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유급휴가 사용촉진조치를 취하였음에도 근로를 제공한 경우 사용자의 수당지급 의무
Ⅰ. 서 언
2020년 3월 31일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1년 미만 근로자와 1년간 80% 미만 출근한 근로자의 연차 유급휴가에도 사용촉진제도를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구법1)하에서는 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씩 발생하는 연차 유급휴가는 사용촉진의 대상이 아니어서 기업은 발생일로부터 1년이 경과한 미사용 연차 유급휴가에 대해 금전보상 의무를 부담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신규 입사자의 연차 유급휴가에 대해서도 사용촉진제도를 도입할 수 있게 되어 근로자의 휴가권 강화와 기업의 경제적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많은 기업들이 연차 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를 도입하기만 하면 연차 유급휴가 미사용 수당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고 알고 있으나, 최근 대법원은 연차 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를 실시하였음에도 근로자가 지정된 휴가일에 출근한 경우에 사용자가 노무수령 거부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거나, 업무지시를 한 경우 보상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고 판시[(대법원2019다279283, 2020.02.27.) 판결, 이하 ‘대상판결’이라 함]하였다. 대상판결은 기업들이 연차 유급휴가를 관리하는 데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이는바, 그 구체적인 내용을 이하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 2020.3.31.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근로기준법.
대상판결을 살펴보기 전에 2003년 9월 15일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된 연차 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의 입법 취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차 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는 근로자의 휴식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연차 유급휴가가 임금을 보전하거나 임금을 더 받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되었다2).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미사용 연차 유급휴가 일수를 통보하여 휴가 사용을 촉진하는 절차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연차 유급휴가를 사용하지 않아 휴가권이 소멸한 경우에는 사용자의 미사용 연차 유급휴가에 대한 금전보상 의무가 면제된다.
2) (창원지법2010가단22081, 2011.05.17.) 판결 참조.
■ 근로기준법 제61조 【연차 유급휴가의 사용 촉진】
- ① 사용자가 제60조 제1항·제2항 및 제4항에 따른 유급휴가(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의 제60조 제2항에 따른 유급휴가는 제외한다)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여 제60조 제7항 본문에 따라 소멸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없고, 제60조 제7항 단서에 따른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본다. <개정 2020.3.31.>
- 1. 제60조 제7항 본문에 따른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사용자가 근로자별로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 일수를 알려주고, 근로자가 그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도록 서면으로 촉구할 것
- 2. 제1호에 따른 촉구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촉구를 받은 때부터 10일 이내에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전부 또는 일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지 아니하면 제60조 제7항 본문에 따른 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사용자가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할 것
- ② 사용자가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의 제60조 제2항에 따른 유급휴가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여 제60조 제7항 본문에 따라 소멸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없고, 같은 항 단서에 따른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본다. <신설 2020.3.31.>
- 1. 최초 1년의 근로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사용자가 근로자별로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 일수를 알려주고, 근로자가 그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도록 서면으로 촉구할 것. 다만, 사용자가 서면 촉구한 후 발생한 휴가에 대해서는 최초 1년의 근로기간이 끝나기 1개월 전을 기준으로 5일 이내에 촉구하여야 한다.
- 2. 제1호에 따른 촉구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촉구를 받은 때부터 10일 이내에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전부 또는 일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지 아니하면 최초 1년의 근로기간이 끝나기 1개월 전까지 사용자가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할 것. 다만, 제1호 단서에 따라 촉구한 휴가에 대해서는 최초 1년의 근로기간이 끝나기 10일 전까지 서면으로 통보하여야 한다.
Ⅲ. 대상판결의 내용
1. 사실관계
- 1) 대상판결의 피고 회사(이하 “피고 회사”라고 함)는 이 사건 원고(이하 “원고”라고 함)의 2016년도 연차 유급휴가 사용 기간의 말일부터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인 2016년 7월 6일 원고에게 사용하지 않은 연차 유급휴가 일수가 21일임을 알려주면서 휴가 사용 시기를 정하여 통보해줄 것을 서면으로 촉구하였다.
- 2) 원고는 2016년 7월 8일 피고 회사에 미사용 연차 유급휴가 중 일부인 11일(① 2016. 8.4. ② 2016.8.24. ③ 2016.9.21. ④ 2016.9.28. ⑤ 2016.10.12. ⑥ 2016.10.26. ⑦ 2016.11.22. ⑧ 2016.11.29. ⑨ 2016.12.14. ⑩ 2016.12.29. ⑪ 2016.12.30.)에 대해서 연차 유급휴가 사용 시기를 정하여 통보하였다.
- 3) 이후 원고는 2016년 11월 24일 총 20일(① 2016.11.25. ② 2016.11.28. ③ 2016.11.29. ④ 2016.11.30. ⑤ 2016.12.1. ⑥ 2016.12.2. ⑦ 2016.12.5. ⑧ 2016.12.6. ⑨ 2016.12.7. ⑩ 2016.12.8. ⑪ 2016.12.9. ⑫ 2016.12.12. ⑬ 2016.12.13. ⑭ 2016.12.14. ⑮ 2016.12.15. ⑯ 2016.12.16. ⑰ 2016.12.19. ⑱ 2016.12.20. ⑲ 2016.12.21. ⑳ 2016.12.22.)에 대한 연차휴가사용(변경)계획서를 피고 회사에 제출하였고, 피고 회사는 이를 결재했다.
- 4) 이와 같이 연차휴가사용(변경)계획서를 제출하였을 당시 원고는 2016년 11월 30일부터 미국 출장이 예정되어 있었고, 실제 2016년 11월 30일부터 2016년 12월 5일까지 업무 수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 5) 또한 원고는 ① 2016.11.25. ③ 2016.11.29. ⑧ 2016.12.6. ⑳ 2016.12.22.에도 정상적으로 출근하여 근로를 제공하였다.
