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서 언
기업에서는 비용관리나 인력의 유동적 활용을 위해 직접고용이 아닌 간접고용형태를 검토하는 사례가 많다. 간접고용의 대표적 형태는 파견과 도급인데, 파견의 경우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함)에 따른 업무, 기간(1년 + 1년)의 제한을 받기에 기업 일선현장에서는 파견보다 도급을 검토하는 사례가 더 많다. 그러나 법원과 고용노동부는 도급의 외관에도 불구하고 실태상 파견의 실질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파견법상 근로자 파견관계로 판단해왔으며, 이에 대법원은 그 판단기준을 보다 세밀화하여 근로자 파견의 판단지표 5개를 제시한 바 있다(2015년). 이에 대다수의 도급을 사용하는 사업장에서는 해당 5개의 지표를 토대로 각자 운영 중인 도급의 적법성을 점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사내하도급은 제조업종에서 많이 발견되는 형태인데, 최근 다수의 판례를 보면 유사한 상황에서도 판단이 엇갈리거나 심급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도급 실태 개선을 꾀하고 있는 기업의 인사담당이나 실무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운 부분이 적잖게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상판결은 제조업종 도급에 관한 가장 최근의 판례로서, 하급심부터 대법원 판단까지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고 세부 판단 논거에 있어 큰 변화 없이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부분이 있다. 이하에서는 사실관계를 간략히 살펴본 후 각 심급별 판단의 근거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Ⅱ. 대상판결의 내용
1. 사안의 개요
- ① 피고는 디스플레이용 유리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자신이 운영하는 이 사건 공장의 TFT- LCD용 글라스 기판 제조 공정 일부를 주식회사A(이하 ‘협력업체’라 함)에 도급을 주었음.
- ② 원고들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로, 이 사건 공장에서 TFT-LCD용 글라스 기판 제조 공정 중 일부 업무에 종사하였음.
- ③ 원고들은, 피고와 협력업체가 체결한 도급계약의 실질은 파견법상의 근로자파견계약인데, 원고들이 행한 업무는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사업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인데다가 피고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거나 근로자파견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협력업체로부터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이상 피고가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고용의 의사표시를 청구한 사안임.
2. 1심1)의 판단
1) (대구지법2017가합15778, 2019.08.23); (2018가합15119)(병합) 판결
1심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의 일부에 관하여 외부업체에 사내도급을 준 경우 이것이 파견법에서 금지하고 있지 않은 실질적인 도급계약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외형상 사내도급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는 불법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의 근로자파견에 관하여 파견법이 위와 같이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는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법리를 제시하였음. 이에 아래 사정을 종합할 때, 이 사건 계약은 외형상 사내도급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실질적인 지휘ㆍ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함(종래 대법원의 5개 지표별로 판단함).
- ① 제3자가 해당 근로자에 대하여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하는지 : 원청인 피고가 수행한 것으로 인정
- 가) 대표이사와 직원 3명만 근무하는 협력업체는 생산업무에 관한 지시와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았고, 대표이사는 신년회 참석 등 행사 때만 연 1, 2회 이 사건 공장을 방문하였을 뿐임. 이에 반해 피고는 공정라인별로 고위/중간관리자를 두어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지시ㆍ감독을 하도록 하였음.
- 나) 협력업체 현장관리자들(6명 정도)이 이 사건 공장에서 생산관리와 인원관리 업무를 수행하기는 하였으나, 원청(피고) 관리자들이 지시를 하면, 이를 그대로 전달하였던 것으로 보임.
- 다) 피고는 위와 같이 정기적으로 작업지시서 등을 직간접적으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교부하는 외에도, 긴급하게 작업할 필요가 있는 제품에 대하여 진행하고 있던 작업을 중단시키고 해당 제품을 먼저 처리하도록 하는 AS작업을 수시로(1일 1회 이상) 지시함.
- 라)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작업 도중 불량을 발견한 경우 소속 현장관리인을 통해 피고 관리인에게 불량 발생을 알리고, 정사 업무에 있어 협력업체 자체 판정이 어려운 경우 피고 담당자에 알려 피고의 최종판정을 받기도 하였음.
