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요지》
최근 대법원은 한국도로공사와 통행료 수납업무 용역계약을 체결한 외주사업체 소속 요금수납원들(원고) 350명이 불법파견을 주장하며 한국도로공사(피고)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등’을 청구한 사건에서,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 한국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의 쟁점은 두 가지로, 한국도로공사와 외주사업체소속 요급수납원들 간에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상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와, 파견법상 직접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이후 근로자가 외주사업체로부터 사직하거나 해고되었을 경우 그로 인해 이미 발생한 직접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 효과가 소멸하는지 여부이다. 대법원은 “원고들은 피고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외주사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ㆍ명령을 받으며 피고를 위한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원고들과 피고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파견법상 직접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였다고 보았으며, “이와 같은 법적 효과가 발생한 후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에 대한 관계에서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하였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원칙적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직접고용간주나 직접고용의무와 관련된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은 도급과 파견의 구별 기준에 관한 기존 대법원의 법리를 재확인하고, 직접고용간주일 또는 직접고용의무 발생일 이후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와의 관계에서 사직하거나 해고되었다 하더라도 직접고용간주와 직접고용의무의 법적효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의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고 그 의미를 살펴본다.
- 1.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한다)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ㆍ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ㆍ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하는지,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ㆍ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ㆍ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2010다106436, 2015.02.26.) 판결 등 참조].
- 2. 파견법상의 직접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내용과 개정 경과, 입법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직접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 규정은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발생하는 법률관계와 이에 따른 법적 효과를 설정하는 것으로서 그 내용이 파견사업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대법원2013다14965">대법원2013다14965, 2015.11.26.)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률관계의 성립이나 법적 효과 발생 후 파견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가 유지되고 있을 것을 그 효력존속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의 성립이 간주되거나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후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에 대한 관계에서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원칙적으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직접고용간주나 직접고용의무와 관련된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국도로공사와 요금수납원들 간 파견근로관계 인정 여부
대상판결의 첫 번째 쟁점은 외주사업체와 피고 간 계약관계의 실질이 파견인지, 아니면 어떠한 ‘일의 완성’이라는 폭 넓은 목적을 가지고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그 내용을 자유로이 설정할 수 있는 도급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원고용주와 제3자 간에 체결한 계약의 형식이 도급계약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파견계약으로 인정되면 파견법이 적용된다. 그런데 도급이라 하더라도 업무의 특수성에 따라 어느 정도의 지휘ㆍ명령이 수반되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에 도급과 파견의 구별은 쉽지 않으며, 이에 대법원은 도급과 구별되는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을 제시하여 왔다. 대법원은 도급계약관계인지 파견근로관계인지 여부와 관련하여 “①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②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ㆍ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하는지, ③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④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ㆍ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⑤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ㆍ기술성이 있는지, ⑥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구체적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의 경우 ① 원고들과 피고는 상호 유기적인 보고와 지시, 협조를 통해 업무를 수행하였고, 피고는 규정이나 지침을 통해 업무처리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어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업무수행 자체에 관하여 지시를 받은 것과 다를 바 없으며, 피고가 원고들의 업무처리 과정에 관여하여 관리ㆍ감독하였다고 볼 수 있는 점, ② 원고들은 피고의 로고가 새겨진 근무복과 명찰을 착용하고 같은 공간에서 피고 영업소 관리자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피고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점, ③ 외주사업체가 원고들에 대해 작업에 투입할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근무태도 점검, 휴가 등에 관한 사항을 독자적으로 결정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④ 피고는 원고들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설 연휴기간 홍보캠페인 협조, 통행료 지불수단 선진화 관련 홍보, 단말기 할인판매’ 등 비전형적인 업무를 수행하게 하여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⑤ 외주사업체는 피고의 외주화 과정을 통해 비로소 형성되어 피고만을 상대로 사업을 영위하였고, 별도 조직체계를 갖추지 않고 피고 영업소 운영을 위해 별다른 자본을 투자하지 않으며, 특별한 사업경영상의 위험을 부담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을 들어 도급이 아닌 파견근로관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불법파견에 해당하는 경우 법적효과-직접고용간주와 직접고용의무