2. 원심3) 판단 : 사용촉진이 적법하게 이루어져 보상의무가 없다고 판단
원심은 피고 회사가 연차 유급휴가 사용을 독려하여 2016년 7월 8일 원고로 하여금 연차 유급휴가 사용계획서를 제출하게 한 이상 구 근로기준법 제61조4)에서 정한 조치를 이행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가 이후 연차 유급휴가 사용변경계획서를 추가로 제출하였고, 연차 유급휴가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상호 양해되었다 하더라도 사용촉진절차 이행의 효과가 사라지거나 변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상고를 제기하였다.
3) 1심 : (인천지법2017가단245452, 2018.09.19.) 판결, 2심 : (인천지법2018나66800, 2019.09.26.) 판결. 4) 2017.11.28. 법률 제151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3. 대상판결의 쟁점
대상판결의 주요 쟁점은 ① 피고 회사가 구 근로기준법 제61조에서 정하는 연차 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의 시기지정 촉구를 법정 요건에 부합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② 사용자의 연차 유급휴가 사용촉진에 따라 미사용 연차 유급휴가에 대한 보상 의무가 면제되는지 여부로 정리할 수 있다. 대상판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두 번째 부분이다.
4. 대상판결의 내용
(1) 연차 유급휴가의 사용촉진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
피고 회사가 ① 원고의 연차 유급휴가 사용 기간의 말일부터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원고에게 사용하지 아니한 연차 유급휴가 일수가 21일임을 알려주면서 휴가 사용 시기를 정하여 통보해줄 것을 서면으로 촉구하였으나 ② 원고는 그중 11일에 대하여만 사용 시기를 정하여 통보하였을 뿐, “나머지 10일”에 대하여는 사용 시기를 정하여 통보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고가 미사용 연차휴가 21일 중 10일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통보하지 않았음에도 피고가 휴가 사용 가능 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휴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원고에게 서면으로 통보하였다는 사정이 보이지 아니한다”고 하면서, “미사용 연차휴가 중 10일에 대하여는 구 근로기준법 제61조에서 정한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2) 연차 유급휴가 사용촉진에 따라 미사용 연차 유급휴가에 대한 보상 의무가 면제되는지 여부
대법원은 사용자가 구 근로기준법 제61조에 따른 조치를 하였음에도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여 연차 유급휴가가 소멸된 경우 사용자는 그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면서도, 근로자가 지정된 휴가일에 연차 유급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라면 여전히 미사용 연차 유급휴가에 대해서 보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 여기서 근로자의 자발적 의사에 따른 노무제공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은 “근로자가 지정된 휴가일에 출근하여 근로를 제공한 경우 사용자가 휴가일에 근로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도 노무의 수령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아니하거나 근로자에 대하여 업무 지시를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입장이다.
Ⅳ. 대상판결의 시사점 : 실무에서의 대응 방안을 중심으로
근로기준법 제61조에서 정하는 연차 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는 근로자의 휴가 사용을 적극 권장하며, 사용자의 금전적 부담을 경감시키는 제도이다. 대상판결은 형식적인 사용촉진 절차를 거치는 것만으로는 연차 유급휴가 미사용 수당에 대한 사용자의 보상 의무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였는데, 사업장에서는 연차 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가 법의 요건 및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1. 연차 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의 절차적 적법성 확보
대법원은 원심 판결과 달리 사용촉진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법이 정한 요건에 따라 엄격하게 보고 있으며, 노동부도 사용자가 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아니하였다면 미사용 휴가에 대한 보상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근로조건지도과-44, 2009.01.05)는 입장이다. 따라서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근로자의 연차 유급휴가 시기 지정에 누락이 있거나, 법이 정한 촉진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1년 미만 근로자의 연차 유급휴가는 다른 근로자들과 사용촉진의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더욱 주의하여야 한다.
2. 노무수령 거부를 위한 적극적 조치
사업장에서는 법이 정한 절차를 거쳐 연차 유급휴가의 사용촉진이 이루어진다면 근로자가 지정된 휴가일에 노무를 제공하더라도 연차 유급휴가 미사용 수당에 대한 보상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근로자가 휴가일에 출근하여도 현업 부서의 관리자가 노무수령을 거부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대상판결은 근로자가 휴가일에 노무를 제공한 경우 그것이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라면 여전히 사용자가 미사용 연차 유급휴가에 대해서 보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근로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것이었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지정된 휴가일에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도록 관리하여야 하지만, 근로자가 출근한 경우에는 노무수령 거부 통지서를 근로자의 책상 위에 올려놓거나 통지서에 근로자의 확인 서명을 받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며, PC-OFF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현업 부서의 관리자가 휴가일인 근로자에게 업무지시를 하지 않도록 연차 유급휴가의 사용촉진제도를 교육할 필요가 있다.
Ⅴ. 결 어
대상판결로 회사가 연차 유급휴가 사용촉진을 적법하게 시행한 경우에도 근로자가 휴가일에 노무를 제공하였다면 미사용 연차 유급휴가에 대한 보상 의무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업무량 증가 등으로 인해 사용촉진 조치를 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계획대로 연차 유급휴가를 모두 소진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노사 간의 합의로 연차 유급휴가를 다음 해로 이월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근로자의 휴식과 여가활용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추세 속에서, 연차 유급휴가는 노사 모두에게 민감한 문제인 만큼,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분명한 기준을 바탕으로 운영해 나가야 향후 법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