- 마) 피고는 현장관리자를 통해 협력업체의 작업일지를 매일 제출받았고, 제품불량, 사고발생, 고객클레임 발생 등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표준서 개정내용, 징계ㆍ벌칙 부과, 교육 실시, 작업배치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 대책보고서를 제출받았으며, 직원을 통해 집중감시실에서 공정 수행 과정을 모니터하면서 문제가 발견되면 피고 관리자에게 보고하여 협력업체 현장관리자에게 통보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정 조치를 하였음.
- ② 해당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 인정(라인은 구별되어 있었으나 실질적으로 원청의 조직/업무수행과정에 편입된 것으로 판단함)
- 가) Cold 공정은 협력업체와 피고가 담당하는 공정이 혼합되어 있어 전후 공정의 작업이 상호 연동되어 서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장소적으로 혼재되어 있었음.
- 나) 일부 작업은 피고 직원과 협력업체 근로자가 공동으로 작업을 하였고, 공동작업 시에는 피고 관리자의 지시로 피고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업무를 분담하여 작업을 실시하였음.
- 다) 피고 설비관리 직원의 휴가로 그 업무를 협력업체 직원이 봐주는 경우가 있기도 하는 등 피고 직원의 담당업무가 급증하는 때에는 피고의 지시로 협력업체 직원이 투입되어 지원함.
- ③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과 훈련, 작업ㆍ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 협력업체가 독자적으로 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음.
- 가) 구체적으로 어느 직원을 어느 공정의 어느 라인의 어느 근무조에 배치하느냐 하는 것은 협력업체가 결정하였기는 하나, 피고 관리자가 협력업체에 수시로 조직도를 요청하여 제출받는 방법으로 인원배치에 관한 감독 및 통제를 하였음.
- 나) 협력업체는 최초에 직급별 1인당 인건비에 투입 인원수를 곱하여 도급비를 받기로 약정하였으므로 협력업체는 피고가 결정한 인원을 그대로 채용할 수밖에 없었고, 피고의 채용승인(= 도급비 증액 승인)이 없으면 신규 채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였음.
- 다) 협력업체 정사원과 포장 3교대 작업자의 업무량과 작업시간, 작업속도는 컨베이어벨트로 이어진 선행 Hot 공정에 의해 결정되었고, Cold 상근자의 작업량은 Hot 공정의 작업량과 피고의 입고의뢰서 등 작업지시서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Gut 공정의 작업속도는 피고가 설정한 설비 구동속도와 택트타임에 의해 결정되었음.
- 라) 피고는 협력업체 정사원으로 근무할 사람에 대하여 3개월간의 교육을 직접 하였고 정사원 시험을 통과한 사람만 정사원으로 근무할 수 있게 하였으며, 기존 정사원도 매년 1회 정사원 시험을 보게 하였고, 오판정이나 미입력이 많은 정사원에 대하여 시말서 작성을 요구하기도 하였으며, 정사원의 업무수행 능력과 적합성을 판단하여 협력업체에 재배치를 요구하기도 하였음. 피고는 협력업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블라인드테스트를 실시하기도 하였고, 피고가 실시하는 각종 행사나 활동에 협력업체도 참여하도록 하여 주기적으로 발표회를 열고 우수 근로자를 포상하였음.
- 마)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시ㆍ종업시간, 식사시간이나 휴게시간 등은 Cold 공정의 경우 Hot 공정과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연동되는 결과로 피고 소속 정규직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설정되었고, Gut 공정에서도 Cold 공정에 맞춰 설정되었으며, 협력업체 근로자의 총 근로시간은 피고의 생산계획, 공장 가동사정, 작업지시 등에 의해 좌우되었음.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연장근로, 휴일근로는 현장 리더들이 해당 근로자들과 협의해서 결정하였는데 피고의 작업계획에 맞춰 이루어졌음.
