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를 이유로 대기발령 중인 자에 대한 해고의 정당성 판단 기준에 관하여

Ⅰ. 서 언
최근 들어 심화된 전 세계적 경기 침체, 고금리 현상, 그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 등 대외적 상황 변화는 기업의 경영활동에 큰 제약이 되고 있다. 경제사정의 악화로 인해 시장에서의 경쟁은 보다 과열되고 있으며, 경쟁에서 도태된 기업은 인위적 인원감축(Down-sizing), 업종전환 등 생존전략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고, 급기야 사업추진의 동력을 잃은 경우에는 합병이나 폐업 등을 검토하는 경우도 많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 역시 장래 다가올 수 있는 위협에 대처하고자, 기업의 역량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우수인재의 확보와 유지 전략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리텐션 보너스, 스톡옵션 등 능력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유인하고 이직을 방지하기 위한 인사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인사운영 효율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 하겠다. 다만 그러한 우수인재 관리의 이면에서 필수적으로 거론되는 이슈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인원, 소위 ‘저성과자’로 불리는 직원들에 대한 인력관리도 기업들 대다수가 가지고 있는 숙제이자 고민사항일 것이다. 저성과자에 대한 관리는 경영효율의 측면에서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성과부진자의 업무능률 향상, 성과와 보상 간 불균형 해소, 조직문화 악영향 감소 등을 이유로 저성과자 관리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저성과자에 대한 관리는 평가를 통하여 대상인력을 선정한 후, 교육, 배치전환을 통해 능력/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그러나 기업에 따라서는 종국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역량 향상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위 ‘통상해고’까지 검토하는 경우가 많기에, 최근에는 저성과자 관리는 곧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해당 대법원 판례 또한 저성과를 이유로 대기발령을 받은 직원에 대해 통상해고를 진행한 사안인데, 사용자의 조치가 정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한 1, 2심과 달리 대법원은 사용자의 조치를 상당성을 잃은 행위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Ⅱ. 대상판결의 내용
1. 해당 대기발령 및 해고에 이르게 된 경위(1심판결 전까지의 사실관계 요약)
(1) 대기발령의 경위(이하 근로자는 “원고”, 사용자는 “피고”라 함)
- 1) 피고는 2015.1.경 2014년 하반기 인사고과평가를 실시하였고, 협력사지원팀 팀장으로 근무하던 원고는 관리직 총 254명 중 253위로 최하위 D등급을 받았음.
- 2) 2015.1.20.부터 2015.1.23.까지 피고는 업무역량 및 리더십역량에 대한 다면평가를 실시하였는데, 평가자는 기술본부 및 생산본부 소속으로 3년 내지 5년까지 재직한 과장 및 대리 등 총 90명이었고, 피평가자는 1그룹(경영기획본부, 영업본부, 안전환경실) 21명과 원고가 소속된 2그룹(기술본부, 생산본부) 35명 등 총 56명이었음.
- 3) 2015.1.29. 원고는 다면평가 결과를 이메일로 통보받았으며, 평가결과는 2그룹 35명 중 33위의 최하위 D등급이었음.
- 4) 피고는 2015.2.24. 조직 개편의 일환으로 기존의 ‘4본부 7실 34팀’에서 생산지원실, 선체설계실, 의장설계실, 발판지원팀, 원고가 소속된 협력사지원팀 등 3실 2팀을 폐지하여 ‘4본부 4실 32팀’으로 직제규정 개정을 의결하고 2015.3.1. 시행하였음.
- 5) 피고는 2015.2.25.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포함한 대기발령 4명을 확정하고, 2015.2.27. 원고에 대해 2015.3.1.자로 경영기획본부 인사ㆍ총무팀 소속으로 대기발령하였음.
- 6)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대기발령을 조치한 2015.3.에는 연장수당을 제외한 임금 전액을 지급하였고, 그 다음 달인 2015.4.부터 2015.5.까지 기본급 3,234,411원을 지급하였음.
- 7) 원고는 2015.5.23.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대기발령에 대한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기각하였음.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기각하였음.
