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피해근로자등에게 금지되는 “불리한 처우”를 판단하는 기준

Ⅰ. 서 언
필자가 최근 노동법률에 대한 자문을 하다 보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여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면 회사가 해야 하는 조치 등에 대하여 노사를 가리지 않고 질의가 들어온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직장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발생하는 고충으로 여겼을 뿐 법률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이슈였는데, 지금은 스스럼없이 제보를 하고 권리 주장을 할 수 있는 제도적ㆍ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사용자든 근로자든 이를 현실에 접목하는 과정에서 여러 장애요인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여느 법률이 그러하듯이 사회의 모든 현상을 법문에 담을 수 없기에 법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할 수 있고 혼란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이 사건과 같이 불리한 처우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것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애석하게도 이러한 문제들은 후속 입법이나 시행령 등으로 기준이 제시되길 기다리거나, 법원의 판례나 고용노동부의 해석에 기대어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제도 초기에 해당하다 보니 대법원 판례도 축적되지 않아 실무자의 입장에서는 처리기준의 불명확함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기 십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측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피해근로자등에게 금지되는 “불리한 처우”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 한편, 법리적 측면에서의 쟁점은 아니나 법원이 검찰에서 청구한 벌금형보다 더 높은 징역형으로 양형을 상향조정했다는 점도 이목을 끈다. 검찰에서 이 사건 직장 내 괴롭힘 피해근로자등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사용자(대표이사)에 대하여 구약식으로 벌금 200만원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에서 양형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 및 보호관찰, 사회봉사 120시간으로 상향 결정한 사례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이후 사용자의 조치나 진술(반성의 태도 등)이 양형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도 엿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적ㆍ판례상의 분위기도 사용자측에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각 심급별 판단의 취지를 살펴보고 그 시사점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하여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와 제76조의 3에서 그 기준을 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법 제76조의 2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와 성립요건을, 제76조의 3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처리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본조신설 2019.1.15.] 제76조의 3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본 사안에서 쟁점이 된 것은 사용자가 조사결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은 경우에도(즉 피해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6항이 적용되는지에 대한 부분이고, 나아가 동 법리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게 기존 근무지보다 객관적으로 근무여건이 더 나은 장소로 전보하는 것이 위법하지 않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쟁점 조항을 문언 그대로 해석하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와 피해근로자등까지 두텁게 보호하는 규정으로 볼 수 있으므로, 설사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조치를 할 수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법문은 “불리한” 처우만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역으로 “불리한” 처우가 아니라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유불리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하여는 법률에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바 없으며 이에 대하여는 선례도 충분하지 않아 논란이 되어 왔다. 고용노동부는 2019년 2월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대응 예방 매뉴얼(p.46)에서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6항의 내용을 참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으나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근무환경이 향상된 경우도 불리한 처우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논란이 있다. 이 사례는 이러한 논란이 있는 영역에 대해 법원의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의의가 있다.
- ①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 ②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개정 2021.4.13.>
- ③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등”이라 한다)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 ④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 ⑤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 ⑥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 ⑦ 제2항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조사한 사람,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사람 및 그 밖에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해당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조사와 관련된 내용을 사용자에게 보고하거나 관계 기관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신설 2021.4.13.>
Ⅲ. 대상판결의 내용
1. 직장 내 괴롭힘 및 사용자측 조치에 대한 경위(개인정보는 이니셜 표기)
- 1) 피고인은 청주시 청원구 D에 있는 E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고, 위 회사는 충북 음성군 F에 있는 G병원 구내식당 등을 위탁 운영하며 상시근로자 약 30명을 사용하는 사업주이다.
- 2) 피고인은 2019.7.27. 위 회사의 근로자 H가 직장 상사인 I 등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내용증명을 통해 신고받았다. 그 구체적인 신고 내용은 I가 2019.7.12.경부터 2019. 7.24.경까지 신고식 명목으로 회식비 지급을 강요하고, 업무편성 권한을 남용하여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직원들은 수당을 적게 받도록 업무시간을 조절하고, 업무 과정에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설과 폭언을 일삼는다는 내용이었고, 특히 2019.7.24.경 I가 H에게 “벼락 맞아라 자식도”, “차에 갈려서 박살나라”, “눈알들이 다 빠져라”, “그놈(J)의 좇을 빨았나, 그게 좋았었나 그러니까 착 달라붙어서 거기까지 간 거지”라는 등의 폭언을 하였으며,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빌미로 통화내역서 제출을 강요하였고, 사직서 작성을 강요하는 등 회사 상사인 I가 직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피해 근로자 H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는 내용이었다.
