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
회사에 직장 내 성희롱 신고가 접수되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피해자의 진술 외에는 증거가 없는 상황입니다. 피해자 진술만으로 성희롱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까요?
직장 내 성희롱 신고가 제기된 경우 회사는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부담합니다(남녀고용평등법 §14 ②). 이러한 성희롱 사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면 신고인은 “성희롱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피신고인은 “그러한 행위를 한 적 없다”고 부인하여 양 당사자 간 진술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 당사자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만일 당시의 상황을 목격한 제3자가 존재하거나, 녹음파일이나 메신저 기록과 같은 객관적인 증거 자료가 있다면 이를 근거로 어느 쪽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성희롱 사건은 신고인과 피신고인 둘만있는 상황에서 발생하거나,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루어져 직접적인 증거 자료가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듯 신고인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실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어떠한 기준으로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실을 확정할 수 있을지 법원의 판단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직장 내 성희롱을 판단함에 있어 법원의 기본적인 입장은 직접적인 증거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행위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된다면 행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17두74702, 2018.4.12., 판결 등). 관련 사례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법원은 ① 당시 상황에 대한 신고인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② 사건 이후 신고인의 반응 및 태도, ③ 사건 이후 피신고인의 반응 및 태도, ④ 피신고인의 평소 언행과 성에 대한 인식, ⑤ 신고인이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 ⑥ 신고인이 허위 진술을 함으로써 피신고인을 모함할 만한 동기가 존재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실 여부를 판단합니다(대전지법 2020구합100382, 2021.10.20., 판결 등). 따라서 신고인의 진술 외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성희롱 사실 여부를 판단해야 할 때에는, ▲조사를 통해 확인된 신고인의 진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꾸며내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고, 모순되는 부분 없이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사건 이후 신고인이 주변인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거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였던 정황이 있는지, ▲사건 이후 피신고인이 신고인에게 사과를 하거나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시도를 하였던 정황이 있는지, ▲피신고인이 평소에도 일상적으로 성적 언동을 행하거나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는지, ▲신고인이 신고에 이르게 된 경위가 자연스러운지, ▲신고인이 허위 진술을 통해 피신고인을 모함할 만한 동기가 존재하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한, 법원은 이렇듯 성희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하며, 피해자가 처해 있는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7두74702, 2018.4.12., 판결 등). 해당 대법원 판결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학생들에 대한 성희롱을 이유로 해임된 대학교수인 원고가 소청심사위원회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사건에서 “피해자가 사건 이후에도 계속하여 원고의 강의를 수강한 점, 피해 진술에 소극적인 점, 사건 발생 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문제를 제기한 점 등을 이유로 피해자 진술을 배척하거나 원고의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성희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성희롱 사건에서 피해자는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거나 즉시 신고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성희롱 사건의 특수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설시한 것입니다. 따라서 직원이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실을 주장하며 신고를 접수한 경우, 피해 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장 내 성희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섣불리 결론짓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하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구체적 사실관계를 고려하여 신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판단에 필요한 근거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초 조사 단계에서부터 면밀하고 신중한 접근이 이뤄질 필요가 있으며, 지나치게 민감한 사안의 경우에는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전문성을 갖춘 외부 기관에 조사를 위탁하는 방법도 고려해 보실 수 있겠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징계 조치 의무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에게 반드시 징계조치를 해야 하나요? 권고사직이나 자진 퇴사 처리를 하면 안 되는 건가요?