(2) 해고의 경위
- 1) 피고는 ‘대기발령자 근무수칙’에 따라 원고를 포함한 2015.3.1.자 대기발령 대상자에게 매월 수행과제 및 목표를 부여한 뒤 업무과제 수행도, 근무태도, 능력을 고려하여 총 5단계(S, A, B, C, D)의 등급으로 구분하여 평가하기로 하고, 대기발령이 종료되는 기간은 A등급 이상의 평가를 획득할 때까지로 정하였음
- ① 피고는 원고에게 2015.3.경 ‘절박한 경영위기 타개를 위한 연간 간접비 150억원 절감방안을 제시하라’는 업무과제를 부여하였고 피고는 이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여 제도 개선 등으로 채택할 만한 자료가 없다며 D등급을 부여하였음.
- ② 피고는 원고에게 2015.4.경 ‘3월 과제에 대한 제시방안이 미흡하니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라’는 업무과제를 부여하였고 피고는 이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여 원고가 원가절감 방안으로 100명의 인원을 감축한다는 비현실적인 방안을 제기하였다며 D등급을 부여하였음.
- ③ 피고는 원고에게 2015.5.경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교재를 통한 업무 테스트’의 수행과제를 부여하고, 40점 이하일 경우 업무부적격으로 결정하기로 한 뒤 테스트를 실시하였는데 원고는 31점을 획득하였음.
- 2) 피고는 2015.6.5.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를 2015.7.17.자로 해고하기로 의결하고, 2015. 6.15. 원고에게 통보하였음.
- 3) 원고는 2015.6.22. 피고에게 이 사건 해고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2015.6.24. 재심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음. 이에 원고는 2015.10.15.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기각하였음.
2. 1심1)의 판단
1) 부산지방법원 2017.9.14. 선고 2016가합3532 판결
1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대기발령 및 해고는 정당한 인사권행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며 절차에 있어서도 특별한 하자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 ①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등에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극히 불량한 자 또는 직원으로서 근무태도가 심히 불성실한 자’ 등과 같이 직위해제 또는 대기발령을 명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하는 한편, 대기발령기간 중 직위해제의 사유가 소멸 또는 해소된 때에는 지체 없이 직위를 부여하되, 대기발령 또는 직위해제처분을 받은 자가 그 기간 중 능력의 향상 또는 개전의 정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징계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면직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 위와 같은 규정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직위해제처분과 그에 이은 면직처분은 이를 일체로서 관찰할 때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실질상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그 처분에 있어서는 근로기준법에 의한 제한을 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규정에 의하여 대기발령 또는 직위해제처분이 정당하게 이루어진 다음 그 대기발령기간 중 직무수행능력을 회복하거나 근무태도를 개선하는 등으로 직위해제사유가 소멸되지 않아 대기발령 또는 직위해제처분을 받은 자가 그 기간 중 능력의 향상 또는 개전의 정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인사규정에 따라 행하여진 직위해제처분에 이은 면직처분은 인사권 내지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 ② 기존 대법원 법리(대법원 2005.11.25. 선고 2003두8210 판결)에 따를 때 이 사건 대기발령은 정당하고, 이 사건 대기발령 이후 피고는 대기발령자 근무수칙에 따라 2015.3월부터 5월까지 원고에게 과제를 부여하거나 테스트를 하였는데 원고는 3번 연속 최하위등급을 받거나 합격선에 미달하는 점수를 받았다.
- ③ 피고는 이 사건 대기발령 이후 원고가 가장 오랜 기간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인사ㆍ총무팀에 배치하였고, 원고가 전반적으로 원가 유관 부서를 두루 경험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원가절감 방안 수립의 과제를 부여하는 등 이 사건 대기발령 후의 배치나 부여된 과제의 주제가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으며, 이처럼 적절한 과제를 부여하고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피고가 원고에게 업무재배치나 교육기회의 제공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 ④ 피고가 원고에게 부여한 과제나 테스트는 원고가 이미 두루 경험한 사항이거나 적절한 시간과 자료를 제공한 후 부여되거나 실시된 것으로 보이고, 그 결과에 대하여 피고가 오직 원고를 해고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평가하는 등 피고의 인사권남용이 있다고 볼 수 없다.
