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결 요지
- 1.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 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을 정한 조항은 무효이다.
- 2.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 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ㆍ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①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②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③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④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Ⅰ. 대상판결의 개요 및 의의
위 사안의 피고였던 ○○연구원은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되기 전부터 만 61세를 정년으로 하고 있다. 다만 경영혁신과 경영효율성 제고 목적으로 61세 정년을 유지하면서 55세부터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것으로 노사 간 합의를 하였다. 그런데 근로자(원고)는 이러한 성과연급제에 대해 고령자고용법의 연령차별금지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미지급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 4 제1항은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① 피고(○○연구원)의 성과연급제는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실적 달성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된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 주장에 따르더라도 51세 이상 55세 미만 정규직 직원들의 수주 목표 대비 실적 달성률이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어서, 위와 같은 목적을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 보기 어렵고 ② 성과연급제로 인해 원고(근로자)는 임금이 일시에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었고 ③ 그 불이익에 대한 대상조치1)가 강구되지 않았는데, 피고가 대상조치라고 주장하는 명예퇴직제도는 근로자의 조기 퇴직을 장려하는 것으로서 근로를 계속하는 근로자에 대해는 불이익을 보전하는 대상조치로 볼 수 없고 성과연급제를 전후해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므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소위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이러한 임금피크제 시행이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로서 무효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1) 임금삭감에 준하는 업무량 또는 업무강도의 저감을 말한다.
Ⅱ. 임금피크제의 유형
‘임금피크제’란 연공급 임금체계하에서 고령근로자의 계속 고용과 이에 따른 기업부담 완화를 위해 근로생애 중 일정시점 이후의 임금 수준을 생산성이나 업무성과에 비례하여 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임금피크제에 관한 명시적인 법령 근거는 없지만 실무상 임금피크제의 도입 시점을 기준으로 노사가 정년의 변경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와 정년 연장에 수반된 조치로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2)로 구분할 수 있다.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 없이 임금삭감 및 그로 인한 퇴직금, 통상임금 등의 연쇄적 감소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고 무효라는 것이 대상판결의 결론이고 하급심판결도 대체로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울산지법2020가단106120, 2021.12.23.) 판결(확정), (서울고법2020나2028045, 2021.11.19.) 판결(확정)].3) 반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그 위법성 여부에 대해 하급심에서 논란이 있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원래 정함이 없던 연령 구간에 대하여 노사협의를 통해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연령차별에 해당되지 않아 원칙적으로 적법ㆍ유효하다고 판단한 사례들[(서울고법2019나202939">서울고법2019나2029394, 2021.12.14.) 판결(확정), (서울남부지법2020가합103192">서울남부지법2020가합103192, 2022.5.27.) 판결, (서울중앙지법2019가합592028, 2022.6.16.) 등 판결]이 있는가 하면 비용 절감, 직원 퇴출 등의 목적으로 특정 연령의 근로자의 임금을 과도하게 감액하는 경우에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도 효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사례[(서울고법2019나201665">서울고법2019나2016657, 2021.9.8.) 등 판결(확정)]도 있다. 따라서 단지 임금피크제의 유형이 정년유지형인지 아니면 정년연장형인지 여부에 따라 임금피크제의 위법성이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3) 반면, 최근 하급심 판결 중에는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들에 대한 대상 조치가 특별히 도입되지 않았음에도 그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인천지법2019가합61600, 2022.1.13.) 판결(확정)].
Ⅲ. 임금피크제의 유효성 판단 기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①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②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③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④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여부4) 등 네 가지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위법성이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대상판결). 반면 대상판결에서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연령차별 여부에 관한 별도의 판단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다.5) 그러나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 판례6), 기타 하급심 판례7)에 따르면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 2에 근거하여 정년연장에 수반된 조치로서 노사협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면 원칙적으로 연령차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비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위 여러 판례들에 비추어 볼 때 위법가능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칙적으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으나, 명목만 임금피크제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용 절감, 직원 퇴출 등의 목적으로 특정 연령의 근로자의 임금을 과도하게 감액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연령차별에 해당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최근 서울고법에서 확정된 판례에 따르면 정년을 2년간 연장하는 대신 빠르면 44세부터 연차별 최대 50%까지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에 대하여, 근로자에게 일방적 불이익을 가하는 내용으로 설계된 것으로서, 임금 삭감이 근로의 질이나 양과 무관하게 결정되고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였는지 여부’와 ‘승급대상에서 누락하였는지 여부’에 연동되어, 사실상 근로자를 퇴출하려는 의도의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단하였다[(서울고법2019나201665">서울고법2019나2016657, 2021.9.8.) 판결]. 따라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 2에 따라 도입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인 경우,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비해 그 적법성을 인정받음에 있어 유리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 대상판결의 판단기준 ② 내지 ④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오로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로 비춰지는 경우에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임에도 불구하고 고령자고용법에 위반돼 그 효력이 부정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라고 하더라도 위 네 가지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면 적법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4) 다만, 대상판결에서는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설시는 없었지만, 임금피크제의 도입 목적이 ‘인건비 절감을 통한 신규고용 확대’라면 이에 부합하게 임금피크제를 운영해야 할 것이다. 가령, 매년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인원 및 이에 따라 절감되는 재원을 파악한 뒤 절감된 재원을 기준으로 신규인력 채용 목표(인원 수 등)를 세운 후, 그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임금피크제를 설계ㆍ운영하고 이에 관한 자료를 구비해 둔다면 위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 대법원 보도자료(2022.5.26.) :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정 연령 이상 근로자의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 효력에 관한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판결임.
