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동의 없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효력 :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의 폐지

1. 서 언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해,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며 기존의 이른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하였다.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2010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제시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14년 동안 유지되던 법리로서 그동안 숱한 비판을 받아 왔고, 대법원 역시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인정을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하도록 하면서 그러한 비판에 대응해 왔다. 다만 위 법리를 폐지한 대상판결이 선고된 이후, 특히 노사 양측의 상반된 반응에 귀추가 주목된다. 노동조합(이하, “노조”) 등 근로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는 연일 대상판결에 동의하며 환영하는 취지의 입장 발표를 이어 가고 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등 사용자 측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로 그나마 유지되던 유연한 법 적용과 구체적 타당성이 대상판결로 인해 침해되어 현장의 유연한 운영이 어려워졌다는 점에 유감을 표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2023년 상반기 노동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판결이라 할 수 있는 대상판결의 구체적 사안과 법리를 정리하고, 대상판결을 둘러싼 여러 옹호와 비판의 목소리를 종합하여 앞으로 달라질 노동 실무 전반에 관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2. 사실관계 및 소송 경과
(1) 사실관계
대상판결의 원고들은 피고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에서 과장급 이상의 직위로 근무하던 “간부사원”들이다. 피고 회사는 사업장 내에 단일 취업규칙을 적용해 왔는데, 2004년 7월 1일부터 주 5일제 근무제[① 법정근로시간 단축(주 44시간 → 주 40시간), ② 월차휴가 폐지, ③ 연차휴가 25일 상한 설정 등을 내용으로 함]가 시행됨에 따라 과장급 이상의 간부사원들에게만 적용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하였다. 그 내용은 위 주 5일제 근무제와 같았다.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정 당시를 기준으로, 변경 규정의 직접 적용을 받는 간부사원들 89%에 대하여는 동의를 받았으나, 당시 위 규정의 적용대상이 아니었던 비간부사원들의 과반수가 가입한 노동조합(이하, “과반노조”)의 동의 등을 따로 받지 않았다. 한편 제정 이후 2009년에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동의를 받는 주체는 해당 취업규칙을 당장 적용받는 근로자집단은 물론 장래 변경된 취업규칙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집단을 포함한 근로자집단이 동의의 주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례 법리가 등장하였다(대법원 2009.5.28. 선고 2009두2238 판결). 위 판례 변경에 따라 원고들은, “간부사원 취업규칙” 제정 당시 그 직접 적용대상이 아니었기에 자신들의 개별적 동의를 받지 않았고, 일반직ㆍ연구직ㆍ생산직 등 장래 간부사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던 근로자집단의 동의도 받지 아니한바, 위 취업규칙 중 연ㆍ월차휴가 관련 부분은 위법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여 효력이 없음을 주장하며, 2004년부터 지급받지 못한 연ㆍ월차휴가수당 상당액의 지급을 구하였다.
(2) 소송 경과
제1심1)은 위와 같은 원고들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들은 피고 회사를 상대로 종전 취업규칙에 따른 미지급 연ㆍ월차휴가수당을 직접 청구할 수 있으므로 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들의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원심2)은 결론적으로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으나, 그 판단 과정에서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ㆍ월차휴가 관련 부분은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에 해당함에도 ①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었고, ② 불이익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아 무효라고 보았다.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11.6. 선고 2014가합41686, 2014가합57643(병합) 판결
2) 서울고등법원 2017.7.21. 선고 2015나31898, 2015나31904(병합) 판결
3. 쟁점을 위한 배경 지식
(1) 관련 규정
1) 근로기준법
제4조 【근로조건의 결정】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제94조 【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 ①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 1. 제6조, 제16조, 제17조, 제20조, 제21조, 제22조 제2항, 제47조, 제53조 제4항 단서, 제67조 제 1항ㆍ제3항, 제70조 제3항, 제73조, 제74조 제6항, 제77조, 제94조, 제95조, 제100조 및 제103조를 위반한 자
2) 헌 법
제32조
- ③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3) 민 법
제2조 【신의성실】
- ①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 ②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2)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 동의 필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 즉 취업규칙의 작성ㆍ변경이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내용일 때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동의의 주체는 취업규칙 상 근로조건이 적용되는 근로자집단은 물론 “장래 변경된 취업규칙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집단을 포함한 근로자집단”이 모두 해당한다. 또한, 적법한 동의가 인정되기 위해선 과반노조의 동의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3) 동의를 받지 못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예외적 허용 :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 - 대상판결 선고 전 판례 법리 정리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3)에 따라, 위와 같이 근로자들의 적법한 동의를 받지 못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반하여 무효로 됨이 원칙이다. 