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근로기간 미충족 시 반환조건으로 지급된 금전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는지 여부

Ⅰ. 서 언
최근 경제적ㆍ사회적 환경이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수많은 회사들이 설립되고 폐업하거나 혹은 합병, 분할하는 등 기업구조 변경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을 매각하거나 합병하는 것은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므로 소속 근로자들이 반대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나 포괄승계를 통해 기존의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물적ㆍ인적조직의 해체 없이 기존 기능을 그대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한 전제가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매각 부문에 소속된 근로자들은 심리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사례를 쉽게 마주하게 된다. 근로자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집단대응을 하거나 혹은 근로의욕 침체로 인한 생산성 저하, 퇴직 등 소극적 대응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기업변동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인사노무 차원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고 매각 등 과정이 보다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용자가 매각 부문의 소속 근로자 등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대상판결 또한 매각과정에서 소속 근로자 등에게 매각위로금을 지급한 사례인데, 매각위로금만 받고 조기 이탈하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의무근무기간을 설정한 것이 특징이다. 의무근무기간을 충족하지 않으면 월할 비례하여 기지급받은 매각위로금을 반환하는 것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으며 대법원(대상판결)이 원심을 파기하면서 이슈가 된 것이다. 본고에서는 먼저 근로기준법 제20조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본 후, 쟁점에 대한 각 심급의 판단, 마지막으로 대상 판결의 시사점에 대하여 순차적으로 검토하고 나아가 기업에서 의무근무기간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점을 주로 유의해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하여 위약예정 금지조항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동법 제114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 벌금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20조 【위약 예정의 금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 제114조 【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8.3.20.>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근로자가 근무 도중에 사용자에게 피해를 입힐 것을 대비하여 사고발생시의 실제 손해액과 관계없이 일정액을 미리 정하여 근로자에게 배상케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동 배상액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 또는 퇴직금과 상계할 수는 없을 것이나, 민사절차에 의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근로기준법과는 무관하다1)”고 하여 실손해에 대한 배상 청구를 하는 것은 동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나 본 사례와 같이 사용자가 조건부(근무기간)로 금전을 지급하고 이를 반환받는 형식의 유효성에 대하여는 명확하게 입장을 밝힌 바가 없었다.
- 1. 제6조, 제16조, 제17조, 제20조, 제21조, 제22조 제2항, 제47조, 제53조 제4항 단서, 제67조 제1항ㆍ제3항, 제70조 제3항, 제73조, 제74조 제6항, 제77조, 제94조, 제95조, 제100조 및 제103조를 위반한 자
1) 근기01254-455(같은 취지 근기01254-1160).
Ⅲ. 대상판결의 내용
본 사례는 원고 회사가 의무근무기간을 충족하지 못하고 퇴직한 피고 근로자에게 매각위로금 반환청구를 한 사례인바, 이하에서 그 구체적인 경위와 각 심급별 판단 요지를 살펴보도록 한다.
1. 매각위로금을 지급하게 된 경위
- 1) 원고 회사가 소속된 △△그룹에서 피고 회사를 ◆◆ 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함.
- 2) 2014.11.경 이러한 주식 매각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소속기업집단의 변경에 대해 반대하는 직원들이 ‘△△토탈 주식회사 매각대응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상대책위원회’라고 한다)를 결성하여 주식 매각에 반대하고 나섬.
- 3) 조속한 거래를 원하는 △△ 측과 달리 한화 측은 주식 인수 전 노조 문제를 먼저 해결하라고 요구하여 수개월간 주식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에 원고는 비상대책위원회와 협상을 진행한 끝에 2015.4.29.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① 원고가 2015.4.30. 직원들(주식 매각이 발표된 2014.11.26. 이전에 입사 시험에 합격하여 2015년도에 입사한 직원을 비롯하여 2014.11.26. 당시의 근무자 중 지급일 현재 ◆◆ 측으로 고용이 승계되는 직원들을 의미하고, 임원 및 고문이나 자문, 2015년도 입사자, 정년퇴직 후 계약직 및 2년 이하 단기계약직은 제외하였다)에게 매각위로금으로 ‘4,000만원 + 상여기초 6개월분(평균 6,000만원)’을 지급하고, ② 매각위로금을 받은 직원이 2015.12.31. 이전에 퇴사할 경우 이미 지급받은 매각위로금을 월할 계산하여 반납한다는 내용의 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그 후 비상대책위원회는 주식 매각을 반대하지 않았음.
