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근로계약 사이에 공백기간이 있는 경우 근로관계 계속성의 인정 여부
Ⅰ. 들어가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제4조*는 법이 정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간제 근로자의 최대 사용 기간을 2년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이를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 체결해 총 근로기간이 2년이 넘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이에 공백기간이 있었다면, 공백기간 전후의 근로관계는 계속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판단은 2년을 초과함을 이유로 근로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물론 퇴직금 산정기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관하여 최근 대법원은 반복 체결한 근로계약 사이에 공백기간이 있었다면 이를 계속된 근무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하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Ⅱ. 대상판결의 내용
1. 사실관계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주식회사 A(이하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1.2.14.부터 2011.12.31.까지 도장공으로 근무했다. 이후 참가인은 별도의 계약체결 없이 2012.1.1.부터 2012.2.29.까지 근무했고,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2012.3.1.부터 2012.12.31.까지 근무했다 (2011.2.14.부터 2012.12.31.까지 근무). 이후 약 3개월 가량 근로를 하지 않고 공백기간(이하 ‘이 사건 공백기간’)을 갖고 있던 참가인은 2013.4.1. 회사와 새로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2014.3.31.까지 근무했고,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해 2014.4.1.부터 2014.12.31.까지 근무했다(2013.4.1.부터 2014.12.31.까지 근무). 이후 원고는 2014.12.31.자로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자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다. 이에 참가인은 비록 3개월간의 공백기간이 있었지만 자신이 기간제 근로자로 일한 기간이 총 2년을 넘었기 때문에 기간제법 제4조에 따라 정규직 직원이 되어야 한다며 근로계약 종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2. 대상판결의 쟁점 : 근로관계의 계속성과 갱신기대권의 인정 여부
대상판결의 핵심 쟁점은 ⅰ) 수차례 반복되어 체결된 근로계약 사이에 공백기간이 있는 경우, 공백기간 전후의 근로관계가 단절없이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와 ⅱ) 기간제 근로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로 정리할 수 있다.
3. 대상판결 내용
(1) 근로관계의 계속성 인정 여부
1) 판단 내용 대법원은 이 사건 공백기간에 대해 “기간제법 규정의 형식과 내용,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반복하여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 사이에 근로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공백기간이 있는 경우에는, 공백기간의 길이와 공백기간을 전후한 총 사용기간 중 공백기간이 차지하는 비중, 공백기간이 발생한 경위, 공백기간을 전후한 업무내용과 근로조건의 유사성, 사용자가 공백기간 동안 해당 기간제근로자의 업무를 대체한 방식과 기간제근로자에 대해 취한 조치, 공백기간에 대한 당사자의 의도나 인식, 다른 기간제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계약 반복․갱신 관행 등을 종합하여 공백기간 전후의 근로관계가 단절 없이 계속되었다고 평가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린 다음, 공백기간 전후의 근로기간을 합산하여 기간제법 제4조의 계속근로한 총 기간을 산정할 수 있는지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결론적으로 “이 사건 공백기간 전후의 근로기간을 합산하여 기간제법 제4조의 계속근로한 총 기간을 산정할 수 없(다)”으므로 “참가인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2017두54975, 2018.06.19.) 판결 참조]. 2) 판단 근거
- 원고는 도급 물량 감소 등의 경영상 필요에 의해 참가인을 포함한 18명의 기간제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이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3개월의 공백기간을 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 이 사건 공백기간 동안 원고는 참가인의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하지 않았으며, 참가인은 2013.1.1.자로 퇴직하면서 퇴직금을 수령하였다.
- 원고는 참가인과의 근로계약 종료 당시에 “내년에 일이 많아지면 또 부르겠다”는 말을 하였으나 이는 참가인과의 근로계약이 종료됨을 전제로 경영사정이 나아지면 다시 고용하겠다는 의미에 불과하며 계속적인 고용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 또한 참가인은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받았을 때 “하필 오늘 해고통보를 받는 날이 내 생일이다.” 라고 말하였다는 점에서 참가인도 위 2012.12.22.자 통보를 해고 통보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1) 판단 내용 위 내용에 따르면 원고와 참가인 간의 근로계약 관계는 이 사건 공백기간으로 단절되었으므로 참가인은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없으나, 기간제 근로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참가인과 원고 사이에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면 원고의 2012.12.31.자 근로계약 갱신 거절은 부당해고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점을 근거로 “참가인에게 근로계약에 명시한 계약기간이 지나더라도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되지 않았다고 보아, 참가인과 원고 사이의 근로관계가 2014.12.31. 기간 만료로 종료되었다”고 판단하였다.
*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에 대해 대법원은 “기간을 정하여 체결한 근로계약의 기간이 만료되었더라도,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참조).
2) 판단 근거
- 참가인과 원고 사이에 체결되거나 적용되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기간제근로자를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전환을 예정한 절차나 요건에 관한 규정이 없다.
- 참가인과 원고는 2014.4.1.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하며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대신 참가인의 일급을 130,000원에서 140,000원으로 인상하기로 합의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직후인 1, 2월은 다른 기간에 비하여 원고의 도급 물량이 적은 기간으로서 참가인으로서는 자신의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 원고의 사업장 내 참가인 이외에 기간제근로자로서 근로계약의 갱신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례가 다수 존재하여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내부 관행이 형성되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Ⅲ. 시사점
기간제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사업주가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하며 그 사이에 근로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공백기간을 두는 경우 사전에 그 공백기간의 성격을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즉 그러한 공백기간이 기존 근로계약의 종료 및 추후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인지 아니면 계절적 요인 등의 업무의 성격에 기인하거나 대기기간․재충전을 위한 휴식기간 등의 사정에 의한 일시적인 공백에 불과하여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인정하겠다는 의미인 것인지를 사전에 명확히 해 추후의 법적 분쟁을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특히 이 사건 참가인의 경우와 같이 공백기간을 두기 전 그 이전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받을 경우 기존 근로계약의 종료로 해석될 여지가 상당히 높다고 판단되므로 이 점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사업주의 입장에서도 근로자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하며 업무상 필요에 의해 공백기간을 두는 경우 그 성격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사업주 입장에서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의 전환을 예정한 절차나 요건에 관한 규정이 있거나, 이러한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해당 근로자 이외에 다른 기간제 근로자로서 근로계약 갱신이 이루어진 사례가 있을 경우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점 또한 주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