직장 내 성희롱 조사를 통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경우, 회사는 가해자에 대하여 지체 없이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는 조치 의무와 이러한 조치 이전에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의견청취 의무를 부담하며(남녀고용평등법 §14 ⑤), 일반적으로 성희롱 가해자로 인정된 직원에 대해서는 회사의 내부 규정에 근거하여 징계처분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을 예상한 가해근로자가 인사위원회 개최 이전에 스스로 퇴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거나, 회사에서 공식적인 징계절차에 회부하지 않고 권고사직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되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는데요. 이렇듯 직장 내 성희롱 가해근로자에 대해 공식적인 징계조치를 하지 않고 자진퇴사 또는 권고사직 처리함으로써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 남녀고용평등법상 요구되는 사용자의 조치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이 선고된 바 있어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법원 2023다276823, 2024.11.14.) 판결은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로 인정된 직원에 대해 공식적 징계조치를 하지 않고 사직처리를 한 경우(이른바 ‘무징계 사직처리’)에 사용자의 조치의무 위반 여부가 문제된 사안으로, 해당 판결에서 법원은 “구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은 ‘필요한 조치’로 반드시 징계절차만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고, 앞서 본 관련 실무매뉴얼 등에 따르더라도 비공식절차를 통한 분쟁해결이 배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피고로서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 해결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법제도 및 직장 내 제도와 절차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신고인이 처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하여 신고인 스스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가장 만족할 수 있는 방식을 생각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하여 가해근로자에 대해 반드시 공식적인 징계절차를 거쳐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신고인에게 다양한 조치방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사안의 경우 ▲피해근로자와 면담 진행 시 사용자가 ‘징계절차에 회부되는 경우 피해가 공개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사실상 무징계 사직처리를 강권한 점, ▲피해근로자에게 여러 해결 방안에 대한 장단점을 설명하거나 비밀보장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보이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사용자가 남녀고용평등법상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사용자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이에 더하여 법원은 “피해근로자는 가해근로자를 형사고소할지 여부 등 자신의 대응방안을 정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피해근로자에게 단순히 ‘가해근로자가 회사의 사직서 제출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점만을 전달하여 이러한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의견청취 의무를 제대로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사용자의 의견청취 의무 위반 사실도 인정하였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조치를 결정하기 이전에 피해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의무를 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피해자의 의견을 반드시 수용하여 원하는 조치를 해주어야 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판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를 공식적 징계절차에 회부하지 않고 사안을 종결하려는 경우에는 피해근로자와의 사전 면담을 통해 공식적 징계절차를 진행하였을 때와 무징계 사직처리를 하였을 때의 장단점 등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하고, 이러한 면담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직서 수리 거부와 퇴직의 의사표시의 효력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가해자가 자진퇴사하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입니다. 징계위원회 전까지는 사직서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수리를 거부해도 되나요?
징계위원회가 예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가해근로자가 제출한 사직서의 수리를 보류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하나, ‘징계위원회 개최 전까지’ 사직서 수리가 불가하다는 등으로 시점을 특정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퇴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면, 사용자의 사직서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민법에서 정한 기간이 도과하였을 때 그 의사표시의 효력이 자동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퇴직의 의사표시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통지가 이뤄진 날로부터 1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발생하는데(민법 §660 ②), 임금을 일정한 기간급으로 정하여 정기일에 지급받고 있는 경우에는(대표적으로 월급제 근로자) 퇴직의 의사표시가 있은 당기후의 1 임금지급기가 지난 때에 그 효력이 발생합니다(민법 §660 ③). 여기서 ‘당기’란 사직서를 제출한 해당 월을 의미하며, ‘1 임금지급기’는 임금의 산정기간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면, 임금을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 산정하여 다음달 10일에 지급하는 경우, 근로자가 7월 10일에 사직서를 제출하였다면 퇴직의 의사표시의 효력 발생일은 당기(7.1. ~ 7.31.)후의 1임금지급기(8.1. ~ 8.31.)를 경과한 9월 1일이 되는 것입니다. 다만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사직서 효력 발생일을 민법에서 정한 기간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정하고 있다면 해당 규정에 따라 효력발생일이 정하여질 것이므로, 회사 내부 규정에 관련 조항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확인이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참고 법령] 민법 제660조 【기간의 약정이 없는 고용의 해지통고】 ① 고용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② 전항의 경우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③ 기간으로 보수를 정한 때에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당기후의 일기를 경과함으로써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
[참고 행정해석] 고용노동부 예규 제2015-100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하여 해당 근로계약의 해지(퇴직)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근로계약 관계의 종료시기(퇴직의 효력발생시기)는 향후 아래 기준에 따라 처리하시기 바람. 1.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퇴직의 의사표시(사표 제출)을 한 경우 사용자가 이를 수리하였거나 또는 당사자 사이에 계약 종료시기에 관한 특약(단체협약, 취업규칙 및 근로계약)이 있다면 각각 그 시기(사표를 수리한 시기 또는 특약에 따라 정한 시기)에 계약해지의 효력이 발생한 것임. 다만, 이 경우 해당 특약 내용이 관계 법규에 저촉되어서는 아니 됨. 2.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퇴직의 의사표시(사표 제출)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근로자의 퇴직의 의사표시를 수리하지 아니하거나 또는 계약 종료시기에 관한 특약이 없다면 사용자가 해당 퇴직의 의사표시를 통고 받은 날부터 1개월이 지날 때까지는 계약해지의 효력이 발생치 않으므로 고용종속관계는 존속되는 것으로 취급하여야 할 것임( 민법 제660조 제2항 참조). 3. 제1항 및 제2항의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일정한 기간급으로 정하여 정기지급하고 있다면 사용자가 근로자의 퇴직의 의사표시를 통고 받은 당기(當期) 후의 1 임금지급기가 지난 때에 계약해지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취급하여야 할 것임( 민법 제660조 제3항 참조).
이렇듯 사용자가 근로자가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는 경우에는 민법이나 내부 규정에서 정하여 둔 바에 따라 특정한 시점에 자동적으로 퇴직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그 이전까지 가해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일정을 관리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