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노사합의의 유효성과 정년 도달시점의 판단기준
I. 들어가며
우리나라의 고령화 현상은 세계 주요국 중에서도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고령화 현상은 기업의 인력 운영 문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는 이슈가 바로 정년의 문제일 것이다. 정년은 해고와 달리 일정 연령에 도달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제23조상 ‘정당한 이유’ 없이도 근로관계가 종료된다는 점에서 기업이나 근로자에게나 공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5.22.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함)이 개정됨에 따라 정년 60세 시대가 시작되었는데*1), 정년 60세 적용에 따라 기업들 중에는 연령에 따른 근로자별 유불리의 해소를 위해 정년에 임박한 근로자들의 정년을 부분적으로 연장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개정 고령자고용법 시행 초기에는 ‘60세’ 정년의 도달시점과 관련하여 노사합의나 취업규칙을 통해 약간씩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정년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았다(60세에 도달한 해의 초일, 60세에 도달한 해의 말일, 60세에 도달한 날 등).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정년 도달시점과는 다른 날짜를 정년으로 정한 노사합의의 유효성과 정년 도달시점의 기준에 대해 판결하였는데, 대상판결에서의 정년의 의미와 그 해석은 기업이나 근로자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바, 대상판결의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II. 고령자고용법 개정내용
대상판결을 살펴보기에 앞서, 고령자고용법상 정년에 관한 조항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2013.5.22. 개정된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시행 이전인 구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1항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정하는 경우에는 그 정년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하여 사업주에게 정년 60세를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당시에는 60세 미만의 연령으로 정년을 정하는 것이 가능하였고,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이 58세 등 다양한 연령으로 정년을 운영하였다. 대법원도 근로계약,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을 통해 정년을 만 60세 미만으로 정하거나 정년의 기산일을 실제 생년월일과 달리 정하였더라도 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2)
*2) (대법원2018두41082, 2018.11.29.)
그러나, 아래와 같이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됨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은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하도록 되었고, 60세에 미달하는 정년을 규정한 경우 60세를 정년으로 보게 되었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 【정년】
- ①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 (2013.5.22. 개정)
- ②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 (2013.5.22. 개정)
III. 대상판결의 내용:60세 미만으로 정한 정년규정의 유효성&정년의 도달시점
위와 같이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정년 60세가 의무화된 배경 하에서, 대상판결은 현행 고령자고용법이 시행된 이후 60세에 미치지 못하는 정년에 관한 노사합의가 효력이 있는지, 또한 정년 60세의 도달시점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하여 판결하였다(대법원2018다269838, 2019.03.14.).
1. 사실관계
먼저 대상판결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피고인 A사의 인사규정 제39조는 ‘직원의 정년은 만 58세로 한다’고, 인사규정 시행내규(이하 ‘시행내규’라고 함) 제59조는 ‘정년의 기준일은 정년이 되는 해의 12월 31일로 한다’고 각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1항이 2013.5.22.자로 개정되어 근로자의 정년을 만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하자(A사는 지방공사에 해당하여 2016.1.1.자 시행대상), A사의 노사는 2014.1.경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직원의 정년을 만 60세가 되는 해의 12월 말일로 정하기로 합의하였다. 다만 당시 정년이 임박한 1955년생부터 1957년생 직원들은, 기존 인사규정에 따라 2012.12.31. 이미 정년퇴직한 1954년생 직원들과의 균형, 일률적인 정년연장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 등을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기로 하여, 1955년생 직원은 2014.12.31.에, 1956년생 직원은 2016.6.30.에, 1957년생 직원은 2017.12.31.에 각 정년퇴직하기로 합의하였다(이하 ‘이사건노사합의’라 함). 그리고, A사는 2014. 10.23. 이 사건 노사합의를 반영하기 위해 인사규정 및 그 부칙, 인사규정 시행내규의 부칙을 개정하였다. 위 이 사건 노사합의 및 인사규정 등에 따라 A사의 1956년생 직원들은 2016.6.30.자로 정년퇴직을 하게 되었는데, 동일한 1956년생 직원이라고 하더라도 1956년 하반기에 출생한 직원들(이하 ‘하반기 출생 직원들’이라 함), 만 60세가 도달하기 전에 정년퇴직을 해야 했다. 이에 하반기 출생 직원들이 이 사건 노사합의 등이 무효임을 주장하며 A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1956년생 상반기 출생인 직원들도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하반기 출생 직원들이 주로 문제되었는바, 본지에서는 하반기 출생 직원들의 문제에 대해서만 살펴보기로 한다).
2. 원심(2심)의 판단
대상판결의 원심(서울고등법원 2018.8.24. 선고 2018나2000396 판결)은 1956년생 직원들의 정년퇴직일을 2016.6.30.로 정한 이 사건 노사합의와 인사규정 부칙 및 시행내규의 부칙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에 반하여 무효이므로, 그 부분 규정들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므로 하반기 출생 직원들에 대해 정년의 기준일은 정년이 되는 해의 12월 31일로 한다는 A사의 인사규정 제39조 및 시행내규 제59조가 적용되므로 정년퇴직일이 2016.12.31.이 된다고 보았다.
