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대상판결 소개 및 의의
가. 사실관계
대상판결은 A사의 근로자들이 A사를 상대로 정기상여금을 포함하여 재산정한 통상임금에 따른 법정수당의 차액을 청구한 사건이다. 대상판결에서 대법원 민사 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지급일 현재 재직 조건을 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1)을 확정하였다. A사는 원고들에게 약정 통상급의 연 600%를 한도로, 2개월마다 통상급의 100%를 정기상여금으로 지급하였다. A사의 단체협약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에 대하여 ‘지급일 이전에 입사, 복직, 휴직한 자의 상여금을 일할 계산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이하 ‘일할 계산’), 취업규칙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자에 한하여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재직자 조건’).
1) (광주고법2017나10274, 2019.5.8.) 판결
나. 당사자 주장
원고 A사 근로자들은 단체협약은 취업규칙보다 상위 규범이므로 단체협약상 일할 계산 규정은 입사, 휴직, 복직자와 더불어 ‘퇴직자’에게도 적용되어야 하며, 특히 A사의 취업규칙에 규정된 재직자 조건은 퇴직자에게 정기상여금 자체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액이 아닌 일할 금액을 지급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하였다. 피고 A사는 취업규칙의 문언상 ‘퇴직자’에게는 정기상여금 자체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의미임이 명백하고,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일률성과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다. 법원의 판단
대상판결의 핵심 쟁점은 ① 이 사건 정기상여금에 대하여 취업규칙에 규정된 재직자 조건을 ‘퇴직한 근로자에게도 근무 기간에 비례하여 정기상여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해석할 것인지, ‘퇴직한 근로자에게는 정기상여금 자체를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것인지 여부 ②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 ③ A사의 신의칙 항변의 당부였다. ①, ② 쟁점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 단체협약은 임금의 구성항목 중 하나로 상여금을 명시하면서, 약정 통상급의 600%를 지급률에 따라 상여금으로 지급하되, 상여금 지급일 이전에 입사, 복직, 휴직하는 사람의 상여금은 ‘일할 계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 A사의 취업규칙은 임금제도와 관련하여 ‘입사 또는 퇴직한 날이 속하는 월의 임금은 일할 계산한다’라고 규정하는 점 ▲ A사의 취업규칙에는 퇴직자에 대한 정기상여금 지급 배제를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하는 점 ▲ A사는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정기적ㆍ계속적으로 지급하여 온 점 ▲ 정기적ㆍ계속적으로 지급되는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하고, A사의 취업규칙은 ‘퇴직자’에 대한 임금은 일할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 ▲ 단체협약에 따르면 정기상여금은 임금에 해당한다는 노사의 공통된 인식을 전제로 상여금 지급일 전에 입사, 복직, 휴직하는 사람에게도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여 정기상여금을 일할 지급한다는 취지로 규정된 것으로 이해되는 점 ▲ 단체협약에 따르면 퇴직의 경우를 휴직 등과 달리 취급하여 정기상여금을 배제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 A사가 지급일 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 정기상여금을 일할 지급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없는 점에 비추어, 원심이 이 사건 재직일 조건은 퇴직한 근로자에게는 정기상여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요건이 있었다고 볼 수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③ 쟁점에 대하여 대법원은 ▲ A사에 2014년 1월 이후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명한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부담하는 금액이 약 9,500만 원으로 추산되고 이는 피고의 기업규모 등에 비추어 볼 때 그다지 많지 않은 점 ▲ 피고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는 정도라고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A사의 신의칙 항변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였다.
라.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재직자 조건이 있는 정기상여금에 대하여, 일할 계산 지급 의무가 인정됨을 전제로 고정성을 긍정하였다는 점에서 통상임금 인정 여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후술하는 바와 같이 재직자 조건의 해석에 관하여 하급심 법원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2018다0417, 2020.4.29.) 판결 등이 선언한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더욱 발전된 판시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 핵심 쟁점 및 판단 요약 ┃
핵심 쟁점 | 판단 내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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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직자 조건의 의미 | 퇴직자에 대한 정기상여금 지급 배제 의미 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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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해당 여부 | 정기상여금은 정기적ㆍ일률적ㆍ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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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의 신의칙 항변의 당부 | 중대한 경영상 위기 초래하거나 존립 위태롭게 할 정도 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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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재직자 조건’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판례 동향
판시번호 | 사실관계 판단 | 통상임금성 판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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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계산 | 재직자 조건 | ||
(서울고법2017나202528">서울고법2017나2025282, 2018.12.18.) 판결 | O | O | ○ (재직자 조건 무효) |
(대법원2018다303417, 2020.4.29.) 판결 | O | O | ○ (고정성 ○) |
(서울고법2016나2032917, 2020.12.2.) 판결 | O | O | ○ (일할 계산 정산방법 불과) |
대상판결 (대법원2019다238053, 2022.4.28.) 판결 | O | O | ○ (고정성 ○) |
비 고 | X | O | 모 호 (대법원 판단 ×) |
가. 서울고등법원 2018.12.18. 선고 2017나2025282 판결