- ④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해당 근로자의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ㆍ기술성이 필요한지 : 불인정
- 가) 피고는 업무상 필요에 따라 협력업체에 대한 도급범위를 확대하다거나 축소시켰음.
- 나) 피고의 일방적인 도급업무 변경에도 불구하고 도급계약서에 도급업무범위에 관한 기재사항은 변경된 부분이 없었고, 세부 항목에 협력업체가 전혀 수행하지 않은 ‘생산지시서 발행 작업’이 있으며, ‘작업 전반에 관한 관리’라는 추상적ㆍ포괄적 항목이 있었음. 협력업체 근로자가 실제 수행하는 구체적 업무가 도급계약서 세부 항목의 어느 것에 해당하는가의 문제에 관하여는 불분명한 것이 많음.
- 다) 협력업체 근로자가 담당한 업무는 협력업체가 독자적인 전문성과 기술성에 따라 습득한 것이 아니라, 일본 본사 내지 피고에 의해 제공된 설비와 작업표준서 및 관련 교육에 따라 비교적 용이하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이었고, 이와 같은 업무에서의 전문성과 기술성은 같은 업무를 반복함에 따라 습득되는 업무 숙련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었음.
- ⑤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 협력업체는 도급받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지도 않았음. 협력업체 현장사무실, 지게차는 원래 피고가 무상제공하였다가 파견법이 강화되자 임대 형식으로 변경하고 그 임대료 상당액을 도급비에 계상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을 뿐이었음.
3. 2심2)의 판단
2) 대구고등법원 2022.7.13. 선고 2019나24804, 2019나24811(병합) 판결
1심 판단에 대해 피고(원청)가 불복하여 2심을 제기하였으나, 2심에서도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함.
- ① 제3자가 해당 근로자에 대하여 직ㆍ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하는지
- 가) 협력업체에는 대표이사와 직원 3명만 근무하면서 생산업무에 관한 계획수립, 지시와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았고, 대표이사는 신년회 참석 등 행사 때만 연 1 ~ 2회 이 사건 공장을 방문하였으며, 협력업체 현장관리자들(6명 정도)이 이 사건 공장에 상주하며 생산관리와 인원관리업무를 수행하기는 하였으나, 그 역할과 권한은 피고에 의해 통제된 결과 피고 관리자들의 업무상 지시를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음. 현장관리자들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 직원들로부터 수시로 업무상 지시가 전달됨.
- 나) 피고는 공정과 라인별로 고위/중간 관리자를 두어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지휘ㆍ감독을 하였으며, 피고 관리자들은 매일 아침 실시하는 회의에 협력업체 현장관리자들을 참석하게 하여 생산계획(월별), 작업요청서(주간), 생산지시서류(일별)을 전달하고, 당일의 작업량과 작업방법, 주의사항 등 업무에 관한 구두지시를 하였음.
- 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근무시간대가 같은 피고 소속 Cold 공정 근로자들(조장)과 무전기 등으로 수시로 연락하며 업무를 하였음. 피고 직원은 Cold 상근자의 통상 업무에 관한 입고의뢰서 기타 작업지시서 교부, 잡체인지에 관한 작업 요구, Cold 공정 정사원에 대한 작업지시서 교부 등을 협력업체 현장관리자를 거치지 않고 협력업체 직원에게 직접 하였고, 협력업체 현장관리자들이 근무하지 않는 야간에는 피고 직원이 협력업체 3교대 근로자에게 작업지시서를 직접 전달하였음.
- 라) Gut 공정의 경우, 피고 생산부서에서 생산지시서류 등을 교부하여 그에 따라 업무가 수행되었는바, 업무수행과정에서 협력업체의 재량이 부족하였음.