- ⑤ 원고와 같은 날 대기발령을 받은 D는 2015.3.부터 2015.5.까지 순차적으로 C, B, A 등급을 받아 보직을 부여받았다. 따라서 과제나 테스트의 평가 결과를 볼 때 대기발령기간 동안 원고의 직무수행능력이 회복되거나 근무태도가 개선되었다고는 보이지 않아 대기발령 사유가 소멸되었다고 볼 수 없다.
- ⑥ 피고는 취업규칙 및 인사위원회규정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고 결과를 서면으로 통지하는 등 절차상 하자도 없다.
3. 2심2)의 판단
2) 부산고등법원 2018.6.20. 선고 2017나56196 판결
1심판결에 대해 원고 근로자가 불복하여 2심을 제기하였으나, 2심에서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 회사의 대기발령 및 해고처분은 정당한 인사권 행사로 판시하였다.
- ① 원고에게 부과된 과제는 ‘간접비 150억원 절감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다른 대기발령자 중 그 이후 대기발령이 해제된 C, D, E에 비하여 그 과제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어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원고의 입사 후 업무경험, 회사로부터 제공받은 예시자료의 존재, 제출한 과제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다음 동일한 과제를 부여받아 다시 과제를 수행할 기회를 제공받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부과된 과제 자체가 부당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된다.
- ② 과제수행에 대한 평가기준은 업무과제 수행도(60%), 근무태도(20%), 능력(20%)을 감안하여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대기발령자들에 대한 평가결과를 살펴보면, 대기발령자 중 D의 경우 2015.3.경 ‘직무능력 및 문제해결능력에 큰 변화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종합등급 C를, E의 경우도 ‘전반적으로 높게 향상된 부분이 없는 평균 수준’이라는 등의 이유로 종합등급 C를 각 받았다. 그러나 C는 2015.3.경까지는 ‘새로운 업무에 대한 물량파악 및 관리에 부족한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종합등급 C를 받았으나, 이후 2015.4.경에는 ‘업무능력 향상’으로 종합등급 B를, 2015.5.경에는 ‘물량증가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으로 업무과제를 수행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종합등급 A를 각 받았고, 결국 대기발령이 해제되었다. 이러한 사정에, ㉮ 원고는 2015.3.경 ‘복장불량, 보고 없이 이석’ 및 ‘과제수행발표 시 전반적인 평이 극히 저조하다’는 등의 이유로 종합등급 D를, 2015.4.경 ‘개인적 통화 등으로 불필요한 이석이 잦음’ 및‘동일한 과제에 대하여 1개월 더 기회를 주었음에도 전혀 향상되지 않고 하고자 하는 열의가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종합등급 D를 각 받은 점, ㉯ 2015.5.경 ‘안전환경팀 전보발령을 고려하였으나 현 상태를 벗어나려는 열의가 전혀 보이지 않고 근무성적이 점점 악화되는 등 전혀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종합등급 D를 받은 점, ㉰ 평가기준 가운데 근무태도와 관련하여 원고는 복장불량, 전화통화 등으로 인한 잦은 이석 등이 계속적으로 문제된 점, ㉱ 원고 스스로도 2014.11. 중순경 원고의 처 명의로 맥줏집을 개업하고 개업준비 과정에서 회사에서 개인적인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처럼 회사에서 개인적 업무를 처리하는 등 불성실해 보이는 근무태도가 부정적으로 평가된 것으로 보이는, ㉲ 피고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하여 인사총무팀 직원들뿐 아니라 예산편성을 담당하는 원가관리팀 직원들도 원고의 발표에 참석하도록 하였다고 주장하고, 원고도 발표중간에 직원들로부터 발표내용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처럼 원고의 과제수행결과를 소수의 심사자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함께 살펴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의 과제 수행결과에 대한 평가가 자의에 의한 것으로 불공정하다고 쉽사리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 ③ 원고는 피고의 인사과장으로부터 안전ㆍ환경팀에 전환배치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시험을 준비했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 스스로도 2015.5.8. 원고로부터 안전보건경영매뉴얼 등을 교부받고 2015. 5.19. 시험을 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피고에게 사전 예고도 없이 시험을 치르게 하였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원고는 오픈북(open book)이 아닌 암기식 시험방식에 대하여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정작 원고는 피고로부터 60점 이상 득점 시 안전ㆍ환경팀에 전환배치될 수 있다는 통지를 받았음에도 피고에 대하여 어떤 방식으로 시험을 칠 것인지에 대하여 문의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고는 시험결과 100점 만점 중 31점을 얻었는데 객관식 20문제 중 9문제가 정답이었고 주관식 문제에 대하여는 답도 성실하게 기재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원고 주장과 같이 안전ㆍ환경업무에 정통한 직원도 그 시험문제에 대하여 60점 이상의 시험성적을 얻기 어렵다고 볼만한 자료는 없다.
