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서 언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면서 통상임금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일응 명백해졌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간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에서 정의하고 있는 통상임금을 현실에 적용함에 있어 판례의 입장이 제각각이었고 그러한 이유로 사업장에 큰 혼란이 있어 왔는데 이러한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계속 논란이 되어 왔던 것은 고정성을 판단함에 있어 “지급일 현재 재직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이른바 지급일 현재 재직조건이 반드시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부정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점이다. 2014년 10월 10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재직조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이래, 여러 하급심들이 지급일 현재 재직조건이 있다 하더라도 고정성을 부정하는 요소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시해왔었지만 대법원에서 고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다소 완화했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은 주목할 만하다. 이하에서는 이해를 돕고 대상판결이 가지는 의의를 가늠할 수 있도록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통상임금 판단의 기준을 먼저 간략히 살펴보고, 대상판결의 내용(임금소급분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부분)을 살펴보고 평석하도록 하겠다[참고로 대상판결은 2021.8.16. 선고된 자일대우상용차 판결 이후에 나온 판결로 1심(서울남부지법), 2심(서울고등법원)을 거쳐 대법원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원심의 판단을 대법원에서 뒤집었던 자일대우상용차 판결과 달리 대상판결은 1심과 2심의 판단을 대법원이 지지하여 최종 확정하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Ⅱ. 통상임금성을 판단하는 기준(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에서는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금품을 의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법에서는 이러한 각각의 요소를 판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는데, 그러던 찰나 2013년 12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2012다89399, 2013.12.18.) 판결]에서는 이를 명확하게 하였다.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의 판단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볼 수 있으며 아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지급 시점에 재직하고 있는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하였는데, 그 이유가 지급 당시에 재직하고 있을지 여부는 초과근로를 제공할 당시에 확정된 조건이 아니고 추후 변동성이 있기 때문에 고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판단 기준은 그 이후 다수의 판례들의 지지를 받으며 상당 부분 고정성을 부정하는 대표적인 조건으로 인식됐다.
- 1) 정기성 : 지급주기와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일정한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지 여부
- 2) 일률성 :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거나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지 여부(일정한 기준 또는 조건은 소정근로의 가치평가와 관련된 조건)
- 3) 고정성 : 근로자가 초과근로를 제공할 당시에 지급 여부가 업적, 성과 등 추가적인 조건에 관계없이 사전에 이미 확정되어 있는 것인지 여부
Ⅲ. 대상판결의 내용
1. 임금소급분의 지급 방식 및 경위
- 1) 피고 회사와 피고 노동조합은 매년 12월경 정기적으로 임금협상을 진행
- 2) 실제 노사합의에 이른 날과는 관계없이 1년 단위로 임금인상률을 합의
- 3) 임금인상의 적용시점인 특정일로 소급하여 인상된 임금 지급
- 4) 노사합의일 내지 그에 따른 지급일 전에 퇴사한 근로자의 경우 인상된 임금 부분을 지급받지 못하게 됨
- 5) 인상률은 해마다 달랐고 임금을 동결하는 것으로 합의된 해(2010년)도 있었음
2. 1심1)의 판단
1) (서울남부지법2013가합11035, 2016.5.26.) 판결
원심은 임금소급인상분은 피고 회사 소속 근로자들이 소정근로를 제공한 날에는 임금협상이 진행되는 중이어서 임금의 인상 여부나 폭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이후 노사합의에 따라 임금이 인상될 경우 그에 따른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노사 양측이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임금인상에 관한 노동조합과 피고 사이의 합의는 임금 인상의 적용시점 이후 제공된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으로서 부득이하게 구체적인 평가의 시점만이 근로의 제공 이후로 미뤄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피고 회사의 주장과 같이 노사합의일 내지 그에 따른 지급일 전에 퇴사한 근로자의 경우 인상된 임금 부분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임금의 성격을 좌우하기 어려운 예외적인 사정이라고 할 것이고, 이를 들어 인상된 임금이 소급하여 적용되는 부분만을 따로 떼어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일 것을 지급요건으로 정한 별개의 임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임금인상의 적용시점인 특정일로 소급하여 지급되는 인상된 임금 및 시간외 수당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ㆍ일률적ㆍ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3. 2심2)
2) (서울고법2016나2036339, 2017.8.18.) 판결
1심 판단에 대해 피고 회사가 불복하여 2심을 제기하였으나, 2심에서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본급과 상여금 소급 인상분도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ㆍ일률적ㆍ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 ① 소급 인상분이라도 기본급은 기본급이고 상여금은 상여금이다. 나중에 지급된다고 하여 임금의 성격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 ②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 사이에 구조적으로 매년 말 그 해의 임금 인상률을 협의하여 소급 적용하기로 하는 확고한 노동관행이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피고 소속 근로자들이 소정근로를 제공한 날에는 임금의 인상 여부나 폭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이후 노사합의에 따라 임금이 인상될 경우 그에 따른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노사 양측이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③ 임금 인상에 관한 노동조합과 피고 사이의 합의는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으로서 부득이하게 구체적인 평가의 시점만이 근로의 제공 이후로 미뤄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④ 피고의 주장과 같이 노사합의일 내지 그에 따른 지급일 전에 퇴사한 근로자의 경우 인상된 임금 부분을 지급받지 못한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 설령 그동안 그와 같이 처리되었더라도, 이는 임금의 성격을 좌우하기 어려운 예외적인 사정이고 이를 들어 인상된 임금이 소급하여 적용되는 부분만을 따로 떼어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일 것을 지급 요건으로 정한 별개의 임금으로 보기는 어렵다.
