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피크제와 연령차별
2013년 5월 정년 60세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이 개정되어 2016년부터 시행됨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는데, 이렇게 도입된 임금피크제가 무효가 될 수 있는지?
최근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를 다툰 사건에서 대법원은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 여부는 ①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②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③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④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7다292343, 2022.5.26., 판결). 동 판결은 대법원이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정 연령 이상 근로자의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효력에 관한 판단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 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하는데, ① 임금이 감액되는 55세 이상 근로자의 실적 달성률이 51세 이상 55세 미만 직원들에 비해 오히려 더 높고, ②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더라도 근로자의 업무 내용이 변경되거나 목표가 하향되지 않음에도, ③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임금이 일시에 대폭 하락(월 급여기준 약 93~283만원 하락)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해당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부정하는 주된 논거로 설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7다292343, 2022.5.26., 판결 참조). 다만, 대법원에서도 밝혔듯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항상 무효인 것은 아니고 개별 기업에서 시행하는 임금피크제 효력은 대법원에서 제시한 판단기준 충족 여부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의 연령차별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므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고용노동부, 2022.6., 「임금피크제의 연령차별 여부 판단에 관한 FAQ」, 4~5쪽).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을 기준으로 노사가 정년 연장에 수반된 조치로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에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이고, 정년의 변경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에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임금피크제가 정년 연장에 수반된 조치인지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정년 연장이 유기적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고용노동부, 2022.6., 「임금피크제의 연령차별 여부 판단에 관한 FAQ」, 4~5쪽).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원칙적으로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명목만 임금피크제일 뿐 실질적으로는 비용 절감, 직원 퇴출 등의 목적으로 특정 연령의 근로자의 임금을 과도하게 감액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연령차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고용노동부, 2022.6., 「임금피크제의 연령차별 여부 판단에 관한 FAQ」, 11쪽). 최근 한국전력거래소 직원들이 회사를 상대로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에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① 임금피크제는 근로자의 정년연장 또는 보장으로 고용안정을 도모하면서도 이에 따른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신규채용을 증가시켜 청년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노사 간의 입장을 적절히 조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 점, ② 피고는 2016.1.1.부터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일반 직원의 경우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며 정년이 연장된 2년간 임금으로 직전 임금의 60%를 지급하고, 별정직의 경우 정년을 만 56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면서 정년이 연장된 4년간 임금으로 직전 임금의 60%를 지급하기로 정하였던 점, ③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시행되더라도 피고의 직원들은 기존의 정년 구간까지는 종전의 임금을 그대로 지급받고, 정년이 연장된 구간의 경우 직전 임금의 60%를 지급받게 되었는데 고령자고용법의 개정으로 사업주는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었고, 피고는 그 과정에서 정년이 연장된 구간에 대한 새로운 임금제도를 신설하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는바, 이 사건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하여 원고들이 어떠한 불이익을 입게 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점, ④ 피고는 이 사건 운영규정 제8조에서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직원에 대하여 적용 직전의 기본연봉 등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을 수 있도록 하였고, 위 규정 제11조에서 임금피크제 적용대상 직원에 대하여 퇴직 후 재취업을 위한 전직교육 또는 창업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등 이 사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입게 될 수 있는 불이익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였던 점을 이유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유효하고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2.5.27. 선고 2020가합103192 판결). 또한 최근 KT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① 관련 법령에서는 정년 60세 연장에 대응하여 일정 연령에 도달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와 같은 임금체계 개편을 이미 예정하고 있었고, ② 피고 회사의 인력구조 및 경영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피고로서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연장에 대응하여 임금피크제 등을 실시함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할 절박한 필요가 있었다고 보이며, ③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 2가 예정한 임금체계 개편의 일환으로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에 의한 정년연장과 표리의 관계에 있고, ④ 이 사건과 같이 정년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된 사안에 있어서는,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대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감액된 인건비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보아야 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도입한 노사합의가 단체협약의 내재적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도 없다.”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6.16. 선고 2019가합592028 판결 참조). 법원은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의 정년연장 또는 보장으로 고용안정을 도모하면서도 이에 따른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신규채용을 증가시켜 청년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노사 간의 입장을 적절히 조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 점”(서울남부지방법원 2022.5.27. 