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용취소 통지와 부당해고
입사지원자에게 합격 통지까지 이루어진 이후 회사의 내부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채용을 취소하게 되었는데, 지원자는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합격 통지만 받고 아직 출근도 하지 않았는데 부당해고가 인정될 수 있는 것인가요?
이러한 경우에는 회사와 입사지원자 사이에 ‘근로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판례는 회사가 게시한 채용공고에 근로자가 응시하는 것은 ‘근로계약의 청약’에 해당하고, 이에 대해 사용자가 서류 및 면접전형 등을 거쳐 행하는 최종합격 통지는 그 청약에 대한 승낙으로서 이에 따라 채용내정자와 사용자 사이에 근로관계가 성립하게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0다 25910, 2002.12.1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서류전형과 면접전형 등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 통지를 받은 채용내정자는 아직 실제로 출근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갖는다고 보아야 하며, 채용내정자에 대한 채용 취소 통보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게 됩니다.
[참고 판례] 서울고등법원 2023.11.24. 선고 2023나2016388 판결 등 근로계약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4호) 계약의 체결에 특정한 형식을 요하지 않는 낙성·불요식의 계약이다. 사용자의 근로자 모집은 근로계약 청약의 유인에 해당하고, 근로자가 요건을 갖추어 모집절차에 응하는 것은 근로계약의 청약에 해당하며, 이에 대하여 사용자가 전형절차를 거쳐 근로자에게 최종합격 및 채용을 통지하면 근로계약의 승낙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는 현실적인 근로의 제공과 임금 지급이 이루어지기 상당기간 전에 사용자가 채용을 미리 결정하는 이른바 ‘채용내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채용내정 통지를 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는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0다25910, 2002.12.10., 판결 참조).
관련해서 실무적으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 채용내정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인데, 이에 대해 판례는 근로자의 임금, 종사 업무, 근로계약 기간 등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사항에 관해 합의된 내용이 있는지 여부를 주된 판단 기준으로 고려하는 경향입니다.
[참고 판례] 서울행정법원 2024.10.10. 선고 2023구합75102 판결 계약이 성립하기 위한 법률요건인 청약은 그에 응하는 승낙만 있으면 곧 계약이 성립하는 구체적, 확정적 의사표시여야 하므로, 청약은 계약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사항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7다242867, 2017.10.26., 판결 참조). … (중략) … 설령 참가인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대화 과정에서의 원고 대표이사 발언을 참가인에 대하여 다른 채용자 후보자들에 비하여 우선권을 부여하는 취지로 보더라도, 그와 같은 발언을 통하여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근로계약의 성립을 인정하려면 그 이전에 참가인의 임금, 종사 업무, 근로계약 기간 등 근로계약의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가 존재하여야 한다. 즉, 사용자가 채용희망자에 대하여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중요사항에 관한 당사자 사이의 구체적 의사 합치가 없다면 이는 그 채용희망자를 우선 대상자로 하여 근로계약 체결을 협의하겠다는 의미에 불과하고 그 자체로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대표이사 면접에 합격한 지원자에게 최종 합격을 통보한 이후 예정된 출근일 이전에 채용취소 통보를 한 사안에서 인사담당자를 통해 연봉, 인센티브 등의 근로조건이 세부적으로 정하여졌고 정식 출근일도 구체적으로 특정된 점을 고려하면 채용내정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채용취소 통보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대법원 2024두59688, 2025.1.23., 판결) 등이 확인됩니다. 한편, 대표이사 면접에 합격한 이후 평판조회 및 채용검진 절차만 남아있는 단계에서 채용취소를 한 사안에서 ▲면접에 합격한 지원자에게 발송한 경력채용 합의서에 “본 합의서가 최종 합격 통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주의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는 점, ▲지원자가 경력채용 합의서에 최종적으로 서명하지 않아 직급, 연봉 등에 대한 최종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이메일을 통해 대표이사 면접 합격 이후에도 평판조회 및 채용절차 절차가 남아있다는 점을 안내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여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사례도 존재합니다(서울행법 2020구합84303, 2021.11.5., 판결). 따라서 합격 통지 이후 채용 취소가 해고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여러 사실관계를 살펴 판단이 이뤄져야 할 것이며, 만일 채용내정이 성립된 경우라면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 채용취소 통지는 해고 통지로서의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에 유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즉 실체적인 측면에서는 채용 결격사유가 확인되거나 채용 비리가 밝혀지는 등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사유가 존재해야 하며, 절차적인 측면에서는 ‘해고사유와 시기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서면으로’ 통지되어야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참고 법령] 근로기준법 제234조 【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제27조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①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②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제1항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
그리고 앞서 사례를 통해 보았듯, 채용취소 시 부당해고에 관한 법률 분쟁이 발생할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서는 근로자를 채용하는 경우 연봉 등 주요 근로조건에 대한 최종적인 합의는 평판조회나 신체검사 등까지 모두 거쳐 채용절차가 완전히 종료된 이후에 이뤄지도록 하고, 채용절차가 완전히 종료되기 이전에 합격 통지나 처우 협의에 관한 안내를 하는 경우에는 본 통지가 최종 합격 통지는 아니며 향후 남아있는 절차가 있다는 점을 안내하는 문구를 기재하여 둘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근로자 퇴직 시 미사용 연차휴가 정산 기준(회계연도 vs. 입사일)
저희 회사는 연차휴가를 회계연도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근로자 퇴직 시점에 잔여연차 정산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 회계연도 기준으로 산정한 연차휴가 일수와 입사일 기준으로 산정한 일수가 다른 경우에는 어느 것을 기준으로 정산해야 하나요?