- 3)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9.8.27.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H로 하여금 2019.9.2.부터 충북 음성군 K 소재 주식회사 L 구내식당으로 근무지를 변경하도록 전보명령을 하였다.
- 4) 그러나 이는 H와 아무런 협의 없이 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결정이었고, 전보 근무지에서 H의 주거지까지의 거리가 매우 멀어 첫 버스를 타더라도 출근 시간에 도착할 수 없어 사실상 대중교통으로 인한 출근이 불가능하였으며, H의 가족이 간병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출퇴근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강제로 기숙사 생활을 하여야 하는 등 H에게 불리한 처우였다.
2. 1심2)의 판단
2)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2020고단245, 2021.4.6.) 판결
1심은 사용자측에서 제출한 증거에 따를 때 피해자의 기존 근무지 G병원에 비하여 전보지 L 구내식당의 객관적 근무환경이 더 나은 사실이 인정되고, 위와 같은 객관적 근무환경이 ‘불리한 처우’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였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3항에서 사용자의 사전 임시조치 시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금지한 점, 제4항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 후 사용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는 경우’에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등으로 조치할 수 있는 점, 제5항에서 행위자(가해자)에 대한 징계 시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불리한 처우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제3항은 신고 접수 후 직장 내 괴롭힘 사실 유무의 확인 전까지 사전 조치의무임에 반해 제2항은 신고 접수 후 직장 내 괴롭힘의 사실 유무에 대한 사용자의 조사의무이고, 제4ㆍ5항은 직장 내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사용자에게 부과되는 사후 조치의무이며, 제6항은 직장 내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되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불리한 처우를 금지함으로써 설혹 신고가 진실이 아닌 경우라도 신고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를 보호하는 규정이므로, 제6항의 불리한 처우를 판단함에 있어 위와 같은 사전 조치, 사실조사, 사후 조치 등 일련의 절차가 적절한지 여부도 함께 고려함이 옳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전보조치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6항에서 금지하는 불리한 처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법원이 이 사건 전보를 피해근로자등에 대한 불리한 처우로 판단한 이유┃
- ㉮ 피고인 회사는 2019.7.27. 피해근로자 H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자, 무단결근을 사유로 2019.7.29. H를 해고하였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3항은 사용자에게 사전 조치의무를 부과하면서 유급휴가 명령을 예시하고,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경우 피고인 회사는 H에게 유급휴가 조치 등을 취함이 상당함에도 오히려 해고라는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이러한 해고 상태는 인사위원회가 개최된 2019.8.27.까지 한 달간 유지되었다.
- ㉯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2항은 사용자로 하여금 지체 없는 사실확인 조사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피고인 회사가 신고 접수 후 사실확인 조사를 한 것은 인사위원회의 심의가 전부인데, 인사위원회는 피해근로자 H를 비롯한 참고인의 진술 청취나 의견진술 기회 등을 부여하지 않은 채 I의 소명만을 청취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I가 부당한 행위를 하였다는 점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데도, 그의 일방적 소명만을 청취한 결과로 인사위원회는 직장 내 괴롭힘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었다. 그리고 I에 대한 견책 사유는 직장 내 괴롭힘과 무관하게 관리책임을 물은 것에 불과하다. 이는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부당한 실제적 결과를 야기한 것과 다름없다. 특히 피고인이 인사위원회 개최 전에 R센터에서 전ㆍ현직 근로자들의 피해를 청취하였음에도 그 내용을 인사위원회에 제대로 알리지 않고 오히려 I에게 사적으로 녹음을 전달하여 방어의 기회를 제공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I의 문제를 경징계로 무마하려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 ㉰ 피고인은 외부 인사 참여에 의한 인사위원회로 그 공정성을 강조하나, 일방의 소명만 제공한 채 나머지 판단의 자료를 배제한 것은 허울뿐인 인사위원회라 할 것이다. 더욱이 인사위원회는 I에 대한 징계에만 관여하였을 뿐, 피해근로자 H에 대한 전보에는 관여하지 않았고, 이는 피고인이 홀로 결정한 사항이다. 따라서 사후 조치에 해당하는 전보명령이 불리한 처우인지 판단함에 있어 인사위원회의 개최는 공정한 절차라고 내세울 만한 사정이 되지 못한다.
