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간 차별(균등처우의무 위반) 문제에 관하여

Ⅰ. 서 언
민간ㆍ공공부문을 구별하지 않고, 하나의 회사 내에서는 실제 여러 가지 고용형태가 존재한다. 기간제근로자, 단시간근로자, 파견근로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등 다양한 방식의 고용형태가 존재하고 고용계약은 기본적으로 사법상 계약의 영역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고용형태로 계약을 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노사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야 할 문제이다. 다만, 노동법령은 기간제근로자, 단시간근로자, 파견근로자 등 소위 비정규직에 대하여는 비교대상근로자에 비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때 주로 거론되는 비교대상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또한 어느 한 유형만 존재하지 않고 정규직(일반직, 종합직 등 호칭은 다양하지만 보통 대졸 공채 등 높은 경쟁을 통해 채용된 인원들이 이에 해당되는 사례가 많으며 근로조건이 회사 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편임), 무기계약직(정규직의 업무를 돕기 위해 비정규직을 채용하였다가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 혹은 정규직 업무를 보조하기 위해 사무지원직을 두는 등 다양한 이유로 무기계약직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음)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하는데, 현행 노동법에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상호 간의 근로조건 차별문제에 대해서는 별도 규율하고 있지 않다보니, 기업에서는 종종 이러한 관리방식에 있어 법률상 리스크가 없는지 여부를 질문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 근로조건(임금, 복리후생 및 기타 근로조건)에 있어 차별이 없다면 애당초 문제가 될 사항이 없겠지만, 거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무기계약직의 처우가 정규직의 그것에 비해 낮다면 무기계약직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고 기업역시 법률 리스크 여부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도 언급했듯이 불만이 증폭됨에도 불구하고 현행 노동법에서는 이를 직접 금지하는 내용의 규정을 구체적ㆍ명시적으로 두지 않고 있다. 다만, 대한민국헌법 제11조에서는 평등권을 천명하고 있고, 이를 노동관계에서 구현하고자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최근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간의 차별문제를 동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는 주장이 자주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러한 것이 분쟁으로까지 이어졌고, 2016년 MBC 업무직 사례(서울남부지법2014가합3505, 2016.6.10., 선고 판결, 무기계약직인 업무직의 사회적 신분 긍정 사례)를 비롯해 그간 다수의 하급심 판례가 나왔지만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성을 인정한 사례와 부정한 사례가 혼재되어 있고, 동 사례를 직접 다룬 대법원 판례는 부재하여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법원, 그것도 전원합의체에서 해당 이슈를 다루었다는 점은 실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다만 후술하는 것처럼 대상판결의 한계점은 분명히 존재하는바 이하에서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 특히 공무원조직이 아닌 민간, 공공부문에서 관련 이슈를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하는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Ⅱ. 대상판결의 내용
1. 사안의 개요
기초 사실관계
- ① ‘국도관리원’으로 불리는 원고들은 피고(대한민국) 산하 국토교통부 소속 각 지방국토관리청장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도로의 유지ㆍ보수 업무 또는 과적차량을 단속하는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이다.
- ② 피고는 정근수당, 성과상여금, 가족수당, 직급보조비, 출장여비 등을 지급하는 국토교통부 소속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과 달리, 원고들에게는 위 네 가지의 수당과 출장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 ③ 원고들은 운전직 및 과적단속 공무원들과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위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위 각 수당 등을 지급받지 못한 것이 헌법상 평등원칙 및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위 각 수당 상당액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2. 1심1)의 판단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4.29. 선고 2014가합543472 판결
1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나 원고들과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지 않고 위 공무원들과 원고들을 달리 처우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도 있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 ① 원고들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이 아닌 자로서 도로의 유지ㆍ보수 업무와 운행이 제한되는 차량의 단속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채용된 무기계약근로자들이다.
