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서 언
대상판결은 대리운전 기사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첫 대법원 판결로, 그간 꾸준히 넓혀 오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의 인정 범위를 한층 더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 특히 대리운전 기사를 비롯한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우, 당초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잘 인정되지 않아 단결권 행사와 이를 통한 근로조건 유지ㆍ개선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최근 이들에게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이 여러 차례 등장하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법적 및 경제적ㆍ사회적 지위 개선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다만, 대리운전 기사를 포함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그 근로 형태의 특수성에 따라 어느 정도의 자율성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 통상의 모습이고, 그렇다면 사용자는 그만큼 일반적인 근로계약관계 아래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보다 그 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사용자에게 무한히 넓은 범위의 근로자들에 대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하여 단체교섭에 응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고 헌법과 노동조합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인바, 실무에서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에 관한 경계를 명확히 정하여 관리할 필요가 높아졌음을 인지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의 구체적 사안과 법리를 정리하고, 대상판결 이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에 관한 기본 법리와 판례 동향을 소개한 후, 대상판결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과 시사점을 종합하여 앞으로 달라질 노동 실무 전반에 관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2. 사실관계 및 소송 경과
(1) 당사자 관계
대상판결의 원고는 2014.5.7.경부터 부산 지역에서 대리운전 서비스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주식회사)으로서, 대리운전 접수 및 기사 배정 등에 필요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이하, ‘이 사건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불특정 다수의 대리운전 기사들을 상대로 동업계약서를 사용하여 동업계약을 체결하여 왔다. 한편, 당초 소 제기 시에는 대상판결의 원고 외에 2002.1.20.경부터 다른 상호로 부산 지역에서 대리운전 서비스업을 영위하던 개인(이하, ‘원고 K’)도 함께 동일한 취지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항소심 계속 중이던 2020.4.23. 사망하였고, 이에 소송관계가 당연 종료되었으며, 그 지위에 대한 원고 K의 유족의 수계신청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고는 2017.10.31.경 대상판결의 원고와 동업계약서에 기한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로부터 이 사건 프로그램의 접속에 필요한 기사 ID를 부여받아 그 무렵부터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던 자이다. 한편, 당초 소 제기 시에는 대상판결의 피고 외에 원고 K와 동업계약서에 기한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기사 ID를 부여받아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던 2인(이하, 각 ‘피고 C’, ‘피고 K’)이 피고로서 소송에 참여하였으나, 1심 승소 후 원고 K의 사망으로 인해 소송이 종료되었다.
(2) 사실관계
피고 C는 대리기사를 조합원으로 하는 지역단위 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을 조직한 후, 이 사건 노동조합의 대표자로서 2018.12.11. 부산광역시장에게 노동조합 설립 신고를 하였고, 같은 달 12. 설립신고증을 발급받았다. 피고 K와 대상판결의 피고는 이 사건 노동조합에 가입하였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9.1.14.경과 2019.2.1.경에 걸쳐 대상판결의 원고와 원고 K에 대하여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위 원고들은 그러한 이 사건 노동조합의 요구에 불응하였다. 대상판결의 1심에서, 양 당사자들 간 다툼 없는 사실로 정리된 원고들의 영업 구조와 피고들의 업무 수행 방식 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원고들이 운영하는 대리운전 영업의 구조
- 원고들은 모두 이 사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대리운전 영업을 하고 있는데, 원고들은 이 사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대리운전 영업을 하는 다른 대리운전업체들과 위 프로그램을 통하여 고객의 대리운전 요청 정보를 공유하고 기사 배정을 공동으로 함.
- 원고들은 각자 대리운전 기사를 모집한 후, 대리운전 기사와 ‘동업계약’을 체결하고, 대리운전 기사의 휴대전화에 이 사건 프로그램을 설치해 주고, 이 사건 프로그램에 접속할 수 있는 운전기사 ID를 발급해 주고 있음.
