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특례조항 시행 이후 신설된 택시회사의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무효인 경우,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하는 방법

1. 들어가며
2019.4.18.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8.3.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1)(이하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의 시행 이후 정액사납금제하에서 택시운전근로자의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이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한 경우, 이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이며, 이러한 법리는 취업규칙 변경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하였다(이하 ‘전원합의체 판결’).2)
1) 최저임금법 제6조(최저임금의 효력) ⑤ 제4항에도 불구하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2호 다목에 따른 일반택시운송사업에서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으로 한다.
2) (대법원2016다2451, 2019.4.18.) 전원합의체 판결.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로 된다면, 최저임금 산정 기준이 될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은 무엇인가라는 과제가 남게 된다. 이에 대하여 전원합의체 판결은 무효로 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이전에 적용되던 취업규칙상의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무효 이후 최저임금 산정 기준이 될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위와 같은 판단은 당시 대법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은 아니었다.
2.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 그리고 이를 반박하는 보충의견
가.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
대법관 김재형은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이 무효일 경우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에 따라야 한다는 근거가 있는가? 이에 관해서는 최저임금법이나 근로기준법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라고 하면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규율의 공백을 어떻게 매울 것인지가 문제라고 하였다. 이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였는데, 대법관 김재형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지 않거나 그 효력이 없는 등 근로계약에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 공백으로 남겨져 있는 경우에 계약의 보충적 해석을 통하여 해결해야 한다고 보았다. 즉, 법원이 계약의 목적, 근로관행, 근로관련 법규의 내용과 취지, 신의성실의 원칙 등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추인되는 정당한 이익조정 의사에 따라 법률행위를 보충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야 한다3)는 것이다.
3) 법률행위에 관한 (대법원2005다13288">대법원2005다13288, 2006.11.23.) 판결
나.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그러나 이러한 반대의견을 보충의견이 정면으로 반박하였다. 대법관 박상옥 등은 단적인 노사 관계에서 쉽사리 확정하기 어려운 가정적 의사를 탐구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불합리한 결과에 이르거나 종국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그 결과 행위규범으로서 기능하지 못해 근로관계 당사자들에게 혼란만 초래할 우려마저 있으므로, 위 반대의견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다. 의견 충돌의 결말, 해결되지 않은 문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무효 이후 최저임금 산정 기준이 될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논쟁은 “가정적 의사를 고려할 필요 없이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적용된다.”는 결론을 내린 채 막을 내렸다. 그런데 만일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과 유사한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3.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시행 이후 신설된 택시회사의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무효인 경우,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하는 방법
가. 사건 개요
피고는 2011.11.18. 기존 택시회사를 인수하여 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하는 부천시에 소재한 회사로서 최저임금법 적용 사업장이고, 원고는 피고에게 고용되어 택시운전근로자로 근로하거나 퇴사한 자들이다. 피고는 2011.7.30. 취업규칙을 제정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으로 정하였다. 이후 피고는 2014년, 2016년, 2017년, 2018년 노동조합과 임금협정을 체결하였고, 2014년 및 2016년 임금협정에서는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으로, 2017년 및 2018년 임금협정에서는 소정근로시간을 ‘1일 2시간 30분’으로 정하였다.
원고들은 취업규칙 및 각 임금협정이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을 잠탈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일 자 | 구 분 | 소정근로시간 |
---|---|---|
2011. 7. 30. | 취업규칙 제정 | 1일 3시간 |
2014. 5. 20. | 임금협정 체결 | |
2016. 3. 21. | ||
2016. 12. 23. | 1일 2시간 30분 | |
2018. 8. 1. |
- ① 주위적으로는 1일 8시간을 기준으로,
- ② 예비적으로는 2010년 이전 부천시 택시회사들의 통상 소정근로시간인 6시간 40분을 기준으로, 미지급 최저임금 및 미지급 퇴직금 등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소를 제기하였다.