- ④ 피고가 2015.3.4. 사내협력사들에게 보낸 메일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원고의 업무메일 사용을 제한한 조치가 부당한 조치에 해당한다거나 원고의 자진사퇴를 종용하며 압박하는 방법으로 악용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원고는, 피고의 직원들과의 대화내용을 근거로 원고에 대한 대기발령 및 업무과제부여 등은 실질적으로 정리해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주장하나, 이런 사정만으로는 원고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4. 대법원(대상판결)의 내용
대법원은 대기발령의 정당성과 해고의 정당성을 다르게 판단하였다. 즉 대기발령은 피고의 조직 개편 및 원고에 대한 인사고과평가에 따른 것으로서 피고의 인사규정 등에 근거한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이고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1심과 2심의 판단을 존중하였다. 그러나 해고의 경우는 다르다고 보았다. 판단의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해고를 제한하고 있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해고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때에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고할 수 있다고 정한 취업규칙 등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한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불량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되는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어야 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 경우에 한하여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이러한 법리는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등에서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부진에 따른 대기발령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도록 보직을 다시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해고한다는 규정을 두고 사용자가 이러한 규정에 따라 해고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의 내용, 그에 따라 요구되는 성과나 전문성의 정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부진한 정도와 기간, 사용자가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부여하였는지 여부, 개선의 기회가 부여된 이후 근로자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개선 여부, 근로자의 태도, 사업장의 여건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2018다253680, 2021.2.25.) 판결 참조]는 기존 법원의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이를 토대로 원심으로서는 원고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부진이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등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 여부를 심리하여 이 사건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원심은 원고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의 부진이 어느 정도 지속되었는지, 그 부진의 정도가 다른 근로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정도를 넘어 상당한 기간 동안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는지, 나아가 향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려운지, 피고가 원고에게 교육과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 개선을 위한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였는지 등에 관하여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채 단지 이 사건 대기발령이 정당하고 대기발령 기간 동안 원고의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하였다. 이에 대기발령은 원심을 확정하였으나 해고에 관하여는 부산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하였다.
