된 재무현황의 결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회사의 건강검진표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손익계산서는 일정기간 동안에 회사에서 벌어들인 수익과 사용한 비용의 흐름을 나타내는 표로, 일정기간 동안의 회사 성적표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재무상태표에 표시되는 재고자산과 손익계산서에 표시되는 수익과 비용이 서로 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 지 의아할 수도 있지만, 자산과 재고자산의 의미를 이해한다면 재무상태표에 자산으로 표시되는 재고자산이 손익에 영향을 주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자산, 그리고 재고자산의 정의
회계기준 특히, K-IFRS에 따르면 ‘자산이란 과거 사건의 결과로 기업이 통제하고 있으며 미래 경제적 효익이 기업에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이라고 정의1)되어 있다. 즉, 구매 등을 통해 자원을 취득했다고 다 자산이 아니라 향후 수익 창출에 직접적으로 기여해야만 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 재고자산 또한 K-IFRS상 ‘회사가 통상적인 영업과정에서 1) 판매를 위해 보유 중이거나 2) 생산중인 자산 또는 3) 생산이나 용역제공에 사용될 원재료나 소모품’이라고 정의2)하고 있는데, 판매 목적, 즉 매출이라는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취득한 자원이 바로 재고자산에 해당된다. 재고자산은 재무상태표에 구입하거나 생산되었을 때는 자산으로 기록되었다가 팔릴 때 비로소 ‘매출’이라는 수익이 발생함과 동시에 재고자산 또한 ‘매출원가’라는 비용으로 손익계산서에 기록된다. 즉, 매출이라는 수익 창출과 동시에 비용으로 재고자산이 매출원가라는 비용화 되기 때문에 재고자산의 판매는 이익이 발생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우에는 회사가 보유한 재고자산은 미래 손익에 긍정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가령, 한 카페에서 1kg에 만원하는 원두를 구입했다고 하자. 구입 당시에는 원두는 원재료라는 재고자산으로 기록된다. 그리고 원두를 사용해서 커피를 판매할 때마다 커피 판매에 따른 매출과 원두 사용에 따른 매출원가가 발생하게 되며, 당연히 커피 판매 가격이 사용한 원두 가격보다 높기 때문에 순이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매출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재고자산만 자산에서 비용으로 바뀌게 되는 경우 또한 존재한다. 앞선 사례에서 카페에서 구입한 1kg 중에 700g을 사용하지 못하고 폐기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자산 그 자체가 존재하지도 않으며 더 이상 수익 창출에 기여할 수 없기 때문에 ‘재고자산평가손실3)’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손익계산서상 비용4)으로 기록된다. 1) K-GAAP에서는 자산을 ‘과거의 거래나 사건의 결과로서 현재 기업실체에 의해 지배되고 미래에 경제적 효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자원’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K-IFRS와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2) K-GAAP에서는 재고자산을 ‘정상적인 영업과정에서 판매를 위하여 보유하거나 생산과정에 있는 자산 및 생산 또는 서비스 제공과정에 투입될 원재료나 소모품의 형태로 존재하는 자산’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K-IFRS와 차이가 거의없다. 3) 정확히 이야기하면 ‘재고자산 평가손실’과 ‘재고자산 폐기손실’은 다른 의미지만, 회계에서는 이를 ‘재고자산 평가손실’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4) 재무회계상 ‘재고자산평가(폐기)손실’이 정상적인 경우에는 일반적인 영업활동이라는 관점에서 손익계산서상 ‘매출원가’로 기록하고 극히 예외적인 비정상적인 경우에 한하여 손익계산서상 ‘영업외비용’으로 기록할 수 있다. 즉, 재고를 잘못 관리하면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회계에서는 또한 매년 재고자산의 현황을 분석하여 장기간 보관되어 있는 재고자산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폐기 등을 예상하여 ‘재고자산평가(폐기)손실’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다. 즉, 앞선 하이마트 사례에서 재고자산 관리를 통해 이익을 개선했다는 이야기는 일정 부분 여기에 해당된다. [그림] 하이마트는 ‘재고자산평가손실’ 감소로 이익 또한 증가
또한, 재고자산의 시장가치가 구입 당시에 비해 하락한 경우에도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기록하기도 한다. 즉, 1kg의 원두를 만원에 구매했는데, 연말에 원두의 시장가치가 1kg에 6천원으로 감소했다면 시세차익인 4천원에 대해서도 비용을 기록하게 된다. 재고자산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5)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회사가 재고자산을 보유하면서 재고를 쌓아 두어야 하는 창고 보관 및 운영비용 등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재고자산을 잘못 관리하면 손익계산서상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기업실무에서 재고자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5) 다만, 재고자산의 시가 하락에 따른 ‘재고자산평가손실’은 원재료와 같이 시장가치가 명확하게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

재고자산 관리는 ‘적정’하게… : 적정재고 관리
관리가 어렵다면 재고자산을 가능한 적게 보유하면 되는 걸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재고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재고자산이 충분하지 않다면 판매기회 손실이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재고자산은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게, 즉 적정하게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재고자산을 적정하게 관리하라는 말은 너무 추상적으로 들린다. 다행히 회계에서는 재고자산을 적정하게 관리하는 지표로 재고자산 회전율 또는 재고자산 회전기간 사용을 제안하고 있다. [그림] 재고자산 회전율 / 재고자산 회전기간 계산식
재고자산 회전율은 재고자산이 1년 동안 어느 정도 속도로 판매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활동지표이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식당의 회전율’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가령 카페에서 보유한 커피원두, 즉 재고자산 회전율이 10이라고 한다면, 현재 보유한 재고자산의 10배만큼이 1년 동안 사용, 즉 매출이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재고자산 회전율이 높을수록 좋은 측정 지표라고 볼 수 있다. 재고자산 회전기간 또한 이와 유사한데, 만약 해당 카페에서 재고자산 회전기간이 36일로 계산된다면 해당 카페에서 원두를 구매해서 판매하기까지 평균 36일이 걸린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재고자산 회전율과 달리, 재고자산 회전기간은 그 수치가 낮을수록 좋은 지표이다. [그림] 하이마트의 재고자산 회전율 및 회전기간의 계산6)
6) 신문기사의 설명과는 달리 하이마트의 이익개선의 원인은 재고자산 관리뿐만 아니라 매출총이익 개선 및 판매비와관리비 효율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시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하이마트는 이렇게 했다
처음에 이야기한 뉴스 기사로 돌아가보자. 하이마트에 새로 부임한 CEO는 재고자산 관리를 통해 이익을 개선했는데, 그 방식은 팔리지 않은 재고자산은 줄이고 회전이 빠른, 즉 매출 발생 비중이 높은 상품 위주로 재고자산의 구성을 재편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뉴스 기사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2분기 기준 재고자산은 전년 대비 2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30배 이상 증가했다. 즉, 철저한 재고관리를 통해 비용을 줄였기 때문에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손익이 개선된 것이다. 정리하자면, 재고자산은 단순히 ‘남아 있는 물건’이 아니라 ‘이익을 만드는 씨앗’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재고자산 관리만 잘해도 손실을 막고 이익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결국 잘 돌아가는 재고자산이 잘 벌어들이는 이익이 된다. 다만, 적정 재고자산을 관리하기 위한 재고자산 회전율 및 회전기간은 잘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재고자산 회전기간 등으로 현금 관리를 잘하는 방법 또한 응용할 수 있는데, 다음 호에서는 이에 대해서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