- 고객이 대리운전을 요청하기 위해 원고들이 운영하는 각 콜센터에 전화하면, 콜센터 직원은 이 사건 프로그램에 고객의 위치와 목적지 및 원고들이 결정한 요금을 입력하게 되고, 그러면 이 사건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고객과 일정한 거리 내에 있는 원고들을 비롯한 이 사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대리운전 업체들의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그 고객에 대한 정보 중 일부만이 전달되고, 대리운전 기사들이 위와 같은 고객에 대한 일부 정보를 확인한 다음, 배정을 받을지 여부를 결정
- 원고들은 위와 같은 배정 방식 이외에도 이른바 ‘우선 배정 방식’과 ‘자동 배정 방식’을 각 실시하고 있는데, ‘우선 배정’1)은 대리운전 기사가 금요일을 제외한 평일 20:30경부터 다음날 01:30경까지 4회 이상, 금요일 20:30경부터 다음 날 02:30경까지 5회 이상의 대리운전을 각 수행한 경우, 이후 대리운전 배정을 우선하여 주는 방식이고, ‘자동 배정’은 대리운전서비스 요청 고객의 출발지와의 거리와 대리운전 기사의 대기시간을 기준으로 출발지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가장 오래 대기한 기사에게 그 대리운전을 우선 배정하되, 만일 우선 배정을 받은 대리운전기사가 운행을 거부하면 대기시간이 처음부터 다시 산정되는 등으로 후순위가 되는 방식
1) 대상판결의 원고는 본건 소송 계속 중이던 2020.1.2. 무렵부터 ‘우선 배정’ 방식의 실시를 중단하였다
2) 이 사건 동업계약의 내용
대상판결의 원고와 피고 간 체결된 이 사건 동업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고, 원고들은 이러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미리 마련한 정형화된 형식의 동업계약서를 이용하여 각 동업계약을 체결하였다.
동업계약서
제1조 【목적과 지위】
- ① 본 계약은 갑(대상판결의 원고)과 을(대상판결의 피고)이 상호 신뢰와 협력으로 노력하여 친절하고 안전한 대고객 서비스로 많은 고객들을 만족, 유지시켜 상호 공동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 ① 갑은 을이 대리운전을 통하여 수익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단말기(PDA) 프로그램 사용에 대한 인증절차(기사ID 부여 및 면허자격, 대리운전 보험 가입 확인)를 대행한다.
- ② 갑은 을의 대고객 서비스 정진 고양을 위하여 (비)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 ③ 갑과 을은 상호 본 계약의 제4조 각 항 위반시, 2회까지는 주의 조치하고, 3회 이상 위반시는 계약 해지할 수 있다.
- ① 을은 고객에게 최선의 친절과 서비스로 안전하게 대리운전을 하여야 하며, 갑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언행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 ② 을은 갑으로부터 인증받은 단말기(PDA) 상의 배차시스템을 활용하여 본인이 아닌 제3자에게 대행하게 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하여 발생한 사고 및 사실 적발 시 민, 형사상의 모든 책임 및 배상은 을이 진다.
- ③ 을은 다음과 같은 사항으로 을 본인은 물론이고, 갑에게 손해되는 일이 발생하서는 안 되며, 문제 발생 시 을이 모든 책임을 진다(정장 또는 정장에 준하는 복장, 욕설 및 폭력 금지, 안전운행, 음주운전, 부당요금, 잔돈 준비, 도덕적 윤리적 행동 및 품위유지, 교통범칙금 7일 이내 납부).
- ④ 을은 갑으로부터 제공받은 기사매뉴얼 및 대고객 10대 금지사항(고객응대요령)을 숙지하여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 ⑤ 을은 갑이 시행하는 정책, 규칙, 업무지시 및 정기 및 비정기 교육을 반드시 참가, 이행하여야 한다.
- ⑥ 을은 고객에게서 받는 서비스 요금 중 일부(3,000원)를 갑에게 수수료로 납입하여야 하며, 그 수수료는 반드시 선납입하여야 한다. 단, 수수료는 서비스 요금의 변화, 시장환경 및 지역 정서를 고려해서 갑이 조정할 수 있다.
- ⑦ 을은 대리운전 배차시스템에 필요한 단말기(PDA)를 준비하여야 하며, 출근은 자유며 출근시 프로그램비 500원, 관리비 3,000원을 선납하여야 한다.
