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서 언
대법원은 대상판결을 통해, 위법한 쟁의행위에 가담한 조합원들을 상대로 조업 중단에 따른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위 판결은 지난 2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하여 화제를 모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조, 제3조 개정안, 즉 “노란봉투법”의 문제와 같은 결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더욱 주목받았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의 확대와 노동쟁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등을 내용으로 하여, 위법한 쟁의행위가 발생한 경우라도 개별 조합원에 대한 책임이 제한되어야 한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은 노란봉투법의 취지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고, 이에 대상판결 선고 직후 수많은 기사와 논평이 이러한 점을 지적하였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대상판결 선고 3일 후인 6월 18일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대상판결의 취지가 결코 노조법 제2조, 제3조 개정안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표명하였다. 다만 이러한 입장에 대하여도, 실질적으로 노조법 제3조 개정안과 대상판결의 취지가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목이 집중되었던 대상판결의 주요 내용을 소개ㆍ분석하면서, 대상판결과 노란봉투법의 관련성, 노사 양측의 각 반응과 대상판결의 시사점 등을 검토하겠다.
2. 사실관계 및 소송 경과
(1) 사실관계
대상판결의 원고는 현대자동차 주식회사로, 2010.11.15.부터 2010.12.9.까지 진행된 쟁의행위(이하, “이 사건 쟁의행위”)가 위법함을 이유로, 위법한 쟁의행위에 가담한 피고들 4명(1심 간부ㆍ조합원 총 29명)을 상대로 조업 중단에 따른 고정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손해액 271억여 원 중 20억원)을 청구하였다. 위 쟁의행위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원고에게 불법파견 시정 및 파견법에 따른 정규직 전환(사내 하청 근로자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원고 회사 울산공장 1, 2라인을 점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공정이 278.27시간 중단되었다.
(2) 소송 경과
제1심1)은 이 사건 쟁의행위의 위법성이 인정됨을 확인하였다. 즉, 사내하청노조의 조합원들은 원고의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로서 원고와 직접 근로계약관계에 있지 않고, 사내하청노조 소속 근로자 중 일부가 법원의 판결을 통하여 甲 회사의 근로자로 고용 간주되는 파견근로자로서의 지위를 확인받았다고 하더라도, 사내하청노조의 조합원들에게 위 판결의 효력이 그대로 미치는 것이 아니므로 위 조합원들은 甲 회사에 대한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점, 위 조합원들이 위력으로 甲 회사의 공장을 점거하여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시킨 것은 사회통념상 용인될 만한 정도를 넘어선 반사회적 행위에 해당하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쟁의행위는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았다. 한편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4인의 피고 중 1인에 대한 청구는 전부 기각(불법행위 가담 불인정)되었고,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청구만 인용되었다.
1) (울산지법2010가합8466, 2013.10.10.) 판결
원심2)은 위 1심 판결에서 기각된 피고 1인에 대한 청구 중 원금 부분을 전부 인용하였고, 나머지 피고들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피고들의 위법한 쟁의행위 가담에 따른 고정비용 상당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한편 그 책임을 50%로 제한하였는데, 원고의 청구 금액 자체가 10% 미만의 일부청구(271억여 원 중 20억원)인 관계로 사실상 전부 인용되었다.
2) (부산고법2013나9475, 2017.8.24.) 판결
피고들은 원심판결의 패소 부분에 대하여 2017.9.28. 상고하였다.
3. 쟁점을 위한 배경 지식
(1) 불법행위책임 판단의 단계
1단계 : 책임 성립 단계
- ① 피고들의 행위가 사회적으로 정당한 범위를 벗어나고,
- ② 그로 인하여 사업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2단계 : 책임 범위 단계
위와 같이 피고들에게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된다면, 법원은
- ① 손해의 범위, 즉 사업주 등 피해자에게 발생한 전체 손해액을 정한 다음,
- ② 손해의 공평한 분담 이념에 따라 피고별 책임을 제한하여 최종적으로 각자 배상할 손해를 확정한다.