- 마) 피고는 정사원으로 근무할 사람에 대하여 3개월간의 교육을 직접 하고 피고가 출제한 정사원 시험을 통과한 사람만 정사원으로 근무할 수 있게 한 뒤 정사원 작업표준서 등에 따라 그 틀 안에서 정산판정을 하도록 하였고, 정사업무의 판정이 어려운 경우가 있으면 협력업체 관리자가 피고 담당자에게 알려 피고의 최종 판정을 받기도 하였음. 협력업체 정사원이 2012.6.경 검사화면에서 결점판정을 위하여 누를 버튼의 위치설정을 피고의 승낙 없이 임의로 변경하자 피고가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여 해당 근로자가 협력업체로부터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받는 일도 있었음.
- 바) 피고는 도급계약서의 변경 없이 협력업체의 Gut 공정 근무자들의 유휴인력이 발생한 경우 이들로 하여금 Cold 공정의 폐기물 작업을 지원하도록 하거나, 일정기간 Cold 공정의 포장 업무를 담당하도록 요구하거나, 정사원 업무수행 능력과 적합성을 문제 삼아 다른 공정으로의 재배치를 요구하는 등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공정을 엄밀히 구분하지 아니하고 피고에게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도록 지시하였음.
- 사) 피고는 정기적으로 작업지시서 등을 직ㆍ간접적으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교부하는 것 외에도, 긴급하게 작업할 필요가 있는 제품에 대하여 진행하고 있던 작업을 중단시키고 해당 제품을 먼저 처리하도록 하는 작업을 수시로(1일 1회 이상) 지시하였음.
- 아) 협력업체 현장관리자들이나 근로자들이 피고 관리자들의 업무상 지시에 대하여 거부하거나 변경ㆍ수정을 요구하였던 사례를 찾을 수 없음.
- 자) 피고는 제품불량, 사고발생, 고객클레임 발생 등이 있는 경우 협력업체로부터 작업표준서 개정, 징계ㆍ벌칙 부과, 교육실시, 작업배치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 대책보고서를 제출받는 등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업무수행에 상당한 정도의 감독과 통제를 하였음.
- ②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 인정(라인은 구별되어 있었으나 실질적으로 원청의 조직/업무수행과정에 편입된 것으로 판단함)
- 가) 협력업체가 담당한 정사업무는 정사실에서, 입고 업무는 주로 창고에서 수행되어 작업장소가 구분되었고, 특히 Gut 공정의 경우 협력업체가 생산공정 전체 작업을 수행하여 피고는 직접 생산을 담당하지는 아니하였으므로, 피고 소속 근로자들과 하나의 ‘수평적’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공동작업을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요소들은 존재함. 그러나 ㉠ 위 판단요소는, 제3자 소속 근로자와 당해 근로자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였다면 두 근로자 사이의 구분이 용이하지 않으므로 당해 근로자도 제3자 소속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제3자를 위하여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추론에 근거한 것인 점, ㉡ 이와 같은 추론은 같은 시기에 수평적 작업직단만이 아니라 도급업무의 개시, 종료과정에서 확인되는 업무의 이관과정에서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는 제3자 소속 근로자들이나 수직적ㆍ기능적으로 동일한 작업을 공동수행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는 점, ㉢ 파견법상 근로자 파견관계는 파견근로자들이 그 계약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ㆍ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기만 하면 직접 공동작업을 수행하는 사용사업주 소속 근로자들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성립할 수 있는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근로자 파견관계가 불성립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음.
- 나) 피고는 처음 협력업체에 Gut 공정을 도급할 때부터 피고가 설계한 생산공정에 맞추어 P의 현장관리자 수, 각 공정별 작업자 수와 그 필요자격, 근무형태별 작업자 수, 설비별 인원배치계획을 수립하여 P에 작업인원을 요구하였고, 리더의 경우 그 자격으로 ‘피고’로부터 ‘작업지시’를 받아 인원을 배치하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 등을 요구하기도 하였음. 협력업체는 피고가 요구하는 인원을 채용하여 현장에 배치하였고, 피고는 이들의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하여 교육계획서 수립, 작업표준서 작성 등을 주도하였음. 이후 도급범위가 확대 및 감축될 때에도 협력업체는 피고가 결정하여 통보하는 작업자 수와 인원배치계획에 맞추어 소요인원을 채용하여 현장에 배치하였으며, 피고 관리자는 수시로 협력업체에 조직도 제출을 요청하여 인원배치에 관한 감독 및 통제를 하였음.
