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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목적은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미비로 인한 중대재해사고의 사전 방지에 있다. 하지만 동법 및 시행령의 규정이 모호해 해석의 여지가 많으며, 엄밀한 논증 없이 무과실책임처럼 운용되는 측면이 있다. 당초 본사와 대규모 사업장이 분리된 대기업 대상으로 제정된 측면이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영역이 대폭 확장된 현재, 법 적용에 따른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2024년 1월 27일부터 근로자 50명 미만 사업 및 사업장에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실제 2022년 기준 중대재해 사망자의 60.24%가 상시근로자 50명 미만의 사업에서 발생하였고, 노동청 역시 중소·영세기업의 안전체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제시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와 같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영역이 대폭 확장되는 시점에 현재까지의 법 적용 현황 및 시사점을 분석해보았다.
법원의 폭 넓은 법 적용 및 비교적 가벼운 양형 판단 경향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1월 27일 이후 2023년 12월 31일까지 총 510건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였고, 그중 14건에 대해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1) 법원은 모든 판결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및 동법 시행령상의 의무를 넓게 해석하여 회사의 안전보건체계 중 미비한 부분이 있다면, 그로 인해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발생하여 결국 사고를 야기하였다는 동일한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사고발생 → 안전조치의무 위반 → 안전확보의무 위반]이라는 이중적 인과관계는 당초 예상보다는 쉽게 인정되고 있고, 이는 14건 중 대부분의 사건이 공소사실을 자백하였다는 사정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법원은 모두 유죄를 선고하면서 대표이사인 피고인에게 안전사고 동종전과가 있었던 단 1건의 판결에서만 실형을 부가하였고, 나머지 사건에서는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하였다. 이는 처벌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본사 대표이사인 경영책임자에게 사고 발생에 대한 높은 예견가능성 및 법 위반에 대한 명백한 고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고려가 양형에 반영된 결과로 생각된다.2) 1) 2024. 2. 14. 기준. 2) 판결상 구체적 양형 사유로는 합의에 따른 유족 측의 처벌불원 의사가 유리한 인자 중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었고, 그 외에도 피고인의 반성, 재발방지 노력, 동종 전과의 부존재, 피해자 측 과실의 개입 등이 함께 적시되었다.
수사기관은 사고의 이례성에 집중한 불기소 판단을 내린 바 있음
500건이 넘는 중대재해 중 법원 선고가 내려진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사건들은 아직 노동청·검찰 수사 단계에 있고, 피의자 측에서 법 위반 및 인과관계 등을 강하게 다투는 사건일수록 판단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한편, 수사기관이 사고 발생 경위에 비추어 보아 경영책임자에게 법 위반 책임을 묻기 어려운 사례 및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였다고 평가하며 불기소 내지 불입건 처분을 내린 일부 사례가 주목할 만하다. 해당 사례들의 공통점은 사고 발생 과정이 이례적이고 재해자가 사고를 야기한 측면이 큰 사안들로, 수사기관이 형사처벌의 필요성을 찾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 ① [재판관할 변경 관련] 「중대재해처벌법」은 높은 법정형에도 불구하고 부칙 제2조 및 「법원조직법」을 통해 단독재판부 관할로 운영 중임. 그러나 사안의 중요성 및 판결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합의재판부로의 운영에 대한 검토 필요.
- ② [법 적용 대상 관련] 「중대재해처벌법」은 당초에 본사와 대규모 사업장이 분리된 대기업을 대상으로 제정된 측면이 있음. 50인 미만 사업장 등 소규모 사업에도 동법 적용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비용 및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 논의 필요.
- ③ [수사 절차 관련] 현재 안전사고 발생 시 노동청이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경찰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한 수사를 각각 진행하고 있음. 수사가 분리되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호 모순 혹은 책임 회피식 진행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고, 이를 보완할 방안에 대한 논의 필요.
사후 처벌보단 사전 예방을 위한 운용 필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목적은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3)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의 해석 및 적용 역시 입법 목적에 부합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동법 및 시행령이 해석의 여지가 많은 모호한 규정들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법 해석 및 적용은 사고 발생 시 사후적으로 위반사항을 발견하여 사고와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엄밀한 논증 없이 무과실책임과 같이 운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되며, 그러다 보니 법률 수범자 입장에서는 의무 이행 시에도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기 어려운 현실이다. 결국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입법·행정·사법부 모두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둔 심도 있는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생각된다. 이와 관련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을 다루는 실무 법률가로서 다음과 같은 화두를 던지며 기고문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3) 「중대재해처벌법」 제정문 중 제정이유 부분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