(2) 불법 쟁의행위의 경우
현행 노조법 제3조, 제4조에 따르면, “정당한” 쟁의행위를 한 경우 이에 대한 민ㆍ형사상의 모든 책임이 면제된다. 그러나 헌법 제33조 제1항이 규정하는 노동3권은 정당한 권리행사만을 그 보호 범위로 하고 있어, 정당하지 않은 쟁의행위는 일반 국민의 경우와 동일하게 민법상 손해배상책임, 즉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3)
3) (대법원2004다62597, 2006.5.26.) 판결; (헌재97헌바23, 1998.7.16.) 전원재판부 결정, (헌재2009헌바168, 2010.4.29.) 전원재판부 결정
위 불법행위책임 판단의 단계를 불법 쟁의행위의 경우로 구체화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 : 책임 성립 단계
- ① 쟁의행위가 불법행위인지 판단한다. 즉, 노조법 등이 정한 정당한 범위 내의 쟁의행위를 벗어나 그 주체ㆍ목적ㆍ시기ㆍ절차ㆍ수단ㆍ방법에 하자가 있는지, 이로 인하여 사업주 등 사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를 판단한다.
- ② 불법행위 가담자의 범위를 판단한다. 즉, 피고들(노동조합, 조합의 간부, 조합원들 등) 중 책임이 없는 자는 불법행위자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부진정연대책임을 부담한다.
4) (대법원2003다24147, 2005.10.13.) 판결, (대법원2005다28426, 2006.2.9.) 판결
2단계 : 책임 범위 단계
사업주에게 발생한 손해액을 산정하고, 손해의 공평한 분담 이념에 따라 피고별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한다. 즉, 불법행위자의 각 책임 비율을 제한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불법행위의 발생 경위나 진행 경과, 그 밖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 있다.5)
5) (대법원2009다29366, 2011.3.24.) 판결
이로써 불법행위자에게는 손해배상액 경감의 효과를, 사용자에게는 경감된 액수만큼의 손해 부담을 발생시킨다.
(3) 노조법 제2조, 제3조 개정안(이른바 “노란봉투법”)
지난 2023.2.21.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조법 제2조, 제3조 개정안, 즉 “노란봉투법”은 다음의 점들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 노조법상 사용자를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확대하여,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하여 노조법상 사용자로서 의무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함
- 노동쟁의에 대한 정의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상태’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상태’로 개정하여, 단체협약의 체결ㆍ갱신뿐만 아니라 그 해석ㆍ적용ㆍ이행에 관한 당사자 간 분쟁(권리분쟁)도 노동쟁의의 대상으로 하여 정당한 쟁의행위 범위가 확대됨
- 단체교섭, 쟁의행위, 조합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배상 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고, 신원보증인에게는 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지 않도록 함
(4) 대상판결 쟁점
대상판결은 앞서 소개한 법원의 불법행위책임 판단 단계 중 2단계인 “책임 범위 단계”, 그중에서도 ②번 단계인 피고별 책임 제한 개별화에 관한 쟁점을 다루고 있다. 즉, 사업주에 대한 각 노조원의 불법 쟁의행위에 따른 책임 범위가 개별적인 사정에 따라 제한될 수 있는지 문제되었다.
4. 대상판결 검토
(1) 판결 요지
대상판결은, 개별 조합원 등을 상대로 ‘위법’한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조합원들별로 책임 제한을 달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즉,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①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②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③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④ 현실적인 임금 수준과 ⑤ 손해배상 청구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해야 하고,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에 대하여 동일한 50%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이 부당하다고 판단하여 파기ㆍ환송하였다.
(2) 판단 근거
1) 노조법 규정 및 쟁의행위의 단체법적 성격
노조법은 쟁의행위 주체가 노동조합이고(노조법 제2조 제5호, 제37조 제2항), 노동조합은 쟁의행위에 대한 지도ㆍ관리ㆍ통제책임을 지며(노조법 제38조 제3항), 쟁의행위는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노조법 제41조 제1항)고 규정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정의】
한편 쟁의행위의 단체법적 성격, 즉 노동조합이라는 단체에 의하여 주도되고 노동조합에 의하여 구체적 사항이 결정되며 조합원의 행위가 노동조합에 의하여 집단적으로 결합하여 실행되는 성격에 비추어, 단체인 “노동조합”이 쟁의행위에 따른 책임의 원칙적인 귀속 주체가 된다.
- 5. “노동쟁의”라 함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간에 임금ㆍ근로시간ㆍ복지ㆍ해고 기타 대우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한다. 이 경우 주장의 불일치라 함은 당사자 간에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도 더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 ② 조합원은 노동조합에 의하여 주도되지 아니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 ③ 노동조합은 쟁의행위가 적법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지도ㆍ관리ㆍ통제할 책임이 있다.