- ② 원고들은 도로 유지ㆍ보수 업무 및 과적차량 단속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 및 체력을 갖춘 자로서 면접시험을 통과하면 채용될 수 있는 반면, 운전직공무원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은 서류전형, 필기시험, 면접 등의 공개경쟁채용시험 절차를 거쳐 공무원으로 임용되고, 운전직 공무원의 경우 대형 운전면허증 등 일정한 자격요건이 요구되기도 한다. 또한, 당해 공무원들은 도로법 제57조 제1항 1)에 따라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으로서 도로관리원으로 임명되어 도로관리원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원고들과 비교대상 공무원들의 채용형태와 채용절차에 있어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 ③ 운전직 공무원의 채용공고와 국도관리원의 채용공고에 의하면, 운전직 공무원의 주요 담당업무는 일반국도의 유지ㆍ보수에 동원되는 차량(일반차량 포함) 및 장비의 운전ㆍ유지관리, 기타 국도 유지ㆍ보수업무 및 행정지원업무이고, 원고들의 주요 담당업무는 관할 도로의 유지ㆍ보수 업무 등으로서, 원고들과 운전직 공무원의 업무범위가 확연하게 구분되어 있다. 실제로 운전직 공무원들은 도로 유지ㆍ보수 업무나 과적차량 단속업무에 필요한 공용차량, 굴삭기, 휠로우더 등 장비의 운전과 유지관리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 ④ 차량의 운행제한 규정(국토교통부훈령 제673호) 제2조 제8, 9호에 의하면, 과적단속원은 공무원인 도로관리원과 달리 운행제한 위반 여부의 확인을 위한 단순 조사ㆍ관리 업무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 ⑤ 실제로 과적단속직 공무원의 경우 주로 해당 국토관리사무소의 사무실에서 행정사무를 수행하는 내근 업무에 종사하면서 차량의 운행제한 및 허가 업무를 총괄하여 (과적)단속 운영 계획을 수립하고, 단속 장비를 유지ㆍ관리하며, 단속원 교육을 기획ㆍ실시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과적단속직 공무원이 현장에서 단속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과적단속 업무를 총괄 감독하는 조장으로서, 과적단속원과 함께 차량 유도 및 계측, 적발보고서 작성, 과적 단속차량 운전 등의 업무를 수행하나, 과적단속원은 차량운행제한 및 단속, 검문소 및 이동단속장비 운용, 근무일지, 적발보고서 등 단속 관련서류의 작성 및 보고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과적단속직 공무원과 과적단속원의 업무내용과 범위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 ⑥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은 국토교통부장관 등의 지시에 따라 도로보수 및 과적단속 업무 이외에 국토교통부 공무원으로서 국토교통부에 속한 다른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전혀 다른 직역으로 업무가 변경될 수도 있다. 반면 원고들은 도로 유지ㆍ보수 및 과적단속 업무만을 위하여 채용된 자들로서 그 업무가 변경될 가능성이 없다.
- ⑦ 운전직 및 과속단속직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성과상여금은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무원 중 근무성적, 업무실적 등이 우수한 사람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에서 지급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성과상여금의 지급대상 및 사유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위 공무원들과 달리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된 원고들에게 성과상여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 ⑧ 한편, 이 사건 노동조합이 2011년경 설립된 이후 피고(서울지방국토관리청)는 매년 이 사건 노동조합과 사이에 국도관리원에 대한 임금협약을 체결하여 왔다.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 사이에 체결된 2012년도 임금협약서와 2013년도 임금협약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와 이 사건 노동조합은 정근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하면서 기본급을 인상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2년부터 정액제인 임금체계를 호봉제로 바꿀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피고(서울지방국토관리청)는 이 사건 노동조합에 ‘기본급은 국토교통부 사무보조원 호봉표(사무보조원의 경우 기본급에 정근수당, 정근수당가산금, 직급보조비가 포함되어 있다)와 동일하게 적용하고 최고호봉을 20호봉으로 제한하며, 수당으로 급식보조비(10만원/월), 위험수당(4만원/월), 명절휴가비(기본급의 120%/년), 초과근무비, 연가보상비를 지급’하는 내용의 호봉제 도입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노동조합은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2013.12.19. 피고와 사이에 위와 같은 피고의 호봉제 도입방안에 따른 호봉제 시행에 합의하였다. 위와 같은 임금협약과 호봉제 시행 합의의 체결경위와 내용, 수당의 지급방식 등을 고려할 때, 피고가 원고들에게 제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적인 처우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2심2)의 판단
2) 서울고등법원 2016.8.31. 선고 2016나2030683 판결
1심 판단에 대해 근로자가 불복하여 2심을 제기하였으나, 2심에서는 1심 재판부에서 오류를 범한 것이 없다고 보아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4. 대법원(대상판결)의 내용
(1) 대상판결의 쟁점
대상판결의 쟁점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별할 수 있다.
