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 훈/中央大 名譽敎授, 經實聯 共同代表
정부출자의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신탁회사가 7,700억원이라는 거액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부도처리 되면서, 1조7천억원의 직접피해는 물론이고 사회적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3대재벌인 대우그룹이 수십조원의 부채를 안은 채 침몰직전에 몰리고 있으며, 한국 제일의 재벌기업인 현대그룹마저 천문학적인 부채규모와 적자경영으로 말미암아 그 장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경제 전체가 21세기 벽두부터 혼미를 거듭하는 가운데 경기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2월까지 기업과 금융 그리고 공공부문과 노동 등 4대 개혁을 완료하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정부의 낙관적인 경제전망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경제가 더 꼬여 가는 감을 주고 있다. 과거 40여년간 한국경제는 차관에 의한 정부주도의 개발경제정책과 각종 특혜와 편법이 뒷받침된 재벌기업의 황제(皇帝)경영으로 고도성장을 이룩하여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밝은 이면에는 부실과 부채 그리고 거품과 비만에 의한 외화내빈(外華內貧)의 양적성장 이라고 하는 어두운 그늘을 동시에 누적시켜 왔으며 이것이 마침내 IMF체제 위기를 불러들였던 것이다. 따라서 경제를 살리고 IMF체제를 졸업하기 위한 당장의 왕도는 무엇보다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잠시 외환보유고가 높아졌다고 해서 자만하는 사이에 우리 경제는 다시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제원유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으며 미국경제의 전망이 흐려지면서 그 파장이 세계 각국에 확산되어 우리의 주가와 환율과 금리 등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인 미국경제가 침체되면서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들이 공장을 폐쇄하고 종업원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의 중요한 수출산업이며 기간산업인 자동차산업의 대미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적인 생산규모를 자랑하는 우리의 자동차산업은 작년에 310만대를 생산하여 그중 54%인 167만대를 수출함으로써 무역흑자의 견인차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금년의 수출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이며 내수마저 국내경기의 위축으로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금융산업과 기간산업을 회생시키기 위하여 엄청난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하였으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결국은 해외매각을 서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우자동차의 경우 현재 세계12개국에 생산설비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 자동차 수출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만명의 고용효과를 올리고 있는 세계적인 자동차회사인데 빈사상태에 빠지고 있다. 그 원인과 책임을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 그런데 대우자동차회사를 살리기 위하여 더 이상 공적자금을 투입시킬 명분이 없으며 그렇다고 국영기업으로 만들 수는 더욱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해외매각을 위한 인수합병(M&A)의 협상을 희망적으로 기대하기에는 여건이 불리한 실정이다. 수조원의 부채를 지금도 안고 있는 대기업을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있는 그들 선진국의 자동차회사가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관과 재벌에 의한 고도성장경제의 부산물인 거품과 군살과 부채가 누적되면서 우리는 모라토리움(moratorium)에 직면하게 되어 결국은 IMF(국제통화기금)체제를 맞이하였으나,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을 철저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다시 경제위기에 휘말리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와 기업의 노력만을 믿고 기다릴 수 없는 처지이며 더욱이 정치권이 나라경제의 운명을 해결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이제는 전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우리경제살리기 범국민운동을 벌려 국민적인 차원에서 경제를 살려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지금까지 재벌소유와 재벌경영의 형태로 유지되어 왔던 자동차·철강·전자등 기간산업의 일부를 국민적소유와 국민적 경영형태의 국민기업으로 소생시켜 생산효과와 고용효과를 극대화시킴으로써 21세기의 신경제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을 신중히 검토할 단계라고 여겨진다. 더욱이 자동차산업은 전후방관련산업의 발전과 고용창출효과가 크며 21세기 세계화시대를 이끌어갈 국력산업이며 민족산업인 것이다. 특히 대우자동차회사의 경우 수많은 중소부품기업을 포함하여 100여만명에 달하는 국민의 생계가 매달려 있는 기간산업인데 이들의 생계를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세계적인 자동차회사인 GM과 포드 또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도요다자동차 등이 인수하거나 직접 투자하여 회생시킨다면 다행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자동차시장의 불황과 판도변화를 고려할 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며 그렇다고 수십조원에 달하는 국가적인 자산을 헐값으로 외국자본에 넘길 수는 없는 것이다. 독일의 폭스바겐(Volkswagens)이 부도에 직면했을 때 지역주민이 중심이 되어 주식구매운동을 전개함으로써 회사를 회생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혼다(本田)자동차는 「인간주의」의 사훈아래 전종업원과 법인이 주주가 되고 이들에 의해 회장이 추대되는 시민자본주의 정신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주와 외국자본 마저 포기할 상황에 몰리고 있는 기간산업을 이제는 국민운동을 전개하여 국민기업으로 살림으로써 미래지향적인 21세기형 새로운 경제구조와 새로운 산업문화와 새로운 기업풍토를 창조해야 할 때 인것 같다. 학계·종교계·언론계·시민사회단체 등 전국민이 주식 참여운동을 전개하여 국민적소유형태와 국민적 경영형태인 국민기업으로 승화시키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장을 열어 가야 할 것이다. 이 길이 곧 우리가 할 수 있는 21세기형 한국경제의 새로운 진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우자동차를 비롯하여 부도에 몰리고있는 몇몇 대기업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일 뿐만 아니라 국민적인 자존심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경제살리기 범국민운동을 전개하여 해결할 수밖에 그 길이 없는 것이다. 수많은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한 민족사의 전진 속에서 우리는 세계11위의 경제대국을 이룩했으며 이를 고수하기 위해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을 마무리함과 동시에 국민기업을 창조하려는 21세기 한국경제의 새로운 길을 펼쳐 나아가야 할 것이다