Ⅲ. 대상판결의 평석
우선 저성과자의 관리는 저성과자로 분류하여 교육, 대기발령 등을 실행하는 전단계의 문제와, 그러한 프로세스 이후에도 역량/능력 개선이 되지 않아 종국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후단계의 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해당 사안은 전단계(저성과자 선정)와 후단계(해고)가 모두 문제된 사안인데, 노동위원회에서부터 대법원까지 전체 심급에서 전단계에 관하여는 정당성을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즉 그간의 고과(254명 중 253위)와 대기발령 기간 동안 실제 역량/능력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과제부여를 하였다는 점에서 부당한 인사발령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인데, 이는 최소한 평가의 공정성과 합리성이 담보되는 상황에서 최하위 고과를 받은 직원을 개선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인사발령은 그 목적이나 취지, 대기발령 기간에 따른 근로자 불이익의 정도 등 업무상 필요성의 측면에서 사용자의 재량을 상대적으로 넓게 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기발령 자체가 한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그 목적이 근로자의 능력 향상이라는 지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인사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후단계(해고)의 문제는 전단계에서 설사 정당성이 확보된다 하더라도 당연히 해고에 대한 정당성까지 담보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의 의의가 있다. 해고는 본디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관계가 파탄에 이르렀거나, 쌍무적 계약관계의 특성상 근로자나 사용자가 근로계약의 본질적 부분을 이행할 수 없는 이행불능의 상태에 이르렀을 때 검토할 수 있는 것인데, 해당 건에서는 단지 성과향상 교육 등의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인사발령의 업무상 필요성)가 곧 근로자가 근로계약의 본질적 부분(근로제공)의 이행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한 것이 패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즉, 대기발령을 통한 성과향상프로그램 이후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근로자의 능력 등이 향상된 바 있는지, 성과 창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을 두고 관찰을 한 것인지, 그 밖에 근로자의 귀책으로 볼 수 없는 다른 변수는 없었는지, 그 정도가 절대적으로 근로제공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는지 등 등 대기발령 이후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지 않고 규정에서 명시되어 있는 대로 대기발령 기간 이후에 속단하여 해고의 의사결정을 했던 점이 패착으로 보인다. 최소한 1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근로자의 능력을 관찰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결과물들을 제시하였다면 아마 다른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저성과자에 대한 관리를 고민하고 있는 회사들도 대상판결이 말하고자 하는 취지를 참고하여 저성과자 관리전략을 수립할 때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하여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첫째, 저성과자 선정과 관련하여 근로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사평가결과, 업무처리결과, 다면평가, 수치화된 실적 등 해당 직무에서 요구하는 필요역량과 성과의 성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토대로 객관화된 선정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 저성과자 선정 시에도 일률적으로 대상자를 선정하기보다는 그러한 성과를 낼 수밖에 없었던 특이한 사정(휴직 등)이 있다면 이를 고려해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의위원회를 두거나 혹은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검증하는 절차를 둠으로써 부득이한 예외사정에 대한 고려가 가능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저성과자 관리가 해고의 수단이 아닌 실질적인 성과향상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실제 능력과 역량 향상이 된 직원에 대해서는 업무에 정상적으로 복귀시켜 회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별로 부족한 능력과 역량을 파악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역량 향상에 불필요한 허드렛일을 부여하는 등의 행위는 오히려 직장 내 괴롭힘 등 이슈를 촉발시킬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넷째, 충분한 기회와 관찰기간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성과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근로자에게 새로운 직무나 과업을 부여하고 능력의 향상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기간(1년 등)을 부여하고 업무 수행이 정상적으로 가능하도록 일반 직원에게 지원하는 내용 정도는 차별 없이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직무 등이 변경될 경우 최초 3개월 등은 적응기간으로 평가에 고려하지 않는 등의 배려는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상판결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해고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보다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업무처리결과 등 객관화된 데이터나 회사의 선례를 바탕으로 근로자가 더 이상의 교육과 기회를 부여하더라도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만 해고가 가능하다는 점을 유념하고 교육 등 기간 이후 근로자의 업무 결과물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하여 의사결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Ⅳ. 결 어
저성과자에 대한 관리는 현재 많은 기업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영역이다. 과거에는 능력주의, 성과주의를 표방하는 금융권과 외국계기업에서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상황에서 인적자원을 다기능화 및 고성능화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카드로 각광받는 것은 틀림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급할 때일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저성과자에 대한 관리는 시간을 두고 충분한 준비와 배려, 세심한 기준을 가지고 제도를 설계하여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칫 직원을 해고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인식될 경우 해당 건과 같이 개별 노동분쟁에서 법률적 리스크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제도는 세밀하고 치밀하게 접근되어야 한다. 동시에 평가자의 공정성과 합리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평가자에 대한 교육 등도 잘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요컨대, 제도의 설계와 이를 추진하는 인력(인사부서 등)들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조직적으로도 직원을 해고하는 수단이 아니라 개선과 향상의 수단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전 방위적인 검토와 연착륙 활동(직원 홍보, 파일럿테스트 등)이 있어야만 성과관리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업에서는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