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사생활 공개, 어디까지? - 법으로 본 ‘대중의 알 권리’ vs ‘연예인·공인의 프라이버시’ -

연예인이나 정치인 고위공직자 등 공인의 사생활은 대중의 관심사다. 공익과 언론의 자유를 위해 공인의 사생활은 어느 정도 공개되는 게 불가피하다. 하지만 공인에 대한 보도라고 해서 허위 사실이거나 심각하게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까지 무한정 언론 자유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답하기란 만만치 않다. 법원의 판례는 프라이버시권(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과 언론 자유의 보장이라는 두 가치를 비교해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사례① 어느 여배우의 결혼설 오보 사건 청순한 외모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던 영화배우 전○○씨는 20대 초반에 불과하던 시절, 결혼설 보도로 곤혹을 치르게 된다. 풍문으로 떠돌던 소속사 사장과의 결혼설을 한 뉴스통신사가 보도하면서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이 언론사는 전씨의 결혼을 기정사실화했는데 결국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전씨는 허위 보도로 정신적 고통과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스타의 결혼과 이혼, 열애설은 잘 팔리는 기삿거리다. 법원도 “유명 연예인의 결혼은 일반인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안이고 공적인 관심사인 경우 언론의 자유가 프라이버시권보다 더 강하게 보장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허위 보도까지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해줄 수는 없었다. 법원은 공적인 인물과 관련된 기사에 대해 “언론 보도가 진실한 것이어야 함이 원칙이고, 최소한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라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법원은 이 기사는 충분히 확인된 취재가 아니었고, 일부 연예 종사자로부터 들은 소문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다는 사실을 들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정도로 신빙성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결혼설을 보도한 뉴스통신사와 기자가 전씨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했다며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스타의 결혼설도 충분한 취재 없이 함부로 썼다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사례② 수의 입은 여배우 사진 공개 사건 이○○씨는 교도소에서 경비교도대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교도소 직원의 아이디로 수용자검색프로그램에 접속이 가능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재소자의 사진,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이 담겨있었다. 그는 당시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구속된 유명 여배우 2명이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호기심에 여배우들이 수의를 입고 있는 사진과 주민번호, 주소를 다운받아 인터넷 카페에 올렸다. 이 사진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불러 왔다.
당시 여배우 2명의 혐의 내용은 언론을 통해 상당히 알려진 상태였다. 하지만 수의를 입은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당사자들은 물론, 대중들에게도 충격이었다. 법원은 “국가와 이씨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금전으로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 인터넷은 그 전파력이 언론매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고 방대해져서 이를 막거나 손해를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는 점, △ 재소자용 사진은 언론에 유출되지 않아야 하는 사진인 점, △ 사진뿐 아니라 주민번호, 주소 등이 포함된 점에 비춰 보면 여배우들의 프라이버시권과 명예가 훼손됐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여배우들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준 이씨는 불법행위자로서, 국가는 사용자로서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례③ 간지 유명인 누드사진 공개 위자료 사건 2007년 신○○씨의 학위 조작 사건과 고위층에 대한 로비의혹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 분위기에 편승해 한 일간지는 지면을 통해 ‘대형사고’를 저지른다. 1면에 ‘신○○ 누드사진 발견’, ‘원로 고위층에 성(性)로비 가능성 관심’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데 이어 3면에는 ‘성로비도 처벌 가능한가?’라는 제목으로 신씨의 누드 사진(상반신은 모자이크 처리) 2장을 컬러로 싣기에 이른다. 보도 직후 해당 신문사 홈페이지는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접속이 폭주했고 1주일 넘게 인터넷 검색어 상위권에는 ‘신○○’, ‘신○○ 누드’가 올랐다.
당시 신씨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여론에 중심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또 어떤 이유로도 개인의 누드 사진을 공개할 권리는 없었다. 신씨는 “초상권과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했다”며 위자료 10억원과 정정 보도를 청구했다. 해당 신문사는 “공익, 알 권리에 관한 사항이었다”고 맞섰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신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함으로써 오히려 대중들의 관음증적 심리를 더욱 자극했을 가능성조차 있다”며 “신문판매량 증가 및 인지도 제고 등 상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비난여론을 감수할 생각으로 위와 같은 선정적인 보도를 감행했던 것으로 보여 다분히 악의적”이라고 판단했다. 1심은 1억5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교통사고 사망 사고에서 법원이 유족들에 대한 위자료로 인정하는 금액이 1억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이 판결은 언론사에 상당한 책임을 물었다는 것을 뜻한다. 항소심(서울고법)에서는 사진이 조작됐느니 마느니 입수 경위가 어땠느니 하는 문제로 2년여를 끌다가 2011년 양측의 조정(언론사가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으로 재판은 종결됐다. 이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됐다. 일부 언론사의 악의적 오보, 인격 살인에 버금가는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수십억원, 수백억원의 배상 책임을 지워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공인의 프라이버시는 일반인들의 관심사인 만큼 어느 정도 공개가 용인되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연예인이나 공인도 엄연히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있는 이상 악의적인 보도, 사실 확인이 안 된 보도, 또한 개인의 명예나 사회적 지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경우에는 허용될 수 없다.
사례④ 세월호 해경 명예훼손 사건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는 이유로 홍○○씨가 구속된 적이 있다. 그는 방송인터뷰, 인터넷 게시물 등을 통해 “해양경찰이 민간잠수부 지원을 하지 않고, 구조작업을 막고 있다”는 등의 허위사실로 해양경찰청장과 구조담당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홍씨에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2017년 5월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법원은 당시 홍씨의 인터뷰 내용 등이 일부 사실과 다르고 과장이 있을지언정 허위사실로 단정하기 어렵고 허위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1심 법원은 인터넷 게시물과 인터뷰가 어떤 경우 명예훼손이 되는지 기준을 제시했다. 핵심은 공과 사의 구분에 있다. 즉 피해자가 공적 혹은 사적 존재인지, 사안이 공적인 관심사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지,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과 사회성을 갖춘 사안으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등을 따져보아야 한다. 그래서 사적 영역은 표현의 자유보다 명예의 보호라는 인격권이 우선하고, 공공적·사회적인 사안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라 해양경찰청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법원은 세월호 구조작업이 “해양경찰청장의 공적 임무로서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공적 사안”이라고 전제한 뒤 “이 사건 구조활동과 관련하여 해양경찰청과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되는지 여부는 사인의 사적인 영역에 속한 사안에 비하여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국가기관, 공무원의 명예보다 표현의 자유나 알권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우쳐준 판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