- 다) Cold 공정은 협력업체와 피고가 담당하는 공정이 혼합되어 있어 전후 공정의 작업이 상호 연동되어 서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Gut 공정도 설비연결은 단절되었으나, 도급 초기에는 일부 Cold 라인에 세정기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그 성능이 미흡하여 해당 라인의 물량이 Gut 공정의 세정공정으로 투입됨으로써 작업이 긴밀하게 연동된 시기가 있었음. Cold 공정에는 피고 직원이 3교대로 배치되어 채판, 외관검사, 포장 작업을 수행하는 라인이 있었고, 피고 생산직원이 라인 현장에서 작업을 수행하여 협력업체 근로자들과 장소적으로 혼재되어 있었음. Cold 공정 외관검사의 경우 협력업체와 피고가 담당하는 업무가 사실상 동일하였고, Cold 공정 포장작업은 피고와 협력업체가 모두 담당하였으며 협력업체의 담당하는 라인은 도급범위 확대 또는 축소에 따라 변경되었음.
- 라) 피고는 2015.6.30. 이 사건 계약의 해지를 통보하고 2015.7.1.부터 별다른 인수인계 없이 자매사 소속 근로자들을 전적시켜 당초 협력업체가 수행하던 업무를 담당하게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생산 프로세스의 변동은 없었고 Gut 공정의 생산지시서류(유동계획서, 시나구리, 생산지시서)의 생성 및 교부에 의한 업무방식도 동일하게 유지되었음. 위와 같이 피고는 도급해지 즉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담당하던 근로자들을 다른 근로자들로 대체하고 협력업체 본사 내지 현장관리자들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였음.
- ③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ㆍ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 협력업체가 독자적으로 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음.
- 가) 피고는 도급초기부터 공정별, 근무형태별 작업자 수와 인원배치계획을 변경하여 이를 협력업체에 통보하였으며, 협력업체는 피고가 결정하여 통보하는 작업자 수와 인원배치계획에 맞추어 소요인원을 채용하고 현장에 배치하였음. 피고 관리자는 협력업체에 수시로 조직도를 요청하여 제출받는 등 인원배치에 관한 감독 및 통제를 하였고, Gut 공정의 유휴인력을 활용하여 Cold 공정의 폐기물 작업을 의뢰하기도 하였으며 연휴기간의 라인정지와 라인별 가동방법 등을 결정하여 통보하기도 하였음. 구체적으로 어느 직원을 어느 공정의 어느 라인의 어느 근무조에 배치하느냐는 협력업체가 결정하였으나, 이러한 결정권한은 전체적인 인원배치계획에 관한 피고의 결정권한에 종속된 것으로서 협력업체가 담당한 업무의 특성과 난이도에 비추어 별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음.
- 나) 협력업체는 당초 직급별 1인당 인건비에 투입인원수를 곱하여 도급비를 받기로 약정하였으므로 피고가 결정한 인원을 그대로 채용할 수밖에 없었고, 협력업체의 경우에도 직원 추가 채용은 인건비 증가를 초래하므로 피고의 채용승인과 도급비 증액승인이 없을 경우 신규 채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였음. 이에 협력업체가 직원을 신규로 채용하기 전에 협력업체 현장관리자가 피고와 협의하여 피고의 동의를 받고 나서 협력업체 본사에 신규채용을 요청하였고, 피고가 도급범위를 감축하는 과정에 있는 때에는 피고가 신규채용에 반대하여 협력업체가결원을 보충하지 못하는 등 협력업체 직원 채용에 피고가 상당한 개입을 하였음.