- ⑧~ ⑨ 중략
- ⑩ 을은 현장콜 운행을 하여서는 안 된다. 또한 부득이한 경우 운행 전 갑의 콜센터에 접수등록한 후 운행하여야 한다.
3) 피고들(대리운전 기사들)의 업무 수행 방식 및 대리운전비 수수 방식
- 대리운전 기사가 대리운전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원고들 등 대리운전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대리운전업체가 사용하는 이 사건 프로그램 등 대리운전 접수 및 기사 배정 프로그램에 접속하여 고객의 대리운전 요청을 전달받는 방식으로 하게 되고, 이와 달리 독자적으로 대리운전 업무 영업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 피고들(대리운전 기사들)이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원고들이 개설한 가상계좌에 돈을 예치하여야 하고, 원고들은 피고들 명의의 가상계좌에서 보험료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수취
- 피고들이 매일 대리운전 업무를 시작하려면 휴대전화에서 이 사건 프로그램에 접속하여 실행하여야 하고, 위 프로그램이 실행되면 피고들 명의의 가상계좌에서 원고들 명의의 계좌로 프로그램 사용료로 1일당 500원, 관리비로 1일당 3,000원이 지급됨.
- 피고들이 대리운전 배정 요청에 응할 경우 그 가상계좌에서 원고들 명의의 계좌로 수수료로 1회당 3,000원이 지급되고, 대리운전 배정 요청에 응하여 고객에 대한 정보 전체를 확인하였다가 이를 취소할 경우 취소 수수료로 1회당 500원이 지급됨.
- 피고들을 비롯한 대리운전 기사는 대리운전 배정을 받는 경우 고객이 있는 장소로 이동하여 고객을 목적지로 데려다준 후, 고객으로부터 대리운전비를 현금으로 받거나 또는 신용카드 결제를 통하여 받게 되는데, 신용카드 결제의 경우 원고들 등 대리운전 업체로부터 가상계좌로 받게 됨.
- 원고들이 운영하는 대리운전 업체의 대리운전 기사들은 앞서 본 ‘우선 배정’을 받지 못하면 실제로 대리운전 배정을 거의 받지 못하게 되므로, 우선 배정을 받기 위하여 대부분 금요일을 제외한 평일은 20:30경부터 다음 날 01:30경까지, 금요일은 20:30경부터 다음날 02:30경까지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게 되고, 대리운전 배정요청을 쉽사리 거부할 수 없게 됨.
(3) 소송 경과
제1심2)은 다음의 각 사정에 비추어, 피고들이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게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2) (부산지법동부지원2019가합100867, 2019.11.14) 판결[근로자지위부존재확인]
피고들의 원고들에 대한 소득 의존성 인정
대리운전 업무 내용, 대리운전이 주로 이루어지는 시간, 대리운전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시간, ‘우선 배정’ 방식에 의한 대리운전 기사 배정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들이 겸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고, 실제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만 소속되어 대리운전 업무만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들이 소속된 이 사건 노동조합은 복수의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는 대리운전기사를 조합원의 결격사유로 정하고 있는 점, 피고들이 대리운전비를 고객들로부터 직접 수령하여 취득한다고 하더라도 여러 사정에 비추어 피고들은 원고들로부터 대리운전비 상당의 금원을 지급받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들은 원고들로부터 이 사건 프로그램을 통하여 요청받는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고 원고들로부터 받게 되는 대리운전비가 주된 소득원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회사)에 의한 이 사건 동업계약 내용의 일방적 결정
원고들은 불특정 다수의 대리운전 기사들을 상대로 미리 마련한 정형화된 형식의 동업계약서를 사용하여 동업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계약서에는 주로 대리운전 기사들의 의무 사항을 정하면서 원고들에게만 수수료 변경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 원고들만이 대리운전비를 결정하며, 피고들에게는 이를 결정할 권한이 전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피고들 등 대리운전기사들의 수입을 비롯하여 피고들 등 대리운전 기사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피고들의 원고들을 통한 대리운전 업무 수행
피고들이 제공하는 대리운전 노무는 원고들의 대리운전 영업 영위에 필수적이고, 피고들 등 대리운전 기사들은 원고들 등 대리운전업체를 통해서만 대리운전 영업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이 사건 동업계약관계의 지속성ㆍ전속성
피고들이 원고들과 이 사건 동업계약을 체결한 후 상당 기간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여 온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에게 상당한 정도로 전속되어 있다.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지휘ㆍ감독의 존재
- 이 사건 동업계약에 의하면, 피고들은 정장 또는 정장에 준하는 복장을 착용하여야 하고, 안전 운행을 하며, 부당요금을 징수해서는 안 되고, 고객응대요령을 숙지해야 하며, 원고들이 시행하는 정책, 규칙, 업무지시를 따라야 하고,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 교육에 참석해야 하는데,
- 피고들이 이를 위반하면 2회까지는 주의 조치를 하고, 3회 이상부터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정하여져 있고,
- 원고들이 우선 배정 방식을 시행하고 있는데, 피고들이 우선 배정을 받지 못할 경우 실제로 대리운전 배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므로, 결국 원고들은 우선 배정을 통하여 피고들로 하여금 특정한 시간 동안 일정한 횟수 이상의 대리운전을 의무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 원고들은 피고들이 대리운전기사 배정을 취소할 경우 500원의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고, 피고들이 직접 고객으로부터 대리운전을 요청받는 현장콜의 경우에는 사고가 나더라도 보험의 적용이 되지 않게 하고 있다. 위의 점을 종합하면, 피고들은 비록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는 아니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어느 정도 원고들의 지휘ㆍ감독을 받았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리운전비의 근로대가성