- 4) 원고는 ‘매각위로금 지급 안내’라는 문서에서 위로금 지급 배경에 관하여 ‘주주변경에 따라 그간 헌신해온 임직원들의 노고와 열정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도약의 의지를 다지고 격려코자 함’이라고 안내하였고, 세금에 관하여는 ‘위로금은 주주가 지급하는 금액으로 세법상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지급 시 22%의 세금이 공제됨’이라고 안내하였음.
- 5) 원고는 2015.4.30. 피고에게 위로금 63,700,000원에서 22%의 세금을 원천징수한 나머지 49,686,000원을 지급하였음.
- 6) 그 무렵 주식 매각에 따른 대주주의 변경으로 원고는 ◆◆그룹에 속하게 되었고, 상호가 ‘○○토탈 주식회사’로 변경되었음.
- 7) 피고는 2015.5.12. 일신상의 사정을 이유로 원고에게 퇴직 의사를 밝힌 다음, 2015.6.4. 퇴직하였음.
2. 1심2)의 판단
2) (서울중앙지법2015가단5221746, 2015.10.28.) 판결.
1심은 원고 회사가 피고에게 지급한 매각위로금은 주식 매각에 대한 근로자의 반대를 무마하여 순조롭게 주식 양도ㆍ양수가 이루어지게 하고 주식매각 이후에도 회사가 안정적으로 차질 없이 운영되게 하려는 의도에서 지급된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D 주식회사 명칭으로 있을 때의 노고에 대한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음. 따라서 이러한 매각위로금을 지급하면서 8개월 내에 퇴직하는 경우 이를 월할로 계산해서 반환하기로 하는 이 사건 약정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부당하게 강제한다든지 직장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 승소로 판결하였다.
3. 2심3)
3) (서울중앙지법2015나62530, 2016.12.22.) 판결.
1심 판단에 대해 피고(근로자)가 불복하여 2심을 제기했다. 이에 2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의무근무기간을 조건으로 매각위로금을 지급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여 1심 판결을 취소했다.
- ① 이 사건 약정 중 위로금 반환 부분에서는, 근로자가 일정 기간 근무하지 않을 경우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이미 지급받은 위로금을 반환하기로 되어 있다.
- ② 원고는 비대위 대표와 사이에 직원들의 주식매각 반대를 무마할 목적으로 이 사건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이 사건 위로금은 대주주의 주식매각 필요와 이익 또는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 때문에 지급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본래 근로자가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사용자가 은혜적으로 대신 지출한 것으로 볼 수 없다.
- ③ 원고는 ‘매각위로금 지급안내’라는 문서에서 위로금 지급 배경에 관하여 “주주변경에 따라 그간 헌신해온 임직원들의 노고와 열정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도약의 의지를 다지고 격려코자 함”이라고 안내하였고, 지급 대상을 ‘매각 발표 당시 근무자 중 지급일에 ◆◆로 고용이 승계되는 임직원 등’으로 제한하였으며, 2015년 입사자, 2년 이하 단기계약직 등은 제외하였다. 이에 의하면, 이 사건 위로금은 기존에 원고 회사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에 대한 공로금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 ④ 원고는 ‘매각위로금 지급안내’라는 문서에서 세금과 관련하여 ‘당사의 경우 위로금은 “주주”가 지급하는 금액으로 세법상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한다’고 안내하였다. 위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위로금은 △△토탈 주식회사가 아니라 그 대주주인 △△의 주식매각대금 중에서 지급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위로금의 지급으로 대주주의 주식 매각이 원활하게 성사되었으므로, 이 사건 약정 중 위로금 반환 부분이 무효로 된다고 하여 사용자인 원고 또는 대주주 △△에 부당한 결과가 생긴다고 보기도 어렵다.