- 다) 협력업체 정사원과 포장 3교대 작업자의 업무량과 작업시간, 작업속도는 컨베이어벨트로 이어진 선행 Hot 공정에 의해 결정되었고, Cold 상근자의 작업량은 Hot 공정의 작업량과 피고의 입고의뢰서 등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Gut 공정의 작업속도는 피고가 설정한 설비의 구동속도와 매일 교부받는 생산지시서류에 기재된 일일작업량 및 시간당 투입매수 등에 의하여 결정되었음.
- 라) 피고 담당직원은 협력업체 정사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협력업체가 실시하는 정사원 인증시험의 시험 문제를 직접 출제하였으며, 오판정이나 미입력이 많은 정사원에 대하여 협력업체에 재배치, 시말서 작성 등을 요구하기도 하였음. 피고는 협력업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블라인드테스트를 실시하였고, 피고가 실시하는 활동이나 행사에 협력업체도 참여하도록 하는 등 주기적으로 발표회를 열고 우수 근로자를 포상하였음. 협력업체는 페가사스 활동과 관련하여, 피고의 소판제조 3섹션을 대표하여 Gut 공정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안과 다짐을 발표하였음.
- 마)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시ㆍ종업시각, 식사 및 휴게시간 등은 Cold 공정의 경우 hot 공정과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연동되는 결과로 피고 소속 정규직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설정되었고, Gut 공정도 Cold 공정에 맞춰 설정되었으며,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총 근로시간은 피고의 생산계획, 공장가동사정, 작업지시 등에 의해 좌우되었음.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연장근로, 휴일근로는 현장 리더들이 해당 근로자들이 협의해서 결정하였으나, 피고의 작업계획에 맞춰 이루어졌음.
- 바) 협력업체가 소속 근로자를 채용하고 승진, 해고 등 인사관리, 조퇴, 휴가, 징계 등의 근태관리를 주관하였으나, 파견법이 정하는 파견사업주의 개념이 그 조직적ㆍ물리적 실체를 갖추고 그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인사권 등의 권한을 가지는 법적 존재를 상정하고 있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사정이 존재한다고 하여 근로자파견관계가 부정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음.
- ④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ㆍ기술성이 있는지 : 불인정
- 가) 피고는 처음에 협력업체에 Gut 공정 업무만 도급하였다가 2009년부터 Cold 공정의 포장업무, Cold 공정 라인 증설 후 4개 라인의 포장, 입고, 정사 업무 순서로 도급범위를 확대하였고, 다시 2013년에 Cold 공정 DF, FF 라인의 포장작업, 2014년에 Cold 공정 HF, IF 라인의 포장작업 순서로 도급범위를 축소시켰는바, 협력업체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범위는 피고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었으나, 구체적인 도급범위 변경은 계약서상 명확히 반영되지 아니하였음.
- 나) 계약서상 ‘생산지시서 발행작업’은 협력업체가 수행한 적이 없는 업무이며 위 작업 항목에는 ‘작업 전반에 관리’라는 추상적ㆍ포괄적 항목이 포함되어 있고, 협력업체 근로자가 실제 수행하는 구체적인 업무가 도급계약서의 세부 작업 항목의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의 문제에 관하여 불분명한 것이 적지 않으며, 협력업체가 피고의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관계에서 ‘협의 후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까지 기재하여 피고가 필요한 업무가 있을 경우 당초 도급하지 않았던 업무도 협력업체 근로자로 하여금 수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계약의 목적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려움.
- 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이 사건 계약이 정한 업무 외에 피고가 필요에 따라 추가하여 지시한 업무를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그 도급받은 업무 범위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현실적으로 거부하거나 변경하기도 어려웠다고 보임.
- 라) 협력업체 근로자가 담당한 업무는 협력업체의 독자적인 전문성과 기술성에 따라 습득한 것이 아니라, 일본 본사 내지 피고에 의하여 제공된 설비와 작업표준서, 관련 교육에 따라 비교적 용이하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이었고, 같은 업무를 반복함에 따라 습득되는 업무 숙련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음.
- ⑤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 협력업체가 이 사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볼 수 없음.