피고들은 대리운전 노무에 대한 대가로 사실상 원고들로부터 대리운전비를 지급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노동3권 보장의 필요성
피고들 등 대리운전기사들과 원고들 등 대리운전업체 사이의 노무제공관계의 실질과 대리운전기사들의 업무 수행 방식 및 보수 수수 방식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그 전속성과 소득 의존성이 약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정 사업자에 대한 소속을 전제로 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고용 이외의 계약 유형에 의한 노무제공자까지도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한 노동조합법의 근로자 정의 규정과 대등한 교섭력의 확보를 통해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노동조합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원고들의 사업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원고들과 경제적ㆍ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는 피고들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서 원고들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피고들에게 일정한 경우 집단적으로 단결함으로써 노무를 제공받는 원고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제공조건 등을 교섭할 수 있는 권리 등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이 헌법 제33조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제2심3) 역시, 위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이 정당한 것임을 수긍하면서 대상판결 원고의 대상판결 피고에 대한 항소를 기각하였다.
3) 부산고등법원 2020.8.26. 선고 2019나58639 판결[근로자지위부존재확인]
3. 쟁점을 위한 배경지식
(1) 관련 규정
제2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 1.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ㆍ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2) 헌 법
제33조
- ①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2)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그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란, 특정 사업주와 노무의 제공을 약정하되 근로계약이 아닌 노무공급계약, 즉 위임ㆍ도급의 성질을 가지는 계약에 의하여 노무제공의무를 부담하는 자를 의미한다.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레미콘 차량 기사, 퀵서비스 기사, 방송연기자, 카마스터 등이 그 예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근로자성에 관한 논의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로의 내용에 있어 어느 정도의 독립성ㆍ비전속성이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크나, 한편으로는 경제적ㆍ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고 업무 수행에 있어 특정한 회사나 감독자 등으로부터 직ㆍ간접적이고 실질적인 지휘ㆍ감독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인바, 헌법상 단결권 행사를 통해 자신들의 임금 및 근로조건 기타 경제적ㆍ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었고, 이러한 필요가 결국 판례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먼저, 대법원은 1993년경 골프장 캐디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문제된 사안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란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등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하고, 타인과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당해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으며 사용종속관계는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지휘ㆍ감독 관계의 여부, 보수의 노무대가성 여부, 노무의 성질과 내용 등 노무의 실질관계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법리 아래, 그들이 받는 ‘캐디피’가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이를 노동조합법 제4조(현 노동조합법 제2조 제1호) 소정의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으로 못 볼 바도 아니라고 판단하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다.4)
4) (대법원90누1731, 1993.05.25) 판결
이후 대법원은 2014년경, 위와 같이 골프장 캐디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문제된 사안에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골프장 캐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는 없으나, ‘업무의 종속성 및 독립종속성(경제적 종속성)’의 평가 요소에 더 중점을 두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였다.5)
5) (대법원2011다78804, 2014.02.13) 판결
나아가 대법원은, 지난 2018년 ‘학습지 교사’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문제된 사안에서, 위 법리에 더하여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여 ‘노동3권 보장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명시하였다.6) 이후 법원은 위 법리에 근거하여, 방송연기자,7) 철도회사 매점 운영자,8) 카마스터9) 등과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의 인정 범위를 넓게 보는 경향을 이어가고 있다.