연차휴가를 회계연도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원칙적인 방식은 아니나 관리상 편의를 위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방식이므로, 근로자가 퇴사하는 경우에는 입사일 기준으로 산정한 연차휴가와 비교하였을 때 불리함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근로자의 퇴사 시점에는 입사일 기준과 회계연도 기준으로 각각 산정한 연차휴가 일수를 비교하여 유리한 쪽으로 보상을 하는 것이 원칙적인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 행정해석] (근로기준과-5802, 2009.12.31.) 연차휴가 산정기간을 노무관리의 편의를 위해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전 근로자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더라도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아야 하므로 퇴직시점에서 총 휴가일수가 근로자의 입사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휴가일수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그 미달하는 일수에 대하여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으로 정산하여 지급하여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 한편, 퇴직일이 2009년 9월 30일이 아니고 2009년 7월 30일이라면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연차유급휴가를 산정(입사일 기준 총 62일, 회계연도 기준 총 69일)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경우가 발생하면 회계연도 기준에 따라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을 지급하여야 함을 알려드립니다.
예를 들어, 2022.3.1. 입사한 근로자가 2025.3.31.자로 퇴사하였다면 입사일 기준으로 산정한 연차휴가 일수는 총 57일이며, 회계연도 기준으로 산정된 연차휴가 일수는 총 53.6일로 입사일 기준으로 산정한 일수가 근로자에게 보다 유리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입사일 기준으로 산정된 총 57일을 기준으로 미사용 일수를 계산하여야 합니다. 동일하게 2022.3.1. 입사한 근로자가 2025.2.28.자로 퇴직하였다고 가정해보면, 회계연도 기준으로 산정된 연차휴가 일수는 총 53.6일로 동일하지만 입사일 기준으로 산정한 연차휴가 일수는 총 41일로 줄어들게 되므로 앞서 살펴본 케이스와 반대로 회계연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근로자에게 보다 유리한 결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입사일 기준이 아닌 회계연도 기준으로 산정된 53.6일을 기준으로 미사용 일수를 계산하는 것이 원칙적인 방식입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회계연도 기준으로 연차휴가를 관리하는 사업장이라고 하더라도 취업규칙 등 내부 규정에 “근로자의 퇴직 시점에는 입사일을 기준으로 미사용 연차휴가를 정산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면 회계연도 기준으로 산정한 연차휴가 일수가 입사일 기준으로 산정한 일수보다 유리한 경우에도 입사일 기준으로 미사용 연차휴가를 정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근로자의 퇴직 시점에 미사용 연차휴가를 정산하는 회사에서는 취업규칙에 “근로자의 퇴직 시점에는 입사일을 기준으로 미사용 연차휴가를 정산한다”는 내용을 명시함으로써 회계연도 기준과 입사일 기준의 유·불리에 관계없이 입사일 기준으로 미사용 연차휴가를 정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회계연도 기준으로 연차휴가를 관리하는 회사에서 이러한 내용을 새롭게 추가하는 것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의 입장이므로, 취업규칙 개정 시 근로자 과반수 동의 절차를 적법하게 거칠 수 있도록 유의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참고 행정해석] (임금근로시간정책팀-489, 2008.2.28.) 귀 질의 1과 같이 취업규칙으로 연차유급휴가를 회계연도(1.1. ~ 12.31.) 기준으로 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2006.9.1.부터 2007.12.31.까지 근무한 근로자라면, 취업규칙에서 퇴직시점에 입사일 기준으로 재산정한다는 별도의 단서가 없는 이상 연차유급휴가는 2006.9.1.부터 2006.12.31.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5일을, 2007.1.1.부터 2007.12.31.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15일을 각각 부여하여야 할 것으로 보임. 귀 질의 2와 같이 연차유급휴가를 회계연도 기준에서 개별 근로자의 입사일 기준으로 하거나 퇴사 시점에 입사일 기준으로 재산정하도록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것은 회계연도 중에 입사한 일부 근로자에게는 연차유급휴가 일수가 줄어들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취업규칙의 변경시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사료됨. [참고 법조문] 근로기준법 제94조(규칙의 작성, 변경 절차) ①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