3. 대상판결의 내용
그러나, 대상판결은 (1) 인사규정 및 시행내규 부칙의 유효성과 (2) 정년도달시점의 크게 두 가지 점에 대해 원심과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먼저, 인사규정 및 시행내규의 부칙이 무효라고 본 원심과 달리, 인사규정 및 시행내규의 부칙의 유효성을 인정하였다. 따라서, 정년을 2016.6.30.까지로 정한 이 사건 노사합의 및 개정 인사규정 부칙과 시행내규의 부칙이 원칙적으로 1956년 출생한 직원들에게 적용된다고 보았다. 다만, 정년퇴직 일자가 2016.6.30.로 연장된 하반기 출생 직원들은 2016.6.30.까지 만 60세에 이르지 못함이 역수상 명백하여, 위 직원들에 대한 관계에서 정년퇴직일자를 2016. 6.30.까지로 정한 이 사건 노사합의 및 개정 인사규정 부칙과 시행내규의 부칙은 2016.1.1. 시행된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1항에 위반되어 무효가 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2항이 적용되어 하반기 출생한 직원들의 정년퇴직일은 만 60세에 도달하는 날인 2016년 위 직원들의 각 출생일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원심이 하반기 출생 직원들에 대하여 정년이 도달한 해의 12월 31일까지로 본다는 인사규정 제39조와 시행내규 제49조가 적용되므로 정년퇴직일이 2016.12.31.이라고 본 것과 달리, 대상판결은 위 인사규정 및 시행내규는1956년생 직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4. 대상판결의 쟁점
대상판결에서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를 위반하여 정년을 만 60세 이전으로 정한 노사합의가 유효한가 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1956년 하반기에 출생한 근로자들은 2016.6.30.까지 만 60세에 이르지 못함이 역수상 명백하여 이 사건 인사규정은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1항에 위반된다. 그리고 그 위반되는 범위 내에서 무효가 된다.”라고 판시하였다. 즉, 정년을 만 60세 미만으로 정한 노사합의 등은 무효이므로 노사합의가 있더라도 만60세 이전에 근로자를 정년퇴직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로, 정년의 기준이 되는 60세의 도달시점이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정년 60세의 기준을 “실제의 생년월일”로 하고, 그 이후 시점부터 정년퇴직이 가능하다고 판시하여, 만 60세에 도달하는 출생일 이후에야 정년퇴직이 가능함을 명확히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비교적 고령인 세대들은 주민등록증상의 생년월일과 실제 생년월일이 상이한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입사서류상 생년월일과 실제 생년월일이 다른 경우에 어떻게 정년도달일을 계산해야 하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입사시 표시된 생년월일이 잘못 등재되었고, 이후 바로잡았다면 실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정년을 계산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3) 또한 최근 고등법원도 근로계약에서 정한 정년 산정을 위한 생년월일은 채용 당시 표시된 생년월일이 아닌 실제의 생년월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4)
*3) (대법원92다11824, 1992.07.28.) *4) (서울고법2014나35916, 2014.11.27)
Ⅳ. 대상판결의 시사점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근로자의 정년 도달일을 상이하게 정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매년 1월 1일 등을 정년퇴직 시점으로 정하거나, 대상판결처럼 특정 일자를 기준으로 근로자들을 정년퇴직시키는 규정 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정년 도달일은 실제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만 60세 이상인 시점이 되어야함을 명확히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의미는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먼저,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실제 생년월일과 입사서류상의 생년월일이 다르다면 담당자에게 미리 고지하고 정년 도달시점이 언제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실제 생년월일이 주민등록상 생년월일과 상이한지 여부 역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기업들로서는 기존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이 정년을 만 60세로 정하고 있는지 여부와 정년퇴직을 실행함에 있어 만 60세 기준을 정확하게 적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년이 임박한 근로자들의 입사서류상 생년월일이 실제 생년월일에 해당하는지를 정확히 확인하고, 만약 불분명한 점이 있는 경우 해당 근로자의 실제 생년월일을 확인하거나 근로자로부터 입사서류에 기재된 생년월일이 실제 생년월일과 일치한다는 확인서를 확보하는 등의 조치를 하는 것이 분쟁 방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V. 나가며
최근 대법원은 일반육체노동을 하는 사람 또는 육체노동을 주로 생계활동으로 하는 사람의 가동연한을 만 65세까지로 판시하여, 기존 60세에서 5년이 연장되었다.*5) 즉, 육체노동자들이 일반적으로 일할 수 있는 나이의 상한이 과거와 달리 현재는 65세라는 뜻이다. 또한 각종 사회보장법령에서 고령자 내지 노인의 기준을 65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6) 이는 사회통념상 근로를 제공하기 어려운 노인의 기준이 현재 정년인 만 60세보다 높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고령 인력의 증가가 뚜렷한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2013년 「고연령자 등의 고용 안정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통해 2025년 4월부터 65세 정년제가 완전 의무화되며, 공무원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5) (대법원2018다248909, 2019.02.21) 전원합의체 판결 *6) 「기초연금법」 제3조 【기초연금 수급권자의 범위 등】 ① 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인 사람으로서 소득인정액이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금액(이하 “선정기준액”이라 한다) 이하인 사람에게 지급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조 【정의】 1. “노인등”이란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65세 미만의 자로서 치매ㆍ뇌혈관성질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를 말한다.
이와 같은 추세에 비추어보아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 역시 정년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기업으로서는 정년 도래 이전에는 인력조정을 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하여, 채용시부터 정교한 선발과정을 도입하여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적절한 재교육을 실시하는 등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인력운영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근로자로서는 업무능력의 유지와 향상을 위한 자기계발 노력과 경력관리가 더욱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