서울고등법원은 고정급 형태의 정기상여금에 있는 재직자 조건이 지급일 전에 퇴직하는 근로자에 대해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한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 고정적 금액이 계속적ㆍ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형태의 정기상여금은 임금, 즉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고 그 지급 기간이 수개월 단위인 경우에도 이는 근로의 대가를 수 개월간 누적하여 후지급하는 것에 불과한 점 ▲ 정기상여금에 있는 재직자 조건은 성과급의 그것과 달리 급여의 ‘발생’ 조건이 아닌 ‘지급’ 조건에 불과한 점 ▲ 취업규칙 등에 재직자 조건이 규정된 경우에도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는 근로 제공의 대가로 받아야 할 임금을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서 무효인 점 ▲ 재직자 조건은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7조 등 법령의 취지에 반하는 점에 비추어, 정기상여금에 있는 재직자 조건은 무효이고, 재직자 조건이 무효인 이상 정기상여금은 소정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 지급이 확정된 것으로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나. 대법원 2020.4.29. 선고 2018다303417 판결
대법원은 특정 시점(20일)에 재직할 것이 조건으로 있는 정기상여금에 대하여, 일할 계산 지급 의무가 인정되는 경우, ‘재직 조건’만으로 고정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최초로 판시하였다. 2022.4.28. 선고된 대상판결은 상기 판례의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 회사는 근로자들에게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따라 통상임금의 1,200%에 해당하는 상여금을 매월 임금지급일에 100%씩 나누어 정기적으로 지급한 점 ▲ 회사의 취업규칙 제98조 제6항은 정기상여금의 임금으로서의 성격을 고려하여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여 일할 정산한다는 취지를 규정한 것으로 이해되는 점에 비추어 고정성을 부정한 원심2)의 판단을 배척하고, 정기상여금의 지급기일 전에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이미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는 만큼의 정기상여금에 대해서는 근로의 대가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2) (대구고법2015다23667, 2018.11.21.) 판결
다. 서울고등법원 2020.12.2. 선고 2016나2032917 판결
서울고등법원은 정기상여금을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경우, 일할 계산으로 정산하는지와 관련 없이, 소정 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된 임금이므로, 고정성을 인정하여 통상임금성을 긍정하였다. ▲ 정기상여금은 연간 지급액이 월 기본급의 800%로 확정되어 있는 점 ▲ 정기상여금은 모두 연간 소정 근로의 대가일 뿐이므로 연간 소정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성취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되는 임금인 점 ▲ 재직자 조건의 내용인 ‘퇴직’은 근로자가 재직하는 동안에는 발생하지 않는 사건이고, 전체 재직기간을 통틀어 마지막 날에 단 한 번 발생하는 사건에 불과한 점 ▲ 재직자 조건을 부가하였다고 하여 추가적인 조건의 성취(퇴직) 여부에 따라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달라지는 유동적인 임금이 아닌 점 ▲ 재직자 조건은 정기상여금 발생의 조건이라기보다는 ‘퇴직’과 같은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 임금 정산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방안에 불과한 점에 비추어,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일 것’이라는 조건이 불확실한 조건이 될 수 없으므로 고정성을 인정하였다.
라. 판례 동향
1) 일할 계산과 재직자 조건
통상임금의 고정성이란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하여 업적, 성과 기타의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확정되어 있는 성질을 의미한다[(대법원2012다89399, 2013.12.1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대상판결과 위 판례 동향 모두 일할 계산 지급 의무가 인정됨을 전제로 재직자 조건이 있는 정기상여금의 고정성을 인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일할 계산을 기준으로 고정성을 판단하는 대법원의 종래 입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 2020.12.2. 선고 2016나2032917 판결문 일부에 따르면, 일할 계산하여 정산함을 불문하고, 상여금이 소정 근로 제공이 아닌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지급 여부 및 지급액이 확정된 고정적인 임금이라는 성질에는 변함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재직자 조건이 있는 정기상여금 중 일할 계산 지급 의무가 없는 경우 그 법적 성질에 대하여 법원의 명시적인 입장은 모호한 상황이다.
2) 재직자 조건 자체의 유효성
고정성 논의에서 나아가 재직자 조건 자체의 유효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대법원은 재직자 조건이 유효하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고, 대상판결도 재직자 조건이 유효함을 전제로 정기상여금의 고정성을 판단하고 있다[(대법원2016다15150, 2017.9.21.) 판결, (대법원2017다232020, 2017.9.26.) 판결, (대법원2016다38306, 2017.9.26.) 판결, (대법원2016다237653, 2018.10.25.)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상술한 바와 같이 재직자 조건 자체의 효력을 부정하는 하급심 판례가 등장하고 있다(서울고등법원 2018.12.18. 선고 2017나2025282 판결 참조). 상기 판결의 경우 정기상여금의 액수가 기본급의 80% 내외에 이르는 특수한 사실관계 및 근로자 측의 불이익을 고려한 것으로, 일반적인 재직자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 사례에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Ⅲ. 결 론
일할 계산을 기준으로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인정하는 대법원의 입장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바 회사는 재직자 조건에 부가하여 일할 계산 조건의 적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할 계산 지급 의무가 없는 재직자 조건은 근로자의 퇴직 일자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임금 지급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므로, 임금의 사전 포기에 해당할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염두 해야 한다[(서울고법2017나202528">서울고법2017나2025282, 2018.12.18.) 판결 참조]. 정기상여금과 기본급의 비율, 퇴직자에 대한 정기상여금 지급 배제 규정 존재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인사관리의 운영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회사는 ① 퇴직자에게 정기상여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근거 규정 신설 ② 일할 계산 지급 원칙을 정기상여금 지급 시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근거 규정 신설 ③ 월 단위로 계산한 정기상여금의 액수와 기본급 액수의 균형 제고 등 방안을 통하여 재직자 조건이 있는 정기상여금의 통상 임금성 판단 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인 위험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