6) (서울고법2019나202939">서울고법2019나2029394, 2021.12.14.) 판결 : 3급 이하인 원고는 정년 연장(58 → 60세), 2급 이상인 근로자는 정년 (60세)이 유지되었고, 2016년부터 1~3차 연도 동일하게 감액률을 19.5%로 하는 임금피크제 시행함.
7) (서울남부지법2020가합103192">서울남부지법2020가합103192, 2022.5.27.)(한국전력거래소 사건) : 2016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일반직원은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연장, 별정직은 정년을 56세에서 60세로 연장하고, 연장된 기간 동안 임금 감액률을 40% 적용함.
Ⅳ.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 관련
2019년 임금피크제와 개별 근로계약과의 관계에서 이른바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즉, 대법원은 “개별 근로자의 근로계약이 임금피크제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하다면 개별 근로계약이 취업규칙에 우선한다.”며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2018다200709, 2019.11.14.) 판결]. 반면, 최근 근로자가 회사와 임금피크제보다 유리한 개별 연봉계약을 맺었다 해도,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게 된다는 대법원 판결도 나왔다[(대법원2021다263052, 2022.5.12.) 판결]. 즉 개별 연봉계약의 ‘금액’ 부분을 취업규칙 등에 연동시켜놨다면 결국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도입한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다는 것이다8). 최근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지방 공기업인 ○○공단은 2015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로부터 임금피크제 도입 권고를 받고 조합원 투표를 거쳐 보수 규정(취업규칙)을 개정했다.9) 해당 규정에는 정년이 도래하기 3년 전부터 임금피크제 보수 조정이 적용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 등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대하며 임금피크제 시행 후 회사와 개별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이들은 임금피크제가 적용돼 기존보다 임금이 줄었다며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10). 1,2심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보호법 위반이 아니며 유효하다.”면서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11). 대법원도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개별 연봉계약이 있다고 해도 임금 부분이 취업규칙 등에 연동돼 있다면 이를 임금피크제에 우선하는 개별 계약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때 개별 연봉계약의 내용은 정액의 연봉을 무조건 지급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근로자가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일 경우에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연봉을 지급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12) 이는 연봉계약서에 ‘연봉 금액이 취업규칙에 따라 변경된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다면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이 애초에 문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로 보인다. 다시 말해 연봉 금액이 취업규칙에 연동돼 있다면 유리한 내용의 별도 계약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8) 이 판결 전에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4조, 제94조 및 제97조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이와 같은 법리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개별 근로계약에서 따로 정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될 수 있는 것이고,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여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을 제한적으로 해석한 바 있다[(대법원2020다232136, 2022.1.13.) 판결].
9)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라 개정한 이 회사 보수 규정에 따르면 “연봉 금액이 별도 지침으로 변경될 경우 지침에 따라 시행한다.”는 부가 규정이 있었다.
10) A씨 등은 2019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신이 회사와 매년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임금피크제와 상관없이 원래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11) 1,2심에서도 “일부 원고들과 회사 사이에 체결된 개별 연봉계약의 내용은 무조건 계약서 기재금액을 지급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계약서 기재금액을 연봉으로 정하되 임금피크제 대상이 되면 그에 따른다는 의미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12) 대법원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 개별적으로 체결된 연봉계약 자체가 임금피크제 적용을 기반으로 한 내용이라고 본 것”이라며 “별도의 연봉계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을 배제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은 유리한 조건 우선원칙을 적용할 약정이 없는 경우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Ⅴ. 결 론
대상판결은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 금지 조항의 강행규정성을 인정하고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관한 연령차별의 합리적 이유에 관한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로 인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모두 일률적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며, 본건 판결이 제시한 판단기준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 사안별로 달리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상판결은 판결문에서 판단기준의 적용범위를 ‘정년유지형’으로 명시해 정년연장형의 경우는 판단기준이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향후 명시적인 대법원판결이 있기 전까지 하급심에서 판단기준과 관련해 다양한 판결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정년유지형이라고 하여 모두 무효인 것은 아니고, 정년연장형도 대법원에서 그 판단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 기업에서는 일정 부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실무에서는 기업마다 예상되는 임금피크제에 대한 리스크를 점검하고 그에 맞춘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