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에는 총선에 따른 정치적 변화와 함께 세계 경기 둔화, 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경제적 불안 요인들이 산재해 있어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초 경총에서 실시한「2024년 노사관계 전망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2%가 2024년 노사관계가 불안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사관계 불안의 주요 원인은 노동계의 정치투쟁 증가와 임금인상, 정년연장 요구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4월 총선 결과는 정부의 노동정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근로시간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규범 현대화의 난항이 예상되는 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노조법 2ㆍ3조 개정안 등은 재추진될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단체교섭은 임금인상과 함께 계속고용, 근로시간 단축, 산업전환협약 체결, 고용안정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기관들이 2024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 초반대로 전망하고 있음에도 노동계는 고율의 임금인상을 요구를 하고 있어 임금교섭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정부의 노동개혁 추진에 대응해 계속고용, 근로시간단축, 산업전환협약 체결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임금인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 우려 2022년 민간 부문 협약임금인상률은 5.2%로 지난 10년간 최고치를 기록했고, 2023년 민간 부문 협약임금인상률은 4.4%를 기록하며 고율의 임금인상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도 노동계는 물가상승률 이상의 임금인상을 명분으로 고율의 임금인상 요구한다. 한국노총은 2024년 임금인상 요구안으로 임금총액 기준 8.3% 인상을 제시했으며,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159,800원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반면 기업들은 불확실한 대외환경와 내수 위축 등의 어려움으로 인한 임금지급 여력이 부족해 임금교섭을 둘러싼 난항이 전망된다. 직무ㆍ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필요 우리나라 다수의 기업은 연공형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1,000인 이상 사업장의 호봉제 도입률은 65.1%에 달한다. 반면 직무급을 도입한 회사는 32.6%, 직능급을 채택한 회사는 2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 임금 구조는 기본적으로 호봉제를 기반으로 하고 성과급을 얹는 형태로 이루어져 근로자들의 생산성과 보상이 비례하지 않아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직무·성과형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임금 지급의 합리성·공정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함에도 노동계는 직무급제가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한다고 주장하며 반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가 장기적 저성장 국면에 머문 가운데, 급변하는 노동시장 환경 속에서 기존 연공형 임금체계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2023년 고용노동부는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를 위해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했고, 2024년에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변화와 국제경쟁 심화로 임금체계 변화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만큼 사업장의 특성에 적합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을 위한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계속고용 관련 갈등 심화 올해 초 경총에서 실시한「2024년 노사관계 전망조사」에 따르면 정년 문제는 2024년 임단협에서 첨예한 쟁점이 될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계는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일반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시킨 판결(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8다248909 판결), 급속한 인구고령화와 그에 따른 평균 여명(餘命) 증가, 연금수급연령과 정년 간 괴리 등을 근거로 정년연장을 요구한다. 그러나 정년에 관한 사항은 회사의 인사권에 관한 사항으로 의무적인 교섭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현행 법령상 법정 의무를 넘어서는 무리한 정년연장 요구는 수용하지 않아야 한다. 연공급 임금체계가 지배적이고, 임금 연공성도 높은 우리 노동시장 현실에서 추가적 정년연장은 비용부담, 인사적체, 신규채용 여력 저하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편, 정년퇴직자의 재고용은 경영권·인사권 침해로 이어질 우려도 있어 이에 대해 별도로 단체협약에 규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재고용에 관한 내용을 단체협약에 규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요건과 절차를 엄격히 하고, 업무상 적격성이 있는 정년퇴직자만을 재고용하여 무조건적인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과거 정년 60세 법제화 당시 임금체계 개편이 병행되지 않아 여러 부작용을 낳은 만큼 추가적인 정년연장 논의에 앞서 임금체계 개편이 선행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계의 주4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 요구 강화 2018년 연장근로를 포함한 주당 총근로시간 한도가 축소되어 1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주40시간+연장근로시간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에서 최대 52시간(주40시간+휴일근로 포함 연장근로 12시간)으로 줄어들었다.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전면 시행(2021년 7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 전면 적용)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노동계는 주4일제나 주4.5일제 시행 및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주4.5일제를 주장하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여전히 근로시간 단축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도 상당수 존재하며, 노동생산성 제고 없는 추가적인 근로시간 단축은 연장근로 및 가산수당 부담 증가로 이어져 기업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제조업 등 노동집약적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생산성 감소가 불가피하고, 서비스업 역시 추가적인 인력 채용이나 과도한 연장근로수당 지급에 따른 부담이 확대될 우려가 크다. 따라서 노조의 무리한 근로시간 단축 요구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기업 상황에 따라 근로시간의 조정을 고려 할 경우에는 업종 특성이나 개별 기업의 사정 등을 고려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를 적극 활용하거나,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 등의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탄소중립ㆍ디지털화에 따른 산업전환협약 체결 요구 증가 산업전환이란 환경과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아 기존 산업 또는 업종이 소멸하고, 다른 산업ㆍ업종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최근 탄소중립·디지털화가 산업생태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며 노사관계에서도 이른바 산업전환 문제가 대두되었다. 노동계는 산업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자리 문제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고용안정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산업전환협약 체결을 요구하기도 한다. 노동계의 요구는 특정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직업능력 훈련에 대한 기업의 부담과 재직자의 고용유지 등 고용보장에 방점을 둔다. 그러나 산업전환과 관련한 요구는 수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조의 요구 대부분은 기업의 인사·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어서 원칙적으로 교섭대상이 아니다. 또한 산업전환이 추진되는 기업에서 고용보장이나 막대한 직업훈련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급속하게 악화시켜 결국은 더 많은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만약, 산업전환에 따라 사업구조 개편 등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논의하고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을 둘러싼 갈등 증가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4%를 기록했으며, 2024년 경제성장률 역시 2% 초반으로 예상된다. 이에 일부 기업에서는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모색중이나 법·제도의 제한과 노동계 반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올해 단체교섭에서도 지속적으로 고용안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총고용보장, 고용안정협약 체결,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제한, 외주화 반대, 기업변동 시 노조와 사전 합의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고용안정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거나 고용안정위원회의 기능을 확대해 고용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근로자의 직접고용, 적정인력 비율 유지 등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사항들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의 대부분은 의무적 교섭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며, 기업의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사항이다. 또한, 고용조정 실시 자체를 반대하기 위해 행하는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고용보장을 위해서는 노동계가 무리한 요구와 투쟁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함을 명확히 해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양한 이슈들로 인해 금년도 임단협 교섭은 순탄치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다수의 기업에서 임금교섭과 단체협약이 동시에 진행되는 짝수해의 특성, 총선 결과에 따른 노동계 기대심리 상승 등으로 임단협 교섭의 난항이 우려된다. 노사관계 안정과 임단협 쟁점들의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업현장의 준법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이 우선되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협력본부 노사관계지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