1998. 2. 20. 최초로 제정된 파견법(이하 ‘제정 파견법’)에서는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곧바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되도록 하는 규정(직접고용간주 규정)이 있었다. 이 직접고용간주 규정에 의해 사용사업주가 파견기간 제한을 위반한 경우 곧바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 성립이 간주되었다. 그런데 2006. 12. 21. 개정된 파견법(이하 ‘구 파견법’)에서는 “사용사업주가 노동부장관의 허가 없이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자로부터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에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직접고용의무 규정)고 규정하여 직접고용간주 규정을 삭제하고 무허가 파견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하였다. 이에 따라 파견기간 제한을 위반한 사용사업주는 직접고용의무 규정에 의하여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으므로,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고용 의사표시에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의 권리가 있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한다. 또한 파견근로자는 이와 아울러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대하여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의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2013다14965">대법원2013다14965, 2015.11.26.) 판결 참조]. 2012. 2. 1. 개정된 현행 파견법 제6조의 2 제1항 제5호에서는 “사용사업주가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 없이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자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고 정하여 종전의 2년 초과 요건이 삭제되고 직접고용의무의 대상이 불법파견으로 확대되었다. 제정 파견법이 정한 직접고용간주 규정이나 구 파견법이 정한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입법취지는 사용사업주가 파견기간의 제한을 위반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행정적 감독이나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사법관계에서도 직접고용관계의 성립을 간주하거나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근로자파견의 상용화ㆍ장기화를 방지하고 그에 따른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데에 있다. 그리고 현행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 규정이 사용사업주가 허가 없이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자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는 등 불법파견을 행한 경우 곧바로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하도록 한 것은 근로자의 고용이 불안해지는 문제를 개선하여 파견근로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파견사업주와의 근로관계단절이 직접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의 법적효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대상판결은 파견법상 직접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내용과 개정 경과, 입법목적 등에 비추어, ① 직접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 규정은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간 법률관계와 이에 따른 법적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파견사업주와는 그 내용상 관련이 없는 점, ② 파견사업주와 파견근로자와의 근로관계 유지를 그 효력요건으로 한다고 볼 수도 없는 점을 들어 직접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의 발생 이후에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와의 관계에서 사직하거나 해고를 당하였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은 원칙적으로 직접고용간주나 직접고용의무와 관련된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현행 파견법 제6조의 2 제2항에서는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는 직접고용간주 규정이나 직접고용의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직접고용간주 규정이나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입법목적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란 ‘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반대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며, 따라서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고자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당해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반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파견근로자와 파견사업주와의 관계가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와 관련한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하여 명확하게 입장을 밝힌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직접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는 파견근로자 사용기간 초과와 불법파견에 따른 법적 효과를 설정하는 것으로서 지위가 불안정한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제정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직접고용간주일 또는 직접고용의무 발생일 이후 파견근로자와 파견사업주 사이의 근로관계가 파견사업주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해 단절되었다면 그러한 사실은 직접고용에 있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하고자 하는 의사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까지 해고된 경우와 동일하게 판단한 것에는 의문이 남는다. 파견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사직한 것을 ‘당해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파견근로자가 파견사업주와의 근로계약관계를 종료하고 다른 사업장에 취업한 경우까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들에게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되어 통행료 수납이 아닌 청소, 조리 등 다른 업무를 수행하게 하거나,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두 가지 중 선택하도록 선택권을 부여하였다. 요금수납원들이 이를 모두 거부할 시에는 파견법 제6조의 2 제2항에 따른 ‘파견근로자가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직접고용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하는 것을 직접고용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 판단한 판례는 없으나, 고용노동부는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의무만 부과하고 있을 뿐 고용형태에 대해서는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방식을 취하더라도 무방하다”고 본다(비정규직대책팀-1504, 2007.05.03). 다만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면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결여될 정도로 짧은 계약기간을 설정하는 경우라면, 당해 파견근로자의 사용기간, 종사했던 업무의 상시성 여부, 그간 동종 근로자의 채용관행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고려해 볼 때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면하기 위한 절차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는 때에는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보고있다(비정규직대책팀-2424, 2007.06.26). 따라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직접고용하는 경우에도 실질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