4. 대법원[대상판결, (대법원2017다202272, 2022.3.11.)]의 내용
대법원에서는 원고가 피고 등 근로자들에게 소속 기업집단의 변경에 따른 매각위로금을 지급하되 그 지급일로부터 8개월 안에 퇴사하는 경우 이를 월할 계산하여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일 뿐, 근로자들이 근로계약상 정해진 근로기간 약정을 위반할 경우 원고에게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으로서 일정 금액을 원고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2심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이 그와 같이 판단한 근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① 원심이 인정한 바에 따르더라도 이 사건 약정에 따라 지급된 매각위로금은 원고의 본래 대주주였던 △△종합화학의 주식매각 필요와 이익 또는 사용자인 원고의 경영상 필요 때문에 △△종합화학의 주식매각대금을 재원으로 하여 지급된 것으로 보이며, 원고는 직원들에게 위 매각위로금이 세법상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고 안내하였다. 이 점에서, 이 사건 약정 중 위로금 반환 부분이 미리 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였다는 이유로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의 약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 ② 원고가 임원 및 고문이나 자문, 2015년도 입사자, 정년퇴직 후 계약직 및 2년 이하 단기계약직 등 주식 매각 사실을 이미 알고 입사한 사람이나 상대적으로 이탈 방지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사람들을 매각위로금의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주식 매각에 대한 기존 근로자들의 반대를 무마하고 일정 기간의 계속근로를 유도함으로써 주식 매각 이후에도 사업을 차질 없이 운영하려는 일회적이고 특별한 경영상의 목적에서 이 사건 약정을 하고 근로자들에게 매각위로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 ③ 위와 같은 사정과 함께 의무근로기간 설정 양상, 반환 대상인 금전의 규모나 액수 등을 종합하면, 피고 등 매각위로금을 지급받은 근로자들이 이 사건 약정으로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는다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받는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약정 중 위로금 반환 부분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Ⅳ. 대상판결의 평석
대상판결은 이 사건 약정 중 위로금 반환 부분은 근로계약상의 근로기간 약정 위반 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으로서 일정 금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이라거나 미리 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였다는 이유로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로 보기 어려우며, 제반 사정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상판결을 분석해보면 결국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금지하는 위약 예정의 성립 여부는 ① 사용자에게 지급의무 있는 금품(임금 등)인지 여부, ② 의무근무기간의 양상이나 금전의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는다거나 부당하게 근로를 강요받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등의 요소를 토대로 판단해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로 지급해야 하는 임금(근로의 대가로 정기적ㆍ계속적으로 지급되며,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노동관행에 따라 사용자에게 지급의무 있는 금품4))이거나 혹은 실제 발생한 업무 관련 비용으로서 사용자가 취업규칙 등에 따라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금품을 지급하면서 의무근무기간을 설정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설사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지 않았던 금전이라 하더라도, 지급액수에 비해 의무근무기간을 지나치게 길게 설정하는 등으로 근로자에게 부당하게 근로를 강요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라면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이 문제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대상판결에서 직접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본 사안의 경우 위로금을 잔여 근무기간에 비례하여 반환토록 하였는바, 이처럼 반환약정의 내용이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잃지 않았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상판결의 취지를 고려할 때 향후 사용자가 의무근무기간에 대한 약정을 체결할 경우, 임금이나 실비를 반환받는 방식의 약정이 아닌 추가적인 금전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하되 그 기간 역시 지급액 대비 상당성이 있도록 설정하고(1~2년 이내 등), 반환약정의 조건 또한 노사 형평에 맞도록 잔여기간에 비례하여 지급하는 등 근로자에게 부당하게 근로를 강요하는 것으로 비추어지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4) (대법원2015두36157, 2018.10.12.) 판결.
Ⅴ. 결 어
대상판결은 기업 매각과정에서 소속 직원들에게 매각위로금을 지급하면서 의무근무기간을 설정한 사례로서, 빈도로만 본다면 일반적인 기업활동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례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최근에는 우수 인재를 유치하면서 의무근무기간을 두는 사이닝보너스나 리텐션보너스의 형태를 검토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사견으로는 대상판결의 법리는 이러한 사이닝보너스나 리텐션보너스에 있어서도 고려되어야 할 요소라 생각된다. 즉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함으로써 근로자의 이직을 사실상 봉쇄하여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 이슈가 발생할 여지가 없는지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대안으로 사이닝보너스 반환 약정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사 형평에 맞도록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가령 설정된 의무근무기간을 일부라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지급된 사이닝보너스 전액을 반납하도록 하기 보다는 잔여기간에 비례하여 반환토록 하는 등 근로자가 사이닝보너스의 반납과 퇴사라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물론 그 과정에서 사이닝보너스가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인식되지 않게끔 노무사 등 인사노무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합의서상의 문구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요컨대 의무근무기간의 설정과 그 대가를 지급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근로자가 금전적 이익을 포기하고 퇴사를 선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선택지’가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바, 기업의 인사담당자는 이러한 측면을 숙고하여 인사관리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