다만, 판례는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을 작성ㆍ변경하여 근로자의 기득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음을 인정하면서,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따른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며, 이른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제시하였다.4) 위의 “사회통념상 합리성”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①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②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③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④ 대상 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상황, ⑤ 노조 등과의 교섭 경위, ⑥ 노조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⑦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⑧ 취업규칙 변경에 따라 발생할 경쟁력 강화 등 사용자 측의 이익 증대 또는 손실 감소를 장기적으로 근로자들도 함께 향유할 수 있는지에 관한 해당 기업의 경영행태5) 등을 제시하였다. 한편 판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그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사실상 배제하는 것이므로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며, 위 법리가 각 사안의 구체적 타당성을 위해 도입된 극히 예외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법리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었다. 위 법리에 관하여,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요건(근로자의 동의)이 입법되기 전부터 우리 판례 법리는 근로자의 동의가 없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무효로 보아 왔고, 이후 근로기준법이 명문의 규정으로 이 법리를 확인하였는데, 판례가 합리성 법리를 택하는 것은 모순적이며 사법권의 한계를 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4) (대법원2009다32362, 2010.1.28.) 판결
5) (대법원2012다43522, 2015.8.13.) 판결
(4) 대상판결의 쟁점
4. 대상판결의 다수의견 법리 검토
(1)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 변경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따른 동의(이하, “집단적 동의”)를 받아야 함은 종전 판례와 같이 인정하였으나,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조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보아,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관한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그 구체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헌법과 근로기준법 규정 및 취지
헌법 제32조 제3항(근로조건의 기준은 법률로 정하도록 함), 근로기준법 제4조(근로조건 노사 대등결정 원칙),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필요) 등의 취지와 관계에 비추어, 집단적 동의권은 위 권리를 실행하는 중요한 절차적 권리로서 변경되는 취업규칙의 내용이 갖는 타당성이나 합리성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 집단적 동의권의 중요성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이 1989.3.29.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요건을 명문화하기 전부터 이미 그 필요성에 관한 법리를 확립하였고, 해당 판례는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권익 보호ㆍ강화 기타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 향상의 목적이 비추어 집단적 동의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중요한 요건으로 보았는바,6)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은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기준법의 원칙과 정신으로부터 도출되는 권리이고, 이는 단순히 요식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 이상의 중요성을 가지는 유효요건에 해당한다.
6) (대법원77다355, 1977.7.26.) 판결
3) 근로조건의 유연한 변경 가능성 존재
근로기준법은 이미 모든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아닌 “집단적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근로조건의 유연한 변경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이고, 근로조건의 유연한 조정은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 취업규칙 변경을 승인함으로써가 아니라, 단체교섭이나 근로자의 이해를 구하는 사용자의 설득과 노력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4) 법규범 체계 부합성
판례는 “단체협약에서 조합원에 대한 인사처분 시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 경우, 노조의 동의 없이 한 인사처분은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다만 노조가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에 한하여 그 인사처분은 유효하다”는 취지로 판시7)하는바, 대상판결과 같은 해석이 위 판례의 태도와 일관성을 유지하며 법규범 체계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7) (대법원2010다38007, 2012.6.28.) 판결
5) “사회통념상 합리성” 개념의 모호함
종전 판례가 제시한 여러 기준에 따르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불확정적이어서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법적 규범성과 확신을 시인할 수 있는지 노동관계 당사자가 알기 어렵고, 개별 사건에서 다툼의 대상이 되었을 때 그 인정 여부의 기준으로 대법원이 제시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법원의 판단 역시 “사후적”인 평가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분명하여 이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2)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은 노조 또는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무효이나, 민법상 신의성실과 권리남용의 금지 원칙이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과정에도 적용되어야 하는바, 노조 또는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 노조 또는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권 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 ①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
- ②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의 존재
- ③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나 근로자들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취업규칙 변경에 반대
(3) 결 론
대상판결은 원심이 사회통념상 합리성 여부만을 판단하고, 집단적 동의권 남용 해당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법리 오해 및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 환송하였다.
5. 대상판결 별개의견 법리 검토
대법관 6인의 별개의견은, 종전 판례의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가 대법원이 오랜 기간 그 타당성을 인정하고 적용하여 온 것으로서 현재에도 여전히 법리적으로나 실무적으로 타당하여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다수의견의 이 부분 판시에 반대하였다. 별개의견이 제시한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요약 가능하다.