6) (대법원2014두12598, 2018.06.15), 2014두12604(병합) 판결
7) (대법원2015두38092, 2018.10.12) 판결
8) (대법원2016두41361, 2019.02.14) 판결
9) (대법원2019두33712, 2019.06.13) 판결
4. 대상판결 검토
(1) 법 리
1) 기본 원칙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기타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말하고, 타인과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해당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또는 무명계약 등 어떤 형태이든 상관없다.
2)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구체적 판단 기준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①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②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④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ㆍ전속적인지, ⑤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ㆍ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⑥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ㆍ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 노동3권 보장의 필요성
노동조합법은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 달리, 헌법상 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 향상 등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
(2)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다음의 각 사정에 비추어, 피고가 원고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을 인정하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1) 소득의존성
피고는 대리운전 기사로서 그 소득을 원고와 이 사건 협력업체들로부터 배정받은 고객의 콜을 수행하여 받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피고가 그 외의 다른 대리운전업체들의 콜을 수행하여 수입을 얻고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으며, 피고가 원고뿐 아니라 이 사건 협력업체들로부터도 콜을 배정받은 것은 원고가 이 사건 협력업체들과 고객의 콜 정보를 공유하고 기사 배정을 공동으로 하기로 정했기 때문이고, 원고의 결정 여하에 따라 피고는 이 사건 협력업체들로부터 콜을 배정받지 못하거나 배정이 제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협력업체들로부터 배정받은 콜을 수행하여 받은 수입도 원고로부터 받은 수입과 동일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는 소득을 원고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계약 내용의 일방적 결정
이 사건 동업계약서에 따르면 대리운전 기사들이 원고에 납부해야 하는 수수료, 프로그램 사용료, 관리비 등의 액수, 대리운전 기사들의 업무 수행 시 준수할 사항이나 받아야 할 교육 등을 원고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피고의 보수액은 대리운전 요금에서 원고가 일방적으로 정한 위 수수료 등을 공제한 금액인데, 원고가 대리운전 요금 액수를 결정한 상태에서 피고에게 콜이 배정되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는 배정받을 콜을 쉽사리 거부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의 보수 역시 원고가 사실상 결정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 시장에 접근하는지 여부
피고가 제공하는 대리운전 노무는 원고의 대리운전업 영위에 필수적인 것이고, 피고는 원고를 통해서 대리운전 시장에 접근하며 원고와 같은 대리운전 업체를 통하지 않고 대리운전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4) 지속성ㆍ전속성
피고는 2017.10.31. 원고와 이 사건 동업계약을 체결한 다음 원고 및 이 사건 협력업체들로부터 콜을 배정받는 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되어 왔고, 소득을 원고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만큼 원고에게 전속된 정도도 강한 편에 속한다.