- ①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그 조합원(제29조의 2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결정된 경우에는 그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의 전체 조합원)의 직접ㆍ비밀ㆍ무기명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다. 이 경우 조합원 수 산정은 종사근로자인 조합원을 기준으로 한다.
2) 실질적 기대가능성 결여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 및 주도한 노동조합의 지시에 따라 그 실행에 참여한 개별 조합원으로서는, 쟁의행위가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어 일단 그 방침이 정해진 이상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의심이 간다고 하여도 노동조합의 지시에 불응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3) 헌법상 단결권 등 약화 우려
쟁의행위 상황의 급박성을 고려하면, 그러한 상황에서 조합원에게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을 현저히 약화할 우려가 있다.6) 설령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 등은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6) (대법원2005다30610, 2006.9.22., 판결) 불법 쟁의행위를 기획ㆍ지시ㆍ지도하는 등으로 주도한 조합 간부들이 아닌 일반조합원의 경우, 쟁의행위는 언제나 단체원의 구체적인 집단적 행동을 통하여서만 현실화되는 집단적 성격과 근로자의 단결권은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데, 일반조합원에게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을 해칠 수도 있는 점,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관하여 의심이 있다 하여도 일반조합원이 노동조합 및 노동조합 간부들의 지시에 불응하여 근로 제공을 계속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일반조합원이 불법 쟁의행위 시 노동조합 등의 지시에 따라 단순히 노무를 정지한 것만으로는 노동조합 또는 조합 간부들과 함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 및 주도한 주체인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어긋난다.
5. 대상판결에 대한 반응
(1) 노동조합
노동조합 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대상판결 선고 당일 다음과 같은 성명을 내었다.
- 대상판결을 통해 대법원은 쟁의행위에 따른 책임의 귀속 주체가 원칙적으로 노동조합임을 명확히 하였다. 즉 기존 판결은 조합원의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해당 조합원과 노동조합과 같은 책임이 있다고 보았으나 대상판결을 통해 대법원은 조합원과 노동조합의 책임은 같지 않고 조합원의 역할과 책임 정도에 따라 달리 정해야 한다는 판시를 한 것이다.
-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단체행동이므로 그 책임은 원칙적으로 단체인 노동조합에 물어야 하나, 그동안에는 사용자들은 조합원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손해배상을 제기하고, 이를 빌미로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하고 투쟁의 약화를 가져오는 수단으로 활용하여 헌법상의 기본권인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의 침해되는 결과가 양산되었다. 이러한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에 제동을 걸어 단체행동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는 토대를 강화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노조법 제2ㆍ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과 동일한 취지의 판결이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노란봉투법, 특히 제3조에 개정안에 대해서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헌법과 민법 등과 체계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러한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2) 고용노동부의 반박 : 대상판결은 노조법 제2ㆍ3조 개정안의 근거가 될 수 없음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단체와 일부 국회의원은 위와 같이 대상판결이 노조법 제2ㆍ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의 근거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계속해 왔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2023.6.18.자 보도자료를 통해 이와 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였다.
- 노조법 개정안, 특히 제3조 제2항 개정안7)은 법원의 불법 쟁의행위 책임 판단 중 1단계의 “부진정연대책임”을 부정하고, 2단계 중 ①번 항목인 손해액(손해의 범위) 그 자체를 공동불법행위자 개별적으로 나누어 산정하라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앞서 제시한 예를 들어 공동불법행위자로 ‘노동조합, 간부 1, 간부 2, 조합원 1, 조합원 2’가 인정되고 산정된 총 손해액이 1,000만원인 경우, 각각의 기여도 등에 따라 노동조합은 300만원, 간부 1은 50만원, 간부 2는 40만원, 조합원 1은 30만원, 조합원 2는 20만원으로 각 손해액을 정하라는 것이고, 만약 피해자(사업주)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조합원 3을 확인하지 못하여 피고에서 제외하였다면, 그만큼의 손해액은 받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7) 개정안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② 법원은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여야 한다.
- 위 개정안의 취지는, 법원이 일일이 개별적으로 기여도를 판단해야 해서 손해액이 클수록, 불법행위자가 많을수록 입증 및 금액 산정의 어려움으로 판결이 불가할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현행 민법상 손해배상책임 원칙과 큰 차이가 있다.