- 가) 협력업체는 이 사건 공장의 사내도급 업무를 분리하여 이를 이관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2009. 4.8. 설립 이후 피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 지금까지 피고의 이 사건 공장에서 Cold 공정 일부와 Gut 공정 업무를 수행하였을 뿐 다른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다른 업체의 사업장에서 업무를 한 사실이 없음. 협력업체는 이 사건 계약이 해지되자 2015.7.3. 소속 직원들에게 폐업 및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하고 2015.8.31. 해고를 통보한 다음 2015.10.경 폐업하였음.
- 나) 협력업체의 자본금은 5,000만원에 불과하고, 협력업체의 설립 초기 부족자금은 분할 전 회사로부터 차입하여 충당하였으며, 이후에는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도급금액으로 운영되었음. 협력업체는 도급기간 중 현장사무실, 지게차 등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차임을 지급하였으나 이를 도급비에 계상하여 보전받았으므로 실질적으로는 이를 무상사용한 것이나 다름이 없고, 시설투자 등에 자본을 투입하지도 않음.
- 다) 협력업체는 이 사건 계약에 다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고유의 기술을 투입한 사실도 없으며, 도급업무 수행 과정에서 작성된 작업표준서조차도 피고를 제외한 제3자를 위하여 활용할 수 없어 습득된 기술조차 온전한 가치를 가진다고 보기 어려움.
4. 대법원(대상판결)의 내용
대상판결의 경우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엄상필)는, 피고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를 하면서 이들을 자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시킨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고들과 피고가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본 원심판결을 확정하였음(1심 및 2심에서 판단한 내용과 동일한 내용에 대해서는 생략/요약함).
- ① 주식회사 A의 현장관리자들의 역할과 권한은 피고 관리자들의 업무상 지시를 근로자들에게 전달하는 정도에 그쳤고, 주식회사 A의 근로자들은 피고 관리자들의 업무상 지시에 구속되어 그대로 업무를 수행하였음.
- ② 협력업체의 근로자들은 피고의 글라스 기판 제조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음.
- 가) 이 사건 공장의 공정 중 Cold 공정은 피고가 담당한 선행 Hot 공정과 컨베이어 벨트로 이어져 있어, 협력업체가 담당한 Cold 공정 업무의 작업량과 작업속도는 Hot 공정의 영향을 받았고, Cold 공정에서는 피고가 담당하는 업무와 주식회사 A가 담당하는 업무가 전후로 이어져 상호 연동되기도 하였음.
- 나) Gut 공정은 협력업체의 근로자들만이 수행하였고 선행 Cold 공정과 설비가 단절되어 있었지만, 그 작업량은 Cold 공정의 영향을 받았고, 피고는 설비 구동 속도를 설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질적으로 Gut 공정의 작업 속도를 통제하였음.
- 다) 협력업체의 근로자들 중 입사 후 담당 공정이 변경된 근로자가 존재하는 등, 이들의 담당 업무가 Cold 공정과 Gut 공정 중 어느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도 않았음.
- ③ 주식회사 A는 피고가 결정한 인원 배치 계획에 따라 근로자를 채용하여 현장에 배치하였고, 주식회사 A의 근로자들의 작업·휴게시간과 휴가 등은 피고의 생산 계획의 영향을 받았음.
- ④ 피고와 주식회사 A가 체결한 도급계약의 목적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고, 주식회사 A의 근로자들이 담당한 업무에 필요한 전문성과 기술성이 높은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임.
- ⑤ 주식회사 A는 설립 이후 피고로부터 도급받은 업무만을 수행하였고 도급계약이 해지되자 폐업하였으며, 생산업무에 필요한 시설과 설비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았음.