- ㉱ 피고인이 H에 대한 전보명령을 함에 있어 피고인 회사는 H로부터 어떠한 의견도 듣지 않았고 그 기회도 제공하지 않았다. 또한 인력 부족이라는 피고인 회사의 사정이 고려되었고, 피해근로자 측의 사정(원거리 출퇴근, 가족 부양)은 고려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5항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피해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사용자에게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사후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므로, 이 사건과 같이 인사위원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에게 위와 같은 사후 조치의무를 인정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부실한 사실확인 조사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은 경우라면, 그 사후 조치가 피해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인지 판단함에 있어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를 마땅히 고려함이 타당하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가 완전히 배제되고 오히려 인력부족이라는 피고인 회사의 사정이 고려되었다.
- ㉲ 피해근로자 H가 피고인 회사에 신고한 이후 일련의 과정을 거쳐 부당전보 구제를 신청하고, 이 사건을 고소하여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L 구내식당으로 전보된 것이 자신에게 불리한 처우임을 호소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전보가 H에게 주관적으로 불리함은 명백하다.
3. 2심3)의 판단
3) (청주지법2021노438, 2022.4.13.) 판결
1심 판단에 대해 피고(사용자)가 불복하여 2심을 제기했다. 사용자는 조사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닌 것으로 판단을 내렸으므로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6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 피해자에 대하여 전보를 한 것은 불리한 처우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2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6항이 적용되며 불리한 처우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불리한 처우에 대하여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하였으므로 생략하도록 한다). ①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개정 근로기준법 규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에서 갖가지 방법으로 동료를 괴롭혀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으로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입법된 것이다. 위 규정들은, 직장 내 괴롭힘이 근로자의 정신적ㆍ신체적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기업에도 막대한 비용 부담을 초래하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신설되었다. ②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6항은 사용자에 대하여 피해근로자의 해고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금지할 뿐, 그 적용 범위나 기간을 제한하거나 사용자의 사실확인 조사 여부에 따라 적용 여부를 달리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③ 이 사건 전보조치는 피해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인 피고인에게 신고한 2019.7.27.로부터 약 30일 후인 2019.8.28.에 이루어졌는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문제 제기 등과 상당히 근접한 시기에 이루어졌다. ④ 피고인이 2019.8.20. D센터가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하여 피해 내용을 청취한 점, 2019.8.27.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E에 대한 기존 인사경고를 유지한 점, 2019.8.28. 피해근로자를 C 구내식당으로 전보발령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전보조치를 할 당시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에 의한 일련의 절차가 완료되었다고도 볼 수도 없다. ⑤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전보조치를 할 당시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에 의한 일련의 절차가 완료되었고, 그 결과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피해근로자로서의 지위를 곧바로 상실한다고 볼 수는 없다. 사용자의 사실확인 조사가 객관적임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발각되더라도 조직적인 은폐 시도가 빈번한 직장 내 괴롭힘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해석은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피해근로자등을 보호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목적과는 합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4. 대법원(대상판결)4)의 내용
4) (대법원2022도4925, 2022.7.12.)
대법원에서는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여 상고기각 결정하였다. 즉,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한하여 원심판결에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으나, 본 건의 경우 피고인(사용자)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심리미진, 판단누락, 법리오해 등을 내세우며 실질적으로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 내지 이에 기초한 사실인정을 탓하거나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다른 사실관계를 전제로 법리오해를 지적하는 취지의 주장은 모두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였다.