선고 2020가합103192 판결), “고령 근로자들의 임금을 일부 축소하는 대신 정년을 연장 또는 보장하여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이로써 절감되는 재정을 신규고용 창출에 제공하여,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여 모든 세대의 상생을 목표로 하는 제도”(인천지방법원 2022.1.13. 선고 2019가합61600 판결 참조)인 점을 연령에 따른 차별의 합리적 이유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 고용노동부 해석 등에 비추어 보면,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라 고령자고용법에 근거하여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고,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에게 임금 삭감에 상응하는 적합 직무(업무량이나 업무강도를 낮출 수 있는 업무나 멘토로서 후배 직원들을 지도할 수 업무 등)를 부여하거나, 임금조정비율만큼 근로시간을 단축하여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의 인건비 절감분을 직원 신규채용에 따른 인건비로 활용하여 신규고용을 하였다면,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로 보기는 어렵고 무효라고 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통합관리시스템(MES 등)과 불법파견의 문제
최근 통합관리시스템(MES)을 업무상 지휘·감독 수단으로 인정하면서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파견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는데, 해당 대법원 판결의 구체적 내용과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내하도급에서 그 법률관계가 위와 같이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① 원청기업이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② 당해 근로자가 원청기업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원청기업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③ 협력업체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④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원청기업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⑤ 협력업체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합니다(대법원 2010다106436, 2015.2.26., 판결, 대법원 2010다78316, 2015.2.26., 판결, 대법원 2013다14965, 2015.11.26., 판결 등 참조). 위 다섯 가지 구별기준 중 ①과 ②가 핵심기준이라 할 것이고, 나머지 기준은 부차적·보완적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최근 대법원은 포스코와 협력작업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 소속으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크레인 운전 등 업무에 종사한 근로자(원고)들이 포스코를 상대로 ① 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근로자 지위의 확인’ ② 또는 개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고용의 의사표시’를 청구한 사건들에서, 원고들과 포스코 사이에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한다고 2022.7.28. 판결했습니다(대법원 2022.7.28. 선고 2021다221638 판결). 대법원은 협력업체 소속으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크레인 운전 등 업무에 종사한 근로자(원고)들이 각 협력업체와 고용을 유지하면서 포스코의 사업장에서 크레인·지게차 운전 및 제품·공장 업무를 수행한 기간에 포스코는 원고들을 파견근로자로서 사용하였다고 판단하였는데, 대법원의 판단 근거(원심의 판단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원고들은 1999년경까지는 피고가 제공한 작업표준서에 따라, 그 이후에는 협력업체가 기존 작업표준서를 기초로 핵심적 내용이 질적으로 동일하게 자체적으로 작성하여 피고로부터 검증을 받은 작업표준서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였다. 또한 피고의 제품 생산과정과 조업체계는 현재 전산관리시스템에 의해 계획되고 관리되는바, 원고들은 전산관리시스템을 통해 전달받은 바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였다. ② 크레인 운전을 통해 코일을 운반하는 업무는 압연공정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며, 크레인 운전 업무의 작업성과는 전체 압연공정의 소요시간과 작업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원고들은 코일 운반 외에도 다양한 업무에서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광범위하게 협업하였다. ③ 협력업체들이 수행한 협력작업에 대한 평가는 작업량 등 업무성과에 따른 점수를 가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피고의 업무를 저해하는 행위가 발생할 때마다 점수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④ 원고들이 수행한 대부분 작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작업표준에 따라 단순·반복적으로 행해지고,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성이 필요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피고가 협력업체에 지급하는 대가는 작업성과나 작업물량이 아니라, 투입인원 수와 근무시간에 따라 결정되었다. ⑤ 원고들의 크레인 운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설비인 천장크레인과 코일 등 운반 업무 수행에 필수적으로 사용된 전산관리시스템은 모두 피고가 소유하고 실질적으로 관리하였다. 이 사건 각 협력업체는 대부분의 매출을 피고와의 거래를 통해서 달성하였다.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란 기업의 생산 현장에서 생산의 전체 과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작업일정·지시·품질관리·실적 현황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관리시스템을 말합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등 모든 산업에서 MES와 유사한 관리시스템이 사용되고 있으며, 업무 과정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MES 등 통합관리시스템이 원·하청 간에도 공유되고 있습니다. 다만, MES 등의 개발 및 유지·보수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므로 원·하청 간 MES 등을 공유함에 있어 MES 등을 개발 및 유지·보수하고, MES 등에 주요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은 거의 원청기업이 수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파견법 제2조 제1호의 문언상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됨을 감안할 때 대법원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MES를 통해 전달된 작업대상 및 작업순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고,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전달된 작업 정보는 사실상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로 기능했다.”고 판단했음은 MES가 근로자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으로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함을 의미합니다. 제조업, 서비스업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MES 등 통합관리시스템을 사용하고, MES를 원·하청 간에 공유하는 것은 불가피한데, 최근 대법원은 MES 등이 사실상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로 기능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MES 등을 원·하청 간 공유하는 경우 적법한 도급으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에 협력업체가 독자적인 노무관리체계를 구축하여 현장대리인의 권한을 강화하고(현장대리인이 실질적인 노무관리 및 작업관리에 관한 의사결정권을 행사함), MES 등 공유에 있어서도 작업의 순서·속도·방법 등에 관하여 협력업체가 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MES 등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협력업체의 대형화도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