4. 대법원(대상판결)의 내용
대법원에서는 원심의 논리를 보충하여 임금인상 소급분(기본급과 상여금 소급인상분)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이 그와 같이 판단한 근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① 우선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을 말하고, 여기서 소정근로는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 제공하는 근로를 의미한다. 소정근로의 대가가 무엇인지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자의 근로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그에 대하여 얼마의 금품을 지급하기로 정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에서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를 제공하거나 근로계약에서 제공하기로 정한 것 이상의 근로를 특별히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로부터 추가로 지급받는 임금이나 소정근로시간의 근로와는 관련 없이 지급받는 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라 할 수 없지만,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하여 그에 대한 대가로 정한 이상 그것이 단체협상의 지연이라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소급 적용되었다 하여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이 사건에서 임금인상 소급분은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한 근로나 통상 근로 이상의 근로에 대하여 또는 소정근로와 무관하게 지급된 것이 아니라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하여 그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소정근로의 대가성을 인정하였다.
- ② 통상임금의 판단은 객관적 성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임금인상 소급분이라고 하더라도 단체협약 등에서 이를 기본급, 정기상여금과 같이 법정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으로 정하였다면 그 성질은 원래의 임금과 동일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 ③ 소급기준일 이후 임금인상 합의 전까지 근로자들이 소정근로를 제공할 당시에는 임금의 인상 여부나 폭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더라도, 근로자들은 매년 반복된 소급인상 합의에 따라 임금이 인상되면 소급기준일 이후의 임금인상 소급분이 지급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었다는 점을 주목하였다. 특히 “이러한 노사합의는 소정근로에 대한 추가적인 가치 평가시점만을 부득이 근로의 제공 이후로 미룬 것으로, 그에 따른 이 사건 임금인상 소급분은 근로자가 업적이나 성과의 달성 등 추가 조건을 충족해야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소정근로의 제공에 대한 보상으로 당연히 지급될 성질의 것이므로 고정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고정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 ④ 마지막으로 피고 회사가 임금인상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퇴직한 근로자들에게는 임금인상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았지만 이는 “임금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기준을 소급적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의 효력이 단체협약 체결 이전에 이미 퇴직한 근로자에게 미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에 불과하므로, 소정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들에게 그에 대한 보상으로 당연히 지급되는 이 사건 임금인상 소급분의 성질을 달리 볼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하여, 설사 단체협약 체결일 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 지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단체협약 적용방식에 따른 결과일 뿐 해당 수당의 성격을 규명할 수 있는 요소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Ⅳ. 대상판결의 평석
대상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임금인상결정일 및 지급일 이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는 전혀 지급하지 않는, 이른바 지급일 현재 재직조건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점은 고정성을 부정하는 요소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점에 있다. 다만, 사견으로는 이러한 해석은 기존의 전원합의체에서 제시한 고정성 판단 기준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어 사업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는 고정성을 판단함에 있어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되어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된 임금은 고정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는데, 본 건의 경우 근로자가 임금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인상률이 얼마나 될 것인지, 그리고 임금인상이 될 것인지 여부를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임금인상에 대한 법률상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히 최근 코로나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회사들이 임금을 동결한 사례가 다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금인상이 전혀 되지 않을 수도 있음에도 “지급 여부가 사전에 이미 확정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히 대상판결은 지금까지 계속하여 임금인상 소급분을 지급해옴에 따라 근로자들이 당연히 지급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로 들었는데, 이 역시 통상임금의 성격과는 다소 맞지 않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에서는 통상임금을 “지급하기로 정한” 금품이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는 사전 확정성(= 고정성)이 있어야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법률상 임금인상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임금인상을 해왔으니 으레 금년에도 인상될 것으로 볼 수 있고 그 결과 근로자들이 기대할 수 있으므로 고정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법문에서 통상임금의 정의를 “지급하기로 정한” 금품이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였을 때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찌되었든 장래 임금인상 여부는 장래의 예산 사정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기에 임금인상을 결정하기 전에는 지급 여부(인상 여부 및 그 금액)에 대하여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는 것이고, 더욱이 통상임금의 범위는 법문상 정의규정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의 판단은 아쉬움이 남는다.
Ⅴ. 결 어
통상임금은 평균임금과 달리 실제 지급된 금액이 아니라 “지급하기로 정한” 금품을 의미하고,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고정성이 중요한 판단의 잣대가 된다. 대상판결이 고정성 인정기준을 완화함으로써 근로자들의 권리를 강화하고 보장하였다는 측면에서는 환영할 만하고 그러한 점에 대하여 반론을 제기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법리적인 판단에 있어 기존 전원합의체 판결이나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에서 요구하고 있는 고정성(사전확정성)을 해석함에 있어 혼란을 가중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입법절차 또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하여 판단기준을 재정리하는 등의 노력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기업에서는 향후 협약 등에 따라 임금소급분을 지급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다른 수당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하여 정확하게 소요예산을 산출한 후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