Ⅳ. 대상판결의 평석
본 사례는 대법원에서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여 상고기각 결정한 사례이다. 따라서 대법원의 명확한 입장까지 확인한 사례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 및 하급심 판례는 아래와 같은 측면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첫째,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조사 결과 이를 불인정한 경우라도 피해근로자등에 대한 불이익 조치가 금지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사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6항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근로자등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는데, 법이 보호하는 대상은 ①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②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③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동 판례는 직장 내 이러한 법의 보호범위를 정확하게 가려내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2심 판결의 판단 이유를 살펴보면, 법에서는 사용자측의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여부에 따라 동 법률의 적용 여부를 달리 정하지 않고 있다고 하고 있고, 또한 사용자의 조사가 객관적임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없고 증빙 자체도 어려운 성격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둘째, 객관적으로 근무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피해자를 전보시켰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주관적 의사에 반하는 전보라면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에 반하는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한 사례라는 점이다. 관련하여 1심 판결의 판단요지를 정리하면, 불이익 처우인지 여부는 객관적인 사실(전보지의 근무환경 등)도 따져야 하지만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에 반하는 것인지, 그리고 피해근로자에게 주어진 상황에 비추어보았을 때 실질적인 불리함이 없는지 등 주관적 사정을 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한 후술하는 것처럼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법리를 직장 내 괴롭힘에도 참고할 수 있다는 입장에 서게 되면,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근거 법률인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역시 참고할 수가 있는데, 동법 제14조 제6항 제7호에 따르면 “신고를 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우”를 불리한 처우의 종류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직장 내 괴롭힘 역시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는 위법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장 내 괴롭힘의 불이익 조치의 범위를 판단함에 있어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법리와 선례를 참고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던 점이다. 2심에서는 관련 법리를 검토하면서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판결이나,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제6항에서 정하고 있는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판단하는 경우에도 그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고 하여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불리한 조치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례5)를 본 사안에 인용하였다. 동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업주의 조치가 피해근로자등에 대한 ‘불리한’ 조치로서 ‘위법한’ 것인지 여부는 그러한 조치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문제 제기 등과 근접한 시기에 있었는지, 조치를 한 경위와 과정, 조치를 하면서 사업주가 내세운 사유가 피해근로자 등의 문제 제기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것인지, 피해근로자 등의 행위로 인한 타인의 권리나 이익 침해 정도와 사업주의 조치로 피해근로자 등이 입은 불이익 정도, 그러한 조치가 종전 관행이나 동종 사안과 비교하여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 취급인지 여부, 사업주의 조치에 대하여 피해근로자 등이 구제신청 등을 한 경우에는 그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하고 있는바, 기업에서도 향후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불리한 처우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선례를 참고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법리적 구조나 취지가 유사함에 따른 결론으로 볼 수 있는데. 앞서 살펴본 고용노동부의 매뉴얼 역시 동일한 입장이기도 하다).
5) (대법원2016다202947, 2017.12.22.) 판결
Ⅴ. 결 어
앞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대상판결은 본안의 쟁점사항을 직접 심리한 것은 아니므로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평석에서 분석한 것처럼 해석상 논란이 있는 주요 영역에 대해 법원에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고, 이러한 판단은 법률의 문언이나 제도 도입 취지에 비추어보더라도 크게 무리가 없는 해석이라고 생각된다. 향후 기업의 인사담당자(실무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조사함에 있어 최대한 객관성을 담보하되, 피해근로자등에 대한 인사조치를 할 때에는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설사 인사조치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라도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는 무관하게 업무상 필요성이나 정당한 이유가 확보된(증명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며, 피해근로자등에도 인사조치의 취지와 이유(직장 내 괴롭힘과 무관하게 검토되었다는 점 등)에 대하여 명확하게 설명을 해주어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는 것도 실무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이제 사용자든 근로자든 피할 수 없는 법률적 이슈가 되었다. 사용자는 사전에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고, 사건 발생 시에는 법률에서 정한 바에 따른 적극적 조치를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담당하는 회사 담당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였을 경우 선입견을 가지지 말고 공정한 입장에서 사건을 파악하여야 할 것이며,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를 빠트림 없이 이행하여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장래 형사처벌 등 위법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