- 대상판결은 법원의 불법 쟁의행위 책임 판단 2단계 중 ②번 항목인 “손해배상책임의 제한비율”, 즉 공동불법행위자와 사용자 사이의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액에 대한 분담 비율을 나누는 문제에 관한 것으로, 노조법 제3조 제2항 개정안과는 관련이 없다.
- 또한,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부진정연대책임 법리는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으로, 이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법원조직법에 따라 전원합의체로 판결하여야 하나, 대상판결은 소부에서 선고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부진정연대책임에 관한 종전 대법원 법리를 부정 또는 변경한 것으로 볼 수 없다.
(3) 대상판결에 대한 비판
1) 예외적으로 인정되던 개별적 책임 제한 법리가 원칙이 되는 효과
대상판결이 원용한 공동불법행위자들 간 개별적 책임 제한 법리는 통상적으로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되던 법리이다.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의 책임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동일하게 인정되고, 다만 예외적으로 공동불법행위자들 사이에 책임 제한비율을 개별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공동불법행위자들 간 책임의 성질을 부진정연대책임으로 인정하는 주된 취지가 불법행위 피해자의 증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임을 고려하면 일응 타당하다. 대상판결은 단체인 노동조합이 불법 쟁의행위 책임의 원칙적 귀속 주체라고 선언하면서 노동조합과 모든 개별 조합원에게 동일한 책임 제한비율이 적용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는바, 이는 공동으로 불법 쟁의행위 책임을 지는 자들 사이에는 동일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예외로 만드는 한편, 공동불법행위자 간 책임을 개별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보는 효과를 발생시켜, 법 체계적 관점에서 타당하다 보기 어렵다.
2) 개별적 책임 제한의 실질적인 한계
대상판결은 쟁의행위의 집단적 특성, 즉 쟁의행위 그 자체가 개별 조합원이 모인 집단적 행위의 형태로 실행된다는 특징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달리 말하면, 불법 쟁의행위에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가담한 조합원이나 노동조합 간부 등의 책임을 귀책사유나 기여도에 따라 개별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상판결과 같은 법리는 쟁의행위의 본질에 비추어 옳지 않고 피해자의 불이익을 강요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면서도 법원의 결정에 심대한 혼란이 발생할 것이 자명한바, 이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공동불법행위에 관한 기존 법리뿐만 아니라 대상판결 스스로 근거로 제시한 기존 판례와도 부합하지 않는 무리한 결론을 내린 점에 대한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3) 노동부 입장에 대한 반박 : 노조법 개정안과 실질적 차이 없음
노조법 개정안과 대상판결의 입장은, 각각 책임 개별화의 방식에 있어 처음부터 행위자별로 개별적인 손해배상 책임을 정하는 것, 먼저 공동불법행위를 인정하고 책임 제한 단계에서 개별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서 그 실질적인 효과는 사실상 유사하다. 노동부의 지적과 같이 공동불법행위자 간 책임이 개별화되는 구체적 과정과 방식이 상이하다는 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결국 소송 당사자에게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실질적인 책임의 존부와 범위”일 것이고, 이 점에 있어 현실적으로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의 책임이 개별화된다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실질적으로 노조법 개정안이 입법된 것과 실질적으로 비슷한 효과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
6. 시사점 및 결언
기존 판례는, 공동불법행위자들이 부담하는 손해에 대한 책임 비율을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일정한 유형의 사안에서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예외적으로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에 책임 제한비율을 달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예외적으로 책임 제한비율을 달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기존 선례들의 연장선상에서, 제조업체가 위법한 쟁의행위에 가담한 개별 조합원 등을 상대로 조업이 중단됨으로써 입은 고정비용 상당 손해배상을 구하는 당해 사안에서, 개별 조합원 등의 책임 제한 정도는 개별 조합원 등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최초로 설시하였다. 즉, 노조법의 규정, 쟁의행위의 단체법적 성격, 개별 조합원이 노동조합의 지시에 불응하기를 기대하기 어렵고 급박한 쟁의행위 상황에서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을 요구하는 것이 헌법상 단결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점, 노동조합의 의사결정과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에 가담자마다 질적인 차이가 있는 점 등 노동쟁의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조합원들별로 책임 제한의 정도를 개별적으로 달리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설시한 점에 있어 그 의의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의 법리는 대상판결에서 최초로 설시된 법리로서, 추후 다른 판결을 통해 법리가 구체적으로 보충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최종 입법될지 여부 역시 대상판결의 적용 추이와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