4) 서울고등법원(인천) 2022.12.23. 선고 2021나13507 판결
그런데 대법원5)은 피고가 취업규칙 제정으로 정한 1일 3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은 그 무렵 택시운전근로자의 통상적인 근로시간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등의 이유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가 존재한다고 보아 원심의 판단을 배척하고 취업규칙 및 각 임금협정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5) (대법원2023다206138, 2024.10.25) 판결
나아가 대법원은 ①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취업규칙 및 각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을 현저히 초과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부천시 소재 다른 택시회사들의 소정근로시간도 원고들과 피고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의사를 보충할 때 고려할 요소가 될 수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들며, 원심이 원고들과 피고의 의사를 보충하여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했어야 한다고 보았다(이하 ‘본 판결’).
나. 새로운 법리의 제시와 그 의의
본 판결에서 대법원은 신설 택시회사의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무효인 경우의 소정근로시간 산정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법리를 새로이 제시하였다.
계약당사자 쌍방이 계약의 전제나 기초가 되는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약정을 하지 아니함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하여 계약을 해석하는 경우, 보충되는 당사자의 의사는 당사자의 실제 의사 또는 주관적 의사가 아니라 계약의 목적, 거래관행, 적용법규, 신의칙 등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추인되는 정당한 이익조정 의사를 말한다[(대법원2005다13288">대법원2005다13288, 2006.11.23) 판결 등 참조]. 소정근로시간은 근로자가 근로의무를 부담할 것을 약정하고 사용자가 그 근로의무의 이행에 관하여 임금을 지불하기로 약정한 시간으로,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수당 등을 산정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통상임금의 계산, 최저임금법상 비교대상 임금의 시간급 환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금 제도의 설정의무 존부 결정 등을 위해 필요한 도구 개념의 성격을 갖는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에 대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소정근로시간을 명시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할 의무를 부과하면서, 그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제17조, 제114조). 이러한 소정근로시간의 의의와 기능 등을 고려하면,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유효한 정함이 없는 경우 법원은 최저임금 미달 여부 및 미달액 판단 등을 위해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충하여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 … 중략 … 원고들은 최저임금을 청구하는 기간 동안 정액사납금제하에서 1일 2교대제 또는 1인 1차제 형태로, 만근일을 25일(2월은 예외)로 정하여 6일 근무 후 1일을 휴무하는 방식으로 근무하였고, 기록에 의하면 이는 부천시 지역을 포함한 경기도 소재 택시회사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근무형태 및 근무방식임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사정과 택시운송사업의 특성 및 현황에 비추어 보면, 부천시 소재 다른 택시회사들의 소정근로시간도 원고들과 피고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의사를 보충할 때 고려할 요소가 될 수 있다.
본 판결은 기존 소정근로시간 규정이 무효이고, 달리 유효한 소정근로시간 규정 등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라면, 법원이 객관적으로 추인되는 정당한 이익조정 의사를 보충하여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방식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조정하여 확정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한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택시운전종사자의 근무형태 및 근무방식이 경기도 소재 택시회사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점 등의 사정 및 택시운송사업의 특성 및 현황 등을 고려하면, 부천시 택시회사들의 소정근로시간도 의사 보충 시 고려할 수 있다고 판시한 점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4. 마치며
본 판례는 법원이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충하여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해야 한다고 보기는 하였으나, 이는 신설 택시회사와 같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등의 무효 이후 적용할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대한 판단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다수의견이 되지 못했던 대법관 김재형의 반대의견의 논리가 일부 적용되었다는 것은 본 판례의 흥미로운 점이다. 그러나 이는 전원합의체 판결 대상 사건과 같은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존재하는’ 사안에서는 본 판결의 법리가 적극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다. 그러나 노동관계당사자 일방이 법원의 새로운 소정근로시간 확정을 기대하며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의 부재를 적극 주장할 여지도 충분한바, 유사 사안에서의 주장 공방 추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