Ⅲ. 대상판결의 평석
대상판결은 하급심의 논리를 대부분 흡수/수용하여,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하였다. 대상판결에서 제시된 논거는 그간 제시한 판례의 법리와 논거와 다른, 전혀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한 바는 없지만, 1심과 2심 판결에서 위장도급을 판단함에 있어 제조업종의 특성을 이해해야한다는 점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 즉, 1심판결과 2심판결은 공히 “파견법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관하여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출산, 질병, 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또는 일시적, 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이를 일시적으로 허용하고 있고(제5조 제1, 2, 5항), 이를 위반한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를 형사처벌하고 있다(제43조 제1, 2호). 이처럼 파견법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관한 근로자파견의 허용 범위나 방식, 기간 등을 규제하는 대신 근로자파견 자체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보다 강력한 규제방식을 채택하고 있다[(헌재2016헌바346, 2017.12.28)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의 일부에 관하여 외부업체에 사내도급을 준 경우, 이것이 파견법에서 금지하고 있지 않는 도급계약 내지 그에 가까운 무명계약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외형과 무관하게 실질적으로 불법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파견법의 위와 같은 규제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하여, 제조업종에서의 직접생산공정업무 도급 시 위장도급 여부를 판단할 때는 파견법에서 직접 생산공정업무를 파견금지 업종으로 지정한 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대상판결(대법원)에서도 이를 직접적으로 재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1심과 2심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 판례에서 해당 법리를 인용할 가능성도 있을 것인바, 제조업종에서 직접생산공정업무를 도급중인 회사에서는 이러한 판례의 경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1심, 2심 및 대상판결에서 여러 차례 확인한 사항으로, ① 제3자가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에게 ‘일반적인’ 작업배치권과 변경결정권을 가지고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수행할 작업량과 작업방법, 작업순서, 작업속도, 작업장소, 작업시간 등을 결정하고, 사내협력업체의 현장관리인 등이 소속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지휘, 명령권한을 행사하였더라도 그것이 제3자가 결정한 사항을 ‘전달’하거나 그러한 지휘, 명령이 제3자에게 ‘통제’된 것에 불과하다면 파견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대법원2010다106436, 2015.02.26) 판결이 파견관계 성립을 수긍하면서 인용한 원심설시 부분), ②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담당한 업무가 제3자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로서 제3자의 생산계획에 따라 일일작업량이 정해져 있어 ‘자체적으로 생산계획을 조절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전체적으로 보아’ 피고의 일정에 연동되어 작업이 진행된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파견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즉 직접생산공정의 경우 현실적으로 원청에서 생산계획을 세우고 협력업체는 이에 구속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업무의 속도나 양, 수행방법 등이 강제되고 결국 이는 협력업체의 업무수행상 재량성을 부인하는 강력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제조업종에서 직접생산공정을 사내하도급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업무량이나 시간, 속도, 방법에 있어 협력업체의 재량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일 단위 업무량을 지시/관리하는 것이 아닌 업무 수행에 대한 마감기한과 업무의 수행기간의 단위를 보다 폭넓게 부여하는 것(반기별 생산량 부여 등)을 1차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한다. 대상판결 및 하급심에 따르면 일부 형식적 측면에서 협력업체의 재량을 부여한 측면이 있더라도 이는 근본적으로 업무수행상 재량을 준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는데 이 또한 같은 취지(즉, 진정 도급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근본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각 회사에서는 업무의 구조적 측면을 파악하여 협력업체의 근본적인 재량권을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라 하겠다.
Ⅳ. 결 어
대상판결뿐만 아니라 최근 다수의 판례를 감안할 때, 제조업종에서 직접생산공정은 사실상 도급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현장의 볼멘소리가 있고, 이에 대해서는 필자도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공장 자동화가 가속화되면서 현장에는 각종 자동화 기계장비가 설치되고(컨베이어벨트 등), 그 과정에서 협력업체와 원청 직원 간 업무가 긴밀하게 연결되는 것은 불가피한 없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기계적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는 시각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다만, 간접고용을 근절하고 비정규직의 권리 신장을 추구하는 노동정책의 기조하에서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은 명분도 부족하고 현실성도 거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회사는 돌파구를 찾는 쪽으로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판례 평석 말미에 제시한 바와 같이 협력업체가 업무수행을 함에 있어 보다 폭넓은 재량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고, 동시에 우리 회사만이 아닌 다수의 고객을 상대하는 우량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도급의 실질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