(2) 쟁점 이해를 위한 관련 법리
위 쟁점과 관련하여, 원고들에 대한 처우가 근로기준법 제6조(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ㆍ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의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라고 보기 위해서는 차별의 사유가 되는 원고들의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여야 하고, 원고들이 지목하는 비교대상자가 원고들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여야 한다. 유사 이슈를 다룬 종전 하급심 판결들을 살펴보면 “고용직 공무원으로 입사한 사람들이 직제개편에 따라 일부는 기능직 공무원으로 전환되고 일부는 일용직을 거쳐 무기계약 근로자로 근무하면서 동일ㆍ동종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우, 무기계약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차별적 대우를 금지하고 있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여 무기계약 근로자에게도 기능직 공무원과 동등한 보수체계가 적용되어야 한다(서울중앙지법2017가합507736, 2018.6.14., 판결)”고 본 사례도 있는 반면, “직업상담원(일반)’이라는 원고들의 지위가 사회에서 쉽게 변경할 수 없는 고정적인 지위라거나 근로자의 특정한 인격과 관련된 표지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어 사회적 신분이라고 볼 수 없다(서울고법 2018.5.25. 선고 2017나2039724 판결)”고 하여 무기계약직을 사회적 신분으로 보지 않는 견해도 있는 등 하급심 내에서도 혼선이 있는 상황이고 직접 다룬 대법원 판례도 없는 상황으로 논란이 있는 상황이라는 점은 서두에서 살핀 바와 같다. 이처럼 이 사건의 주요 논점은 그간 계속하여 논의되어온 “무기계약직 근로자라는 고용상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비롯해, 대상판결의 특수한 사정인 “공무원도 비교대상 근로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볼 수 있다. 해당 이슈에 관하여 전원합의체에서는 다수의견, 별개의견, 반대의견 등 대법관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는바, 아래에서 순차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3) 대법원의 판단 : 상고기각(공무원과 비교대상성 부정,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 부정)
1) 다수의견(7명) 다수의견은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차별적 처우 사유인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공무원은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워 비교대상 집단이 될 수도 없다는 견해이다. 따라서 합리적 이유 여부는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수의견이 제시한 주된 논거는 다음과 같다.
- ① 공무원 지위의 특수성 :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법이 정한 직업공무원제도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공법상 신분관계를 형성하고, 청렴의무, 종교중립의 의무 등 여러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며, 정치운동이나 집단 행위도 금지되는 등 일반 근로자보다 무거운 책임과 윤리성을 요구받는 지위에 있다.
- ② 근무조건의 결정방식 : 공무원의 보수 등 근무조건은 ‘근무조건 법정주의’에 따라 예산을 고려하여 법령으로 정해지고 공무원의 노동3권 행사 역시 법률로 제한되므로, 공무원은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조건의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여지가 적었다. 반면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들은 노동3권의 행사에 특별한 법적 제한을 받지 않았다.
- ③ 공무원 보수의 성격 :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근로의 대가라는 성격 외에도 안정적인 직업공무원제도의 유지를 위한 정책적 목적을 가지고, 공무원 조직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다.