5) 어느 정도의 지휘ㆍ감독관계
원고와 이 사건 협력업체들은 주로 자동 배정과 우선 배정의 방식으로 고객의 콜을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배정해 왔다. 피고를 포함한 대리운전 기사들은 배정받은 콜을 거부하는 경우에 향후 배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대기 순서가 뒤로 밀리는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되어 쉽사리 배정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우선 배정을 받기 위하여는 원고와 이 사건 협력업체들이 제시하는 우선 배정 조건에 따라 콜을 수행하여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건 동업계약서에는 피고의 복장과 업무 수행 시 준수할 사항 및 교육을 받을 의무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어 피고가 이를 위반할 경우 주의 조치나 계약해지가 가능하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와 원고 사이에 어느 정도의 지휘ㆍ감독관계가 존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6) 수입의 노무 제공 대가성
피고에게 노무 제공의 대가를 지급하는 주체는 고객이 아니라 원고라고 보아야 한다. 대리운전 요금은 고객이 카드 혹은 현금으로 결제하는데, 카드 결제의 경우 원고가 고객이 제공한 카드 정보를 이용하여 대리운전 요금을 결제한 후 피고에게 노무 제공의 대가로 대리운전비 상당의 금액을 별도로 지급한다. 현금 결제 시에는 고객이 피고에게 대리운전 요금을 직접 지급하지만, 이는 현장에서 대리운전 기사만이 현금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으로 대리운전 요금이 원고에게 귀속된 후 원고가 대리운전비를 피고에게 지급하는 절차를 생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5. 시사점 및 결언
(1)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확장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18년 학습지 교사에 대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면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의 판단 기준이 명확히 설시되는 한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헌법상 노동3권의 보장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음이 확인되었고, 이에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의 인정 범위가 차츰 확대되어 왔다. 대리운전 기사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은, 과거 모빌리티 플랫폼(카카오T)을 사용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문제되었다가 회사 측이 2021.10.경 소를 취하하고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시작함으로써 사건이 종결되었는바, 대상판결이 근로자성을 본격적으로 판단한 첫 사례이자 판결이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의 인정 실익은, 결국 해당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노동조합과 함께 단체교섭 진행 및 단체협약 체결에 이르면서 근로조건의 유지ㆍ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다. 대상판결에서 문제된 대리운전 기사들의 경우 역시, 이 사건 노동조합과 같은 단체에 가입하여 원고와 같은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이를 토대로 단체협약 체결로 나아가 자신들의 근로조선과 경제적 지위를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노동3권 보장의 필요성’에 주목하여, 학습지 교사 판결에서 제시한 6가지 기준에 관한 판단에 기초하여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였고, 이에 대상판결의 피고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서 이 사건 노동조합에의 가입 및 원고에 대한 단체교섭 요구 등이 가능해졌다. 대상판결로 인해, 대상판결의 피고와 비슷한 근로조건 아래 근로를 제공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은 물론, 여러 사정에 비추어 ‘경제적ㆍ조직적 종속성’이 인정되는 등 노동3권 보장의 실질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다른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 역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아야 하고, 동종 업종에 종사하는 회사는 이후 관련한 분쟁 발생 시 이러한 판례 경향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2) 플랫폼 종사 근로자의 근로자성 확대
최근 대법원은, 주식회사 쏘카가 자회사(VCNC)를 통해 운영하는 타다 서비스의 프리랜서 드라이버가 주식회사 쏘카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10) 해당 판결에서는,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 타다의 사업 구조(직접적으로 개별적인 근로계약을 맺을 필요성이 적은 구조), 노무관리 특성(업무 배분 등에 온라인 플랫폼의 알고리즘이나 복수의 사업참여자가 관여) 등을 중요하게 고려하였다.
10) (대법원2024두32973, 2024.07.25) 판결
동일 직종은 아니지만,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 플랫폼을 통해 업무를 배분받는 사업 구조에 있어 유사한 직종이라 할 수 있는 타다 드라이버와 대상판결의 대리운전 기사 기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있어, 위 판결과 대상판결은 위 ‘플랫폼 종사 근로자’의 근로기준법상ㆍ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이 더 넓게 인정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에 있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대부분이 회사와 ‘인적 종속성’은 다소 부족할 수 있으나 ‘경제적ㆍ조직적 종속성’, 즉 소득의존성과 전속성 등의 요소가 인정될 여지는 클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에서와 같은 구체적 지휘ㆍ감독에 이르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지휘ㆍ감독관계가 인정된다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는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하게 될 여지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