- ① 1989년 개정 근로기준법(집단적 동의 규정 도입) 입법 전의 판례 법리는 집단적 동의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도 제시하였는바, 1989년 개정 근로기준법은 결국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도 전면 수용하는 취지라 보아야 함.
- ②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신의칙이나 조리와 같이 법의 일반원칙의 성질을 가져 법문에 명시되지 않더라도 그 적용이 배제되지 않음.
- ③ 대법원이 지금까지 위 법리를 적용하여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유효하다고 본 사례들은, 누구나 그 타당성을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성이 인정되는 사례들로 오히려 이를 무효로 본다면 일반적인 정의 관념이나 구체적 타당성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함.
- ④ 다수의견이 제시한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의 판단기준이 불명확하고, 결과적으로 종전 법리와 어떤 점이 달라지며 어떠한 차이가 발생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함.
- ⑤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그동안 사례가 다수 축적되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확보되어 있고, 오랜 기간 유효한 판례 법리로서 타당성을 인정받아 사회 일반의 신뢰가 구축되어 있는바, 종전 판례의 변경 필요성이 납득 가능할 정도로 크지 않음.
6. 대상판결에 대한 반응 및 시사점
(1) 노사 양측의 상반된 반응
노동계는 일단 대상판결을 환영하는 태도를 보이는 한편, 집단적 동의권 남용의 법리가 새로 제시된 점에 관하여 우려를 표명하였다. 기존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그 자체로 근로기준법 규정에 반하는 것이어서 무효임이 명백한데 대법원이 드디어 이를 확인하였다는 점, 기존의 법리가 과도하게 사용자의 논리로 작용하였기에 그 폐기가 바람직하다는 점 등을 지적하는 한편, 이 사건과 같이 사측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절차를 받지 않고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근로조건을 개악하려는 일체의 시도가 종식되어야 한다는 반응이다. 반면 경영계는 전체적으로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관한 유연성이 경도되어 기업 및 사업체의 상당한 혼란과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것이 주된 골자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완화와 근로조건 결정 시스템의 유연성 제고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기존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가 폐기되고 그보다 인정 범위가 극도로 좁을 것으로 예상되는 동의권 남용 법리가 제시되면서, 기업 운영에 장애가 초래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노사 양측은,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가 상당히 불명확하고, 기존의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보다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특히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 자체도 1977년 판결에서 처음 인정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정된 사례가 10건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엄격하게 판단했다는 점에서, 향후 집단적 동의권 남용이 인정되는 경우가 극도로 적을 것이라 예상된다.
(2) 대상판결의 시사점
1)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절차적 권리” 보장의 중요성 대두
대상판결 중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오경미의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지적하고 있다.
- ① 종전 판례 법리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근로자의 절차적 권리를 형해화하는 데에 있음.
- ②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 내용의 결과적 합리성만을 이유로 절차적 권리를 침해할 수 없음.
- ③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이 정당화되는 근거는, 결국 근로자들이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판단하여 자신에게 불리한 근로조건을 수용하는 데에 있는 것이지, 그 결과적인 내용이 합리적이어서가 아님.
- ④ 법원이 오랜 기간 다양한 사례에서 “권리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여 왔기에, 집단적 동의권 남용 여부 판단에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될 것임.
2) 민법상 권리남용 법리 참조 필요
대상판결의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가 민법상 신의성실 및 권리남용 금지 원칙에 근거한 법리임은 대상판결이 밝힌 바와 같다. 또한, 앞서 검토한 대상판결의 보충의견 역시 “권리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과 사례를 다수 제시하였다는 점을 언급하였는바, “권리남용”에 관한 기존의 법리를 참고하여 향후 “집단적 동의권 남용” 판단 및 관련 분쟁 대응에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기존의 권리남용 법리는 ① 권리의 존재 및 행사, ② 권리 행사가 권리의 정당한 이익을 결여하거나 사회질서에 위반될 것, ③ 주관적 요건으로서 가해 의사(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려는 의사만 있고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을 것)를 요구하는데,8) 법원은 그 인정 여부를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비추어 판단컨대, 실제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 역시 그 인정에 있어 매우 엄격한 판단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8) 대법원 2010.2.25. 선고 2009다58173 판결
7. 결 언
대상판결이 집단적 동의권 남용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여 당분간 실무에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은 명백하다. 이에 기업은 위의 점들에 주목하여 향후 분쟁 발생을 예방하거나 그에 대응하여야 할 것이고, 한편으로는 올해부터 이루어질 취업규칙 제ㆍ개정 절차에서 근로자의 절차적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의견 청취 등의 절차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집단적 동의를 받기 위한 노력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