- ④ 업무의 변경가능성과 보수체계 : 공무원에 대한 전보인사는 관련 법령의 제한 내에서 인사권자에게 상당한 재량이 부여되어 있고, 공무원이 담당하는 업무는 변경될 가능성이 열려 있음. 공무원의 봉급은 기본적으로 공무원의 종류, 계급, 직급, 호봉 등에 따라 결정되고, 담당 업무를 기초로 설정되어 있지 않았다. 따라서 공무원과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의 업무 내용에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하여 같은 처우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
Ⅲ. 대상판결의 평석
대상판결은 국가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공무원을 비교대상자로 하여 근로기준법 제6조에 따른 차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판단한 첫 대법원 사례이다.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차별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일반 근로자에 대한 공무원의 비교대상성을 부정하고,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무기계약직과 같은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함으로써, 근로기준법 제6조의 적용범위를 명확히 하였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유의해야 할 점은 대상판결은 공무원을 비교대상자로 지목한 차별 사안에 관한 판단이라는 점, 공무원이 아닌 일반 근로자(정규직, 무기계약직 등)를 비교대상으로 하여 차별을 주장하는 사안에 관한 판단은 아니었던 점,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을 일반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다수의견의 판시내용을 보면 일관되게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무기계약직은 사회적 신분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고 있고, 이에 대해서는 대법원 보도자료 또한 동일하게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 여부를 일반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공무원이 없는 민간기업의 유사 사안에 대해서까지 동일한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대상판결의 논거를 살펴보더라도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근거를 직접 제시하였기보다는 공무원 임용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민간의 고용관계(사법상 계약)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을 주된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반대의견과 보충의견의 내용을 살펴보면 마치 다수의견이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성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보아 이를 지적하면서 견해를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다수의견은 시종일관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라는 점을 전제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수의견 역시 무기계약직의 일반적인 사회적 신분 해당성 자체를 부정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을 모두 운용하는 민간/공공부문에서는 대상판결을 확대해석하여 무기계약직의 사회적 신분 자체가 부정된 대법원 판례가 나왔으므로 더 이상 차별관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성급하게 이해하기보다는, 오히려 1심판결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합리적 이유의 측면에서 대응할 수 있는 논리를 도출하는 방법으로 인사관리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필자가 1심판결의 판단논거를 상세하게 제시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가령 업무의 난이도, 책임, 범위, 양 등의 측면에서 명확하게 무기계약직과 정규직을 구별하는 것이 1차적으로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가장 문제가 많이 되는(본 사안에서도 소송제기의 촉매가 되었던) 수당지급 문제 또한 업무의 속성에 기반하여 차등을 두기 어려운 영역(식대, 차량유지비 등)에 대하여는 가급적 균등한 기준을 적용하는 반면, 이와 대조적으로 업무양이나 책임 등에 따라 차등할 수 있는 항목에 한하여 상식선에 맞도록 차등률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예컨대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에도 무기계약직은 전혀 지급하지 않기보다는 업무 결과물이나 책임, 난이도, 노력의 정도를 고려해 합리적 수준에서의 차등률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Ⅳ. 결 어
실제 기업의 인사담당자, 사업주를 대상으로 상담을 해보면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간 동일한 처우를 해주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물론 차별 해소에 들어가는 금전적인 부담도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정규직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이나 회사에 대한 로열티 약화의 우려가 더 큰 경우도 있다. 물론 무기계약직이 회사에 기여를 하지 않는다거나 쉬운 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설사 그런 경우가 있더라도 모두 일반화할 수도 없겠지만), 필자의 경험상 정규직은 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회사에 입사하여 관리자로 성장해야 한다는 명목 아래 난이도가 높거나 책임의 비중이 높은 업무를 수행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상황에서 무기계약직과 처우의 차이를 동일하게 가져간다는 것은 정규직으로서도 불만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실례로 몇 년 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시행 당시 이를 반대했던 주요 인원 중에는 전환 대상 공공기관에 입사한 젊은 청년층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사실 또한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업무 내용이나 난이도 등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라면 차별하지 않고 동일하게 처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난이도나 책임, 업무 등에 있어 분명한 차이가 있고 무기계약직에게 해당 업무를 전적으로 분담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규직 등의 업무몰입도 저하나 상대적 박탈감 문제를 최소화하고자 한다면 앞서 제시한 것과 같이 세밀한 직무분석 등 차등의 근거를 명확하게 발굴하고 설령 차등을 하는 경우에도 상식선 상에서 이해될 수 있는 수준에서 차등률을 설정(0% 등 극단적인 차이를 두기보다는 차등률을 설정한 논거를 세밀하게 두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차이를 두는 것이 필요)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