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대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한 핵심 개념은 안전보건경영이다. 단순히 유해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기술적 사항이 아니라 사업장의 안전보건 문화의 전반적 변화를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의 진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기대와 우려 속에 2024년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수 5명 이상의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법률의 엄정한 집행과 더불어 노동 현장에서 조속히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컨설팅·교육·기술지도 및 시설개선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글에서는 확대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정책적 성공 요건 5가지를 짧게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정책을 입안하는 담당자를 비롯한 관련 당사자들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사업주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유해위험요인의 정도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기술적인 사항이 아니다. 법이 안착을 바라는 제도는 사업장의 안전보건 문화의 전반적인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정부가 몇 년 정도 제도의 시행을 강조한다고 바로 정착될 수 없다. 인사이동에 따라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법률의 근본 철학,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지속적이고 전폭적인 지원, 엄정한 집행의 일관된 행정은 흔들림 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둘째, 무엇보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의 진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한 핵심 개념은 안전보건경영이다. 경영 전반에 안전과 보건을 필수적인 고려 요소로 도입하라는 입법적 명령이다. 특히 위험성평가는 전사적 안전보건 경영의 기초가 된다. 따라서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경영을 사업 운영의 기본으로 이해하고 그 실현을 위한 철학을 천명하고 실질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법률은 사업장에 정착할 수 없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사업주의 안전과 보건에 대한 인식과 철학은 사업 전반에 영향을 직접 준다. 나의 사업장에 무엇이 위험한지, 그 위험을 제거하거나 줄이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지원이나 감독만으로는 법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셋째, 사업장에 안전보건체계를 적정하게 조직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인적 자원을 키워야 한다. 종전의 관행처럼 외부의 전문기관에 위탁하면 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사업장 자체에 제도의 운용을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을 배치하지 않는다면 법률은 정착할 수 없다. 숙련된 인적 자원을 배치한다는 것은 그만큼 추가 비용이 든다는 뜻이다. 새로운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고 법률을 전사적으로 시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울러 사업장의 숙련된 안전보건 인력은 별도의 전문가를 요구하는 때도 있지만 대부분 생산과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작업자가 바로 전문 인력이 되어야 한다. 생산 과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실권이 없는 별도의 안전보건조직의 추가적 배치는 법률의 안착을 막는 최악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넷째, 감독행정 방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이행에 대한 감독은 종전의 체크리스트 대조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안전보건조치의 결과뿐만 아니라 사업장의 경영과정을 지도하고 감독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제 사업주는 점검받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적정하고 충분한 안전보건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설명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이 방식이 권위를 갖고 시행되려면 감독관의 수준 높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이것은 다시 감독관 인사제도, 공무원 인사제도와 연결된다. 지금과 같은 순환보직에 의한 업무 배치, 약간의 교육을 거친 현장 투입으로는 전사적 안전보건경영 여부를 옳게 진단하고 적정하게 지도하며 엄격하게 감독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된다. 현재의 방식은 시스템을 통해서 감독관의 기량을 높이는 방식이 아니고, 감독관 개인의 실력과 열정이라는 우연에 기대는 방식이다. 다섯째, 사업장의 규모와 사업 내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안전보건관리체계 자체의 특성 및 결과가 아니라 안전보건경영의 과정을 감독하는 방식에는 감독관의 재량이 큰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재량 행사에는 늘 그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감독관의 신의와 성실에 기초한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고, 설혹 사후적으로 그것에 하자가 있었다는 판단을 받더라도 감독관을 적극적으로 면책하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감사를 통해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공무원은 매우 드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