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和 聖/경영학박사, 극동정보대교수
지난 10월중순에는 경찰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선생님들을 알몸수색하였다는 이유로 시끄러운 일이 있었다. 공무원연금제도변경안 등 정부시책에 반대하던 선생님들이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안으로 몰려갔다가 경찰관들이 이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생긴 것이다. 공무원연금기금이 바닥을 드러내게 되자 정부는 그 대책으로 기금의 수입은 늘리고 지출을 줄여 기금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하였다. 1960년부터 시작된 공무원연금제도는 적게 부담하고 혜택은 많이 받아 언젠가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으나, IMF 이후 구조조정으로 갑자기 많은 공무원이 자리를 떠나 퇴직자에 대한 지출은 늘고 공무원의 수가 줄게됨에 따라 기금수입은 줄어 이런 사태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발생한 것이다. 금번의 개편안은 기금의 수입을 늘리기 위하여 공무원 본인과 그의 고용주인 국가·지방자치단체의 분담금을 보수의 7.5%에서 9%로 각각 늘리고 지출을 줄이기 위하여 공무원이 퇴직할 때 보장하던 각종 혜택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연금혜택을 줄이는 방안은, 1) 20년 이상 근무한 자는 연령에 관계없이 연금을 지급하였으나 앞으로는 연금지급연령을 점차 높여 60세부터 지급하도록 하고, 2) 지금까지는 퇴직 당시 보수를 기준으로 퇴직수당이나 퇴직일시금 등을 지급하던 것을 퇴직 전 최종 3년의 평균 보수를 기준으로 지급하여 최근 3년간의 승진이나 호봉인상, 봉급인상분의 상당부분을 반영하지 않으며, 3) 퇴직 후 매월 지급 받는 연금은 지금까지는 자신의 퇴직 당시와 같은 계급, 같은 호봉의 현직공무원의 보수를 기준으로 지급 받았으나 앞으로는 현직 공무원의 보수와 관계없이 퇴직 당시 자신의 기준 보수에 물가상승분만 반영하도록 하여 결국 지금까지 현직공무원에 대한 보수인상이 연금을 받는 퇴직공무원에게도 자동적으로 혜택으로 돌아가던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연금제도의 혜택은 줄이고 공무원의 부담은 늘리는 방안에 공무원이 좋아할 리가 없는 것은 당연하고 이에 전교조 소속 선생님들이 실력행사를 하여 국가가 좀 더 많은 양보를 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전교조 소속 선생님과 같은 직접적인 실력행사까지 가지는 않았으나 일부 공무원 조직에서는 고용주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무원의 복지체계를 후퇴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무원들의 주장과 달리 일부시민 단체는 공무원연금제도가 일반국민에게 적용되는 국민연금제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혜택이 많다는 이유로 도리어 그 혜택을 더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을 채용하여 일을 시키므로 고용주로서 공무원의 퇴직 등을 대비하여 일정한 부담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공무원이 아닌 사립학교의 교직원에 대하여는 그들의 고용주인 학교재단 외에 국가도 일정한 분담을 하고 있으므로 공무원연금제도나 이와 비슷한 체제인 사립학교교직원연금제도의 변경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과 관련을 맺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는 연금제도의 혜택을 받는 공무원, 사립학교교직원 외에 그들의 연금재원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일반 납세자도 상당한 이해관계가 있다. 그러나 공무원에 대한 연금혜택축소에 반대하는 자의 주장과 축소를 더 확대하여야 한다는 주장 중 어느 것이 더욱 더 옳은 주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제도도 공무원과 그를 채용한 국가·지방자치단체간의 약속인 만큼 이를 변경하는 경우에는 일반민간기업의 후생제도, 국가의 재정형편, 국민감정 등 모든 문제를 전면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나 특히 다음의 사항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공무원에게는 퇴직금에 해당하는 제도가 민간기업에 비하면 매우 부실하다는 것이다. 민간기업에 대하여는 정부가 근로기준법이라는 법을 통하여 퇴직금제도를 마련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처벌을 하면서도 정작 정부 자신은 공무원에 대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1991년 10월부터야 퇴직수당이라는 이름의 퇴직금을 지급하였고, 그 이전에 퇴직한 자는 이를 받지 못하였다. 이는 1년 근무에 대하여 최소한 1월분 보수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민간퇴직금에 비하여 매우 낮다. 재직 기간 5년 미만의 경우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최저기준의 100분의 10에 불과하고 재직기간이 20년을 넘어야 겨우 100분의 60이며 재직기간이 33년을 넘는 경우 그 넘는 기간은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퇴직수당을 일반회계에서 전부 부담하여 온 것이 아니라 상당부분을 공무원과 국가 등이 기금으로 적립한 돈에서 지출하여 왔고 이것이 기금고갈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즉, 공무원연금제도는 종전에는 없다가 1991년에야 일반 직장인보다 훨씬 불리하게 시작된 공무원퇴직금제도를 보완하는 의미가 강하다는 것이다. 둘째, 정부투자기관 기타 공기업의 퇴직금제도 기타 직원후생제도와의 균형문제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거나 사실상 공무원과 비슷한 일을 하는 일부 공기업의 직원들은 공무원과 비교될 수 없는 혜택을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공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알려져 있듯 이들 인심 좋은 공기업은 노동조합과의 합의가 이루워지지 않다는 이유로 IMF 이전과 같이 일반기업체의 직원이나 공무원들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하고 있다. 물론 사기업이 경영을 잘하여 직원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일부 공기업의 후생제도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다. 뿐만 아니라 경영부실로 자본금을 잠식하여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일부 금융기관의 직원에 대한 인심 좋은 복지제도도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셋째, 일반국민에게 적용되는 국민연금제도와의 균형문제이다. 공무원연금이나 사립학교교직원 연금제도에서 제외되는 모든 국민은 국민연금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으나, 그 혜택이 공무원연금제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국민연금제도의 적용을 받는 자 중에는 소속 회사로부터 푸짐한 혜택을 받는 자도 있으나 상당수의 국민은 그것과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이 제도가 창설된 지 얼마되지 아니하여 이 제도에 의한 연금을 받는 자가 적어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나 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이나 서구선진국가의 사회보험제도에서 보듯 이런 제도는 언젠가는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져 현재의 공무원연금제도와 같은 홍역을 치룰 수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공무원연금제도개편은 공무원연금법 등을 개정하여야 이루워지는 것이므로 국회가 최종 결정권을 가진다. 따라서 이해관계인이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여 국회의 표결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민주국가의 당연한 순리이다. 그러나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 결정에 승복하는 것도 민주시민의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